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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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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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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49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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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67,524

작성
20.06.09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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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7쪽

18.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DUMMY

17화 요약 - 다시 게임속 이세계로 온 거진은 마법사가 되겠단 야망도, '자발적 노예' 연퀘를 달성하겠단 계획도 숨긴 채 90일을 숨어지내기로 결심한다. 그걸 밝히는 바람에 지난번에 비참하게 아유무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다. 성격이 급한 지은을 피해 인자하고 차분한 인덕을 자신의 보호자로 택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 * *


지은은 당장에 뛰어내려 거진의 멱을 따버리고 싶었지만,

행여 인덕과 트러블이 생길까봐, 부처님, 예수님, 타이슨을 번갈아 부르며 겨우 자제했다.

4대광마중 가장 불같은 성격에다 쌈닭인 지은에게 인덕이 알려준 자제의 주문이었다.


“갑자기 누군가 때려죽이고 싶다고 분이 차오르면, 부처님, 예수님, 타이슨 이름을 한 번씩만 불러봐.”


세상 무서운 것 없는 지은이지만 인덕 말은 들어야 했다.

두 사람은 여고시절을 함께 보냈다.

중고등학교 내내 일진이었던 지은은 거친 여자아이들에게 둘러싸여 ‘보스’의 지위와 그에 따른 대가를 아낌없이 치렀다.

반면 범생이 중의 범생이였던 인덕은 지은과는 정반대선상의 ‘보스’라 할 수 있었다.

악마와 천사의 대비라고나 할까.

싸움으로야 지은을 이길 수 있는 자가 없었지만,

인덕 또한 사람들의 신망에서 당할 자가 없었다.

인덕을 잘못 건드렸다간, 지은마저도 자신들의 부하들에게 욕을 먹을 수가 있었다.

차라리 전봇대를 깔지언정, 인덕은 까서는 안 되었다.

그녀는 치외법권이었으며 소도였으며 좀 더 과장하자면 신성불가침의 영역이었다.


어쨌든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처럼, 그 둘은 언젠가부터 서로를 의식했고, 드디어 만났다.

지은이 한 달에 보름 이상 애용하는 양호실에서.


부상으로 병상에 누워 있는 지은을 찾아온 인덕이 먼저 말을 꺼냈다.


“너랑 친구가 되고 싶어.”


지은은 무슨 말도 안 되는 개수작이냐며, 인덕의 제안을 헌신짝처럼 내쳤다.

그러나 인덕은 지은의 가장 아픈 곳을 알고 있었다.


“니가 왜 그러는지 알아.”


지은의 폭력성은 어렸을 때 당한 성폭행에 대한 상처에서 시작되었다.

가난과 무지의 환경 속에서 남들보다 성숙한 소녀는 수많은 늑대들의 먹잇감이었다.

어린 지은은 보호받지 못해서, 보호할 수 없어서 늘 화가 났다.

그녀는 스스로 강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학하다, 강해지고 또 강해지는 것만이 지상목표요, 삶의 낙이 되었다.

이젠 그런 상처따위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되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아픔이었다.

인덕은 마치 놀다가 넘어져 무르팍 까진 아이에게 소독약 발라주듯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니 잘못이 아닌 일로 괴로워하지 말고, 그 괴로움을 남을 괴롭히는 걸로 풀지 마.”


다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한 주먹에 옥수수가 털리고 두 주먹에 안면은 원형을 되찾기 힘들었을 것이었다.


어쨌거나 ‘니 잘못이 아니’라는 그 한 마디가 지은의 상처를 치유하고 고통을 끝내버렸다.


욕을 하고 싶었는데 눈물이 났다.


남 앞에서 눈물을 보인 건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어둠 속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상처 입은 어린 마음은 인덕이라는 빛을 향해 처음으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하지만 십여 년 몸에 배인 폭력근성은 하루아침에 벗겨낼 수 없었다.

그때마다 인덕은 지은의 사고처리반 역할을 했다.

특히나 여자 괴롭히는 남자를 보면 참지 못하는 지은에게 인덕은 그때 위의 주문을 알려주었다.


“갑자기 누군가 때려죽이고 싶다고 분이 차오르면, 부처님, 예수님, 타이슨 그 세 분 이름을 한 번씩만 불러봐. 그러면 그 분들이 보시기에도 죽일 놈인가 판단이 설 거야. 그때 죽여도 늦진 않아.”

“부처님, 예수님까진 이해한다. 근데, 거기에 타이슨이 꼽사리 낄 군번이냐?”

“타이슨이 이런 말을 했어. ‘Everyone has a plan ‘till they get punched in the mouth.’ 번역하자면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갖고 있다. 처맞기 전까지는’.”

“그게 부처님, 예수님이랑 뭔 상관이냐고?”

“부처님의 자비, 예수님의 사랑, 그리고 타이슨의 주먹. 이 세 가지가 인류의 평화를 지킨다고 생각해.”


끙!


이름을 불러보나 마나, 절대 거진은 죽여도 좋을 인간이 아니었다.


포획했다고 생각한 사냥감이 달아난 것뿐.


사실 거진으로선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단지 소지은이라도 싫어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소지은임을 알면서도 도망갔다는 사실에 자존심이 상했을 뿐······ .


자존심도 중요했지만, 인덕에게 ‘실망’을 주면서까지 내세울 만한 자존심 같은 건 없었다.


언젠가 인덕은 지은에게,


‘이유없는 폭력으로 니가 병신 같이 보일 때가 제일 슬프다’


고 말했었다.


외모도 천사 같았지만 정말 비단결 같은 인덕의 마음씨에 감탄하며 지은은 가끔 저년이 정말 천사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 인덕에게 겨우 남자 하나 때문에 실망이나 병신 같은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지은이 손짓만 하면 달려올 남자들이 한 트럭은 대기중이었다.


지은은 일단 매의 눈으로 거진과 인덕이 탄 차의 번호를 외웠다.


차는 인덕이 애용하는 2인승 벤츠 승용차였다.


매의 눈으로 추적할 수 있는 거리는 사방 1Km 이내.


차를 탔으니 더 멀리 갈 공산이 컸다.

지은은 속옷도 필요없는, 신발과 모자까지 올인원의 캣우먼을 연상시키는 가죽전투복을 착용했다.

5초 안에 입을 수 있는 가장 간단한 옷이면서도 맨손전투부터 무기 사용, 특히나 오토바이에 최적인 옷이었다.


“더 커졌나? 아 씨, 답답해!”


가슴에서 걸린 지퍼를 완전히 올리지 못한 채, 지은은 주차장에 세워둔 오토바이에 올랐다.

그리고


‘휘익!’


휘파람을 불어 자신의 펫창을 열었다.


펫 창에는 5마리의 펫들이 언제든 주인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추적에 가장 뛰어난 매를 불러냈다.


“천둥아!”


천둥이라는 이름의 펫은 매의 일종으로 1렙때는 일반 매와 같았으나 현재 지은의 렙과 동일한 B랭크에 이르러 엄청난 시야와 속도를 자랑하며, 번개를 주공격무기로 사용했다.

펫과 사냥꾼 사이에는 ‘감응’이라는 기능이 있어, 거리에 상관없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었다.

지은은 감응으로 천둥에게 인덕의 차량번호를 불러주며 추적을 명령했다.


‘쉬이익!’


천둥이가 눈 깜박할 사이에 사라지고, 오토바이 추적창에 천둥이의 위치가 포착되었다.

지은이 ‘따라가기’를 누르자, 천둥이의 이동방향으로 지은의 오토바이가 자동으로 따라갔다.

골목과 지름길을 이용해 채 5분도 안되어 인덕의 차를 발견한 지은은 펫을 귀환시킨 후, 속도를 줄이고 거리를 둔 채 인덕의 차를 쫓았다.


인덕이 추적을 눈치 챌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인덕의 차가 멈춘 곳은 명동의 어느 호텔 앞이었다.

차를 호텔에 주차시켜두고, 거진과 인덕은 남산을 향해 올라가기 시작했다.


거진은 차를 타고 오며, 길드아카데미에 들어가 마법사 공부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입학날이 되는 9월 9일까지만 자신을 지켜주면,

거진이 인덕을 위해 기연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저죠?”


인덕이 거진에게 물었다.


“인덕님이 아니시면, 전 지은님에게 강제로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거진은 최대한 불쌍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말했다.


“당하다니요? 지은이가요? 그렇게 나쁜 사람 아닌데······.”


인덕이 안쓰러워하는 눈빛으로 거진을 봤다.


“이제사 말씀드리지만, 아까 문자 보낸 사람이 저예요. 지은님은 일단 말보다 행동이시잖아요? 제가 앞으로 90일만 기다려달라고 해도 절대 안 기다리실 분 아닌가요?”


수긍이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인덕이었다.


“마법사가 되시려는 이유는 뭐예요? 저도 몇 번 떨어져봐서 아는데, 정말 되기 힘들거든요.

지금 길드아카데미에도 딱 3명뿐이에요. 존로 대마법사님께서 직접 인재를 고르시기 때문에······.”

“알고 있어요. 어쨌든 90일만 절 지켜주시면 반드시 약속은 지킬 게요.”


거진은 그 90일 동안 자신이 ‘자발적 노예’ 연퀘를 완성하든가, 25살 생일까지 솔로로 지내서 마법사가 되든가 할 거란 말은 하지 않았다.


지난번엔 그 말을 하는 바람에 아유무까지 자신을 노렸고, 결국은 자신을 비롯, 지은과 인덕 모두 죽고 말았다.

거진이 이번엔 ‘자발적 노예’를 철저히 비밀에 부치겠다고 결심한 이유였다.


*


인덕은 일단은 거진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나이 어리고 어리숙해 보이긴 하지만, 쓸데없는 거짓말로 사람을 현혹시키는 사람은 아니었다.


남들이 보기에 천사 같고 청순한 인덕이었지만, 인덕은 S랭크의 사제였다.

치유와 소생뿐만 아니라 정신상태와 신체상태에 대한 투시도 가능했다.

가히 인간에 관한 한 의학박사 이상의 지식과 대처능력을 가진 셈이었다.


사제의 특수스킬 중 하나인 ‘진실의 숨소리’는 마치 거짓말탐지기와 같았다.

상대의 호흡과 심장박동, 그리고 뇌파를 통해 진실을 혹은 거짓을 얘기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인덕을 속일 수 있다면 그는 거짓말탐지기는 물론, 신도 속일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일 것이었다.


‘악마가 아니고서야······.’


거진은 순진무구한 소년 같은 청년이었다.


사악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 무엇에도 아직 물들지 않은 순수 그 자체인 남자였다.


그가 ‘자발적 노예’의 기연을 줄 수 있다는 말은 충분히 신빙성이 있었다.


거기에 인덕이 거진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된 결정적 이유가 더 있었다.

차를 타고 오는 동안 거진은 인덕에게 곧 미쉐린으로부터 로이와 함께 지은의 집에 생일축하를 하러가자는 제안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 생일 때문에 누군가 죽을 수도 있어요. 그러니 절대 가시면 안 됩니다.”


설마? 했는데, 정말로 미쉐린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고, 로이마저 가자고 보채는 걸 간신히 거절하고 난 뒤 인덕은 거진을 100%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인덕은 90일간 안전하게 지낼 수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는 거진의 부탁을 받고 잠시 고민했다.


가장 안전한 곳은 자신의 집이었지만, 그건 거진이 거부했다.


“전 평범한 사람이고, 평범한 곳에서 평범한 일을 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하고 싶어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한 번 지은의 집에 숨어 있으면서 자신으로 인해 얼마나 큰 일이 일어났었는지 경험했던 거진으로선 인덕의 집도 딱히 안전한 곳이 아니었다.


인덕은 명동에서 남산 올라가는 길에 있는 깁밥과 라면을 전문으로 하는 ‘김라집’을 떠올렸다.

김라집 사장인 이주경은 전직 길드 사무장을 역임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 깁밥집을 하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그녀가 김밥집을 하고 있다는 것조차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그만큼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인덕조차도 그 정확한 이유는 알지 못했다.


어쨌든 인덕은 그녀에게 거진을 맡기기로 했다.

속내를 감추고 사는 사람이라, 거진에 대해서도 깊이 알려고 하지 않을 듯해서였다.


5분 쯤 걸어 큰길에서 골목으로 들어가자 작은 간판 ‘김라집’이 보였다.

일부러 찾아가지 않으면 모를, 마치 숨어 있는 듯한 식당이었다.

머리에 두건을 쓴 푸짐해 보이는 인상의 40대 아줌마 이주경이 인덕과 거진을 맞았다.


“이모, 아는 동생인데, 길드아카데미 응시하려고 지방에서 올라왔어요. 입학 때까지 머물 곳이 필요해서 부탁 좀 하려고요.”


거진이 90도로 허릴 숙였다.


“임.. 진이라고 합니다. 그냥 진이라고 불러주세요.”


거진은 혹시 몰라 거진이라는 본명 말고 ‘진’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우리 송사제님이 부탁하시면 뭐, 사장 자리라도 내놔야지.”


사람 좋아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이주경은 훤칠한 거진의 위아래를 훑어보더니,


“일은 좀 하나? 전혀 안 해본 거 같은데?”


하면서 대뜸 거진의 손을 잡아 손바닥을 만지작거렸다.


“굳은살도 하나 없고······.”

“라면 하난 잘 끓입니다.”


거진이 슬며시 손을 빼며 말했다.


“뭐, 이제부터 배우면서 하면 되지.”


“사장님 말씀 잘 듣고 잘 모셔. 내 어머님 같으신 분이니까.”


인덕이 거진에게 당부했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사장님. 뭐든 열심히 할 테니 시켜만 주세요.”


거진이 다시 한 번 허릴 숙여 인사했다.

이주경은 형식적이긴 하지만 그래도 쓸 건 써야 한다며 거진에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했다.

워낙 좋아 보이는 사장님 인상에 거진은 내용도 별로 안보고 기분좋게 사인을 했다.


*


김라집의 주 손님은 근처 여대의 여학생들과 남산 중턱에 자리 잡은 길드아카데미의 학생들이었다.

여대생들이야 오고가며 직접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지만, 입학과 동시에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길드아카데미의 학생들은 배달을 시키곤 했다.

거진이 굳이 이 집을 택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존로라는 대마법사를 만날 수만 있다면 진짜 마법사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줄지도······.


그런데 인덕이 사라지자마자, 이주경은 웃음기 싹 가진 얼굴로 거진을 아예 종으로 대하기 시작했다.


“무조건 한 달은 수습이야. 알았어?”

“네?”

“아까 사인했잖아?”


근로계약서가 아니라 노예계약서 아닌가?


‘3개월은 의무근무. 그중 1개월은 수습기간이며, 개월 수를 다 못 채울 경우, 월급의 300%를 월 이자 10% 포함, 변상한다.’


“요즘 누가 먹여주고 재워주니? 계산 똑바로 해. 알았어? 참, 잠자는 건 하루에 4만원씩 계산해서 수습 지나고 담달 월급에서 제할 거야. 알았어?”


갑자기 달라진 이주경을 보며 거진은 할 말을 잃었다.

노예계약서에, 이제 와 인덕에게 못 하겠다 할 수도 없는 노릇.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집 나오면 개고생이지. 암······.’


요리와 서빙은 이주경이, 거진은 설거지와 청소, 재료준비를 맡기로 했다.

이주경은 거진에게 설거지 잔소리, 청소 잔소리, 심지어 자세마저 어정쩡하다며 각 지어 인사하는 법을 가르치더니, 손님이 오면 일식집처럼 손님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소리쳐 환영을 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손님이 오면 주방 안에서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말라고도 했다.


“행여 여대생들이랑 말 섞고 농땡이 치면, 바로 아웃이야. 알았어?”


그런 거야 아예 귀찮으니 잘됐다 싶었는데, 가장 큰 문제는 이주경의 김밥과 라면이 정말 맛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여대생들이 왜 이 집에 오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그나마 김밥은 대주는 곳이 있어 그냥 갖다 파는 수준이라 좀 나았지만, 즉석으로 끓여야 하는 라면은 손수 이주경이 끓일 수밖에 없었는데, 특제라면이랍시고, 멸치 넣고 다시마도 넣고 대파도 넣어 끓여냈지만 맛은 더 없었다.


그냥 물만 제대로 붓고 끓이기만 해도 맛이 없을 수가 없는 것이 라면인데,

맛없는 라면 끓이기 대회 국대라도 되는 건지.


한 번 쓴 멸치와 다시마는 도대체 몇 번을 우려먹는지······.


맛이 없을 리가 없는 라면이 맛 없는 것이 신기하기만 했다.


그런데도 손님이 오는 이유는 뭘까?


그것 역시 신기한 일이었다.


아마도 엄청 배가 고프거나 아니면 다른 데 자리가 없거나 아닐까 짐작했다.


하루해가 다가고, 밤 10시가 돼서야 사장은 퇴근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와는 완전 딴판인 얼굴과 차림이었다.


옷이 날개라더니, 앞치마 두르고 펑퍼짐한 옷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퇴근 옷차림은 어디 출근복인 듯 화려하고 타이트하고 요란뻑적지근했다.


‘저 차림으로 집은 절대 가지 않을 터······!’


그러든 말든 사장이 퇴근한 뒤, 꼬르륵 소리가 나서 뭐라도 먹을까 봤더니 이미 김밥은 다 팔리고 없었고, 저녁 때 식사용으로 라면을 먹다가 손님이 오는 바람에 다 못 먹고 냄비째 놔둔 것이 생각났다.

뚜껑을 열었더니 다 불어터져서 라면인지 우동인지 모를 것이, 마치 지금의 자신의 신세처럼 느껴져 왈칵 설움이 밀려왔다.

눈으로만 봐도 이미 더럽게 맛없는 라면일 것이 분명한 것을 먹자니 젓가락을 내던지고 싶었다.


‘이 무슨 개고생이람······.’


괜히 감상에 빠져, 죽은 지은과 인덕을 구하겠다고 다시 온 게 후회가 됐다.


‘미쳤었나봐······.’


일이라 봤자 설거지와 청소, 채소 다듬기뿐이라 별로 힘들지 않았지만 배고파서 먹는 김밥과 라면이 너무 맛이 없는 건 정말 슬픈 일이었다.

그마저도 다 기록을 해놨다가 나중에 월급에서 깐다고 하니,

저절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 중 한 방울이 라면 냄비 속으로 똑 떨어졌는데······.


라면에서 오로라 빛이 나더니 다 식은 라면에서 갓 끓여낸 듯한 라면향기가 솔솔 올라왔다.

자기도 모르게 젓가락을 들고 라면을 후르릅! 먹는데,


와!


존맛!


그러고 보니, 전에 침을 뱉어 만들었던 라면을 맛있다고 먹었던 8좀비들이 생각났다.


[스페셜스킬 - 라면끓이기1Lv.]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그렇지, 나에겐 라면끓이기 스킬이 있다!’


거진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작가의말

날이 많이 무더워졌습니다. 


와 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제 글이 조금 시원하게 해드렸으면 좋겠습니다.  


선작, 추천, 댓글은 가장 큰 힘이고 버팀목입니다 .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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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 생명의 은인한테 뽀뽀도 못하나요? +12 20.06.11 288 22 15쪽
20 19. MSG 없는 세상 +63 20.06.10 468 36 14쪽
» 18. 당신의 라면은 맛있습니다. +62 20.06.09 387 44 17쪽
18 17. 넌 디졌어! +61 20.06.08 398 40 13쪽
17 16. 잘 할 수 있어! 멋지게! +74 20.06.06 469 47 12쪽
16 15. 이리와요, 주인님! +43 20.06.04 432 35 17쪽
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1 30 14쪽
14 13. 세 명이 다 행복할 수 있는 방법 +23 20.06.03 460 27 14쪽
13 12. ‘만지면 뿜뿜’ 스킬이 개방되었습니다 +32 20.05.30 486 29 15쪽
12 11. 너, 왜 잘 생겼어? +28 20.05.28 485 3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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