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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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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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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2.05.2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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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18쪽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DUMMY

“그리고 이는 그 마지막까지 이쪽이 예상치 못한 변수를 최대한 제어하려는 움직임이기도 하지. 과인이 바로 마지막 거름망이다. 오직 과인만이 할 수 있는 그대들을 위한 희생이자 과인이 짊어져야만 하는 고통이라. 세상이 과인을 우습게 여길수록 이는 더더욱 마지막에 가까워질 것이요, 그 끝에 가까워질수록 과인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될 날 또한 머지 않으리라. 적어도 과인은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였고, 그렇기에 스스로의 권력을 제한하고 이를 잘라 내어주면서까지, 제 손발을 잘라가며 그것이 이후 자신의 목을 조르게 될 선택지라고 한들, 새로이 진일보한 사회를 위해, 더 나은 현실과 이 땅에 다시 없을 지상낙원이요, 이상 사회의 진입을 위해 그 끝에 맺어질 결실을 위해 진실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저 막연히, 무의식중에 자신이 열어젖힌 세계의 끝은 이제 온전히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되었다.


드르륵- 드르륵-


손안의 주사위, 어찌 보면 그에 대한 책임론이다.


달라지는 숫자와 그에 따른 변수, 그러나 무엇이 나오든 이미 그 답은 정해져 있다.


어느덧 그에 정해진 운명처럼 모든 것이 정교해지고 그 정해진 끝을 향해 달려갈수록,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조금씩 더 짙게 보여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를 저지르는 자신조차 진정 신은 아니나 적어도 이 땅에 두 발 딛고 선 이들과는 어긋난, 그 섭리에 어긋난 존재임은 확실한바, 어느새 이것이 점점 더 신을 사칭하는 신 놀음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행위에 대한 일말의 장난은커녕 그에 속한 진심만이 가득할 따름이니 이를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은, 그저 막연한 동경이 아닌 그에 대한 이해가 따랐으면 하는 것은, 과한 욕심일까?


그저 막연히 제 머무르는 자리에서 생존을 위한 발버둥 외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이들 앞에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등 따시고 배부르게만 해주는 것이 전부인 이 시대의 태평성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뛰어넘어 이 시대의 이들의 지성을 일깨워 그 안에 자리한 스스로의 존재가 집단화된 귀속에 벗어나 그에 따른 자아를 지닌 채, 스스로 판별하고 사고하며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짓는 별개의 독립된 자아를 지녀 더는 정해진대로 행동하기만 하는, 스스로 사고할 줄 모르고 사고하기를 멈추게 되는 이들이 아니게 되기를 바라는 그 작은 바램 또한 욕심일까?


“그거야 그 끝에 가서 확인하면 될 일이지. 스스로가 그리도 욕을 했던 하늘을 자처하는 거짓된 하늘이 되어버렸으니, 되려 이 땅의 가장 높은 곳에 선 나는 저 하늘의 가장 낮은 밑바닥에 자리하고 있다. 고로 하늘이 이를 원치 않으면 막을 터이고, 그렇지 않으면 이를 내버려두겠지. 내가 저들에게 그러하였듯, 내 위에 자리한 이 또한 그러할 것이다.”


촤르륵- 따라라락-


그렇게 또다시 주사위가 던져졌다.


정해진 말이 옮겨가고 그에 따른 시대상은 또 한 차례 진보하려 하고 있다.


* * *


타앙- 탕- 탕-


“마지막으로 다시 묻겠소이다. 전원, 편각(片刻: 짧은 시간) 내에 앞에 놓인 죽편을 던져 의사를 표명해 주시오.”


작디작은 광장을 떠올리게 만드는 거대한 전각의 내부.


촤륵- 촤륵- 촤륵-


원시적인 형태이기는 하나 석재와 목재가 뒤엉킨 어찌 보면 이질감이 느껴지는 혼합 건축형의 사부회용 건물 내부에서는 제각기 그 손아귀에 찬반의 글자를 적은 대나무 조각을 손에 쥐고 있는 이들이 그 마지막 표결을 마치는 중이었다.


“찬성, 반대, 기권. 삼원(三元) 안에 표들을 채워놓도록.”


넓은 소매에 큼지막한 관복이 더해져 어설프게나마 환관과 내관 등을 따라한 듯 보이는 이들이 원활한 투표를 위해 표결을 바닥에 내던져진 죽편을 연이어 주워들었고, 그리 모여든 표들을 중앙에 자리한 거대한 대리석을 깎아 동그랗게 만든 새하얀 세 개의 탁자 위에 나누어 올려놓았다.


“흐음, 이거 어째 찬동의 표가 제법 많아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반대 쪽에 쌓이는 죽편도 제법 많아요. 두고 봅시다.”


신년의 봄만 하여도 아직 그 건물조차 완공되지 않아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 이내 가장 먼저 확보된 부지에 엄청난 양의 판석과 석조 기둥을 비롯한 자재가 더해져 임시로 천막을 두르고 시행되었던 것이 이제는 드디어 그럴듯한 하나의 전각으로 자리매김하여 확고한 의회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확인이 되는 표결과 그에 따른 눈치싸움에 머리를 굴리는 이들의 모습도 제법 볼만한 것이었고 말이다.


“이것으로 사부회는 새로운 서원의 건립을 허락한다. 이는 아조의 17번째 서원이자 사부회의 추진에 의한 10번째 공립서원의 등재임을 알리는바, 앞으로 나라와 백성에게 누를 끼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탕- 탕- 탕-


“와아아아아!”


“됐어, 이겼어! 이것으로 된 게야! 하하하하!”


그렇게 승자와 패자가 정해졌고 그에 따라 환호하는 이들의 무리와 그 입가에 미소를 드리우며 거들먹거리는 이들, 그리고 이를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의 파당이 나뉘었다.


“칫, 물레와 베틀을 돌려 명주로 무명이나 짜는 것들이 이까짓 일로 좋아하기는. 끽해야 지난날, 석수들이 모여 만든 직공과 다를 바 없는 조합 아닌가?”


“그래도 뭐 어쩌겠나? 비단이 제일가는 수출품인 것을. 애초에 교역과 상공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이 나라에서 이에 반대할 세력들은 우리와 같은 구 사림에 속한 훈구와 신 사림의 이들 뿐이겠지.”


“크흠. 암만 이 나라에서 재곡의 힘이 갈수록 커진다 어쩌고 하지만, 이거 커져도 너무 커지고 있어. 거기다 최근 들어 폐하께서 자꾸만 궁성을 비우시니, 이거 국상(여불위, 풍방)을 필두로 한 가문의 어린 것들이 너무 설치는 것 아닌가?”


그 와중에 변혁과 방임만을 고집하는 진나라의 내부사정 또한 급변하는 사회상과 맞물린 변곡점을 낳았다.


유림이 몰락한 자리에서 탄생한 사림이라는 거대한 학종이자 사족들을 품었던 세력을 지칭하는 단어 속에 새롭게 탄생한 소집단이자 공신들을 바탕으로 한 이들인 훈구가 그 모습을 드러낸 것도 잠시, 이내 그러한 훈구파의 반하기라도 하듯 공신들에게 소외된 이들을 주축으로, 기득권과 탐욕을 가질 수 없는 입지를 지닌 이들이 기존의 유림에서 넘어온 사림의 가치를 다시금 수호하여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비롯한 이념과 사상을 계승하고 이로 하여금 이 나라의 정신을 지키자며 탄생한 것이 바로 기존의 사림(구 사림)이라는 모집단에서 다시금 그 이름을 차용하며 나타난 새로운 세력인 신 사림이 등장한 것이다.


“당장은 설쳐도 어쩔 수 없지. 저들이 아조의 부와 번영을 꽉 쥐고 있으니까. 허나 아직 권세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 와중에 우리 또한 기존의 교화의 가치를 내걸며 일대에 뿌리를 내리고 있네.”


“암, 사림은 사림다워야지. 우리야말로 구 사림의 명맥을, 그 이전의 유림의 맥을 계승한 이들이니 알량한 당대의 권세야 훈구놈들에게 맡겨두더라도, 만대의 가르침을 통한 후인들의 양성을 통해 우리는 저들의 세를 조금씩 갉아먹을 것이야.”


이들의 등장은 실로 훈구와 사림이 난립했던 조선 시대와 다를 바 없는 그림을 만들어냈는데, 의회라는 장치로 작동하는 사부회가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자마자, 앞서 맹자서원의 건립을 추진했던 갑훈의 예를 들어 실로 유가의 서원다운 서원의 건립을 추진한 것을 시작으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 노림수 또한 제법인 것으로, 자신들의 가르침으로 얼룩진, 그에 따른 세뇌된 후인들을 지속적으로 양성하려는 나름의 안배인 것이었다.


이는 먼 훗날에 소위 특정한 사상을 주입시킨 교육자들의 콜레기아를 떠올리게 하니 집단화된 세력 간의 경쟁 속 그 본연의 목적이 상실된 오염되고 비틀린 이들의 등장을 알리는 계기이기도 했다.


당장에 가진 게 부족하고 물질보단 정신론에 치중되다 보니 교화와 민생을 비롯한 기득권의 견제를 가치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던 이들은 당장에 그 자본력으로 경쟁조차 되지 않을 장안과 삼보 일대를 비롯한 수도권을 벗어나 이제 막 개발이 시작되는 외지, 한적한 시골 등을 우선적으로 공략하였으며, 그 와중에 얼추 인구와 물산이 잘 갖춰져 있으되 토호를 비롯한 상공인들이 터를 잡지 않거나 사족들이 여럿 모여있는 터전을 골라 그곳에 자신들의 기반이 될 서원을 짓고 지방색을 띠는 향림이자 삼림의 세를 규합하니, 이는 마치 교세 확장의 일환을 위해 각지로 뻗어나가는 개척교회와 식민지 수도원과 같은 모습을 띠고 있어 종교 세력과도 같은 느낌을 주기도 했다.


아닌 말로 유학이기 이전에 유교라, 신앙과 학문이 한데 뒤엉켜 존립하니 이 또한 중세도 모자라 근세와 제국주의까지 관통했던 기독교와도 얼추 닮아있지 않은가?


“그래도 아직은 부족하네.”


“그래서 하는 말 아닌가? 쥐새끼마냥 야금야금 사부회를 중심으로 제 세력을 넓히는 저 상공인들을 봐! 그것도 진 국상의 돈줄이나 다름이 없는 저놈들이 이제는 기어코 그 아래 속한 한 무리의 영향력을 확보한 지파가 되었지. 이게 뭘 뜻하겠나?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거야! 이 사부회에서 더 많은 수의 죽편을 확보할 것이란 말이네! 이러한 난국에 지금 우리 폐하께선 어디에 계시는가? 저 서토에 계시지! 지금 이 나라의 정사가, 그 막중한 권력의 추가 조금씩 저쪽으로 기울어지고 있는 이 판국에, 대저 그놈의 교역로가 뭐라고 그리 신경을 쓰시느냔 말이야!”


그러나 그러한 이들조차 당장에 폭등하듯 치솟는 번영의 가치를 대변하는 재곡의 힘을 이겨내긴 힘들었다.


실상 말이 재곡이지, 부족한 식량 대비 흘러넘치는 돈의 물결에 요동치는 정국은 실제로 작금의 진나라에 기존에 존재치 않았던, 어쩌면 먼 훗날 등장해야 더 바람직한 부르주아 계층의 등장에 확고한 바람을 집어넣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러한 자본의 대두와 그에 따른 후원, 뇌물을 비롯한 자본의 정치에 맥을 못 추는 사림의 이들은 되려, 일찍이 그 사림에 해당하는 유림을 한나라와 함께 박살냈던 포홍에게 기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암만 약해진 왕권이라고 한들, 당장에 이 진나라에 제일가는 권력이자 이를 뒷받침 하는 것은 부정할 것 없는 무력이었다.


힘 없는 자가 가진 게 많으면 이는 곧 죄인 것이요, 그렇기에 난세를 넘어서 전국으로 통용되는 이 시기에 이 나라에서 유일무이하게 완전한 군권을 쥐고 있는 절대적 존재가 바로 포홍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되려 그것이 족쇄가 된 모양인지 어느덧 공식적인 기구로 발족한 사부회를 점점 키워주던 포홍은 은연중에 치정(治定)을 비롯한 나랏일을 기존의 조당과 사부회와 같은 기관들에게 넘겨주며 새로운 변혁의 시대를 맞이한 진나라의 국방을 비롯한 외적인 업무에 과도하게 편중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거야 이미 대진국의 부가 천하를 넘어섰으니까. 관동에서 얻어온 인구의 안착이 또다른 번영과 인근의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네. 저 먼 서역의 끝자락까지 아조의 번영이 알려졌으니 자연스레 파리가 꼬이는 게지.”


“파리는 무슨, 그게 어디 그저 그런 말파리들인가? 사람, 가축, 재물, 식량 오만 가지 다 물어 뜯어야 직성이 풀리는 탐귀요, 광야와 초원을 질주하는 마귀들이지.”


“그야,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왔으니까. 하물며 여름에 접어든 작금이야 더할 나위 없겠지.”


짐을 싣고 다닐 가축들이 배를 채울 풀과 수목이 자리한 들판이 얼어붙고, 상행을 하는 이들이 목을 축일 시내와 강이 얼어붙다 못해 험난한 산맥들이 얽힌 비좁은 산길 위로 쌓이는 눈과 얼음 때문에 불가하던 교역이 따사로운 봄 햇살과 함께 불어오는 훈풍의 계절이 되고서야 다시금 가능해진 것이다.


그렇게 굶주림에 산비탈에 숨어있다 가축들을 공격하는 맹수들도 사라졌고, 애초에 그 눈조차 뜨지도 못한 채, 살갗을 찢어버리는 추위를 선사하는 칼바람도 사라졌다.


허나 찾아든 새해와 더불어 포근한 계절이 찾아와 차갑고 매서우며 날카로웠던 이전의 장애물들을 모조리 녹아내려 시작된 교역이 다시금 위기를 맞이하였으니, 오고 가는 번영의 냄새를 맡은 승냥이 떼와 같은 이들이 량주와 돈황을 비롯한 진나라의 서북방 변경 일대에 하나둘 그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황이 심각해졌다.


“지금도 생생해. 폐하께서 참관하던 사부회의 자리에 찾아든 피투성이 전령 덕에 그 분위기가 삽시간에 변했지. 의석을 배정받은 이들이 우르르 자리에서 밀려났고 그 자리에 기존에 조당에 있어야 할 관료들이 부름을 받고 앉아 비단길을 위협하는 정체 모를 이들에 대한 대처와 그에 따른 외침의 우려를 그에 속한 모두가 논했다.”


“그땐, 당장에 자리를 빼앗기고 쫓겨났다는 사실조차 인지가 되지 않았었지?”


“암, 위급한 정국 속에서 국가의 행보를 결정하는 폐하와 조당의 이들을 보며 전율이 돋아났지. 그 자리에서 이를 목도한 모두가 그러했을 게야, 두려움과 동경, 주체할 수 없는 떨림과 공포를 비롯한 기대와 흥분이 얼룩진 꿈을 꾸었지. 그리고 그날 폐하께선 우리에게 미래를 보여주셨어. 이 나라의 조당에 속한 관료들이 모조리 제 벼슬이 적힌 명패를 들었다. 폐하의 친정과 저들의 약탈과 침략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 전쟁의 참전 여부에 찬동하며 우리들이 내던진 죽편과는 비교도 아니 될 절도 있는 동작을 보여주었지. 그리 만장 일체로 통과하는 표결과 그에 따른 의회의 결정은 이내 폐하를 향한 절대적 충정이 되었고, 그에 일어선 모두가 폐하의 퇴장과 더불어 썰물같이 사라졌다.”


“자네는 그 모습이 두렵지 않았나?”


“실로 아름다웠지, 제국이 될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이었네. 그 순간만큼은 저 서역에서 넘어와 콜레기아 어쩌고를 운운했던 저 코쟁이 석공놈들마저도 입을 꽉 다무는 순간이었지. 로마가 부럽지 않았네, 로마를 넘어선 로마였지. 대진국을 넘어선 대진국, 그게 아조가 내보일 길이었어.”


“것 참, 나는 공의회를 수시로 접한 이들보다 더 간결한 명패로 표결을 결정하는 방식에 집중했네만, 자네는 만장일치 그 하나에 몰입했나 보군.”


“왜 이상한가?”


“폐하께선 우리에게 공민의 자유와 공화를 선사해주셨음이야. 저 서역의 이들도 어설프게나마 행하는 것을 가져와 더 나은 것을 만들어보기 위함이라 되려 우리를 독려하고 기회를 주신 게지. 허나 그때의 그 모습은 이전의 절대적 권한을 지닌 조당의 그것과 같지 아니한가?”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이는 조국과 국민을 위한 뜨거운 결단이자 이상에 입각한 합리적 판단이야! 그 신료들 하나하나가 자발적으로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여 이에 찬동했다! 제 손을 들어 동의를 표하고 직접 그 의지를 발현시켰음이야!”


“자네.......”


“그날 우리는 우리의 미래를 보았네, 언젠가 우리도 우리의 가르침에 교화된 이들을 이끌어 그와 같은 기적을 낳을 수 있다면, 우리와 같은 관료 직군들 뿐 아니라 위로는 이 나라를 다스리는 임금과 뜻을 같이하며 아래로는 우리의 기반이 되는 민중과도 그 뜻을 함께할 수 있겠지! 일체가 되는 것이야! 모두가 하나되어 기적을 행하는 것이야! 그때가 되면 작금의 30만을 운운하는 계한이 대수겠는가? 50만, 100만, 이를 넘어선 이 나라에 속한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총력을 다해.......”


그러한 와중에 별종에 가까울 이들도 탄생했다.


“그만, 그만. 알겠네. 흉노를 비롯해 저 북방에 자리한 선비 연합 등의 동태에 신경을 쓰시는 폐하께서도 언젠가 이러한 자네의 충성심을 알아주시겠지.”


다그닥- 다그닥-


- 전령이다! 길을 비켜라!


“뭐, 당장은 이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겠지만.”


물론, 그러한 별종을 인식함에, 당장에 문제를 우선시하여 그것이 만들어낼 여파를 등한시하는 이들도 있었고 말이다.


“그 당장을 해결하기 위한 여름 또한 이대로 흐르겠지.”


“예서 더 어려워질까?”


“아마도?”


“어째서?”


“천하에서 이 비단길을 다스리고 관장하는 것은 오직 아조 뿐이니까.”


그렇게 그칠 줄 모르는 파발과 전령들에 의해 전해진 소식들은 하나같이 참담하기 그지없었고, 그 중에선 따로 상단에 속한 경비 병력까지 두고 있는 대형 상인들마저도 저 얼어붙은 북방에서 내려온 정체 모를 “훈(huns)”의 이들에게 가져온 교역물을 모조리 빼앗겼다는 보고도 있었다.


거기다 그 출신과 생김새도 불분명한 것이 사람마다 다들 그 출신과 명명이 다른 이들에게 당했다 증언을 해온 것이 문제였다.


그리 지목당한 이들만 해도 백훈(white huns), 엽달(嚈噠), 읍달, 활(滑), 흉노도 모자라 선비, 달단 지파 등 다채로운 생김새와 다채로운 분포도를 지닌 이들에게 당했다고 하는데 이쯤 되면 도리어 되살아난 비단길이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일대에 모든 유목 민족들을 자극하고 있다는 뜻이 되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포홍은 계한과의 충돌에 대비한 병력을 제한 나머지를 다시금 그들의 고향이나 다름이 없는 초원으로 불러들였고 이를 통해 량주를 비롯한 서쪽 일대의 방비를 강화하였으나 이에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에서는 그를 비롯해 그를 따르는 군사들을 쉬이 볼 수 없게 되었다.


그렇게 그의 존재감과 영향력은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를 포함한 진나라 동부에서 또다시 흐릿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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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2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0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4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4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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