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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연애로 레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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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47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1 15:57
조회
540
추천
24
글자
10쪽

6. 누나 못 믿어?

DUMMY

“네.”


대답이 0.1초도 걸리지 않았다.


네라고?


내가 맘에 안 든다고?


이게 뭔 참새 방구 같은 소리냐.


천하의 소지은을 마다하는 멍청이가 있을 수 있다니.


“야, 너 내가 누군지 몰라?”

“안다고도 모른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그게 뭔 개소리야?”

“사람 이름만으로 안다고 말할 순 없죠. 그럼, 누님은 절 아십니까?”


누나?


풉!


그따위 단어에 내 심장이 꿈쩍이나 할 것 같냐!


“내가 널 왜 알아야 하는데?”

“누님이 날 모르면 나도 누님을 모르는 거예요.”


뭔가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지은은 화가 났다.


‘화장까지 했는데, 맘에 안 든다고?’


자존심이 확 구겨진 지은이 거진의 팔을 잡은 손에 힘을 가했다.


“아!!”


거진의 입에서 비명이 튀어나왔다.


“일루와!”

“왜요?”

“곱게 따라와라, 넌 오늘······.”


거진을 침대로 끌고 가면서 지은은 더 이상은 참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이놈이 자의적으로 순순히 뭘 할 것 같지도 않고,

그런 놈한테서 사랑은 무슨 얼어죽을······!


어차피 떠날 놈이라면 애정지수라도 몇 점 높이고 내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싫습니다!”

“뭐가?”


거진은 두 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렇게 제가, 무릎 꿇고 빌잖아요. 사과드립니다. 사과드린다고요.”


거진은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엎드렸다.


“사과?”

“네. 제가 소대장님한테 잘못한 거라곤, 오늘 낮에······. 그 사건 때문이잖아요. 사과하겠다고 했더니 말로 하는 거 아니라고 해서 왔더니 병원 끌고 가 신체검사 받게 하고, 그 결과도 저한텐 알려주지도 않고, 그 담엔 집으로 끌고 와 피 질질 흐르는 생고기나 먹으라 하고, 그나마 내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라면 대접도 못하게 하고······. 도대체 사과 받을 생각은 있으신 겁니까?”

“사과한다는 놈이 뭐 이리 당당해?”

“당당한 게 아니라 답답한 거라구요!”


거진이 화가 난 듯 목소릴 높였다.


서 있는 지은과 바닥에 있는 거진.


위치상 거진이 위를 올려다보는 형태······.


왠지 강아지가 왈왈 짖고 있는 것 같다.


‘이 새끼, 원래 개야?’


거진은 신들린 무당처럼 말을 쏟아냈다.


“제가 어쩌다 이 이상한 세계로 떨어진 건 내 운명이라 쳐요. 근데요, 그 모양으로 떨어질 줄 누가 알았겠어요? 그리고 솔직히 그거 때문에 누나가 뭐 피해본 거 있어요?”


지은은 사실,

거진이 자신의 품안에 뚝 떨어졌을 때, 놀라서 자세히 볼 겨를도 없었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떠들어대면서 신고하래서 했을 뿐······.


“암튼, 누난 지금 사과가 아니라, 날 지금 강제로 덮치겠다는 건데, 진짜 이건 아니죠!”


거진은 어차피 당해야 한다면 강제로 당하는 것이 '연애'가 아니라 '사고'로 처리되지 않을까, 그러면 지금 상황을 모쏠로 인정해주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차라리 맞아죽을지언정, 쉽게 당해선 안 된다는 각오로 한마디한마디를 절규하듯 외쳤다.


"자꾸 누나 누나 할래? 누가 니 누나야?"


지은이 화를 내면 작전이 성공하는 것.


"누나 아니면 형님으로 할까요? 형님?"


거진은 더 약을 올리듯 밀어붙였다.


"이 자식이?"


지은은 화를 내야 할지 웃어야 할지 가늠이 잘 안 되었다.


"왜요. 형님? 형님도 맘에 아드시면 아재로 할까요? 아재?"

"야! 너 진짜 죽고 싶냐?"


지은이 주먹을 쥐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어차피 사과는 구실이라는 거 다 압니다. 속 보이게 그러지 마세요. 하는 짓이 꼭 또라이 복학생형 같아요."


분기탱천!


지은은 순간, 속으로 주문을 외웠다.


'부처님, 예수님, 그리고 타이슨님······.'


세 사람의 이름을 부르자 화가 가라앉으며 자신이 엄청난 오해를 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이놈은 지금 사과를 하려는 것이고, 자신은 지금 그런 녀석을 상대로 강제로라도 성행위를 해서 애정점수를 따려는 중이었다.


물론, 애정점수로 레벨업되는 걸로 치면 지은보단 거진이 얻을 게 훨씬 많았다.

성행위 만족도가 높으면 그리고 서로의 감정이 너무 잘 통해 ‘사랑’에서 ‘존경’이라는 판정을 받으면, 레벨업이 아니라 한 번에 랭크업도 가능한 것이 저레벨만이 가진 이점이었다.


‘이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 좋은 기회를 차버리는 거야?’


복잡한 거 딱 질색인 지은으로선 처음 대하는 상대였다.


지금까지 그 어떤 남자도 지은의 손을 거부한 적 없었다.

그래서 지은은 자신이 손만 내밀면 어떤 남자도 마다할 수 없다는 자만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미친놈은 많다.


지은은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다고 자책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데, 혼자 김칫국을 세숫대야채로 마시고 있었다.


무결점의 진단서를 보고, 갑자기 ‘자발적노예’ 스킬을 떠올린 것이 패인이었다.


상대의 의중은 1도 생각 않고 혼자 목욕하고 화장까지 하면서 지랄염병한 것이 너무 수치스러웠다.


정말 역대급 이불킥의 날이었다.


너무 창피하고 속상하고 쪽팔리고, 어디에 하소연도 할 수 없자 분노가 끓어올랐다.


성질대로 하자면, 당장 이 새끼의 면상을 후려쳐 기절시켜버리고 싶었지만······.


이마저도 얼마나 못난 짓인가.

아직 첫경험도 하지 못한 녀석을 두고 수백 명 부하를 거느린 길드장이 할 짓인가.


“일어나.”

“왜요?”

“남자든 여자든 아무 때나 무릎 꿇는 거 아니다.”

“그럼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겁니까?”

“그래.”


그제서야 거진은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허리를 넙죽 90도로 숙였다.


“그럼, 안녕히 계세요.”


인사를 마친 거진은 조심조심 현관문으로 향했다.


지은은 그런 거진을 잡을 건덕지가 없었다.


마음속으로는 할 말이 꽤 있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4대광마로서의 자존심은 이미 땅에 떨어진 지 오래고,

알량한 여자로서의 자존심마저 무너졌다.


그런데, 이렇게 보내자니 뭔가 마음에 안들었다.

이대로 보내버리면 자신이 그토록 얻고 싶어하던 기연, '자발적 노예'를 습득할 기회가 영영 오지 않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겨우 찾아낸 말이,


“야, 갈 때 가더라도 라면은 끓여주고 가.”


라고 말했다.


*


라면을 사가지고 오면서 거진은 후회했다.


도망쳤을 때 위기를 모면하려 라면 끓여주려고 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이렇게 발목을 잡을 줄이야······.


만약 라면이 맛없다면 정말 죽일 것만 같았다.


‘이대로 도망칠까······.’


하지만 아까도 10층에서 저승사자처럼 바로 뛰어내린 그녀였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거진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닐 터였다.

이미 도망친 전력이 있기에, 그녀는 지금 창문에서 이번엔 옷을 다 입은 채로 대기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끓여준다고 해놓고 도망 가? 약속 어긴 새낀 목을 치는 게 맞지!!'


지은이 어떻게 나올지 눈에 선했다.


이제 고민은 라면 맛으로 넘어갔다.

그녀의 캐릭터상, 라면이 맛없으면 자신을 무시했다 할 터였다.


‘어떻게 맛있게 끓이지?’


그때 생각난 것이, 침이었다.

똑같은 라면인데, 침을 넣어 끓였더니 맛있다고 했다.

8명이 다 맛있다고 했으니 빼박이다.


자신감을 갖자.


죽지 않기 위해 뭐라도 해야 할 판국에 침 정도야······.


‘이건 생존이다!’


*


거진을 내보내면서 지은은 만약 놈이 그냥 가버리면 그대로 포기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러나 거진은 라면을 사들고 돌아왔다.


‘보글보글······’


거진의 특제 라면은 채 5분이 안 돼 완성되었다.


‘후룩, 후루룩, 꿀꺽, 후루루룩······’


라면 하나를 다 먹도록 지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지은에게 있어 거진이 끓여준 라면은 라면이 아니었다.


세상에서 처음 먹어보는 가장 맛있는 요리였다.


이걸 끓여주고 싶어 했던 거진을 지은은 다시 보았다.


좀 마르긴 했지만, 갸름한 얼굴선과 쌍꺼풀 없는 눈매는 여심을 자극할 만큼 충분히 매력 있었다.


남자다움보다는 새침한 고양이 같은, 자기 개성이 뚜렷한 스타일이었다.


“맛있다. 이런 라면은 처음이야. 정말 맛있어.”


지은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부드러웠다.

저런 목소리가 어디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행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지은은 그 다음 말은 속으로만 했다.


‘거진아, 미안. 난 절대 널 놔줄 수 없거든? 죽여서라도 널 가져야겠어!’


“갈 데는 있니?”


신발을 신는 거진 옆에 서서 지은이 물었다.


“아뇨.”

“그럼, 어디로 가려고?”


지은은 왼손을 조금씩 풀었다.


“피시방이라도 가야죠.”

“피시방이 뭔데?”

“피시방 없어요?”


거진은 피시방을 모른다는 게 신기해 다시 물었다.


“처음 듣는데?”


피시방이 없다고?

이세계 다른 세계임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래, 없을 수도 있지······.'


어쨌든 빨리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럼에도 거진은 선뜻 문을 열지 못했다.

뭔가 뒤통수에 쎄 한 기운이 밀려왔다.


거진은 몰랐지만,

지은은 만약 거진이 문을 열면,

뒷목의 혈을 눌러 일단 기절을 시킬 작정이었다.


그 다음은 어떻게 할지 아직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냥 보내면 안 된다는 강력한 비이성적 판단이 지은의 모든 사고를 정지시켜버렸던 것이다.


거진이 막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돌리려는 순간, 거진의 뒷목을 향해 지은의 왼손이 다가갔다.

오른손은 입을 막을 준비를 했다.


지은의 손이 거진의 목에 막 닿으려는 순간,


거진이 뒤를 돌아봤다.


작가의말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랄까요... 재밌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일이 있어 금토일은 못올립니다. 

그래서 2회 연속 올렸습니다. 

건강하게 월요일 뵙겠습니다. 

기다려주신다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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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이리와요, 주인님! +43 20.06.04 432 35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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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처음이거든요 +19 20.05.21 571 25 11쪽
» 6. 누나 못 믿어? +11 20.05.21 541 24 10쪽
6 5. 너, 내가 정말 맘에 안 들어? +9 20.05.20 539 2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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