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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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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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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6.17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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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26. 맛있으면 사형

DUMMY

기다리던 로이와 미쉐린이 안 오자 지은은 화장실 다녀오겠다며 회의장을 나갔다.

아유무 뒤에 그림자처럼 서 있는 데칼이 눈에 거슬려서였다.


인덕은 아유무에게 ‘포털’의 존재 유무를 더 확실히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대문 던전을 점검하면서 느낀 건데, 수박 겉핥기식으로 14군데의 감시탑만 돌아보는 건 아무 의미가 없어. 이번에 네 명의 감식반을 동원해 다양한 각도에서 던전 내부를 촬영해왔으니 자료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적어도 지난번과 달라진 곳 정도는 발견할 수 있을 거야.”


14군데의 순찰포인트는 던전 내부를 감시하는 CCTV와 각종 계측장치로 이루어진 일종의 감시탑이었다.

던전 안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려면 그 감시탑부터 우선적으로 해치워야 했기에 감시탑 점검은 필수였다.

전에는 이 감시탑에도 길드원들이 상주했었다.

요즘은 비용절감 차원에서 CCTV가 그 역할을 대행하게 되었다.


인덕이 던전을 도는 동안, 통제되지 않은 변형기계들이 출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리 위협적인 존재들은 아니었다.

뭔가 이미 다 정리가 된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초창기 남대문 던전엔 온갖 무기들의 향연장이었다.

탱크와 장갑차, 심지어 헬기까지 날아다닐 정도였다.

길드원들이 등장하면 바로 전쟁이 시작되곤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가동이 멈춘 거대한 폐공장 느낌이었다.


한때 굴지의 자동차회사였던 곳을 던전화한 남대문던전은 동물원을 던전화한 동대문던전 다음으로 넓은 면적을 자랑했다.

거길 모두 커버하기란 CCTV로도 인력으로도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감시탑의 위치를 재조종할 필요가 있었어. 이미 노출된 지 오래라, 감시탑의 사각지대가 형성돼 있는 곳이 꽤 있었어.”


인덕은 혼자 벼락산장에 들어가 조사를 벌인 사실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거진의 말이 맞겠지만, 적어도 인덕 스스로 확인하기까진 거진의 존재를 노출시키지 않는 게 좋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둘 다 아유무한테 죽는다고!’


외치던 거진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했다.

아유무가 고등학생이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거의 10년을 알고 지내왔지만, 아유무가 자신을 죽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상상으로라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친자매는 없지만, 있다 해도 아유무만큼 위해줄 수는 없을 터였다.


그러나 만약 로이가 지은의 서프라이즈 생일 파티에 문제의 와인을 들고 온다면?


아유무가 자신과 지은을 죽일 거라는 거진의 말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뭔가 알아낸 거 있어? 확인해보고 나서 말한다며?”


아유무가 묻자 인덕은 잠시 당황했다.

거짓말 못하는 성격의 폐해였다.

인덕이 머뭇거리자, 아유무가 더 파고들었다.


“남대문 벼락산장이 불법 물건 반출입 장소라는 소문이 돌던데, 뭐 발견한 거 없냐고?”


인덕은 버럭으로부터 들은 얘기가 있긴 했지만, 디지털환경에서 물건을 만들어낸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하는 원론적인 얘기로 답을 피했다.


그러자 아유무가 말을 이었다.


“얼마 전 사건 기사 봤지? 서울 외곽도로에서 탑차 두 대가 정면충돌했는데, 거기서 현실에선 만들 수 없는 물품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거. 무기서부터 고급 핸드백, 마약, 가방, 술까지.”


술이란 말에 인덕이 자신의 가방을 흘깃 보았다.


*


인덕은 벼락산장으로 들어가며 일부러 부하들을 물리고 혼자만 들어갔다.

주인인 버럭이 인사를 하자 마자, 나한텐 자동 거짓말탐지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숨쉴 틈 없이 물었다.


“여기서 귀한 물건을 살 수 있다던데, 사실인가요?”


일단 소리부터 질러 버럭이란 별명이 붙은 그가 평소와 달리 눈치 빠르게 고개를 조아렸다.


“금시초문입니다만······.”

“사실이다? 아니다?”


인덕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디지털화된 던전에서 물건을 만들고 그게 현실에서 팔린다? 저도 첨엔 못 믿었지만 말입니다. 세상일이란 게 항상 이론대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더라구요? 솔직히 제가 송사제님 앞에서 거짓말해서 뭐하겠습니까? 이미 다 아실 텐데. 그러니 제가 아는 것만 말씀드리자면, 사실 특별한 물건이 만들어지고 있고, 반출도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걸 어디서 어떻게 만드는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거죠. 저는 그냥 장사꾼일 뿐이라는 거. 찾는 사람이 있으면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 둘을 이어주는 거. 그게······.”

“알겠어요. 제가 찾는 와인은 얼마 전 누가 여기서 샀다고 나한테 얘기해주던데······. 내가 요즘 잠을 통 못 자서······”


인덕이 머리가 아프다는 듯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아, 그 물건은 워낙 인기가 좋아서 나오자마자 바로 팔려버립니다. 미리 예약을 해주셔야······”


버럭은 번들거리는 눈빛으로 인덕의 눈치를 살폈다.


‘어디까지 알고 있는 건가······?’


“거짓말!”


인덕이 화난 듯 눈을 똑바로 쳐다보자, 버럭은 숨이 컥 막혔다.


“아, 흠... 혹시 이름은 못 물어보겠지만, 소개해주셨다는 분이 아주 잘 생기신 분 맞으시겠지 말입니다?”


인덕은 딴청을 피우는 듯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버럭은 잠시 계시라고 하곤 주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가지고 나온 것이 와인이었다.


“비밀 지켜주시면 나도 비밀을 지켜드릴 게요.”


인덕이 값이 꽤 비싼 던전용 최고급 생명수를 두 병 내밀며 말하자, 버럭은 땡 잡았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는 아무 것도 안 말하고 안 팔았지 말입니다.”


*


로이와 미쉐린으로부터 더 늦는다는 연락이 오자, 인덕과 지은은 아유무에게 인사를 하고 나왔다.


인덕의 집으로 오는 길, 차 안에서 지은은 와인병을 들고 착잡한 심정이 되었다.

인덕이 버럭으로부터 받은 와인이었다.


“설마 했는데, 소문이 아니었네. 어떻게 디지털 기반인 세계에서 진짜 물건이 나올 수가 있냐?”


지은의 말에 인덕이 고개를 끄덕였다.


“난 그거랑 포털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해. 던전 내 공장에서 어떤 식으로 물건이 만들어지는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물건을 만들기 위해선 재료가 들어와야 하는데, 던전입구는 우리가 관리하기 때문에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지.”

“그럼 그 대머리 괴물새끼가 여기 저기 나타났다 사라진 것도 설명이 되네.”


지은이 인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이 인간들이 정말 올까?”


인덕의 집 앞에서 주차장 문을 리모컨으로 열면서 물었다.


“아직 답 없어?”


지은이 묻자, 인덕이 카톡을 보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


저녁 식사 시간이 끝난 뒤에도 주경이 돌아오지 않자, 거진은 경찰서를 찾아갔다.

주경은 유치장에 갇혀 눈물 콧물로 거진을 반겼다.

뭘 잘못했길래 저기 가둬두기까지 했냐 물었더니 난동을 부렸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경찰관들 코와 눈탱이가 밤탱이가 되어 있었다.


거진은 미안한 마음에, 그리고 정말 아무 것도 넣지 않고 라면을 끓인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경찰들 앞에서 라면을 끓여주었다.


“오!”


경찰들도 맛있다면서, 신고자가 신고만 철회하면 금방 풀려날 수 있다고 귀띔해줬다.


거진은 신고자 여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해가 좀 있으신 듯한데요. 전 라면에 아무것도 넣지 않아요. 원하신다면 제가 눈앞에서 보여드릴 게요.”


여학생은 자신의 혀는 지금까지 자신을 배신한 적이 없다며 거절했다.


“떳떳하다면 경찰이 밝혀주겠죠.”


여학생은 단호했다.


“밝혀는 지겠지만, 그동안 우린 뭐 먹고 살아요?”


거진이 볼멘소리로 사정했다.


“라면집인데 뭔 걱정이세요?”


동문서답의 여왕인가.


“그게 아니라······,”


듣고 있던 경찰이 그 여학생을 불러주겠다고 했다.


여학생이 경찰서로 왔고, 거진은 새 라면과 새 생수에서 물을 받아 여학생이 보는 앞에서 라면을 끓였다. 물론 생수를 냄비에 부으면서 손가락을 살짝 적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결국 여학생도 먹으면서 감탄을 했다.


그런데,


왜?


라면을 먹으며 방울방울 눈물을 떨구는 것이냔 말이다!


“학생 울지 말고 말을 해. 울면 우리가 어떡하나?”


경찰 한 명이 여학생을 달랬다.

그러자 여학생은 여전히 젓가락질은 멈추지 않으면서 울먹였다.


“전에···, 이렇게 맛있는 라면에 중독이 돼서··· 결국은 하늘나라로 갔단 말예요!”

"누, 누가요?"


여학생에게 가까이 다가가다 의자 다리에 발을 부딪치면서 거진은 여학생 앞에 무릎을 꿇는 형국이 되었다.


그러자, 여학생은 더 목소리를 높여 말했다.


“왜, 왜 이래요? 절대 용서 안해요! 다 필요없어요! 아저씨, 마약, 아니 만약 이 사람들이 정말 아무것도 안 넣었는데도 이렇게 맛있으면 사형시켜야 하는 거 아니에요?”


작가의말

하루가 짧게 느껴집니다.  


오늘도 최선은 다했지만, 


과연 최고로 재밌는지는 의문인 채로 하루를 마감합니다.  


선작이 현재 99네요. 


100번째 선작해주시는 분은 꼭 댓글 남겨주십시오. 


추천과 댓글은 저를 달리게 하는 유일한 천연 에너지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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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 맛있으면 사형 +15 20.06.17 190 22 9쪽
27 25. 불법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17 20.06.17 200 25 10쪽
26 24. 라면 맛집 +17 20.06.16 235 25 8쪽
25 23. 달밤에 쌩쇼 +16 20.06.16 241 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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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12 20.06.11 289 2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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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8.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62 20.06.09 387 44 17쪽
18 17. 넌 디졌어! +61 20.06.08 398 40 13쪽
17 16. 잘 할 수 있어! 멋지게! +74 20.06.06 470 4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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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1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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