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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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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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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66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6.1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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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0. 약속

DUMMY

지은은 창문에서 뛰어내리면서


“갈비!”


를 외쳤다.


알밤의 최종 버전인 검은 빛깔의 전투늑대가 튀어나왔다.

전투늑대는 목에 가시면류관을 연상시키는 철침이 박혀 있는 쇠목걸이를 차고 있었다.


전투늑대의 스킬은 3가지.

‘울음소리’로 적을 겁에 질리게 만들어 공격을 저지하고, ‘물기’는 그 어떤 강철이라도 아작냈다. 마지막, ‘신출귀몰’은 동물 중 가장 빠르다는 치타를 발라버리는 속도였다.


지은은 전투늑대의 울음소리로 경비대의 공격을 저지시킨 후, 신출귀몰로 경비대의 전열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총알보다 빠른 휴대용 레이저석궁을 난사하며 경비대들을 향해 돌진했다.


전열이 흐트러진 경비대는 말로만 듣던 소대장의 전투력에 전의를 상실했다.

팀장들의 다급한 외침이 전투헬멧 안 스피커를 통해 전달됐다.


“간격유지! 1분대 집중적으로 늑대 점사! 2분대 소대장 점사!”


경비대들은 최신의 무기로 완전무장하고 있었지만, 전투늑대를 타고 날뛰는 그녀를 맞추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은은 피하기보단 공격으로 경비대를 연신 흔들었고, 그 바람에 경비대들끼리 총질을 하는 통에 부상자들이 속출했다.


“1분대 전자올가미 설치!”“2분대 연막탄발사 후 12시 방향으로 적을 유도하라.”


휴대용 레이저석궁은 가볍고 빨랐지만, 사용횟수에 제한이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단 3발 뿐.

지은은 어쩌면 그 중 한 발은 자신을 위해 써야 할지 모르겠단 생각을 했다.

저 똥개같은 경비대놈들에게 붙잡혀 가느니 차라리······.


경비대가 엉뚱한 곳에 연막탄을 뿌려준 덕에, 인덕은 갈비에게 두 번째의 힐을 부어주고 지은에게로 와서 최고급 보호막을 걸어줬다.

총알 난사에 얼마나 버틸지 모르지만, 인덕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너 안 죽을 거 알아.”


인덕이 지은의 손을 잡았다.

지은은 인덕의 등을 떠밀었다.


“재수없는 소리 말고 빨랑 가. 그리고 니가 거진이 연퀘 끝까지 완성시켜 줘. 걔 마법사 되려는 이유가······ 엄마 찾으려고 그런 거야.”

“그걸 어떻게 알았어?”


지은은 아무리 친구인 인덕이지만,

자신이 알밤으로 감응해 거진과 함께 자면서 거진이 잠꼬대로 엄마를, 마법사가 되려는 이유를 말했다고 하기 싫었다.


경비대의 레이저조준경에서 나온 빨간 빛들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빨리 가!”


지은의 재촉에 인덕은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지은은 자신의 레이저 석궁을 어깨에 부착하고, 전투늑대를 보내 시선을 끈 다음 고양이처럼 다가가 한 경비대의 목을 졸랐다.

경비대의 총과 헬멧을 뺏은 지은은 ‘스나이퍼’ 스킬을 시전하여, 최대한 거리를 둔 채 경비대를 하나 하나 쓰러트렸다.


*


“제발 내려줘······!”


미쉐린의 전투화를 신은 상화는 거진을 업은 채로 빠르게 골목을 지나고 담을 넘고 지붕을 가로질러 1차 집결지인 평창의원에 도착했다.


“저 때문에······.”


거진이 미안해하자, 상화는 손을 내저었다.


“이 전투화 진짜 짱이에요! 제가 원래 전사 출신이라 100킬로는 너끈하거든요. 근데 이 전투화 신었더니, 발에 스프링 단 거 같아서 하나도 안 무거웠어요.”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상화는 온 몸이 땀에 젖어 있었다.


“거진씨, 다친 덴 없어요?”


인덕도 금방 도착했다.


“네, 없어요. 소대장님은요?”


거진이 묻자, 인덕은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우리가 빨리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지은을 도와주는 거예요.”


세 사람이 골목을 벗어나려는데, 갑자기 두 대의 차량이 나타났다.


차에서 아유무와 데칼이 내렸다.


상화가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듯 인덕에게 물었다.


“제가 유인할까요?”


아유무와 데칼이 부하들에게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인덕이 상화의 어깨를 잡았다.


“보호장구 없어서 안 돼. 내가 유인할 테니까, 원래대로, 알지?”


인덕이 골목을 빠져나가며 보란 듯이 지붕을 타고 올랐다.

아유무와 데칼이 그 뒤를 쫓았다.


*


시간은 야속하게도 흘렀다.

아유무를 따돌리고 오겠다던 인덕은 새벽이 다가오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올 수 없는 거겠지······.’


인덕 말대로 안 죽고 살아온 지은은 그러나 매우 심각했다.


1 대 20의 말도 안 되는 전투는 전설로 남을 테였다.

지은은 지금 전설의 주인공답게 사라져야만 할 지경에 처했다.


“시발, 멋있게 죽으려고 했는데······, 병신들이 스무 명이서 나 하날 못 죽이더라고 하하···, 쿨럭!.”


지은은 또 피를 쏟아냈다.


“말하지 마요. 소대장님!”


상화가 울먹이며 지은의 입을 막았다.


거진은 당장 병원으로 가자고 했지만,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S급 사제만이 할 수 있는 최고의 회복 스킬이 있어야만 했다.


"내가 할 거야."


지은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네?”


거진이 무슨 말이냐는 듯 물었다.


"니 연퀘 말이야. 노예. 죽기 전에 내가 그거 하나는 니놈한테 해준다."


"······!"


죽어가는 지은에게 차마 그러자 할 수 없었다.

고맙다고도, 아니 하지 말자고도 그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생명을 잃어가는 사람이 무슨 마음으로 이 말을 했을까.

지은의 마음을 헤아릴 수조차 없었다.


"야! 인덕이 못 올 수도 있어. 빨리 말해.”


거진은 ‘자발적 노예’ 연퀘 2단계를 클릭했다.


[24시간 이내에 당신은 당신을 주인으로 모실 노예를 구해 계약을 해야 합니다. 만약 당사자가 노예계약을 거부할 경우, 목숨을 잃게 됩니다. 종료까지 10초가 남았습니다. 종료시간까지 퀘스트가 완료되지 않을 경우, 자발적 노예 연퀘는 사라집니다.]


“그럼 시작할 게요. 자발적 노예 연퀘 2단계, 나의 노예가 되어주시겠어요?”


거진은 질문을 하면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지은의 얼굴 위로 아유무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난번 아유무는 이 질문에서 ‘아니! 거절이야!’라고 말해서 거진을 죽게 만들었다.


비참한 죽음이었다.


거진은 차라리 눈을 감았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눈 떠라. 주인님이 눈을 감고 있으면 되겠···습니까?”


거진이 눈을 떴다.

지은이 거진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말했다.


“기꺼이··· 당신의 노예가 되어드리겠습니다. 거진님.”


말을 마친 지은의 손이 힘없이 거진의 손에서 벗어났다.

거진은 지은을 끌어안았다.

꺼져가는 호흡을 자신의 호흡으로 대신하고 싶었다.


그때 딩동댕! 소리와 함께 연퀘 완료음이 들려왔다.

두 번째 연퀘가 마무리되자,


[보상으로, 당신의 노예가 가진 돈만큼 당신은 부자입니다.]

[상위레벨을 노예로 맞이한 당신에게 벅찬 행운이 찾아옵니다. 노예가 가진 모든 스페셜 스킬을 부여받게 됩니다.]


‘뭐라고? 스페셜 스킬을 모두 부여받는다고?’


놀랄 새도 없이 3번째 연퀘가 떴다.


[칼의 노예] ‘24시간 내에 전설의 검 제작서, 철주괴(10), 신비가루(10), 용의 비늘(10), 1만골드로 직접 칼을 만들고, 노예신의 정기를 불어넣으세요.]


그때, 지은의 호흡이 정지됐다.

거진은 자신의 조끼를 벗어 지은을 덮은 채로 끌어안았다.

그리고 제발, 살아나라고 기도했다.


“헉, 헉······.”


기도에 응답이라도 하듯 만신창이의 몸으로 인덕이 나타났다.

사제의 회복으로 지은을 살리려했지만, 마나가 소진되고 없었다.

인덕은 가부좌를 틀고 생명력으로 마나를 만드는 ‘생명력전환’ 스킬을 시전했다.


"송사제님! 지금 생명력을 전환하시면······."

"상관없어. 물러나."


인덕은 자신의 생명력을 마나로 전환해 순간치유로 지은을 살려냈다.

그러나 그 시간은 얼마 가지 않을 것이었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지은에게 부쩍 수척해진 인덕이 말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 하나. 널 광화문 던전 안으로 분해해서 보내는 거야. 거기라면 지금의 이 몸이 아닌 상태로 살아남을 수 있다. 지은, 그렇게라도 살아만 있어줘. 반드시 내가 구해낼게.”


인덕의 애절함을 지은은 쿨하게 거절했다.


“아, 씨바, 4대광마 소대장한테 몬스터가 되라니 말이 돼?”

“농담 아냐. 5분밖에 안 남았어. 너 이대로면 그냥 영영······.”


인덕이 지은을 껴안았다.


“알았어. 보내줘. 그리고...”


지은이 거진을 봤다.


“야, 임거진! 너 꼭 자발적 노예 연퀘 성공해서 인덕이랑······. 알았지? 나 대신이니까 딴 년이랑 하면 뒈질 줄 알아.”

“알았어요. 약속할 게요.”


거진이 지은의 손을 잡았다.

그러자 지은이 거진의 손을 탁 쳤다.


“씨발! 하란다고 진짜, 해? 뭔 약속까지 하고 그래? 내가 노예까지 해줬으면 너도 내 건데! 말이라도 당신만 기다리겠다고 해주면 안 되냐? 어?”


“알았어요. 당신만 기다릴 게요. 약속해요.”


거진이 지은의 손가락을 걸었다.


“약속 남발자네.”


인덕이 그 와중에도 서운했는지 입을 삐죽거렸다.


광화문 던전 앞 회색의 건물 앞으로 인덕 일행이 도착했다.

지은이 입구의 센서에 자신의 지문을 대자 문이 열렸다.

인덕은 바로 디지털 자동 분해 장치가 있는 방으로 이동했다.


남은 시간은 겨우 10초.


지은은 MRI장치처럼 생긴 디지털 자동분해 장치에 들어가기 전, 거진을 쳐다보았다.


의식은 있었지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거진이 다가가 지은을 껴안았다.


지은은 거진을 마주 껴안을 힘조차 없었지만,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거진을 쳐다봤다.


그의 얼굴을 새기기라도 하듯······.


그 눈빛에 거진의 마음은 타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


왜 나는 당신을 구할 수 없지?


왜 나는, 나조차 지키지 못하지?


왜 나는 항상 이 모양이지?


일어날 일을 아는 것만으로는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

지금처럼.


이렇게 지은을 보내는 게 최선이라는데,


그럼 다시 만날 수 있다는데,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다.


당신만 기다리겠다는 약속으로는 이 모든 마음을 전할 수 없음을, 거진은 안다.


눈물을 머금은 거진의 눈에 지은의 얼굴이 일렁거렸다.


거진은 지은의 마른 입술에 키스를 했다.


첫키스였다.


작가의말

30회의 소제목을 약속으로 잡았습니다.

 

소중한 인연으로 만났던 많은 분들에 대한 저만의 각오입니다.

 

다시 한 번 선작, 추천, 댓글 달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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