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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로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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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91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0 12:40
조회
564
추천
25
글자
10쪽

4. 뭐 이런 귀여운 자식이 다 있어?

DUMMY

모던한 원룸.

분명히 현대인데 거실 벽을 가득 채운 활들과 총과 칼과 도끼······.

이런 살벌한 분위기에서 피가 질질 흐르는 생고기라니!

식욕과 상관없이 적절하게 어울리긴 했다.


사슴 머리 하나쯤 박제해 걸어놓았더라면, 정말 중세 사냥꾼의 숙소처럼 보였을 텐데······.


"왜 안 먹냐고오?"


입술에 피가 잔뜩 묻은 채로 지은이 눈을 부라렸다.


속 마음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가는 또 주먹과 욕이 날아올 듯해 거짓말을 했다.


"사과를 아직 안 드렸더니 밥이 안 넘어가네요.”


빨리 그놈의 사과를 마치고 적어도 이 집에서 벗어나야만 숨이 제대로 쉬어질 것 같았다.


“야. 너 민증 까서 애정도 한번 눌러봐.”

“예?”

“왜, 싫어?”


아무것도 없는 제로의 향연을 보이는 건 차라리 알몸을 보이는 거나 다름없었다.


“네.”

“어쭈? 왜?”


소지은의 손에 들린 나이프는 고기를 써는 용이었지만, 그걸로 거진의 살점도 얼마든지 도려내 먹을 수 있단 걸 거진도 짐작 못하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임꺽정의 후손으로, 여자에게 자존심 상하는 건 죽기보다 싫었다.


“니 소개 좀 해봐. 왜 아직 고자인지.”


고자 아니고 ‘거자’라고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하도 폭력적인 모습을 봐서인지 저절로 고분고분해졌다.


“대학교 4학년 휴학중이고, 곧 군대 갈라구요.”


거진이 답하자 지은이 고개를 갸웃했다.


“요샌 대학보다 길드아카데미들 많이 가던데?”

“길드아카데미가 뭔데요?”


거진이 진짜 몰라서 묻는데, 지은은 눈꼬리가 휙 올라갔다.


“길드아카데미를 몰라? 이 자식이 지금······. 나 우롱하는 거지?”

“예? 제가 무슨······?”


거진은 당황했다.


“내가 길데 10긴데, 니가 우리 길데를 모른다는 건 나를 무시하는 거잖아?”


헐!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람.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논리예요? 내가 서울대를 나왔는데, 서울대를 모른다 하면 그게 나를 무시하는 건가요?”

“바로 그거지!”


지은은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헐!”

“헐이라니!”


지은이 포크를 탁 놨다.


“······ 죄송해요. 그래서 그 길드아카데미는 뭘 하는 덴데요?”


거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뭘 하긴? 길드원들을 길러내서 던전을 지키는 거지.”


서울을 제외한 전국은 8개 구역으로 나뉘어 각각 하나의 길드가 결성돼 있었고, 서울의 4개구와 전국 8개 길드, 총 12개의 길드를 총괄하는 기관이 길드연합이었다.


길드의 임무는 일반 치안을 담당하는 경찰이 하지 못하는 특수 임무를 맡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임무는 각 구마다 하나씩 형성돼 있는 던전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던전은 일종의 쓰레기 하치장과 교도소를 합해놓은 개념이었다.

세계 최고의 박사들과 각 종파의 종교인, 그리고 세계 최대의 금융재벌 ‘타이거’의 막대한 재원을 바탕으로 가장 치밀하고 완벽한 설계로 만들어진 인류 최고의 발명품이었다.

각종 공해나 쓰레기, 범죄자를 디지털화하여 던전 안에 가둬버림으로써, 일반인들이 사는 세상을 보다 깨끗하고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그러나 범죄와 공해, 질병 등이 점점 늘어나면서 던전도 점점 더 확대되었고, 던전 내부에서 스스로 자생하게 된 물체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들 몬스터들은 마침내 던전에서 나와 세상을 혼란에 빠뜨리려는 시도를 종종 하곤 했다. 이 던전을 관리하는 전문가들의 집단이 바로 길드였다.


각 구마다 길드원들은 적게는 100명, 광화문처럼 큰 길드는 1000명에 육박했다. 길드원이 되는 과정은 무척 까다롭지만, 초등학생의 장래 희망 순위 3위에 오를 만큼 사회적으로 금전적으로 보장이 되는 직업군이었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금전적인 면보다 웬만한 범죄에 대해 법률적으로 관대하다는 점이었다. 길드원의 정당방위권은 매우 광범위해서 웬만해선 잡혀갈 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길드원이 범죄를 저질러 던전에 갇히게 되면 던전 자체가 강화되면서 관리가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길드원의 범죄를 법률적으로 처리하지 않고 길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바람에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난을 받고 있기도 했다.


“그럼 혹시 여긴 마법사도 있어요?”


거진이 묻자


“당연히 있지.”


지은은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오! 이건 뭐지?

마법사가 되고픈 나의 꿈을 이루라는 신의 계시인가?’


거진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그럼 마법사는 어떻게 될 수 있는데요?”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길데 입학시험을 봐야지. 근데 다른 직업보다 마법사는 입학 기준이 아주 엄격해. 내 친구도 첨엔 마법사 되려다 재수하고 결국은 사제가 됐어. 지금 길드연합 총길드장이 마법사인데······.”


총길드장 얘기를 하던 지은이 인상을 찌푸렸다.


“에이!”


그걸로는 성이 안차는지 지은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갑작스런 지은의 행동에 거진은 겁을 먹었다.


"왜 그러세요?”


“아냐, 아무것도.”


식탁을 잡고 잠시 호흡을 고르더니, 아직도 아무것도 안 먹고 있는 거진에게 지은이 말했다.


“밥 먹기 싫음 먼저 씻어라.”


먼저 씻으라고요······?


먼저라 함은 나중에 자신도 씻겠다는 뜻이고,

남녀가 씻는다 함은······?


문득,

퇴근 후 마누라 샤워하는 소리가 공포스럽다던 어떤 회사원의 말이 떠올랐다.


이런 건가······?


하지만 이렇게 마주앉아 있는 것보다는 차라리 욕실이 나을지도 몰랐다.

거진은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


여분의 칫솔을 찾고자 찬장을 열었더니,

시퍼런 칼 한 자루와 권총 하나가 떡 하니 놓여 있었다.


권총을 들어보니 묵직했다.

손으로 전달되는 실전의 느낌이 소름을 돋게 했다.

비상용으로 쟁여둔 무기들을 보자, 거진은 씻을 마음도 싹 사라졌다.


'후······.

그동안 살았던 인생은 얼마나 아늑하고 행복했던가······.'


멍하니 욕조 위에 걸터앉아 '나는 누구 여긴 어디' 그러고 있는데,

욕조의 배수구 부분에 머리카락이 끼어 있는 게 보였다.

가만 보니 거울도 더럽고, 세면대도 물때가 끼어 얼룩덜룩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거진의 손은 어느새 수세미를 들고 변기 뚜껑부터 닦기 시작했다.


*


‘뭐 이런 귀여운 자식이 다 있어?’


식사를 마친 지은이 양치를 하기 위해 욕실에 들어섰을 때, 지은은 순간 다른 집에 온 게 아닌가 잠시 혼동이 왔다.


빛이 난다고 해야 하나?


물론 하도 청소를 안 한 탓이기도 했지만, 남의 집 화장실을 이렇게 광이 나도록 청소를 해놓는 인간을 어떻게 귀엽지 않으랴.


양치만 하려던 계획이었지만 지은은 옷을 다 벗고 목욕을 하기로 마음을 바꾸었다.


왠지 이 욕실에선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사실, 검사지를 받아들었을 때부터 기분이 한껏 고조됐었던 지은이었다.


‘성병 전무. 걸린 적도 전무. 앞으로 걸릴 확률도 극히 낮음. 정자 상태 120%양호. 강직도 180%, 발기력 150%(상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음), 치아 양호. 혀 상태 양호. 피부 양호. 뇌질환 0%. 모든 질병에 대한 저항력 70% 소유자······.’


그 외에도 많았지만 지은을 가장 기쁘게 한 것은 거진이 단 한 번도 성경험이 없는 몸이었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B랭크 99레벨로 A랭크 진입을 코앞에 둔 지은은 생각이 깊어졌다.


간혹, 저레벨이지만 고레벨 못지않은 능력치의 소유자가 있었다.

바로 거진과 같은 케이스였다.


순진무구. 무병청결······. 무엇보다 완벽한 연애고자!


이런 캐릭터와 애정도 높은 성행위를 한다면 고레벨과의 관계 이상의 효과가 있다.


'어쩌면······'


사실 지은이 진짜 바라는 건 레벨업이 아니었다.


어떤 이와 사랑을 넘어 ‘존경’의 경지에 오를 경우, 새로운 스킬을 배울 수 있는 행운을 얻을 수도 있었다.


고레벨이 저레벨을 무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매우 공정하면서도 인간적인 배려였다.

물론 저레벨에게도 단번에 레벨업을 할 수 있는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러나 지은이 고대하는 새로운 스킬은 기연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자발적노예'였다.

이 스킬은 전설급의, 가히 애정도의 끝판왕 같은 스킬이었다.


‘자발적노예’ 스킬이 발동되면 누구든 자신에게 ‘자발적노예’가 되면서 노예 당사자는 행복을 느끼게 되고, 주인 역할의 본인은 노예의 능력을 모두 흡수하거나 죽음의 명령도 내릴 수 있는 극악의 스킬이었다.


S랭크 중에서 아유무가 제일 먼저 그 스킬을 보유하는 바람에 길드연합의 총 길드장이 될 수 있었다. 어린 나이임에도.


지은에게 A랭크로의 진입은 현시점에서 매우 시급했지만, 그건 결국 시간이 해결해줄 터였다.

그러나 자발적노예 스킬 같은 건 정말 기연을 만나야만 가능한,

선택받은 자만의 전유물이었다.


지은은 자신이 그 선택받은 자가 되어 아유무를 능가하는 진정한 일인자가 되고 싶었다.


그래야만 자신이 빼앗긴 첫사랑을 다시 뺏어올 수 있기에······.


그 기연의 대상이 지금 저 밖에 대기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확신은 할 수 없지만······.

가능성은 충분했고, 그것만으로도 지은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몸을 구석구석 정성들여 씻다 보니, 자신의 몸 이곳저곳에 나 있는 흉터와 울퉁불퉁한 굳은살이 만져졌다.


자신있었다.


감히 소지은을 거부한 남자는 아직 없었다.

단지, 연애고자로부터 사랑을 뛰어넘어 존경까지 받아내야 하기에 좀 성가실 뿐······.


욕실을 나가기 전 거울 속엔 볼이 발그레한 예쁜 여자가 서 있었다.

목욕 후니 당연하다 하겠지만, 지은은 꼭 목욕 때문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문을 열고 나가보니 거실이 휑- 했다.


원룸이라 어디 숨을 곳도 없는데, 이 자식은 어디로 간 걸까.

지은은 목욕 가운만 걸친 채로 창가로 갔다.


그리고 10층 아래를 내려다보니,

막 현관을 빠져나가는 거진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 미친놈이 감히 도망을?!’


지은은 창문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아무 망설임없이 뛰어내렸다.


작가의말

조금씩 더 나아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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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1. 너, 왜 잘 생겼어? +28 20.05.28 486 31 9쪽
11 10.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개방되었습니다. +21 20.05.27 491 28 13쪽
10 9.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22 20.05.26 497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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