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로 레벨업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54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6.04 23:31
조회
432
추천
35
글자
17쪽

15. 이리와요, 주인님!

DUMMY

거진이 깨기 1시간 전.


아유무는 정신지배를 걸어오는 인덕에게 싸우러 온 게 아니다, 확인차 온 거다, 있는 것만 확인하고 그냥 가려고 했다고 말했다.


인덕은 아유무의 말을 믿었다.

그러나 그냥 보낼 수는 없었다.

적어도 로이와 미쉐린의 범죄, 그에 대한 조치가 어째서 자신과 지은에 대한 공격으로 반전된 건지에 대한 해명은 들어야 했다.


아유무는


‘믿지 못하겠지만,'


이란 전제하에 말을 이었다.


“언니, 나한텐 빅피처가 있어. 그걸 지금 다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언니를 믿기에 이런 말을 하는 거야. 언니가 나한테 한 말 기억나? 내가 지배자가 될 거라고 했던······.”


인덕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랬지, 그랬는데 넌······.


“알아. 언니 대신 데칼을 오른팔로 삼아서 언니가 얼마나 배신감과 상처를 입었을지. 하지만 그건, 언니는 다른 역할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었어.”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난 니 큰 그림따윈 관심없어.”

“언니! 언니가 나한테 말했지. 늘 올바르고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봐야 한다고. 난 언니가 말한 대로 열심히 했고, 드디어 S랭크가 되고 길드연합 총길드장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존로 대마법사님으로부터 마지막 질문을 받았어. 올바름과 따뜻함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무엇이냐고······.”


총길드장 심사에서 인덕 역시 존로로부터 같은 질문을 받았었다.

그때, 인덕은 따뜻함을 택했다.

사제의 길을 걷는 자가 택했어야 할 마땅한 결정이었다.


“그때 난 올바름을 택했어. 언니도 아다시피 내가 그렇게 온정적인 인간은 아니잖아?”


그것이 길드연합 총길드장의 선발기준이었다고?


“언니도 원래는 따뜻한 사람이었지만, 광화문길드장이 되면서 누구보다 엄격한 사제 ‘송인덕’이 되어버렸잖아?”


결국 자신도 그렇게 되어버렸다.

냉정해지는 것이 단체를 이끌기 위해선 필수적인 일이었다.

사실, 인덕 스스로에겐 맞지 않는 옷과 같았다.


“총길드장이 된 뒤에야 알게 된 많은 사실들이 있어. 결국, 따뜻함을 버려야 올바름이라도 지킬 수 있다는 걸 확신하게 됐지.”


아유무의 말엔 힘이 실려 있었다. 총길드장이 된 뒤 변화한 모습이랄까.

말해주지 않을 걸 알면서도 인덕은 물었다.


“그게 구체적으로 뭔데?”

“아직은 말할 수 없지만 확실한 건, 지금의 던전시스템을 구축할 때 어떤 음모가 있었고, 그 음모의 희생양들이 있는데, 우린 그 희생양들을 압박하는 선봉에 서 있는 사람들이라는 거야.”


아유무는 평소엔 감춰놓는 왼쪽 눈이 보이도록,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

아름다운 푸른색과 녹색의 오드아이는 볼 때마다 신비로웠다.

누군가를 설득하고자 할 때 취하는 아유무의 습관이자 비장의 무기 같은 것이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인덕으로선 처음 듣는 얘기였다.


“더 자세한 건 나중에 확실해진 다음에 말할 게. 내가 지금 언니한테 할 수 있는 말은 예전처럼 날 무조건 믿고 내 편이 되어 달라는 거야. 내가 설혹 언니한테 던전으로 들어가 괴물이 되어 달라 부탁을 하더라도······.”


총길드장이 된 뒤의 아유무는 뻔뻔하달까, 더 차도녀스러워졌다고 할까? 아무튼 여고시절의 모습이 각인돼 있는 인덕으로선 엄청난 변화였다.


“······.”


인덕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다행이 지금 그 역할은 로이가 맡게 되었어. 물론 로이도 지금은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몰라. 나중에 다 설명해 줄 거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언니가 내 말을 믿어주느냐 아니냐야. 난 지금 무방비고, 언니가 날 죽이려들면 얼마든지 죽일 수도 있어. 게다가 저기 소대장까지 힘을 합치면······.”


하면서 아유무가 턱짓하는 곳을 보자, 커다란 소나무 위에서 지은이 언제든지 공격할 채비를 갖추고 있었다.


“내가 시킨 거 아니다.”


인덕은 낮게 한숨을 쉬었다.


“어쨌거나 언니, 대답해줘. 내 편이 되어줄 거야?”

“······.”


인덕은 쉽게 답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인덕의 성격상 당연했다.


“상처가 깊구나. 아직······.”


아유무는 인덕의 손을 잡았다.


“시간이 필요해.”


아유무의 손을 슬며시 빼며 인덕은 고개를 외면했다.


“알았어.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난 그만 갈래. 소대장은 언니가 좀······.”


아유무도 더 이상은 인덕을 잡으려 하지 않았다.


'쿵!"


그러나 자신의 정체를 들켰다 생각한 지은이 나무에서 뛰어내려 두 사람 옆에 착지했다.


“총대장···님!”


아유무를 노려보는 지은의 눈빛은 맹수처럼 이글이글거렸고,

손에 든 부엌칼은 파르라니 떨렸다.


“소대장.”


아유무는 다시 평소처럼 녹색 눈은 가린 채로 지은을 노려봤다.


“제가, 감히, 살아 있어 유감이시죠?”


지은이 자신의 입술을 지그시 물었다.


“······.”


평소였으면 죽지 않을 정도의 얼음채찍을 날렸겠지만, 오늘은 그럴 작정도 아니고 마법봉조차 없는 아유무였다.


“할 말 있음 하시죠. 내가 왜 로이의 공격을 받아야 했는지.”


인덕이 지은 앞을 가로막았다.


“비무장이야. 너도 일단 칼은 버려.”


인덕이 지은에게 말하자, 인덕 앞으로 아유무가 나섰다.

바람에 아유무의 은빛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아유무는 지은의 부엌칼 정도에는 눈도 깜빡하지 않는 표정으로 서늘하게 말했다.


“소대장, 오해가 있었다. 널 죽이러 보낸 것이 아니야. 로이는 지금 던전에 갇혔다. 조만간 모든 것이 정상화될 것이다.”

“그 말로 대충 무마하려고?”


하지만 지은의 분은 그 말로는 풀릴 수 없었다.


“지은아, 내가 나중에 자세히 설명할 게.”


인덕이 지은을 막아서며 말했다.


“하려면 지금 해! 당장!”


인덕이 아유무를 봤다. 말해도 되나? 묻는 것 같았다.


“소대장, 명령이다. 내가 해명할 때까지 기다려라. 지금 확인해줄 수 있는 것은, 널 죽이라고 명령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이 이상의 질문은 항명으로 여기겠다.”


아유무의 눈빛이 달라졌다. 부드럽게 나부끼던 은빛 머리카락이 성난 늑대의 갈기처럼 부스스 일어섰다.


“이제와서 항명이라니! 죽이라고 할 땐 언제고!"


인덕이 지은이 어깨를 잡았다.


"날 봐서 한번만······."

"후회 안 할 자신 있냐?"


인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은은 칼을 내던졌다. 부엌칼이 땅에 꽂혔다.


“명령 받습니다. 총대장님.”


지은은 아유무에게 꺾이지 않는 고개를 간신히 숙였다.


“오신 김에 라면이나 먹고 가세요. 라면 하난 정말 죽이게 끓이는 애가 있어요.”

“그 아이인가? 소대장의 죽초사를 개방시켰다던?”


사실, 자전거를 타고 오는 내내 아유무도 소대장의 죽초사를 개방시켰다는 그 의문의 남자가 궁금하기는 했다.

죽초사가 개방됐다는 건, 애정 유무와 상관없이 ‘목숨’을 걸었다는 얘긴데······. 그런 사람을 일생에 한 번이나 만날 수 있을까.


“그렇습니다!”


죽초사 얘기가 나오자, 금방 얼굴 표정이 밝아지는 지은이었다.


“그놈이 글쎄, 저한테 죽초사를 개방 시켜주더니, 갑자기 레벨업을 해버리더라고요. 그러더니 ‘자발적 노예’ 연퀘를 받았다지 뭡니까? 기가 막히죠. F랭크 2레벨짜리가······.”


그 말을 들은 아유무의 표정이 급변했다.


‘자발적 노예를······?’


아유무가 인덕을 보자, 인덕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저, 덩치값도 못하는 단무지 같은 년······.’


인덕은 기쁨을 주체 못하고 자랑질을 하느라 거진의 존재를 함부로 까발리는 지은의 주둥이를 한 대 치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근질했다.

아유무와 함께 앞서가는 지은의 실룩거리는 궁둥이를 향해 인덕은 정신을 잃은 사람을 깨울 때 쓰는 ‘회복의 전기충격’ 2Lv짜리를 발사했다.


찌직!


소리와 함께 전기똥침을 받은 지은이 일미터는 튀어올랐다 떨어졌다.


“야! 니가 한 거지?”


인덕은 모른 척했다.


집으로 들어와 잠든 거진을 본 세 사람은 일단 조용히 소파에 앉았다.


처음 만남과 지은과 인덕이 번갈아가며 저 아이를 차지하려고 했던 과정과 인덕이 최종적으로 셋이서 하자고 제안했던 얘기까지 듣고 난 뒤, 아유무는 저 아이의 ‘자발적 노예’ 연퀘를 완성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인덕은 낭패어린 얼굴을 했다.

어둠이라 보이지 않았지만, 아유무는 인덕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내가 쟤를 혼자 차지하겠단 게 아니야. 여기까지 오는데 송사제의 노력, 그리고 저 아이가 그 궁극의 퀘를 시작하게 된 소대장의 공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나도 동참을 하고 싶단 뜻이야.”


라며 애써 설명까지 했다.


“네? 동참이라 하시면······?”


지은이 묻자,


“글쎄, 어떤 방법이 좋을까?”


아유무는 인덕에게 공을 넘겼다.

인덕이 기어들어가는 소리로 답했다.


“셋이나, 넷이나······.”


그제서야 지은이 무릎을 탁 쳤다.


“오! 역시!!”


‘역시는 무슨!’


인덕은 고개를 끄덕이는 지은의 뒤통수에 전기충격을 날리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눌렀다.


그러던 차에 거진이 눈을 뜬 것이었다.


어찌 됐건,

거진 입장에서는 한 명도 상대하기 벅찬데, 저 셋이서 이미 자신과 자기로 마음먹었다면 끝난 거 아닌가, 싶었다.

설혹 당한다하더라도, 3:1의 불균형과 절대적 힘의 우위에 의한 비동의적 관계이므로 결코 연애일 수 없다고 자평했다.

그럼에도 거진은 가만히 앉아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만, 최대한 그에 상응한 대가를 얻어내야 했다.

밤은 깊어가고, 거진의 자발적 노예 2차 연퀘의 마감 시한도 1시간 밖에 안 남았다.

역시 해답은 ‘자발적 노예’ 퀘에 있었다.


“그러면 한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거진이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니까짓 거님께서 내걸 조건이라는 건 없는데 어쩌지?”


지은은 가소롭다는 듯이 거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럼 부탁이라고 하죠.”


거진은 그래도 기죽지 않았다.


“말해 봐요.”


역시 제일 인자한 인덕이 거진에게 말할 기회를 주었다.


“제가 지금, 자발적노예 연퀘중이잖아요?”


그 말을 들은 아유무의 눈빛이 빛났다.


“지금 두 번째 미션중인데, 노예를 구해야 하거든요. 이 밤이 가기 전에······. 시간은 없고 이곳에 계신 세 분 중 한 분이 제 노예가 되어주시면 저도 세 분의 제안에 응할 용의가 있습니다.”


세 명의 여자는 당돌한 거진의 제안에 다소 놀란 듯했다.


감히, 대한민국 최고의 랭크 1,2,3에 해당되는 3명의 여자에게 노예가 되란 말을 하다니······!


거진의 작전은 이랬다.

일단 누군가 한 명이 노예가 되면 그 노예에게는 다른 한 명을 막으라고 명령을 내리고,

마지막 남은 한 명에게는 자신이 습득한 ‘스페셜스킬 라면끓이기 3Lv.’짜리 라면을 먹여 달래거나, ‘만지면 뿜뿜’을 시전해 극도로 흥분시킨 후, 두 명이서 흥분한 한 명을 묶어버리게 할 작정이었다. 그 이후는 배를 타고 도망치기.


어설프긴 하나, 그 정도가 거진이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거진은 자신의 스페셜 스킬인 노예신의 축복을 시전해 가장 노예지수가 높은 사람이 누군지 살폈다.


[아유무 - 노예근성지수 : 1.0]

[소지은 - 노예근성지수 : 3.3]

[송인덕 - 노예근성지수 : 7.8]


역시나 송인덕이었다.

그렇다면 소지은을 노예로 삼아 아유무를 제압하게 하고, 송인덕을 라면이든 뿜뿜으로 설득 해야겠단 작전을 세웠다.


그런 거진의 속도 모르고, 제일 크게 반발한 사람은 역시나 분노조절장애자 지은이었다.


“마멸, 너 진짜 미쳤냐? 감히 여기가 누구 안전이라고?”


지은이 눈을 부라렸다.


“지금 아쉬운 건 내가 아니고 그쪽 세 분이시거든요? 좀 앞뒤 봐가면서 성질도 부리고 그러세요. 덩어리누님!”


아까부터 아유무의 꼬봉이 된 지은이 못마땅했던 거진이었다.


“덩어리? 이 새끼가 지금 내 근육을 모욕했어?”


지은은 화가 치밀어 김이 나는 듯했다.


“근육이 아깝네요. 그런 머리에 그런 근육이라니······.”


거진도 거침이 없었다.


“와, 이 새끼가 오늘 송장 치게 만드네. 한 주먹거리도 안 되는······.”


지은이 팔을 걷으며 주먹을 쥐었다


“소대장!”


아유무가 나섰다.


“앞으로 명령없이 한마디도, 한 발짝도 나서지 마라.”

“······.”


지은은 대답대신 분을 삭히는 듯 후! 후! 하는 숨소리만 냈다.


“대답 안 해?”


아유무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알겠습니다!!”


지은이 뒤로 쑥 빠졌다. 그러다, 쿵 소리와 함께 댕! 소리가 들렸다.

지은이 오래된 벽시계에 부딪쳤고, 벽시계의 괘종이 흔들리며 소리를 낸 것이었다.


시간을 확인하는 거진.


자발적 완료까지는 이제 59분이 남은 시각.


“어떡하실래요? 저의 노예가 되어주실 분?”


거진은 일부러 지정하듯 인덕을 쳐다봤다.

인덕이 지은과 아유무를 한번 봤다.


'내가 하는 게 낫겠지?'


하는 암묵적 동의를 얻는 듯했다.

그때, 아유무가 앞으로 나섰다.


“내가 하지.”


에엑! 하는 지은의 소리가 어둠 저편에서 들렸고,


“안됩니다!”


인덕이 아유무를 잡았다.


“괜찮아. 난 ‘자발적 노예’ 연퀘를 완성한 사람이고, 2차 관문도 잘 알아. 노예 노릇이래봤자, 딱 1시간이야. 그 이후엔 원상태로 돌아와. 만약 노예 때 나한테 이상한 짓을 했다간 원상태로 돌아왔을 때 그대로 갚아주면 돼. 거진씨도 나쁜 사람 같지는 않고, 더구나 송사제와 소대장이 있는데 뭔 걱정이야?”


갑자기 거진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총대장을 한 시간 동안 노예로 부려먹을 수 있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것마저도 일단 노예가 된 뒤에 물어보면 될 일······.'


어쨌든 어설펐던 첫번째 작전은 실패!


도대체 무슨 기연을 어떻게 얻으려고 이러는 것인지······.


거진은 그럼 정식으로 자발적노예 연퀘 2단계를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그때, 아유무가 거진에게 방으로 들어가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있는 데서 하면 오류가 날 수도 있다며.


인덕과 지은을 거실에 남겨둔 채,

거진은 아유무와 함께 거실에 딸린 안방으로 들어섰다.


“여기 옛날 내 방이에요. 남자는 처음 들어오는데······.”


아유무는 갑자기 옛날 생각이 나는지, 자신의 침대 위로 폴짝 뛰어올라 가더니 침대에 발랑 누웠다.

그리곤 멀뚱히 서 있는 거진에게 손짓했다.


“이리와요, 주인님!”


아유무가 턱을 두 손을 받치고, 두 다리를 위로 세워 흔들며 말했다.


“예?”


거진의 심장이 쿵!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미리 연습해본 거예요. 호호호······.”


불과 1초 전만 해도 완전 얼음에 카리스마 작렬이더니 갑자기 이게 웬 변신인지?

정신을 못 차리겠는 가운데, 어느 틈에 아유무가 거진의 손을 잡아 끌어당겼다.

거진은 갑자기 딸려가 침대에 파묻혔다.

그게 아유무의 냄새인지, 이불에 배인 냄새인지는 모르겠으나 벛꽃 향기가 나는 것도 같고 맛있는 빵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이 사태를 어찌해야 하나, 얼굴을 파묻고 있는 거진의 허리 위로 뭔가 닿는 듯하더니, 아유무의 두 발이 거진의 등을 밟고 서 있었다.

거진이 고개를 돌려 뭘 하나 봤더니, 아유무는 천장을 메운 격자무늬 나무판 하나를 밀고 뭔가를 꺼내들었다.

그리곤, 거진에게 말했다.


“자, 이제 됐으니, 저에게 노예가 되겠느냐 물으세요.”


아유무가 손을 뒤로 하고는 침대 아래로 내려서며 말했다.

거진도 침대에서 내려와 아유무 앞에 마주섰다.


“네. 그럼 시작할게요. 자발적 노예 연퀘 2단계, 너는 나의 노예가 되겠느냐?”


거진이 아유무를 보며 말했고, 아유무는 거진을 보며 씩 웃었다.

그 미소가 누군가와 닮았다고 생각한 순간, 아유무의 입이 열렸다.


“아니! 거절이야!"


농담하는 거겠지······.

거진은 잘못 들은 듯 자신의 귀를 만졌다.

그리고 그 행동을 끝으로, 거진은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졌다.

그리고 몸 안의 모든 것들이 하나도 남김없이 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이 멍청한 새끼야!"


아유무가 쓰러진 거진을 발로 차며 나갔다.

희미한 시야 속으로 문을 열고 나가는 아유무의 뒷모습이 보였다.

아유무의 손에 가느다란 막대기가 들려 있었다.

그리고 이내, 열린 문틈 사이로 처절한 살육의 장면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펼쳐졌다.


눈이 점점 흐려져 잘 보이지 않는 것이 오히려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잔인한 장면이었다.


인덕이 먼저 화염에 온몸이 불타며 쓰러졌고,

지은는 그나마 조금 반항했지만, 비처럼 내리는 얼음창에 온몸이 뚫린 채로 최후엔 목이 잘렸다. 그 잘려진 목이 굴러와 쓰러진 거진의 눈앞에서 멈췄다.

차마 눈조차 감지 못한 지은의 원망어린 시선이 거진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딩!


['자발적 노예' 연퀘가 2단계에서 중단되었습니다. 상대의 거절로 당신은 사망하였습니다.]."


작가의말

15회로 전체 분량의 8분의 1이 완성된 듯합니다.


이제 8분의 7이 남았군요. ㅎㅎ


추천, 선작, 댓글만이 


저의 희망이요, 에너지입니다. 


재미있으셨다면 부디 추천 선작 댓글로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4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연애로 레벨업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앞으로의 계획 20.06.20 224 0 -
공지 22번을 읽어주세요(21번과 동일) ㅠㅠ +1 20.06.11 161 0 -
공지 프롤로그에 설정 추가했습니다. 20.05.31 247 0 -
32 30. 약속 +40 20.06.19 190 24 10쪽
31 29. 전쟁 +11 20.06.19 134 18 12쪽
30 28. 확실한 사람 +19 20.06.18 191 24 10쪽
29 27. 나 너 좋아하냐 +17 20.06.18 218 22 9쪽
28 26. 맛있으면 사형 +15 20.06.17 189 22 9쪽
27 25. 불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17 20.06.17 200 25 10쪽
26 24. 라면 맛집 +17 20.06.16 234 25 8쪽
25 23. 달밤에 쌩쇼 +16 20.06.16 241 25 10쪽
24 22. 마음에 불꽃을 피웁니다 +20 20.06.15 264 21 9쪽
23 21. 제 자체가 육수인데요 +34 20.06.12 377 35 10쪽
22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41 20.06.11 450 28 15쪽
21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12 20.06.11 288 22 15쪽
20 19. MSG 없는 세상 +63 20.06.10 468 36 14쪽
19 18.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62 20.06.09 387 44 17쪽
18 17. 넌 디졌어! +61 20.06.08 398 40 13쪽
17 16. 잘 할 수 있어! 멋지게! +74 20.06.06 470 47 12쪽
» 15. 이리와요, 주인님! +43 20.06.04 433 35 17쪽
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1 30 14쪽
14 13. 세 명이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23 20.06.03 461 27 14쪽
13 12. ‘만지면 뿜뿜’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32 20.05.30 486 29 15쪽
12 11. 너, 왜 잘 생겼어? +28 20.05.28 485 31 9쪽
11 10.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개방되었습니다. +21 20.05.27 490 28 13쪽
10 9.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22 20.05.26 497 30 13쪽
9 8. 둘 중 누굴 택할 거야? +18 20.05.25 521 32 16쪽
8 7. 처음이거든요 +19 20.05.21 572 25 11쪽
7 6. 누나 못 믿어? +11 20.05.21 541 24 10쪽
6 5. 너, 내가 정말 맘에 안 들어? +9 20.05.20 540 22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