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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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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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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25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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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20쪽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DUMMY

“제자가 스승에게 다름을 이야기하고자 하는구나. 대담이자 논쟁이라도 하고픈 것이야?”


“본디 그럴 의도는 아니었습니다만, 스승께서 원하신다면 그리라도 할 것이옵니다.”


탁- 드르륵-


서로를 향한 물러섬이 없는 것이 앞에 놓인 잔조차 치워내야 할 정도로 그 분위기가 묘했다.


“너는 공손추가 아니다, 제자야.”


“그러는 스승님 또한 맹자는 아니 되십니다.”


생전 처음으로 반하는 모습을 보이는 제자를 마주한 스승이나, 생전 처음으로 그 스승에게 반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제자나 기존에 이것저것을 묻고 답하던 이전의 시절의 화평스러움과는 사뭇 다른 날이 선 대립의 구도를 띄고 있었으니, 그에 빗댄 스승과 제자의 관계 또 그에 얽힌 학문까지 통틀어 이야기의 화두요, 주제로 자리매김한 것은 다름이 아닌 맹자였다.


“맹자를 말하였으니 이 또한 잘 된 일이로다. 무너진 유가의 가치 속에 찾아낸 보옥이요, 공자의 이상이라는 한계가 무너진 잔해 속에 건진 현실의 가치를 품은 맹자는 실로 그 가치가 드높으며 작금의 세상에서 사라지면 안 될 이치를 담고 있지. 그렇기에 내 낙양에서 그런 맹위병들의 대변자가 된 것도, 진나라 내에 그 유학이 사라지지 않도록 노력한 일도, 작금에 이르러 상업은 민본의 가치를 대변할 수 없고, 민의에 기반한 통치를 이룩할 수 없으며 국본은 상업이 아닌 농업이어야 한다는 것도 다 이에 기반한 이야기라, 실로 맹자는 사람의 본성에 입각한 세상의 이치를 꿰뚫어 본 달관자(達觀者)였다.”


“이를 부정할 이가 누가 있겠습니까? 거기에 그에 대한 평을 얹자면 그는 기존의 이상과 학문에 치중되지 않은 현실적인 측면에 부합하는 문제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과 실천을 강조한 인물입니다. 그렇기에 공자의 대동 사회라는 이상사회를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았고 도리어 그러한 이상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방안, 춘추전국의 그릇된 세상을 바로 잡기 위한 방도를 제시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왕도정치요, 민본이자 인의예지 등이 속한 인간의 도덕성이며 그에 기댄 성선설이라, 이를 모를 이가 누가 있겠사옵니까?”


“훌륭하구나, 헌데도 알면서도 넘어지는 것은 필경 파고들 빈틈이 있겠다는 것이렸다?”


“애초에 군주 한 사람의 이익으로 환치되는 수십, 수백만의 희생의 결과가 춘추에서 전국이라는 것이 실패한 정책이자 통치임을 말함이다, 고로 이러한 흐름 자체가 잘못되었으며 모든 것이 왕에게 귀결되며 가장 높은 곳을 향해 모이고 그 뜻을 받들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되려 그 바탕이자 밑바닥이며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희생이 되는 백성을 향해야 한다. 고로 군주는 가볍고 백성은 무거우니, 그 백성들이 모인 무게가 군주 한 사람의 무게와 비교할 수 없이 무거워 세상의 추가 기운다. 고로 그 백성이 떠나간 나라는 그 무게추가 쏠린 배마냥 뒤집히는 것이며 이를 알고 있는 백성은 임금 나라 더 나아가 세상이라는 배를 뒤집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뭐 이것저것 첨언이 붇긴 했다만, 그래. 그것이 무에 그리 틀렸더냐?”


“배에는 선장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있지.”


“허면 그 선장이 없이 운행이 가능합니까, 불가능합니까?”


“가능은 하겠지......”


의외로 첫 시작은 부간의 선공에 의해서였다.


“반대로 불가능할 수도 있을 게고, 그 와중에 표류할 수도, 침몰할 수도, 그대로 조난을 당할 수도 있겠지요? 거기에 마냥 갈아탈 배도 없이 제가 탄 세상 뒤집는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이 되는 것은 또 아니겠지요?”


“제법이구나. 허나 모두를 태운 천하라는 배 속에 새롭게 우리를 이끌 선장의 존재가 없을 리가 없다.”


“그 자질을 갖춘 이가 매양 선장이 되는 것 또한 아니지요. 아닌 말로, 암군의 존재는 그 예시가 아닙니까?”


“그렇기에 맹자가 더더욱 측은지심을 강조한 것 아니냐? 설령 그 군주의 자질에 오른 이가 암군이라 할지라도 백성을 측은히 여기는 마음이 있고 그에 따른 보살핌만 있노라면 이는 절로 치세를 향한 밑거름이요, 바탕이 된다 하지 않더냐?”


그러나 맹자의 가르침을 이어받은 이답게 갑훈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았다.


애초에 맹자는 좋은 정치는 쉽고 단순하며 분명한 것이라 연민, 공감, 백성을 향한 동질감에 따른 여민동락을 이야기했으니 여기서 중한 것은 연민이요, 이는 백성들이 겪는 고통과 연결 짓는 공감이라 하였고, 그러함 감정의 동요와 전이에 따른 공감론을 통해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에 연민을 느끼는 것이 좋은 정치의 바탕이자 근간이 된다 설파하며 백성과 함께 즐거워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이 통치자의 모범이라 할 수 있는 여민동락의 자세라며 이를 실행하는 것이 선정이라 이야기했는데, 어차피 서로 맹자에 대해 알만큼 알고 있으니 이를 축약해 곧바로 반격을 가한 것이다.


“그 측은지심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것이 난세요, 그에 따른 침략이자 침공이며 전쟁임은 알고 계십니까? 내실만을 기한 나라의 몰락을, 예법과 통치를 바탕으로 백성만을 챙긴다는 명분만을 내세운 채, 국방과 세수를 비롯한 국본의 바탕이 될 것들은 소홀히 한 이들의 몰락은 노나라를 비롯한 춘추전국의 이름난 소국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는 것 아닙니까? 특히나 노나라의 경우 학문과 문화는 융성하고, 사상과 이념은 천하를 뒤덮었으나 세도가의 횡포를 비롯한 시군, 정변 등의 혼란이 많았고 그에 따른 풍파 또한 상상을 초월하였지요. 겉으로만 오만 예법과 치장을 더하였지 그 실상 특색 없는 정치와 실상 어디 가서 내놓기도 부끄러운 군사력은 이미 낯부끄러운 수준이었으으며, 그 이상은 드높았지만 그에 따라주지 않는 현실이 이를 더 비참하게 만들었고 말입니다. 오죽하면 후대에 위선적이라는 비난이 더해졌고, 사마천이 이를 두고 겉으로 보이는 예는 그대로이나 벌어진 일들은 반대라 이를 꼬집었겠습니까?”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맹자의 가르침을 이은 갑훈의 가르침을 받은 부간이었기에 되려 그 빈틈을 파고든 반격을 곧바로 가할 수 있었다.


거기다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과 지금까지 흘러온 역사의 선례를 거울 삼아 이를 돌려 깔 수 있는 것은 작금의 유학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위선으로 얼룩진 한조의 몰락, 특히나 그 가르침에 입각해 민본을 우선시하고 예법을 중시했던 나라조차 해결하지 못했던 이상과 현실이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모순이 더해진 그 한조보다 앞선 선례가 아주 극명하게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내실만 기하고 백성들만을 불쌍히 여긴답시고 그들에게 많은 것을 내어주고 그들의 편의만을 봐준다면 국가의 존립이 위태로워지며 그 국가가 피워낸 가치를 품고 자라난 백성들의 존립조차 위협하게 됩니다. 아무리 좋은 가르침을 세상에 퍼트리고 이를 실천하는 국가라 한들, 그 백성만이 우선이라 민본만을 주장하며 온 세상의 백성을 위해 노력한다 한들, 정작 국가의 존립을 도외시하여 그 나라가 위태롭고 흔들리며 무너지게 되면 결국 그 나라에 피워낸 가치를 품고 자란 백성들의 정체성 또한 흔들리고 무너지는 것이요, 그들이 이룩한 이념과 사상을 비롯한 문화 또한 다른 나라에 흡수되고 그들을 위한 것으로 쓰이게 될 뿐, 정작 이 모든 것을 남긴 자신들에 대한 존립과 존중은 보장받을 수 없는 것이며, 그 실패와 패망의 요인을 그간 자신들에게 끊임없이 강요하고 세뇌하던 알량한 선의와 정의를 비롯한 예법과 민본에서 찾게 될 것이니, 이를 바라본 주변의 수많은 국가들 또한 더더욱 어줍지 않은 선정과 바른 정치를 경계하며 도리어 이를 꺼려 그 누구도 맹자가 주장했던 왕도정치를 행하지 않게 되겠지요.”


“꼭 포홍 놈이 지껄이던 말과 같은 말을 하는구나.”


“그 알량한 선의가 세상을 망친다.”


“그래, 그 말. 끝내 인간은 선하지 않으며 욕구와 본성이 우선시 되는 성무선악을 주장하는 것 같은 그 말. 그래서, 어쩌면 그래서 내가 그간의 놈을 싫어하고 거부했었는지도 모르지. 애초에 불가능이라 그에 대한 노력마저 무의미한 것으로 모조리 치부했으니까.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맹자의 그것과는 다른 이상을 꿈꾸며 그에 대한 노력을 보이는 놈의 모습을 보고 나니, 나도 놈이 지향하는 알량한 포장 한번 벗겨야겠다는 생각이 든 게지. 그 입으로 성선을 논하지 않으면서 딴에 이상을 향해 가까워지려고 하니 이 또한 실로 모순적이지 않느냔 말이야?”


“설마........., 사부회 또한 그와 같은 알량한 선의로 치부하시는 것은.......”


“왜 아니겠더냐? 아닌 말로, 놈이 말하는 좋은 세상을 향한 노력은 뭐 이상에 가깝고 그 이상을 향한 한 걸음이 아니더냐? 허면 자연스레 그에 뒤따라오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도 알아야지.”


그렇게 부간은 거진 처음으로 자신의 논리를 내세워 스승을 압박하는데 성공하였으나 반대로 그 스승인 갑훈이 그와 같은 논리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공고히 하는 것은 막아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한들, 어찌 그에 대해 할 말이 없으랴?


고작해야 하나의 논리를 못쓰게 되었다 하여 예서 포기할 정도로 부간은 무르지 않았다.


“애초에 그 부작용이라는 것 또한 그저 먼 미래에 대한 우려가 아닙니까! 굳이 이를 가져와 지금부터 문제를 삼아야 합니까? 아닌 말로 맹자 또한 모두의 존립을 위하여, 민본을 위하여 항산을 주장했습니다! 항산이 뭡니까? 항산이란, 업을 통해 삶이 영위 가능한 기본 소득이자, 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재산이다! 고로 백성은 굶주리지 않아야 하며 가난하지 않아야 하고 일가를 책임질 수 있는 업과 가산이 있어야 한다! 또한 내가 가진 것이 있어야, 내가 굶주리지 않아야 남도 도울 수 있는 것이다! 당장에 내가 굶주린 상황에서 어찌 남에게 내 것을 양보할 수 있단 말인가? 당장에 내가 죽어가는 마당에 내 한 몸 살리기도 벅찬데 남을 살리겠다 나선단 말인가! 이를 위한 항산이고, 이를 위한 항심이다! 무항산무항심! 그렇기에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게 만드는 게 선정이고 이것이 좋은 정치이며 민본이고 왕도다! 애초에 그 왕도를 작금에 그 누구보다 잘 실천하고 계신 분이 사형이시고, 그 결과가 가장 돋보이는 국가가 바로 아조인 진입니다! 백성들이 잘 먹고 잘 살아야 그다음도 있는 게지요! 당장에 가난한 이들보다 부유한 이들에게 그 부가 편중된다고 한들, 애초에 모두가 가난하고 생업이 없어 길바닥에 나앉으며 굶어 죽는 세상보다는 낫지요! 모두가 부유해지는 과정에 이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노력과 정책이 무에 그리 문제가 됩니까? 그 항산을 넘어서 모두에게 기회와 자격이 주어지는 것이 무에 그리 나쁩니까!”


“그 찰나의 황금 같은 시간이 얼마나 길어질 것 같으냐? 그리 따지면 새로운 희망을 품고 들고 일어선 그 모든 나라들 또한 크고 작은 영광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그들 모두에게 균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것조차 거부하시는 겝니까?”


“인세엔 사람이 모이는 법이고 창고엔 재곡끼리 모이는 법이야 서각(書閣)엔 죽간과 서적을 비롯한 지필묵끼리 모이는 법이고 오물통에 오만 냄새나는 것들이 모이는 것이 그 이치. 세상을 향한 구분의 이면에는 별도의 결집을 불러일으키는 문제가 있다.”


“해서 상업을 그리 부정적으로 보시는 겁니까? 장사치가 정사를 돌보면 아니 되는 것입니까?”


“법가와 유가의 전철이 앞선 진, 한의 선례를 살핀다면 이는 너무한 처사라 할 수 있으나 그 이전으로 전국의 세기를 돌이켜 보았을 때, 장사치들이 집권한 나라는 과연 어떠하였더냐?”


“그건........!”


생각해보면 작금의 포홍이 일으킨 재생의 치, 그리고 그 속에 담긴 진나라의 모습은 아주 익숙하다.


그러나 전국의 이후 천하를 일통한 진나라, 그 이후 그 천하를 훔친 한나라의 세월을 거치다 보니 마치 이러한 모습이 생전 처음 겪게 되는 일이자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시대상이자 미래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올바른 통치에 따른 결과물이라 여겨지곤 한다.


허나 이는 아주 많은 이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으로, 전국의 시대가 으레 이와 비슷하였음을 생각한다면 이는 실로 순진무구한 착각이자 끝 모를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는 당대의 문제를 다시금 이 시대에 이식시키는 문제에 당면하게 된다.


그리고 바로 여기서 갑훈이 전국의 시대와 작금의 포홍이 일으킨 진나라의 사회상(재생의 치)가 비슷하다고 비꼰 것이 바로 ‘장사치들이 집권한 나라’였다.


“정치조차도 그리 사고 파는 게야. 값을 메기고 셈을 치르는 게야. 주고 받는 것이 되어버린다. 만인을 위한, 민본을 위한 나랏일이 단 한 사람의 득세와 잇속을 위한 저급한 거래의 장으로, 저잣거리의 흥정과 다를 바 없는 것으로 몰락하는 게야. 충신이 떨어져 나가고 간신이 자리하게 되며 그 모든 결정에 공익와 대의가 아닌 사익과 사리가 우선함에 나라에 비극이 생기고 백성들의 삶이 피폐해지며 나라가 휘청이고 위태로워진다. 전국의 세기에 국가를 넘어선 이들끼리의 야합이 어찌 하였더냐? 왕후의 재산에 필적할 대상인들과 수공업자들이 정치라는 판에 뛰어들어 어찌 암약했더냐? 나라의 기밀을 팔고 실정을 건네주며 제 잇속을 위해 빈한한 사대부들을 타락시켜 제 연줄이자 방패막이로 삼았다. 제 권력의 뒷배를 위한 장기짝이자 바둑돌로 조당에 사람을 심었고 그 나라의 동량이 될 뛰어난 인재를 웃돈을 주고 사오거나 추방시키도록 만들어 그 나라의 기반을 앗아가 버렸다. 허면 어디 여기서 그칠 이야기더냐? 그 나라와 임금도 뒤바꿔버린 것도 모자라 권력을 쥐고 세상을 가지려고 했던 여불위의 사례는 어떠하고? 그토록 우리가 욕하는 한조의 멸망을 부추긴 하 황후의 아들인 효령황제(영제)는 어떠하였고? 저자에서 자라난 장사치 집안의 핏불이 만들어낸 상인 황제가 그 나라의 모든 것을 결정지을 관업을 두고 매관매직을 벌였던 일은 기억도 못하는 게야?”


그리고 바로 여기서 부간 또한 어찌 갑훈이 그리 제 청명을 더럽히면서까지 편을 들어주고자 했던 아끼는 제자인 포홍의 정책에 발작을 일으키듯 반발을 하는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지금 스승님께선 사부회를 통한 관료의 임관보다 이를 통과시키기 위해 들었던 예시에 더더욱 민감히 반응하시는 게로군요. 애초에 전국의 시대상이 무슨 문제를 담고 있었는지 거기에 사형께서 직접 기존의 향거리선제를 비판하기 위한 선례요, 가히 그 선례로 담아서는 안 될 옳지 않은 선례인 효령황제의 매관매직을 옹호했으니, 이것이 자칫 사림의 몰락과 더불어 더한 문제를 야기시킬까 봐. 실로 배우고 갈고 닦아 귀한 가르침을 그 진전을 계승한 이들이 사라진 채, 오직 돈 만을, 잇속만을 좇을 이들이 그 시대의 지배층으로 자리할 시대상을 거부하고자 하시는 거니까.”


실상 앞서 벌어진 갈등의 연장선이기에 똑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은 것 같으나 그럼에도 그에 속한 깊이를 말함에 그 심도는 더더욱 짙어지고 있었다.


“놈은 재곡의 위험성을 몰라. 일개 장사치가 왕후와 그 격이 같아지면서 벌어진 세상의 문제를, 여불위라는 존재를 가장 가까이에 두고 있으면서도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내 어찌 우려스럽지 않음이야? 그 이상을 향한 한 걸음에 당장에 부패한 관료들과 상인들이 대거 걸러진다는 현실을 확인하니 마냥 이게 옳은 줄로만 알지. 그 아래 암약하면서 자라난 부패한 싹의 줄기를 전혀 예상치 못하고 있어.”


“그렇기에 애초에 상공인들에게 정치적 기회가 돌아가는 사부회를 거부했던 것입니까? 부유한 이들에게 권력으로의 길을 가르쳐줄 연유가 없거늘, 도리어 귀해질 기회를 영속적으로 보장하는 제도를 시행하겠다 밀어붙인 셈이니, 이에 따른 가속화는 필경 사림의 몰락을 초래할까 봐? 그 발자취조차 더는 남지 않을까 전전긍긍하셨던 것이구요?”


“실상 부귀한 이들, 부한 이들, 귀한 이들 다를 바 없다 했지만, 그래. 실로 그렇다. 모든 것이 귀결된 그 끝자락은 아닌 듯 보여도 사림의 몰락이지.”


돈 많은 이들이 청문회를 비롯한 정치적 안건을 다루는 분야에 몸을 담근다는 것은, 부한 이들이 권세를 바탕으로 한 귀함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자, 귀한 이들이 마냥 권세에 만족하지 않고 부함까지 탐하게 된다는 뜻이고.


아닌 듯 보여도 이들의 합의를 통해 결국 부귀한 이들은 하나 된 무리를 형성할 것이며 이것이 굳어져 최악의 사회상으로 자리를 잡게 될 경우, 부덕한 장사치들의 정치와 무도한 권세가들의 정치가 혼재되는 개막장 시대의 서막을 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또한 달리 보면 그토록 포홍이 부르짖었던 이상과 현실이 혼재하는 아름다운 과도기에 포함된 시대상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에 그 끝자락에선 끊임없는 배움과 자기 수양을 비롯해 탐욕 그 자체를 본질로 삼지 않은 이들의 자리만이 남게 될 것이요, 애초에 그에 따른 배움과 수양조차 남지 않은 이들이 탐욕 그 하나만을 앞세운 정치만이 자리할 것이다.


“사족은 귀족과 같지 아니하며 호족과도 같지 아니한다.”


그렇기에 이는 사대부의 자존심을, 자신들의 근본을 나타내는 말이요. 스스로의 배움과 자격을 통해 그 자리를 계승한다는 뜻이었다.


그저 당연시 내려오는 혈통만이 모든 것을 당연히 내려주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부패할지언정 최소한의 넘지 않을 선이라는 것이 존재할 터이고 그렇기에 썩어 문드러진다 한들, 아무런 제약도 없이 탐욕만을 앞세운 이들 앞에 그 대척점으로 자리매김할 여지 또한 남아있는 것이다.


“인간다움이 사라져버린 세상 앞에 더는 사람만을, 사람의 선함만을, 옳음만을 논하지 않게 될 하늘 아래, 사람보다 못한 재곡(財穀)에 가치만을 쫓을 이들이 군림할 세상은 막아야 한다.”


“막는다고 막아질 일입니까?”


“그렇다고 포홍 놈이 허락했어야 할 세상은 아니었던 게지.”


뭐, 물론 이건 갑훈의 바램이자 이를 이해하는 부간의 수용이긴 하지만 이 너머 이어지는 중농주의, 민본, 국본 등의 가치와 이어지는 측면 또한 함께 존재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오직 농업만이 민의를 대변하며 그 마지막까지 민본과 국본을 지킬 수가 있다. 기어코 단언컨대 스스로 무언가를 틔워보고 그 결실을 맺을 때까지 그것을 어루만져 본 이들만이 그 수고로움을 알 것이요, 마치 부모가 자식을 기르듯 그에 따른 희생과 손해를 따지지 않을 노력의 세월을 깨달은 이들만이 가능한 바이다. 그 수고로움의 끝에 원치 않은 결과가 나와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만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사를 알 것이며, 그로 인한 결과를 손에 쥔 채 굶주림과 인내를 비롯한 고통의 시절을 보내고 그 앞에서도 오직 일신의 안위가 아닌 가족과 제 주변을 비롯한 긍휼한 이들의 삶을 챙기며 스스로의 것을 내려놓은 경험을 지닌 이들만이, 그에 따른 연민과 저를 비롯한 이들의 동질감 속에 서로를 챙기며 생존하는 법을 알고 있으니, 그 고행 끝에서 터진 풍년 앞에 모두가 행복한 생활을 여의는 것이 바로 여민동락의 자세요, 성선의 마음이자, 서로의 항산을 보호하고 위무하며 세상 모두가 공존하여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방도인 것이라. 고로 이것은 맹자의 이상이자 그가 실천하여 행한 모든 것이 현세의 드러날 결과물인즉, 내 어찌 중농을 중히 여기는지에 대한 설명이 될 터.”


정확히는 후대의 조선을 포함한 그 선례에 해당하는 유교 국가가 왜 중농주의를 고집했는가에 대한 반증이자 설명이 될 것이고 말이다.


작가의말

복귀했지만 당장 재미 없어도 자비를 ㅠ 맹자 빨리 짚고 넘어가야해......, 로마 당겨오고 빨리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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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30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20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6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5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6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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