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피시방 알바 첫날,
퇴근하려는데 사장이 사라졌다.
기다리다 괴상한 소리가 나는 컴퓨터를 켰더니 요상한 사이트가 떴다.
무심코 클릭했는데, 갑자기 딴 세계로 들어 왔다.
그런데 이세계 시스템이 수상하다.
‘레벨업하려면 연애를 해야 한다고······?’
연애고자,
아니 연애를 거부한 연애거자한테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
거진이 연애거자가 된 것은,
‘만 25년 동안 솔로로 지내면 마법사가 될 수 있다’
는 말 때문이었다.
정신 멀쩡한 사람이라면 당연히 우스갯소리로 여길 테지만,
거진은 눈앞에서 직접 목격을 했기에 철석같이 믿었다.
자신이 마법사라며 느닷없이 등장한 여자 때문이었다.
“맞아. 난 차원이동을 해온 마법사야.
솔로로 지내다 25살이 되자 마법사가 되었지.
못 믿겠다고?
그렇다면, 얼음비 시전!”
하면서 그녀는 마법봉을 꺼내 거진 앞에서 촥촥 봉을 흔들었다.
샤라라락!
짧은 순간이었지만, 얼음가루가 거진의 머리에 하얗게 떨어져 녹았다.
꿈이라고?
그 얼음에 사타구니 사이가 땡땡 얼어 죽을 뻔했던 감각이 지금도 생생한데?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마법사는 마법을 보여주곤 거진의 목을 움켜쥐었다.
숨을 켁켁대며 거진은 필사적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혹시, 마법사가 되면···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요?"
마법사는 목을 놔주고 사라졌다.
거진의 귓가엔
'아마도. 죽지만 않았다면······.'
이란 말이 잔상처럼 남아 있었다.
그것은
한 번도 물어본 적 없지만,
조폭이 틀림없는 아버지 이름을 걸고 결코 꿈이 아니었다.
*
“다 내 탓이다······. 내가 죽일 놈이다.”
거진의 아버지는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
거진의 초등학교 1학년 등교 첫날.
싸가지 없는 지지배가 거진에게 이름이 거지같다며 짝꿍하기를 거부했다.
거진은 울면서 집으로 왔고, 다신 학교를 안 다니겠다고 했다.
그런 거진을 달래기 위해,
차원이동 전문기사였던 거진 아버지는
이세계에서 한 마법사를 데려와 '솔로'는 마법사가 될 귀한 몸임을 알려줬다.
그 마법사가 누군지도 잘 모른 채······.
앞으로 여자 때문에 골치 아프지 말라고 예방주사 한방 놔준 건데······.
어린 나이라 금방 잊고 그냥 평범한 남자로 살 줄 알았다.
그런데 누굴 닮아 그리 집요한지,
거진은 솔로가 마법사가 된다는 그 말을 신앙처럼 따랐고
25살을 100일 앞둔 지금,
솔로인 것이 편하고 여자도 필요치 않게 된 것 같았다.
평생 여자 없이 산대도 아무 불편함이 없는 것 같았다.
100일 뒤, 진짜로 마법사가 될지 모른단 기대에
거진은 하늘에 맹세코 남은 100일을 잘 견디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는 것 같았다.
4학년 졸업을 앞두고, 군입대를 맘대로 결정한 것도 연애하기 가장 어려운 환경이라는 이유 때문인 것 같았다.
어느 틈엔지 아들은 이제 아버지의 말따위는 듣지 않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
오랜만에 아들을 본 거진의 엄마는 남편을 향해 이를 갈았다.
“애 이따위로 키울 거였으면 책임진단 소릴 말았어야지!"
거진의 엄마는 차원이 다른 이세계의 마녀.
그녀는 딱 한번 지구에 온 적이 있었다.
지구를 박살내러······.
그녀의 임무를 알게 된 거진의 아버지가 최선을 다해 그녀를 꼬드겼다.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가 살려고.
그녀는 같이 갔던 친구들을 배신하면서까지 사랑에 빠졌고,
거진을 낳은 뒤 지구를 박살내려던 마음을 돌려 원래의 세상으로 그냥 돌아갔다.
그래도 아들이 살 곳이니까······.
그 바람에 거진의 엄마는 임무 불이행을 이유로
왕에게 모진 고초를 당하면서도 아들 때문에 견뎠다.
그런데 그 아들이 저 모양이라니······.
화가 뻗쳐 견딜 수가 없었다.
“만약 25살 생일, 그때까지 여전히 연애고자로 남아 있다면 그땐 다 죽여버릴끄야아아아!”
그녀의 고함 소리는 우주공간에 파동을 일으켰고,
파동은 지구에 진도 8의 지진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가 다시 지구로 온다는 것은,
지구의 멸망을 의미했다.
*
거진의 아버지는 100일 안에 거진이 연애에 빠질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
그리고 간절히 빌었다.
‘아들, 제발 연애해.
그래야 지구가 살아남아······.’
- 작가의말
수정이 있었습니다.
나중에 차차 설명드리려 했으나,
미리 알려드리는 것이 더 호기심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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