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로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50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0 12:50
조회
539
추천
22
글자
10쪽

5. 너, 내가 정말 맘에 안 들어?

DUMMY

차촥!


흡, 거진은 숨이 멎을 정도로 소스라쳤다.


목욕가운 펄럭이며 갑자가 날아와 자신 앞에 멋지게 착지한 여자!

소지은이었고, 민낯이었지만 욕실에서 금방 나온 여자답게 청초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섬뜩했다.


머리카락 사이에서 보이는 눈에서 불꽃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저기······.”

“도, 망, 을, 쳐?”

“그게 아니고요.”

“이 씨발색······.”


지은이 거진의 멱살을 잡고 뺨을 후려치려 하자, 어느새 사람들이 두 남녀를 둘러쌌다.

소지은을 알아본 어떤 사람은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었다.


“온니, 느무 예뿌세요!”


거진을 때리려던 지은은 귓구멍을 파고드는 하이톤의 코맹맹이 소리에 갑자기 거진의 머리칼을 넘겨주며 주위 사람들에게 썩소 한 방 날려주고선 바로 거진의 손을 잡고 뛰었다.


거진은 질질 끌려가면서도 연신 ‘잠깐!’ 소리를 외쳤지만, 지은은 벌어진 목욕가운을 여밀 정신도 없이 뛰기만 했다.


하는 수 없이 거진이 지은의 손을 뿌리치며 우뚝 멈춰 섰다.


“죽을래?”

“잠시요.”


거진은 풀어헤쳐져 가슴이 다 삐져나온 지은의 목욕가운을 여며줬다.


지은이 거진의 손을 탁 치며 허리띠를 다시 졸라 맸다.

그러나 행동과 달리 가슴 속 깊이 뭔가 ‘쿵!’ 하는 느낌이 들었다.

다리에 힘이 쫙 빠지면서 심장에서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30년을 살면서 처음 느끼는 이상한 감정이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공포의 소대장에게 감히 이런 행동을 보인 남자는 지금까지 아무도 없었다.


다시 소지은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식탁에 마주앉은 두 사람의 상태는 처음과는 사뭇 달랐다.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지은은 이 자식을 어떻게 조져버릴까, 고민 중이었고

거진은 잡혔던 손목의 인대가 끊어지진 않았나 살펴보고 있었다.


“도망간 거 아니라는데······.”


억울하다는 듯, 거진이 볼멘소리를 하며 지은을 쳐다보았다.


아직 물기를 머금은 풀어헤쳐진 머리카락과 흘러내린 목욕가운 차림의 지은······.


얼핏 보면 미친년인데, 목욕가운 차림의 지은은 섹시 그 자체였다.


단지 거진에게 먹히지 않을 뿐······.


지은은 식탁 위에 놓인 작은 메모지가 보았다.


포스트잇에 쓰여 있는 글씨.


‘잠시 나갔다 올게요.’


지은은 낭패스런 얼굴로 종이를 확 구겼다.


“그래서 어딜? 아니 왜 나간 건데?”


지은은 같은 질문을 두번째 했다.


“말씀드렸잖아요. 라면 사러 갔다고.”


후, 한숨을 쉬어 머리카락을 뒤로 넘긴 지은이 물었다.


“그니까 왜? 갑자기 왜 라면을 사러 갔냐고?”

“라면이 맛있으니까······.”

“이 좋은 음식을 두고?”

“이걸 먹으라고요?”

“그럼? 겨우 라면 먹을라고 기어 나갔단 말야?”

“제가 잘 하는 게 그것뿐이라. 사다 끓여드리려고 했죠..”

“라면을 끓여준다고? 이 비싼 고기를 두고?”

“······.”

“그래, 알았어. 니가 도망 간 건 아니라는 게 확실하니 이만하자. 이만하고 일단, 땀 좀 씻고 올 테니 가만있어. 꼼짝 말고.”


땀난 몸을 씻기 위해 욕실로 들어간 지은은 악! 소릴 지르고 말았다.

자신의 몰골은 마치 처녀귀신의 환생 같았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생각해보니, 도망도 아니었는데,

날 위해 끓일 라면을 사러 간 아이를 죽일 듯이 10층에서 뛰어내려 잡도리를 했으니······.


지은은 스스로에게 벌을 주듯이 샤워기를 찬물로 틀어놓고 한동안 샤워킥을 했다.


*


4대광마중 가장 거칠기로 유명한 소지은의 사진이 인터넷에 떴다.


‘온니, 느무 예뿌세요!’


했던 여자가 올린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의 지은은 그냥 미친 여자였다.

목욕가운 하나만 입고선 대로에서 남자 멱살을 쥐고 손을 처 든 모습은 어떤 변명으로도 ‘미친’이란 단어를 피해갈 수 없었다.


“크큭! 소지가 또 한 건 했네.”


헬스장에서 100킬로짜리 바벨을 들어 올리며 인터넷에 올라온 소지은의 사진을 보는 남자는 4대광마 중의 한 사람 미쉐린이었다.


울룩불룩 근육질의 그는 원래 이름 마동구보단 미쉐린으로 불리길 원했다.


미쉐린은 인터넷에 뜬 지은의 사진을 ‘4대광마’ 단톡방에 올렸다.


[미쉐린 : 소지, 뭔 추태냐? A랭크 못 달아서 돈 거냐?]

[손 : 소지가 맞아? 아닌 거 같은데?


4대광마의 리더이자 미인으로 소문난 손인덕이 바로 채팅에 참여했다.


[로이 : 소지 맞네. 손 봐. 저 손에 맞았으면 저 꼬챙이 안면 교체각인데?]


마지막으로 4대광마에서 자칭 비주얼을 담당한다는 로이가 지은이 맞다며 끼어들었다.


[미쉐린 : 때렸냐, 소지?]


그러나 소지로 불리는 지은은 아무 말이 없다.


[손 : 소지 바쁜가?]

[로이 : 제발 성질 좀 죽여라. 넌 사고만 안쳤으면 벌써 A달았어.]


단톡방에서 지은을 대상으로 수다를 떨고 있는 3사람은 각각 광화문(손인덕 : S랭크, 90레벨, 사제)과 서대문(로이 : A랭크 89레벨, 검사), 남대문(미쉐린 : A랭크 54레벨, 전사)의 길드장들이었다.


[로이 : 이러지 말고 우리 다 같이 소지 집 가자. 걔 얼마 전 생일이었는데 축하도 못해줬잖아?]


소지의 해바라기, 로이가 제안을 했다.


[미쉐린 : 새끼, 그냥 보고 싶으면 혼자 가지. 우린 왜 끌고 가는 건데?]

[로이 : 나 혼자 가면 걔가 문이나 열어주겠어?]

[손 : 그래, 그럼 말 나온 김에 케이크는 내가 준비할 게.]


손인덕이 적극적으로 나오자 미쉐린도 바로 합류를 결정했다.


[미쉐린 : 내가 그럼 인덕씨 픽업할게요. 케이크 가게 위치만 알려주세요.]

[로이 : 야, 넌 왜 나랑 소지한테는 반말하고 인덕이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이야?]

[미쉐린 : 내 맘이지 자식아.]

[손 : 그냥 우리끼린 다 말 놓기로 했으니 놔요. 미쉐린님.]

[미쉐린 : 인덕씨도 안 놓잖아요. 전 젠틀맨이라 정중한 게 좋습니다. 물론 그럴 가치가 없는 인간들한텐 국물도 없죠.]

[로이 : 지랄발차기를 해라, 아주.]

[손 : 그런데 연락 안하고 가도 될까? 채팅창 계속 안 보는 거 같은데······.]


인덕이 걱정하자,


[로이 : 내 생각엔 그냥 읽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정 싫으면 벌써 오지 말라고 했을 걸.]


확신에 차서 로이가 말했다.

그렇게 해서 세 사람이 지은의 집으로 향하는 동안······.


*


장롱 깊숙이 파묻혀 있던 자주색 실크 슬립을 꺼내 입은 지은의 모습은 조금 전의 광녀와는 완전 딴판이었다.

밤의 여왕까지는 아니어도, 밤에 제법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지은은 화장실에거 생전 안하던 화장을 하느라, 벌써 30분 째 끙끙거리며 있었다.


안하던 화장을 근 3년 만에 하게 된 것은,

오늘 처음 거진을 만나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여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나 너무 오랜만의 화장이어서인지 입술은 칠할수록 덧발라지고, 눈썹은 점점 숯검댕이가 되어 갈 뿐이었다.

지우고 다시 칠하고 지우고 다시 칠하기를 벌써 몇 번째인지······.

이제 그만 포기하고 싶은데, 이제 와서 화장을 지우는 것도 만만치는 않았다.


하지만 억지로 하는 게 아니었다.


솔직히 이렇게 설레 본 적 또한 3년 만이었다.

벌써 3년이라니.


자신의 10년 지기 연인은, 아니 연인이었던 그는 지금 아유무의 오른팔이 되어 있었다.

그놈의 ‘자발적노예’ 스킬만 아니었으면, 그는 지금 저 거실의 주인이었을 것이고, 그러면 오늘 이 난리 속에 화장을 하느라 30분이나 끙끙거리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든 그 놈의 ‘자발적노예’ 스킬을 연마해야만 했다.


물론 저 밖에 앉은 순진무구한 녀석이 그걸 얻게 해줄지는 미지수였다.

그러나 어떤 실낱같은 가능성이라도 지은은 포기할 수 없었다.


그만큼 떠난 그를 아직도 마음속에서 놓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그녀가 아직 B랭크인 실질적인 이유이기도 했다.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가지지 않아서 레벨업을 하지 못한······.

마지막으로 눈썹을 다시 그리며 지은은 화장실을 나가자마자 불을 끄리라 마음먹었다.


그럴 거면 화장은 왜 했을까, 싶었지만.


어쨌든 이제 더 이상은 기다리게 해서도 안 되었고, 무엇보다 자신의 마음이 급했다.


오늘 뭔가 해놓지 않으면 안될 것 같은 조바심에서 지은은 입술을 다시 한 번 살피고 가글을 하고서야 화장실 문을 나섰다.


밖으로 나가자 멀대같은 녀석은 여전히 겁에 질린 얼굴로 지은을 쳐다봤다.


지은이 불을 끄려고 스위치를 누르려는데,

갑자기 거진이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왜?”

“왠지······, 이래야만 할 것 같아서요.”


차마 마법사가 되기 위해 앞으로 90일간 금욕, 연애금지해야 한다고는 말 못하겠다.


일단은 살아남을 것.


그래서 어떡하든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거진의 목표였다.


“일어나.”

“아뇨. 여기가 더 편합니다!”

‘하, 자식 거 참 손 많이 가게 하네.’


지은이 다가가 거진의 팔을 잡았다.

좋게 일으켜 세우려 했는데, 거진은 본드라도 칠한 듯이 바닥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야, 왜 그래? 내가 너 잡아먹기라도 하니?”


지은이 살짝 미소를 지었는데, 그게 거진에게 더 공포스러웠다.


“그러실 거잖아요.”


지은은 어이가 없었다. 저를 위해 슬립에 화장까지 했건만. 이놈 눈엔 뭐가 보이는 건지······?


“그러긴 뭘 그런다는 거야?”


“목욕하고 화장하고 야한 옷까지······. 그거 지금 다, 나 따먹을라고 하는 거잖아요?”


컥!


‘말은 맞지. 맞는데······.’


지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야! 너, 내가 정말 맘에 안 들어?”


작가의말

더 재밌게 쓰기 위해 체력도 키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9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애로 레벨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의 계획 20.06.20 224 0 -
공지 22번을 읽어주세요(21번과 동일) ㅠㅠ +1 20.06.11 161 0 -
공지 프롤로그에 설정 추가했습니다. 20.05.31 247 0 -
32 30. 약속 +40 20.06.19 190 24 10쪽
31 29. 전쟁 +11 20.06.19 134 18 12쪽
30 28. 확실한 사람 +19 20.06.18 191 24 10쪽
29 27. 나 너 좋아하냐 +17 20.06.18 218 22 9쪽
28 26. 맛있으면 사형 +15 20.06.17 189 22 9쪽
27 25. 불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17 20.06.17 200 25 10쪽
26 24. 라면 맛집 +17 20.06.16 234 25 8쪽
25 23. 달밤에 쌩쇼 +16 20.06.16 241 25 10쪽
24 22. 마음에 불꽃을 피웁니다 +20 20.06.15 264 21 9쪽
23 21. 제 자체가 육수인데요 +34 20.06.12 377 35 10쪽
22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41 20.06.11 450 28 15쪽
21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12 20.06.11 288 22 15쪽
20 19. MSG 없는 세상 +63 20.06.10 468 36 14쪽
19 18.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62 20.06.09 387 44 17쪽
18 17. 넌 디졌어! +61 20.06.08 398 40 13쪽
17 16. 잘 할 수 있어! 멋지게! +74 20.06.06 469 47 12쪽
16 15. 이리와요, 주인님! +43 20.06.04 432 35 17쪽
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1 30 14쪽
14 13. 세 명이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23 20.06.03 460 27 14쪽
13 12. ‘만지면 뿜뿜’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32 20.05.30 486 29 15쪽
12 11. 너, 왜 잘 생겼어? +28 20.05.28 485 31 9쪽
11 10.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개방되었습니다. +21 20.05.27 490 28 13쪽
10 9.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22 20.05.26 496 30 13쪽
9 8. 둘 중 누굴 택할 거야? +18 20.05.25 521 32 16쪽
8 7. 처음이거든요 +19 20.05.21 572 25 11쪽
7 6. 누나 못 믿어? +11 20.05.21 541 24 10쪽
» 5. 너, 내가 정말 맘에 안 들어? +9 20.05.20 540 2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