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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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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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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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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6.1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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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23. 달밤에 쌩쇼

DUMMY

달빛 교교한 밤의 평창동 주택가에 오토바이 한 대가 소리없이 정차했다.

청아한 산 공기가 감싸고 있어 주택들은 더 깨끗하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 중 한 주택은 유난히 돋보였는데, 둥근 반원형의 유리창에 달이 선연히 걸려 있었다.

오토바이에서 내린 지은은 반원형 유리창이 있는 집의 담을 훌쩍 넘어 안으로 잠입했다.


반원형 너른 창으로 멀리 남산타워까지 보이는 이곳은 인덕의 집이었고, 그 중에서도 인덕이 특별히 애용하는 수련 장소였다.

6평 남짓의 거실엔 작은 촛불들외엔 그 흔한 소파니, 카펫 한 장도 깔려있지 않았다.

오직 유리창과 벽과 바닥뿐······.


그래서 거기 있는 두 남녀의 모습은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가운만 입은 거진의 몸으로 약간은 차가운 공기와 달빛이 부드럽게 와 닿았다.


“보다시피 이 방엔 인공적인 것은 하나도 없어요. 자연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해 원래 옷도 걸칠 수 없지만······, 거진씨가 오해하실까봐 가운 드린 거예요.”


지은의 사근사근한 설명에 거진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전깃불조차 없는 공간은 쉽게 입을 열어서도 안 될 것 같은 경건함이 느껴졌다.

그만큼 정갈한 방이었다.


“아침이면 늘 맑은 햇빛과 차가운 공기, 그리고 대지에 만연한 천연의 기를 흡수하기 위해 이곳에 앉아서 호흡을 해요. 일단 앉아 봐요.”


거진은 인덕이 권하는 자리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았다.

유리문 너머 저 멀리 남산타워가 보였다.


왠지 숙연해지는 거진이었다.


집에서 가끔 밤에 안방 창문으로 보았던 남산타워였기에 감회가 새로웠다.


아버진 창턱에 걸터앉아 남산타워를 보며 캔맥주를 마시곤 했다.

거진도 아버지 몰래 아버지가 앉았던 창턱에 걸터앉아 처음 술을 배웠다.

쓰고 이상하고 텁텁했지만 마시고 나니 어지러움과 함께 알싸한 무언가가 올라와 갑자기 눈물이 났었더랬다.

그 눈물 때문에 거진은 남 앞에선 술을 잘 마시지 않았다.

왜 나는지도 모르는 눈물을 남에게 보여주기는 더 싫었다.

그러다 보니 친구도 없고, 연애는 더 못하고······.

차라리 솔로 25년을 위해선 잘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햇빛과 바람 그리고 우주에 충만한 기······. 지금은 비록 햇빛 대신 달빛이지만, 그 모든 걸 느끼고 내 몸 안으로 끌어들여야 해요.”


인덕 역시 가운 차림으로 거진 옆에 가부좌로 앉았다.

둥근 반원의 창으로 은은한 달빛이 스며들어 금발의 인덕마저 하얗게 물들였다.


“눈을 감고 깊은 호흡과 함께 단전에 힘을 주세요.”


거진은 그나마 어둠이 자신의 감춰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인덕이 시키는 대로 눈을 감고 배꼽 아래에 있다는 단전에 힘을 주었다.


“마법사는 마나를 심장에 저장해요. 하지만 처음부터 심장에 마나를 저장할 수는 없어요. 우주에 떠도는 마나는 기의 형태로 분산돼 있어서 일단 단전에 기를 모으고 그 모아진 기를 마나로 변환해서 심장에 저장하는 거예요. 기를 흡수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기를 얼마나 빨리, 그리고 많이 마나로 변환시킬 수 있는가가 마법사의 능력을 결정짓는 거예요.”


거진은 인덕이 말하는 기 혹은 마나에 대해선 아무 실감도 할 수 없었다.

단지, 은은한 달빛과 코가 매울 정도로 맑은 공기, 그리고 참기름처럼 귀로 흘러들어오는 인덕의 옥구슬 같은 목소리로 인해 가슴이 제멋대로 쿵쾅거릴 뿐이었다.


“마나에 주문을 더해 우주에 퍼져있는 또 다른 마나와 감응할 때 마법이 완성······ 불과 얼음을 쓰지만 전투 외에도······ 마나에 대해 늘······ 자연스럽게 우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


시키는 대로는 하고 있지만, 사실 거진은 단전이 정확히 어딘지도 몰랐다.

그러다 보니 배에 힘을 줄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자꾸 방귀가 나오려고 한다는 것.

거진은 괄약근에 잔뜩 힘을 주느라 땀이 찔찔 났다.

인덕의 말은 한쪽 귀로 들어와 다른 쪽 귀로 그냥 흘러나갔다.


그러나 그 옆에 앉은 인덕은 안정된 복식호흡으로 온몸 가득 기를 흡수하고 흡수된 기를 마나로 변환시켰다.

인덕의 몸 주변으로 파란 야광체가 빛났다.

몰아일체의 경지에서 인덕은 옆에 거진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망각할 정도였다.


‘쌍 병신이네, 저것들······.’


반원의 너른 창 밖에 반딧불 같은 하나의 점이 창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매의 눈’을 시전시킨 지은의 눈이었다.


가운 차림으로 달빛 아래 가부좌를 틀고 앉은 두 남녀의 모습은 어떻게 보면 엄숙해보였지만 지은의 눈에 그저 병쇼에 불과했다.


‘기껏 꼬드겨서 저 지랄꼴값을 떨고 있다니······.’


처뒹굴고 있을 두 연놈을 상상하며 분기탱천하여 마하의 속도로 달려왔건만,

자신의 상상이 무색하게 두 연놈은 매우 건전하게 달밤의 체조나 하고 있었다.

다만 인덕의 몸에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기의 변환 모습은 그럴싸해 보였다.


지은은 매의 눈을 거두고, 인덕의 집 정문 앞으로 가서 정식으로 초인종을 눌렀다.


‘딩동! 딩동!’

‘딩동! 딩동!’


······.


한밤중에 쳐들어온 지은은 대담했다.

그런 지은을 피하지 않는 인덕 또한 담담했다.

오직 거진만 안절부절 못하고 안에 아무 것도 입지 않은 가운 자락을 자꾸 여몄다.


문을 열기 전, 인덕은 아무 일 없을 거라고, 거진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거진의 등줄기엔 식은땀이 흘렀다.


“오! 이게 누구야? 내 소중한 가슴에 대가릴 처박고 사과도 없이 냅다 튄 그 새끼가 아니신가? 어디로 튀었나 했더니······, 근데 여기서 뭐하냐?”


거진은 침착하게 마법사가 될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새끼야, 마법사는 무슨! 지금 니가 해야 될 건 가장 기본적인 훈련인데, 그건 내가 전문이지! 훈련교관까지 했던 몸인데! 그래, 다 좋아. 근데, 너······, 씨발. 꼭 도망까지 갔어야 했냐?”


지은의 격앙된 목소리가 점차 이상해졌다.

첨엔 분명 화를 냈는데, 어쩐지 뒤로 가면서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같았다.

거진도 괜히 미안해졌다.


“저 도망간 거 아니고, 나중에 뵙자고 편지 남겼는데요?”


거진이 변명이랍시고 댔지만, 지은의 화만 돋울 뿐이었다.


“석 줄짜리 쪼가리가 편지냐, 이 씨알놈아?”


그때,


“그건 거진씨 마음이지. 니가 뭐랄 문제는 아니잖아?”


인덕이 거들고 나섰다.


“넌 빠져! 끼 부리는 년하곤 말 안 섞고 싶으니까.”


지은이 인덕을 째려보며 말했다.


“뭐? 끼?”


인덕이 발끈했다.


“왜? 내가 모를 줄 알고?”


지은이 바닥을 구둣발로 쿵! 굴렀다.

인덕이 그제야 지은의 옷차림을 봤다.


“너 지금, 구둣발로 내 집, 거실까지 들어온 거냐?”


인덕과 거진은 맨발이었다.


“왜 구두 신고 있어서 싫으세요? 그럼 구두 벗어드려야지.”


하면서 지은이 올인원 가죽전투복의 지퍼를 주악, 내려버렸다.


······!


한 번에 쭉 내려 사타구니 바로 위에서 멈춘 지퍼를 손에 잡고 지은이 말했다.


“이 옷이 한 벌이거든? 구두까지 몽땅.”


지은 역시 올인원의 전투복 아래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거진은 차마 보지 못하고 시선을 돌렸다.


“어서 지퍼 올리지 못해? 천박하게, 아무데서나 그 잘난 몸뚱아릴······!”


인덕이 소리치자, 지은이 인덕의 가운을 확 제겼다.


“놀구 자빠졌네? 내가 천박해? 그런 넌 하나도 안 천박해서 속에 아무것도 안 입고 달밤에 쌩쇼하고······”


급히 가운을 여미느라 인덕이 몸을 틀었고, 그 바람에 다른 부분이 노출됐다.

거진은 아예 등을 돌렸다.

두 여자의 몸싸움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쫙!


소리가 났다.

놀란 거진이 돌아보니,

인덕의 손이 지은의 뺨에 작렬했고,

지은은 자신의 한쪽 뺨을 붉게 만든 인덕의 손목을 잡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이 사앙년이, 오늘!”


지은이 인덕의 손목을 잡아 끌어당겼다.

딸려오는 인덕의 면상을 향해 지은의 손바닥이 마중나갔다.


퍽!


거진은 순식간에 벌어진 두 여자의 싸움에 감히 끼어들 수가 없었다.

한 명은 속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가운차림이었고, 다른 한 명 역시 뭔갈 입었다고는 하나 다 열어놓은 터라······.

그런 두 여자가 서로의 머리끄댕이를 잡고 거실을 뒹굴고 있는 모습은 차마 눈 뜨고도 볼 수 없는 광경이었고, 눈을 감아도 보이는 광경이었다.

어쨌거나 싸움을 말려야겠다 생각한 거진은 두리번거리다, 싱크대의 수도 헤드를 손에 들고서 찬물을 뿌렸다.


“싸우지 마요! 싸우지 말라고요!”


갑자기 찬 물을 맞은 두 사람은,


“저 새파랗게 어린놈의 새끼가!”


하면서 갑자기 일어나 거진에게 덤벼들었다.

거진이 넘어지면서 수도 헤드를 놓쳤고, 헤드에서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와 온 거실이 물바다가 되었다.


“싸우면 안 돼요. 죽어요, 죽······”


거진이 애타게 외쳤지만 그 와중에도 두 여자는 먼저 수도 헤드를 차지하려 또 싸웠고, 거진의 말은 그냥 씹혔다.


“쫌!"


거진이 두 여자를 사이를 파고 들어가, 양 손에 한 명씩 목을 잡고 외쳤다.


"그만 하라고! 싸우면 죽어! 그러다 둘 다 아유무한테 죽는다고!”


발버둥치던 셋의 동작이 한 순간에 얼어버린 듯 멈췄다.


“아유무?”


지은과 인덕이 동시에 아유무의 이름을 불렀다.


작가의말

바바라 월터스의 5가지 마법의 질문

 

입원중 간호받고 싶은 사람?

첫직업은?

첫사랑은?

가장 기뻤던 일은?

그리고 가장 최근에 언제 울었어요?


조만간, 다섯번째 질문에 답할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최선이 아니라 최고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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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3. 달밤에 쌩쇼 +16 20.06.16 242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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