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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성 님의 서재입니다.

삼국지 : 내가 죽어 소금에 절여지기까지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필성필성필
작품등록일 :
2020.05.11 16:04
최근연재일 :
2022.11.09 06:27
연재수 :
430 회
조회수 :
477,552
추천수 :
9,334
글자수 :
3,864,810

작성
22.06.06 19:14
조회
213
추천
3
글자
21쪽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DUMMY

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풍족했다.


그 모든 것이 진나라의 그것이자 로마의 그것이라기보다는 그와 별개로 기존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무언가에 가까웠다.


“이곳을 세우심에 많은 부분들이 참고가 되었지요. 저 남방의 천축과 달단 인근의 소국들 더 나아가면 과거 풍요로운 제국을 일궜던 바빌론과 알랙산더 대제의 발자취가 뒤엉킨 흔적들과 그 계승자들이 동원이 되었으니, 이곳 또한 실상 저 먼 서역 땅에서 건너온 유민들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게 바로 폐하께서 허락하신 내수사인가?”


“송구한 말씀입니다만, 이는 그저 평범한 규모를 지닌 일종의 독립성을 품고 있는 폴리스, 그러니까 진나라 내에 별개의 국가가 들어선 것은 금기이니 그 오해를 풀고자 하면 기존처럼 도시국가라......, 설명을 드릴 순 없겠군요. 음, 뭐라 해야 할까, 아! 이는 국가가 아닌 그보다 작은 형태인 도시 공동체에 가깝습니다.”


“도시공동체?”


“일전에 맹가서원을 청했던 이가 이곳을 다녀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의 그가 말하긴 맹자의 이상에 부합하는, 유교의 이상에 부합하는 이상적인 공동체를 찾았다며 경악을 금치 못했었는는데 어째 그 설명이 부족한 모양입니다.”


“설마? 이 나라의 왕사께서 다녀가셨는가!”


“그건 아니고, 그 제자분이라 하셔야 할 겁니다. 폐하를 사적으로 사형이라 불렀던 어찌 본다면 이 이상향과도 닮아있던, 이제는 마냥 어려서만은 아니 되나 여전히 어리신 이로 기억하고 있지요.”


“부간!”


관녕의 머릿속에 저만의 퍼즐이 맞춰지고 있었다.


필경 갑훈의 의중을 대변하는 부간까지 다녀갔다면, 일찍이 왕사의 자리를 내려놓고 맹자서원의 건립을 허락받았으며 작금의 변화된 변혁과 방임의 시대상에 일조했던 그라면 필경 그 연유와 곡절을 알 것이다.


파악-


“폐하를 뵈어야 하네!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수사는 물론이거니와, 낙원과 성역에 대한 것 모두! 알아야겠어!”


그렇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굴리엘모스의 옷깃을 붙잡은 관녕이 다급히 포홍에게로 안내를 청했다.


그러나 막상 그 옷깃을 잡힌 굴리엘모스는 정작 그 어떠한 미동도 없었다.


“이보게!”


“그 전에, 내가 일군 기적은 어떠한가?”


“이 믿지 못할 이질적인 동산 말인가? 그야 당연히 낙원이고 성역........!”


그 와중에 들려오는 목소리에 무의식적으로 대답이 나온 찰나, 그 순간의 자신의 귓전으로 스며든 무게감 있는 목소리와 어느덧 제 머리 위로 짙게 드리워지는 그림자에 그 정체를 알게 된 관녕은 다급히 예를 차렸다.


그러나 여전히 그 옆에 자리한 굴리엘모스은 여전히 이전과 같이 미동도 없이 굳어진 모습 그대로였다.


찰나의 정적 이후, 무언가의 이질감을 느낀 관녕이 고개를 들게 될 찰나,


“폐하께선 스스로 일구신 낙원에서까지 피를 보려 하심입니까?”


“북지 일대도 그렇고, 장액과 주천의 일대도 그러하고 뭐 손님들이 좀 많아야지. 얼어붙은 초원에 가축들 모조리 얼어 죽고 남은 시체 썩은 것도 오래가지 않을 봄날의 가뭄인데, 다들 먹고 살려면 풍요로운 냄새 찾고 내려오는 일들이 잦아졌어. 뭐 이 일대야 괜찮지만 자칫 도망치던 놈들이 은연중에 스며들어 위치라도 노출되면 골 아픈 문제가 생겨. 이곳도 아직 완성된 장소는 아니야. 허니, 뭐 어쩌겠나?”


이어지는 그 둘의 대화와 별개로 제 발치에 자리한 포홍의 군화에 핏기와 함께 말라붙은 꾸덕한 살점을 보게 된 관녕 또한 오고 가는 대화 속에 적어도 포홍이 량주에서 돌아오지 않은 이유가 마냥 무언가를 숨기기 위한 거짓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소신은 일찍이 폐하께 엘리시온의 평원, 엘리시움은 존재치 않는다 말씀드렸지요. 허나 오늘날에 이르러 이러한 낙원을 일구신 폐하의 권능이 거진 신에 부합되었음을, 그럼에도 전지전능하진 않은 존재임은 압니다.”


“이래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좋지, 허점 많은 신들의 인간과 같은 결함이 그 반신 놀음이 제법 교훈을 내려주니까. 그래도 저들 신이라고 받들어 모시고 제물도 바치면서 나름 인정은 하잖아?”


“무엇하다면 우상이라도 세워 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대저 그 상징을 무엇으로 정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소, 염소, 숫양, 이리, 호랑이 그도 아니면 사자 말씀만 하시면 종교가 될 겁니다. 폐하께선 인간이되 신이 깃든 현신과 같으니까요.”


“그 와중에 뱀이나 용은 왜 빼지?”


“폐하께서 물어 죽인 나라의 짐승, 폐하의 뜻과 의지에 의해 죽임을 당한 짐승이라 들었습니다. 백성들이 반발했다고도 하니 이 땅의 이들에게 악이 되는 짐승을 폐하의 상징물로 쓸 수 없겠다 싶었지요. 또한 우가라트의 이들이 남긴 바다 민족이 숭배하는 괴물인 거대한 뱀, 해룡 로탄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아무래도 그것이......”


“좋아, 뭐든. 허나 맹목적인 순종이니 종교니 할 필요는 없지. 애초에 그대조차 내게 온전한 복종을 하진 않으니까. 그건 그렇고 오랜만이라 해야 할까?”


그렇게 굴리엘모스와 대화를 마친 포홍의 기척이 자신을 향함을 알자 예를 마친 관녕이 고개를 들었다.


“폐하, 그간 강녕하셨.......,! 오, 옥체가........”


뚜욱- 뚝- 뚝- 쩌저직-


“아, 좀 징그럽긴 할 게야. 한데, 봄날의 가뭄이 짙어 인근에 씻을 곳이 없고 어지간한 물로 지워도 이 살점을 비롯한 찌꺼기가 쉬이 떨어져 나가진 않아서 말이야.”


그러나 마치 얼굴 근육이 뜯어지는 것과 같이 징그러운 안면 위로 굳어져 있던 살점이 메마른 반죽이자 낙엽마냥 그 얼굴 근육을 찡그릴 때마다 떨어지며 그 몸을 비틀 때마다 메마른 핏기가 갈라지며 소리를 내니 가히 잔혹한 전투의 참상이 그 전신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나마 얼굴은 붙어있는 살점 대비 그 핏기가 제법 닦아져 있는 것 같은데 어째 갑주와 의복은 아예 시뻘건 진흙밭을 구른 뒤 마른 것마낭 더럽혀져 있었다.


“그래도 요동에서 제법 적응했던지라 신은 괜찮사옵니다. 한데 이런 꼴을 하시고 이곳에 들어오시는 와중에 인근의 백성들이 동요하지 않았사옵니까?”


“글쎄, 한편으론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들 고마워하던데?”


“예?”


“애초에 이 땅에 사람이 세운 것들 중에 피땀 흘리지 않고 세운 것이 있기는 한가? 또한 설령 그것이 아주 당연한 것처럼 느껴져도 그 실상은 그리 당연한 것이 아님을, 오래도록 영속할 낙원과 같이 느껴져도 언젠가는 끝이 존재하는 인세의 그것과도 같음을 알아야지. 그런 고로 저들은 알아. 자신들을 받아준 주인이 누구인지, 이 땅에 이러한 기적을 일군 게 누구인지, 이 안에 아무런 조건도 뭣도 없이 정착하여 살게 해준 게 누구인지, 이리 목숨을 걸고 자신들을 보호해주는 이가 누구인지, 그렇기에 그에 대한 감사와 고마움을 가져야 할 이가 누구인지.”


“그 말씀은........”


“오는 길에 왠 어린아이 하나가 물에 젖은 수건을 들고 이 얼굴을 닦아주더라고.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야. 아이들, 어른들, 어쩌면 그 인상과 피부색을 비롯해 국가와 출신이 다른 부류의 이들이 하나같이들 말에서 내린 이들의 얼굴과 몸을 씻기는 것을 거들어주었다. 누구는 물을 나르고 누구는 적신 천을 건네고. 그래, 묘한 경험이지, 실로 이상한 일이야. 전쟁을 수행하는 종자들도 아니면서 어찌들 그리 어설프면서도 무엇 하나 해주려고들 하는지. 어떻게든 당연한 게 아님을 알고 제 고마움을 그리들 전하려 하는지.”


찰나의 감상에 잠긴 포홍은 조금 전의 상황을 회상하며 만족스러운 듯 눈을 감았다.


이에 그런 포홍을 복잡한 눈길로 바라보는 관녕의 표정 위에서도 알게 모를 씁쓸함이 돋아났다.


어쩌면 그에게 있어 이곳은 단순한 성역이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이다.


촤르르륵-


“푸흐. 좋구나, 좋아.”


“중원에선 쉬이 보기 힘든 풍습입니다, 빼앗는 자든 빼앗긴 자든 뭐든 당연한 것인 양, 마치 제가 맡아둔 것인 양, 무례하게 구는 이들이 많지요.”


그 와중에 도르래에 달린 물바가지로 물을 퍼 올려 제 머리 위로 쏟아부은 포홍을 마냥 지켜볼 순 없었기에 어떻게든 화두를 꺼내 들고자 관녕이 말을 붙였다.


“알지, 알아. 사람을 믿지 못하는 것도, 그만큼 당하고 살았으니 남 속이는 게 당연하단 것도, 그리 살아오면서 음흉해진 것도 다 안다고. 그래도 당하는 놈은 당하고, 그 와중에 저들만 뒷통수 치고 누리려 하니 기왕지사 모두에게 이를 허락하겠다는데, 그 속에서 깨이고 몸소 세상 살이 겪으면서 교훈들 좀 찾으라는데, 뭐들 그리 지지고 볶으면서 저들끼리 판을 벌리는지.”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의 소식을 전해드리고자 왔습니다만, 이미 보고는 받고 계신 모양입니다.”


이러한 그의 의중을 알아챈 모양인지 걱정하지 말라는 듯 핏기와 물기가 뒤엉킨 젖은 머리를 짜내는 와중에도 그의 우려를 덜어주는 이야기를 에둘러 표현하는 포홍이었다.


물론, 관녕의 입장에선 그간 전해지지 않은 나라 안의 정보가 새는 것이었으니 그 고개를 슬쩍 돌려 굴리엘모스를 의심하였으나 정작 그 뒤로 들려온 포홍의 답은 더더욱 경악스러웠다.


“틀렸어. 자네, 내가 벌인 이 판에 협조자가 몇이나 된다 생각하나?”


“예?”


“내가 자리한 이 땅에, 내가 나만을 위한 세상을 열었어. 내가 다스리는 세계야. 물론, 그 관리자는 나지만 그렇다고 내가 그 일거수일투족을 모조리 관찰할 수도 없고, 마냥 밖에서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도 없는 일인 것은 잘 알 테지?”


“그야, 당연히 그렇겠지요.”


“허면, 이제 말해봐.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뿐 아니라, 실상 그 너머의 계한을 비롯한 초원과 저 서역의 36국, 그 너머 천축과 달단을 비롯한 중앙아시아 일대까지 모조리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면서 일을 벌이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협조자가 필요하겠나?”


격식도 없이 수건으로 머리를 털고 있는 눈앞의 이 소탈한 모습과는 대비되는 광오한 표현이 기어코 그가 이 땅에 부정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왕임을 반증하고 있었다.


“애초에 장안을 비롯한 삼보 일대 따위 작은 조각에, 그것도 그 나라의 중앙에 고립된 작은 것에 불과하단 말씀이십니까?”


“역시, 이래서 그 이름값을 하는 이들이 좋다니까.”


“하오나 비단을 비롯한 중원의 물산은 매력적이고, 그 모든 것을 주무르는 이는 두말할 것 없는 상인입니다. 재곡의 힘이 커지고 서원은 그들의 잇속과 담합을 위한 장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가문의 어린 것들조차 제가 벌어들인 돈을 뿌려가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가문의 원로를 비롯한 어른과 선진들을 업신여지지요. 그러한 이들이 뭉쳐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고 그에 휩쓸린 이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채, 나풀거리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그 정점엔 이 나라 제일의 상인이자 죽은 자의 이름을 빌어 부활한 여불위가 있지요.”


“해서, 내 일찍이 한수가 저 계한과 손잡고 금력의 도강언을 완성시키기 직전부터 상인들을 경계하긴 했지. 본디 자본력이란 게, 기존의 권력과 질서를 비트는 역할을 하니까, 두말할 것 없이 새 시대의 패러다임이기는 해.”


“몇몇 어휘를 이해할 수 없사오나, 필경 재곡의 대두가 다음 세대의 권력이 될 것은 예견하고 계셨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리 재곡이 날뛰니 그에 밀린 다른 가치를 또한 어떻게든 자신들의 집권과 영향력의 확장을 위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저들만을 위한 세력을 만들며 날뛰기 시작하였습니다. 고로 예서 그 질문을 멈출 수가 없는 것은 대저 왜 이를 허락하셨냐는 겝니다. 뻔하디뻔한 계몽이니 각성이니 하는 의도야 그렇다 치고. 아니, 그래. 그 이유는 알 것도 같습니다.”


“이제와 자문자답인가?”


“그 머릿속에 끊임없이 쏟아져 나올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물음을 구해도 쉬이 답을 알려주지 않고 일을 밀어붙이심에 애초에 모든 것을 밝히시지 않으시니, 스스로 궁리하고 생각해볼 밖에요.”


“해서?”


“폐하는 성스러움을 거부하시는 분입니다. 이 땅에 자리한 모든 이들의 성역을 모조리 부수고 계신 분이시니까요. 혹자는 그런 폐하를 선구자라 부르나, 그보다 더 많은 이들이 그러한 폐하를 파천자라 부를 것이며 스스로 하늘을 지워내려 하니 하늘에 대한 대적자라 부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우려가 더더욱 커졌다. 정녕 병원의 말처럼 이 모든 요상한 짓거리를 알고도 시행했다는 것인데, 설사 그 의도가 좋던 말던 문제는 어찌 될지 모르는 그 끝이다.


그리고 그 속에서 그리 모든 것을 허락한 이들이 과연 종국에 자신들이 지니지 못한 저 왕의 자리를 끝내 탐하지 않을 것인가? 지금의 자신들을 있게 한, 자신들에게 이 모든 것을 허락한, 가장 고마운, 어쩌면 이전 시대의 신들조차 그에 비견될 절대자들조차 허락지 않았던 금기이자 특권이며 남들의 위에 설 수 있는 가치를 자신들에게 선사한 이라고 배신하여 그 뒷통수를 치고 등에 칼을 꽂지 않을 것인가는 애초에 포홍의 의중과는 별개의 문제다.


“하하하하! 누가 말했는지 몰라도 기가 막힌 표현이로구나. 그리고 그대는 과인을 인간의 관점에서 보고 있기에 그 우려를 남겼음을 알겠다.”


“폐하께서 신은 아니시지 않습니까?”


재미있는 것은 굴리엘모스는 포홍이 인간임을 알고 있음에도 신과 같은 존재로 인식을 한다는 점이고, 반대로 병원을 비롯한 관녕은 여전히 이를 그 연장선에 있되 인간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려고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이후 등장할 유일신 때문에 이러한 그리스 로마를 비롯한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등지의 신들조차 인간적이란 특징이 있기는 하나, 그럼에도 이들을 신으로 바라본다는 관점만큼은 확고한 것이었으니 필경 그 시점이 다른 이들 간의 차이 또한 확실한 것이었다.


“허면 현신은 어떻겠나? 그에 비견될 절대자요, 같은 인간이라 한들, 기존의 섭리를 벗어났는데.”


“마침 그에 대한 대우와 예우 또한 여쭈어보고자 하니 잘 되었군요. 병원이 부탁했습니다.”


“병원이?”


“예, 같은 인간으로서 대우해드릴지 아니면 인외의 대상이 될지 답을 주셨으면 하고 말이지요. 당시의 신은 이를 찬동하지 않았으나 작금에 이르러 돌이켜보건대 이상의 끝이 마냥 좋지 않듯, 폐하께서 무너트린 계급과 질서가 없는 평등한 세상 또한 마냥 그 최후가 아름답지만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 더 신경이 쓰입니다. 고로 정해주십시오. 별개의 존재요, 이치를 벗어난 존재로 대우를 해드려야 할지 아니면 스스로 다른 이들과 같은 평등한 이가 되실지.”


“재미있군, 실로 재미있네. 그 말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 내게 협조하겠다는 뜻일까? 아니면 내게 반기를 들겠다는 뜻일까?”


터업-


“..........!”


“묘한 기분일세, 마치 인간이 저 땅바닥 아래 자리한 개미가 자신을 향해 반기를 들려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은 오묘한 착각이야. 실로 신이 된 것만 같지, 저 구름 아래 뭣 모르는 아랫것들이 이제는 그 고개를 들고 하늘을 탐해 그 자리마저 가져가려 한다는 해석으로도 들리고.”


“요지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만, 병원의 뜻은 다를 겁니다.”


물론, 이제와 그러한 행보를 거닐고 있는 포홍의 행보에 상당한 혼선을 느끼고 있는 이들은 그 의중을 밝히지 않은 것에 대한 의중을 밝혀줄 것을 청했고 그 와중에 진정 신놀음에 취한 듯 보이는 포홍은 실로 오만하면서도 장난기 어린 얼굴로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이를 즐기고 있었다.


“다르다?”


“소신도 병원도 모두 폐하께서 받아주신 폐하의 사람입니다. 특히나 소신은 주구장창 그 무례를 지적하였음에도 병원은 그에 대한 의문을 지속적으로 품고 그 끝이 좋지 않음을 예견했지요. 고로 언젠가 저들에게 허락한 자유와 공화라는 무기가 되려 이를 허락한 폐하를 향한 칼끝이 될 수 있으며, 평등을 비롯한 성역의 붕괴가 끝내 폐하라는 짐승을 하늘 위로 날지 못하도록 이 땅의 이들이 폐하를 향해 내던지는 쇠그물이 될 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고로 폐하께서 의중만 정해주신다면, 병원은 그에 맞게 움직일 것입니다. 폐하게서 인간으로 남고자 하신다면 저들이 폐하의 대권에 도전하는 것을 내버려 둔 채 현 정국을 이대로 방치할 것이고, 반대로 폐하께서 규격 외의 존재로 마치 천자와 같은 무치의 존재로 남고자 하신다면, 사력을 다해 폐하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들을 모조리 지워버릴 것입니다.”


“허어, 스스로 종을 자처하는 이들의 광기는 이래서 무섭구만. 그래도, 제 주인의 뜻을 멋대로 곡해하고 저지르지 않으니 거짓된 충성은 아니고.”


“폐하.”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아들이, 하늘의 목소리를 들은 선지가가, 하늘의 이치를 깨달은 선각자가 이 땅에 자리한 아랫것들에게 그물을 던져 끌어올리는 것은 이내 곧 선택받은 이들에게 내려지는 구원이요, 그 그물을 제 것으로 만든 이들이 이치와 진리를 깨달아 신이라 부르는 대상과 그의 대리자나 다름이 없는 이들의 날갯짓을, 승천을 방해하기 위해 그물을 내던지고 붙들어 묶어놓는 것은 평생에 걸쳐 씻을 수 없는 대죄를 짓는 죄악이라.”


“그건......, 순리가 뒤집힌 역리 또한 그 대상이 뒤바뀌었을 뿐이옵니다. 보이지 않은 금기요, 인식의 구제가 풀리는 순간, 인간이 하늘을 죽이려들거나 그 하늘을 뒤바꾸려 드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지요. 신의 왕망이나, 황건의 난이나 작금의 폐하께서 집권하신 그 바탕이 되었던 동탁, 포홍의 난이다......., 그 끝에 저들 또한 스스로를 폐하와 동일시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래, 그러한 세상을, 선례를 만든 게 내 죄지. 무지와 금기라는 게, 저들에게 이를 판별할 지성을 허락했다는 게, 그 의문과 호기심이라는 게, 왜라는 그 한 마디가 기어코 선을 넘게 만들어.”


그리고 그 끝에서 돌아간 포홍의 고개는 이내 굴리엘모스를 향해 멈춰서게 되었다.


“프로메테우스의 불이 신의 세계를 지우고 인세를 일으켰나?”


“신의 세계가 지워지진 않았지요.”


“봤지?”


그리고 마치 원하던 답을 듣게 된 양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관녕을 보았는데, 정작 굴리엘모스는 그 뒤에 한 가지 주석을 더 달았다.


“천벌이 존재했기 때문에.”


“.........”


그리고 그 한 가지 주석의 포홍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얼굴로 굴리엘모스를 쳐다보았다.


“내수사를, 본궁을 찾아왔습니다. 의구심을 품었으나 그 본질은 폐하께 충성하는, 복종하고 순종하려는 사람입니다.”


“아, 참. 그랬지. 내 깜빡했구만.”


독수리에 의해 간이 쪼아 먹혔음을 알기에, 인간은 자신들을 위한 고결한 희생의 무엇인지를 알았지만, 반대로 독수리에 의해 간이 쪼아 먹힘을 알기에 그 신들에 두려움을 느끼는 인간이 신계를 범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녕 그것이 천벌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냥 고산지대에 묶어두고 몸에 상처를 내 인근에 흔하디흔한 독수리가 날아와 그 상처를 쪼는 것이야 인간도 할 수 있는 것이니까.


허나 예서 요지는 그것이 아니다. 추앙과 숭배를 비롯해 인간의 위에 선 자의 관념에서 그들이 자리한 세상이 침범받지 않으려면 적어도 그들이 그 아래 자리한 인간들에게 두려움과 공포를 선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애초에 자신들이 부흥시킨, 흥하게 만든 세상조차 언제든 뒤엎어 정리할 수 있을 정도의 힘과 권능을 갖추고 이에 따른 벌을 내릴 수 되어야 적어도 신을 자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폐하께선 주신이자 태고의 하늘에 반기를 든 신이며, 그 하늘을 직접 지워내고 그 자리에 오른 신이기도 합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힘이 없어 벌을 받았으나 작금의 이 땅 위에 자리한 하늘 위의 짐승을 물어죽인 이 마당에 폐하를 벌할 주신은 없지요. 고로 청하오니, 저들에게 신의 권능이 무엇인지를 목도하게 하소서. 주신마저 치워낸 힘이 그 불경함을 닮은 인간으로 하여금 신의 자리를 넘보는 삿된 행위이자 선례로 곡해할 여지가 있으니, 그것이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를 보여주소서. 신의 자비가 얼마나 갸륵한 것인지를 보여주소서.”


그렇기에 지금의 포홍은 우라노스의 양물을 베고 하늘에 오른 크로노스이기도 하며 반대로 인간에게 지성을 선물한 프로메테우스이기도 하니, 일개 신이 주신이 된 마당에 그와 같은 일이 그보다 못한 이들을 통해 벌어지면 과연 어떠한 일이 벌어질 것인가?


“그래, 좋아. 보여주지, 그 잘난 천벌이라는 거. 그 잘난 권능이라는 거, 인세를 굽어보는 신들이 사는 세상이라는 거.”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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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52 K.S
    작성일
    22.06.15 17:18
    No. 1

    사회를 안정시키는 최고의 수단은 신뢰가 아닌 공포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5 필성필성필
    작성일
    22.06.19 17:11
    No. 2

    결국 아닌 듯 보여도 힘의 질서가 사회 유지의 바탕이 되곤 하죠, 그것이 국제사회든 아니면 시민사회든 간에ㅠ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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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385화 – 관서 대공황의 전조와 제국의 위기(1) 22.06.22 177 5 20쪽
385 384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3) 22.06.19 180 3 23쪽
384 383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2) +4 22.06.17 184 5 23쪽
383 382화 – 이 땅에, 이 나라에 전쟁이 필요한 이유(1) +4 22.06.09 225 6 29쪽
382 381화 - 이것이 힘이고 곧 권능일지니 그가 무엇을 행하던 의심하지 말지어다 +2 22.06.07 208 5 18쪽
» 380화 – 그곳에 자리한 이는 신인가 인간인가 +2 22.06.06 214 3 21쪽
380 379화 – 파라다이스, 낙원 그리고 성역 22.06.05 203 5 20쪽
379 378화 – 되살아난 악몽에 대한 우려, 변혁과 방임의 부추김과 변화하는 시대를 두려워하는 이들 22.05.25 221 5 26쪽
378 377화 – 개혁의 여름, 서원과 사부회의 정국, 새롭게 등장한 사림의 이들을 비롯한 그 내외 +2 22.05.24 210 4 18쪽
377 376화 – 개혁의 봄, 그 모든 것의 바탕이 될 서원의 난립과 훈구파의 등장 22.05.13 238 3 20쪽
376 375화 – 콜레기아에서 클럽까지, 공화정 로마에서 혁명 프랑스까지 22.05.10 257 4 20쪽
375 374화 – 신과 인간을 아우르는 주사위 놀이 22.05.09 207 4 16쪽
374 373화 – 변혁과 방임의 다섯 번째 걸음은 시대와 세계를 앞으로 당기기 위해서다 +2 22.05.06 230 8 18쪽
373 372화 – 변혁과 방임의 네 번째 걸음은 대진국과 같아지기 위함이요, 대진국과 달라지기 위함이다 +2 22.05.04 227 4 22쪽
372 371화 - 변혁과 방임의 세 번째 걸음은 사람에 대한 실망과 상실을 부른다 +2 22.05.01 260 9 25쪽
371 370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2) +2 22.04.26 238 7 24쪽
370 369화 – 맹자와 고자, 갑자와 부자(1) +2 22.04.25 219 5 20쪽
369 368화 – 변혁과 방임의 두 번째 걸음은 그에 따른 우려와 기대를 낳는다 +4 22.04.08 280 7 25쪽
368 367화 – 변혁과 방임의 첫 걸음은 이 땅을 집어삼킬 또다른 괴물을 깨운다 +4 22.04.06 270 6 22쪽
367 366화 - 뒤집힌 세상 속 변화하기 시작한 진나라의 사회상 22.04.05 250 7 21쪽
366 365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2) +4 22.04.03 270 9 20쪽
365 364화 – 평정(2) +2 22.04.02 275 6 28쪽
364 363화 – 평정(1) 22.04.01 274 6 30쪽
363 362화 – 뒤집힌 세상 속 이름을 날린 이들과 본래의 자리로 돌아온 회귀자들(1) 22.03.30 294 8 21쪽
362 361화 – 저수의 출사표, 일룡과 일사 그리고 갑 장사 22.03.24 294 7 28쪽
361 360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8) 22.03.18 255 8 20쪽
360 359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7) +2 22.03.16 293 6 20쪽
359 358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6) +4 22.03.14 265 6 18쪽
358 357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5) +2 22.03.10 281 6 18쪽
357 356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4) 22.03.08 255 7 24쪽
356 355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3) 22.03.04 295 7 17쪽
355 354화 – 고로 하북이 시끄러워졌다(2) +2 22.02.28 275 7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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