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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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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조회수 :
13,898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0 12:32
조회
619
추천
25
글자
12쪽

3. 연애를 거부한 연애거자라고요!

DUMMY

많아야 20대 중후반쯤으로 보이는 터프녀 지은은 거진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했다.


“대.”


거진이 뭔 말인가 싶어 되물었다.


“네?”


지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등짝 대라고! 3초 늦었으니, 석 대!”


지은은 손가락 3개를 펴보였다.


“늦어서 죄송한 건 맞는데, 그런데 왜 처음 보는 사람한테 반말을 하세요? 그리고 3초 늦은 게 때리고 맞을 일인가요?"


예쁜 게 아무것도 아닌 거진은 다짜고짜반말하는 지은에게 따지듯 물었다.


"내 시간을 뺏었잖아? 반말은, 그냥 너도 해."


'우두둑!'


지은은 손가락 관절을 꺽었다.


"전 그렇게 막돼먹은 사람이 아니라서요."


좀 쫄긴 했지만 그래도 기는 죽지 않는 거진이었다.


"나, 말 많은 놈은 일단 무조건 팬다. 알고나 떠들어라."


거진이 한 템포 숨을 골랐다.

아버지로부터 단련된 거진의 예민한 촉에 저 여잔 그러고도 남을 여자란 신호가 왔다.


"그러시면, 이거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게요. 저, 비록 가슴에 실례를 하긴 했지만, 그게 그쪽이 좋아서 혹은 뭐 반해서 그런 건 아니라는 거······.”


지은의 한 쪽 입술이 일그러졌다.


“뭐?”

“제가 원래 여자를 안 좋아하거든요. 그러니까 어쩌다 그렇게 된 거지, 그쪽이 진짜 손톱만큼도 좋아서 그런 건 아니다. 그걸 확실히 해두자, 이거죠. 자, 때리세요. 이제.”


‘그래. 차라리 세게 한 대 맞고 끝내자. 여자가 때려 봤자지······.’


어이없다는 듯 차라리 웃고 마는 지은.


“너, 나 몰라?”

“······ 혹시 전지현?”

“걔는 누군데?”

“엽기적인 그녀에 나온 영화배우······.”

“그건 왕지현이지!”


‘응? 왕지현······?’


“그 여자 좋아하냐?"

“아뇨. 안 좋아합니다.”

“고자 맞네.”

“고자 아니고 거자, 연애를 거부한 연애거자라고요!”

“닥쳐! 내가 원래 나보고 이쁘다는 새낀 일단 옥수수 12알 뽑아놓고 시작하는데, 살다 살다 내가 손톱만큼도 안 이쁘단 새낀 니가 첨이다. 진짜 예쁜 여자 못 알아보는 병신 새끼 눈알은 그냥 뽑아버려야 돼!”


살기등등한 눈빛으로 거진의 멱살을 잡는데,

180이 넘는 거진이 번쩍 들려 발이 허공에 20센티미터나 떴다.

그리고 바로 거진의 눈앞에 들이대는 두 개의 손가락!

정말 후벼팔 것만 같아 거진은 눈을 꼭 감고 말았다.


“눈 안 떠?"


살며시 눈을 뜬 거진의 눈알에 지은의 손가락이 다가 와 있었다.


"예쁜 여자 보여 안 보여?"


지은이 물었다.


"손가락밖에······ 안 보입니다!"


거진은 정말 손가락만 보였다.


"뭐라고?"


지은의 목소리는 원하는 답을 요구했다.


"다시 묻겠다. 뭐가 보이냐?"

"제가 본 여자중에 제일 예쁘신 분이 보입니다!”


그렇게 맞춰줬다 생각했는데······.


“아까 내가 뭐라 그랬냐? 나 이쁘다 그러면 옥수수 턴다고 했어, 안했어?"


지은이 죽빵을 날리자, 거진은 재빠르게 두 팔로 얼굴을 막았다.


퍽!


대충 맞았음에도 거진은 한참을 날아가 벽에 부딪치고서야 멈췄다.


‘으어······!’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잘못하다간 한방에 뒈질 수도 있겠다는 공포가 아픔마저 날려버렸다.


"달려온다."


여자의 말에,

바람처럼 달려온 거진은 어느새 두 손을 곱게 모아 쥐었다.


“자, 3초 늦은 벌 실시한다. 대!”


갑빠에 잔뜩 힘을 주고 등을 대는데, 정작 손이 날아온 곳은 엉덩짝이었다.


쫙!


찰진 소리가 들렸다.

남의 몸에서 난 것이면 참 시원한 소리였을 텐데, 거진은 자신의 엉덩이 한 쪽이 떨어져 나가는 아픔을 느낄 뿐이었다.


‘겨우 한 대.’


그러나 그것도 잠시, 바로 전의 고통이 채 식기도 전에 또 한 번의 불길이 이번엔 다른 쪽 엉덩이에 붙었다.


‘두 대!’


쫘악!


강도가 1 정도 추가된 듯했다.

그리고, 세 대째는 아마도 정신이 나갈 것이라 예상했건만,


병주고 약주는 건가······.


엉덩이살을 부드럽게 그러나 꾹 눌러 쥐는 손길에 이상야릇한 기분이 들기까지 했다.

빡도는 거진.


“이거, 성추행 아닙니까?”

“성추행? 니가 지금 성추행 운운할 자격이나 있어?”


지은은 자신의 가슴을 가리키며 눈을 부릅떴다.


“여자 목욕탕에 갑자기 나타나서는 내 가슴에 대가릴 처박은 놈이!”

“그건 고의가 아니었단 말입니다.”

“고의가 아니면, 이제 와서 발뺌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하면서 다시 거진의 멱살을 쥐었다.

다시 발이 허공에 떴다.

다시 또 날아가면 어딘가 한군데는 부러질 것만 같았다.


“아, 아닙니다! 무조건 그건 잘못된 거죠. 근데 제가······ 이런 말 드리긴 뭐하지만, 원래 이쪽 세상 사람이······”

"시끄러. 난 말 많은 새끼 입 보면 그냥 아작내고 싶어."


주로 입쪽에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이군.


입 꽉 다물고 두 손 싹싹 빌고서야 겨우 무사히 바닥에 착지했다.


“이 소지은한테 맞는 걸 가문의 영광으로 알아야지.”

“하지만 겨우 3초 가지고······”

“내가 시간관념이 아주 정확하거든.”

“어쨌든 이제 됐죠?”

“뭐가?”

“사과요.”

“놀고 있네. 이건 니가 늦게 온 벌이고.. 진짜 사과는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자리에서 일어난 지은은 거진에게 따라오라는 듯 손가락질을 했다.

앞서 걸어가는 지은은 키가 거의 180에 가까운 듯했다.

근육으로 다져진 어깨와 삼각등판, 그리고 갑자기 부풀어오른 골반이 정말 콜라병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거진은 애써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몸매 예뻐봤자지. 성격이 개또라인데

100일만 견디면 마법사가 될 것이고,

그땐 이 여자, 소지은이라고 했던가.

얼음비, 아니 화염으로 활활 태워주리라······.

아, 그런데 이렇게 왜 목이 타지?'


*


정신없이 따라가 멈추고 보니 병원 앞이었다.


읭? 사과를 하라더니 웬 병원······?


‘종합검사실’ 앞에서 여자는 들어가라는 듯 턱짓을 했다.

그녀는 어느 틈엔지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그때부턴 당췌 말이 없었다.

무섭게시리.


“그런데 뭔 검사인지는 알고 받아야 하지 않을까요?”


거진이 물어도 소지은은 군말없이 고갯짓만 했다.


‘들어가라.’

“네.”


설마 병원에서 죽겠냐 싶어 조용히 아가리 닥치고 묵묵히 검사를 다 받았다.

피검사, 소변검사, 위, 대장 내시경, 뇌 시티촬영까지.


다행이 마취를 시켜놓고 하는 검사라 거진은 그냥 잠 한 숨 푹 자고 일어나면 되었다.


벌써 시간은 세 시간이 흘러 있었고, 검사결과까지 나와 있었다.

최종 검사결과지는 거진이 볼 새도 없이 지은의 손으로 바로 건너갔다.


그리고 병원을 나서는데,


“계산은 원무과로 가서 하세요.”


라며 간호사님께서 친절히 원무과 창구를 안내해주셨다.


돈이란 걸 본 지가 100년은 된 것 같은 거진에게 원무과 창구는 마치 교도소 면회실처럼 느껴졌다.


“총 금액이 90만 7천원입니다.”


악!

뭔 놈의 검사비가!

의료보험 따위는 안 되는 세상인가?


손을 내미는 원무과 직원에게 거진은 불쌍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없는데요? 사실, 자초지종을 말씀드리자면요. 이게 제가 원해서 한 검사가 아니라······.”


원무과 직원은 말없이 버튼 하나를 눌렀다.


일초도 안 되어 거진의 양팔엔 건장한 남자의 팔뚝이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레슬링 아니면, 적어도 육체미 대회 정도는 한번쯤 나가봤을 법한 근육덩어리들이었다.


거진은 고개를 돌려 선글라스를 낀 채 딴청을 부리고 있는 소지은을 원망스럽게 바라봤다.

소지은은 결과지만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돈은 저기 저분한테······.”


그러자 경비원들이 우뚝 멈춰 섰다. 그리곤 서로를 마주봤다.

호리호리한 쪽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가로 저었지만, 뚱뚱한 쪽은 더 아니라는 듯 고개를 젓더니 거진을 호리호리한 쪽에 맡기고 여자에게 다가가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리고 물었다.


“저 남자가 지금 소대장님께 돈을 받으라고 하는데, 아는 분이십니까?”


그런데 갑자기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병원에 와서 한마디도 하지 않던 소지은이 우람하다 못해 차고 넘치는 근육맨의 다리를 걷어찼고, 근육맨은 그 자리에서 다리가 부러진 것처럼 비명과 함께 썩은 고목처럼 쓰러졌다.


놀라서 말도 안 나오는 거진이 더 놀란 것은, 쓰러진 경비원이 다리를 부여안고 사죄를 하는 장면이었다.


“죽을죄를 졌습니다. 부디 한 번만 용서를...”

“니가 뭘 잘못했는지는 알아?”


연락을 받은 경비대장이 쏜살같이 달려와 무릎을 꿇었다.

나이도 한참은 위일 것 같은 경비대장까지 설설 기게 하다니...

살벌했다.


‘도대체 저 여자의 정체가 뭐기에······?’


거진은 이제 자신을 잡은 손이 조금 느슨해진 호리호리한 경비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도대체 저 여자 정체가 뭐예요?”

“동대문 길드장이시자, 헌터계의 영웅 소지은님을 모른단 말이냐? 너란 놈은 대체······.”


경비원으로부터 대충 얻어들은 바로는,


현재 서울은 광화문, 동대문, 남대문, 서대문 4개의 구로 나뉘어져 있고, 각 구마다 길드가 하나씩 결성돼 있는데, 그중 동대문 길드의 장이 바로 소지은이었던 것이다.

소대장은 소지은의 별명이고.


“아니, 근데 저 경비원이 대체 뭘 잘못했냐구요?”

“소지은님이 선글라스를 꼈을 땐 절대 아는 척을 하지 않는 게 가장 큰 예의라는 걸 저놈이 잠시 망각한 거지. 점수 좀 따볼라고 촐싹대다가 제대로 뼈 맞은 거야. 새끼!”


고소하다는 듯 말하는 경비원은 동료경비원과 의리 따위는 1도 없는 듯했다.


어쨌거나 저 여자가 보통 여자가 아니라는 사실,

자신은 그 여자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몸이라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 거진이었다.


‘과연 저 여자가 원하는 사과는 무엇일까······?’


병원을 나서자 검은 밴 한 대가 서 있었다.

거진을 붙잡았던 경비원은 어느새 보디가드처럼 굴면서 거진에게 차문도 열어주고 90도로 인사까지 했다.


차에 오르자, 소지은은 선글라스를 벗어 가슴에 꽂고는 바로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거진은 어디로 가는지 물을 수조차 없었다.


“병원비 90만 7천원. 내 시간 3시간 37분. 그건 니가 책임질 문제고... 아, 씨발... 생각할수록 열받네... 호감도가 마이너스 10은 됐을 텐데... 존나 빡쳐! 개#&새끼! 존만한 뚱땡이새끼 때문에 내 소중한 점수를 10점이나, 무려 10점이나! 악!”


차 안에서 고래고래 욕을 하며 운전대를 주먹으로 치고 발로 엑셀과 브레이크를 콱콱 밟는 소지은을 보며 거진은 차의 손잡이를 꽉 잡았다.


짧지 않은 세상을 살면서 여러 또라이들을 봤지만 이렇게 공포 스멜이 가득한 상또라이는 처음 봤다.


‘제발······.’


다시 원래의 세상으로 돌아가게 해달라고, 하나님과 부처님과 단군할아버지까지 동원해 빌었지만,


어느새 집 안이었고, 식탁에 앉아 있었으며 손엔 포크가 들려 있었다.


“먹어라.”


도대체 이걸 어떻게······?


고급스런 접시까진 좋았다.

그런데 그 위에 가지런히 놓인 건 풀떼기와 피가 질질 흐르는 생고기뿐.


갑자기 팔좀비가 했던 욕들이 마구 떠올랐다.


음식 테러리스트의 진면목을 마주한 기분이랄까...


지은은 대체 식사가 무엇인지, 요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인간 같았다.


물론 거진도 더러 육회를 먹어보기는 했으나,

이렇게 통째로 덩어리인 살코기는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릴 정도였다.


그러나 지은은 나이프와 포크로 잘도 고기를 잘라 먹었다.

거의 2킬로는 될 법한 생고기를 각종 채소와 함께 와구와구 먹는 모습은 옷만 입었지, 원시인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왜 안 먹어?”


작가의말

술술 

보다 보니 재밌다...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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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 이리와요, 주인님! +43 20.06.04 434 35 17쪽
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4 30 14쪽
14 13. 세 명이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23 20.06.03 462 27 14쪽
13 12. ‘만지면 뿜뿜’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32 20.05.30 487 29 15쪽
12 11. 너, 왜 잘 생겼어? +28 20.05.28 486 31 9쪽
11 10. ‘죽음을 초월한 사랑’이 개방되었습니다. +21 20.05.27 491 28 13쪽
10 9.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22 20.05.26 497 3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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