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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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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곰
작품등록일 :
2020.05.20 11:51
최근연재일 :
2020.06.19 18:20
연재수 :
3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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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52
추천수 :
959
글자수 :
167,524

작성
20.05.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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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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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DUMMY

거진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아버지로부터 대물림된 여복이라곤 없었던 인생.

마법사가 되기 위해 숭고하게 지켜온 솔로의 삶에 복병처럼 튀어나왔던 수많은 예병과 예또들······.


그 악몽 같았던 시간을 보상받는 듯한 순간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좋은 것들이 한꺼번에 왔다는 것.

마법사가 되기 100일 전에 나타났다는 것.


딱 100일 후,

소지은이랑 뿡짝거리며 알차게 보낸 다음,

송인덕이 뒤를 이어 왔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니 뭐 그 반대여도 좋고······.


그 누구도 선택하기 힘들 것 같은 비주얼과 피지컬을 가진,

마음씨도 겉모습 못지않게 아름답고 착하고 개(같은)성(질) 넘치는 두 여자를 앞에 두고 거진은 혼미해지는 정신을 가다듬었다.


완강기를 타고 내려가기 전,

거진은 ‘자발적 노예’의 긴 여정에 동참하겠다며 ‘Yes'를 눌렀다.


그러자 ‘자발적 노예’ 퀘스트가 떴다.


1단계 : 노예 신에 대한 경배 - 노예로 살다 죽어간 수많은 영혼에 대한 묵념의 의미로 ‘노예 신에 대한 경배’를 올려야 합니다. 24시간 이내에 노예 신을 찾아 그의 발바닥에 입을 맞추세요. 노예 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하찮고 비참한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하찮고 비참한 사람······?’


막막했다.

갑자기 어디서 가장 하찮고 비참한 사람을 찾는단 말인가?


그러다 문득,


다른 세상에서 이 세상으로 온 자신이야말로 가장 하찮고 비참한 사람이 아니던가?

F랭크에 1레벨의 최하의 밑바닥 신분이 그걸 증명하지 않나?.


밑져야 본전이라는 심정으로 거진은 신발과 양말을 벗고 자신의 발바닥에 입을 맞추었다.


“옛다, 노예신인지 뭔지 경배다!”


‘딩동댕’


오!

이런 말도 안 되는!

완료라니?


[자발적 노예 연퀘중 첫 번째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보상으로 ‘노예 신의 축복’이 내려집니다.]


그러더니 흙먼지 같은 것이 일더니 거진의 정수리에 모아졌다.

그 먼지냄새 가득한 기운이 뒤통수에 모인 뒤 갑자기 눈알을 밀어낼 듯이 압박해왔다.

그러면서 눈이 확 뜨였다.


[이제 당신은 새로운 스킬, ‘노예 신의 축복’으로 노예근성지수를 볼 수 있게 됩니다.]


‘그 스킬로 뭘 할 수 있는데?’


거진의 궁금증을 무시한 채 다시 안내문자가 떴다.


[‘자발적 노예’ 연퀘중 두 번째 퀘스트 ‘노예계약’입니다.

24시간 이내에 당신은 당신을 주인으로 모실 노예를 구해 계약을 해야 합니다. 만약 당사자가 노예계약을 거부할 경우, 목숨을 잃게 됩니다.]


죽는다고?

놀고 있네.

게임 안에서 죽어봤자지.


안내문자와 함께 타임리밋이 시작됐다.


23 : 59: 59


쉼없이 차감되는 시간을 보자 게임이란 걸 알면서도 괜히 마음이 다급해졌다.

거진은 일단 완강기를 타고 내려갔다.


머릿속이 복잡해서인지, 시간에 쫓겨서인지 10층을 완강기를 타고 내려오는데도 별로 무섭지 않았다.

어둠이라 잘 안보여서 그럴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이 세상에서 지금 이 미션을 해결해줄 사람은 오직 지은뿐이었다.

지은이 선뜻 ‘노예’ 노릇을 해줄지 안 해줄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그녀를 만나야 했다.

양아치 두 놈의 음모를 알려주기 위해서라도.


그렇게 지은의 집으로 들어오던 중에 인덕을 만났고,

지금 눈앞에서 두 명의 여신 중 누굴 택할 거냐는 물음을 받고 서 있는 중이었다.


“자, 둘 중 누굴 택할 거예요?”


두 여자 중 이번엔 인덕이 다시 한 번 거진에게 물었다.


거진은 이미 키스까지 한 사이에 우리가 남이가 하는 듯한 표정으로 윙크를 날리는 지은을 한번 보고,

오늘 처음 보지만 영혼까지 빨려 들어갈 듯 아름다운 미소를 지닌 소녀 같은 얼굴의 인덕도 쳐다보았다.


두근두근······.


심장소리가 들릴까봐 거진은 숨도 크게 쉬지 못했다.


‘기연’을 핑계로 어린 남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서 있는 두 여자 역시 자신들의 지위도 잊고,

지구상에 하나 남은 남자를 대하듯 타는 열망을 눈빛으로 드러냈다.


이글이글······.

화라라락······.


타 죽을 것 같아서 거진은 차마 두 여자의 눈을 마주할 수 없었다.


거진이 시선을 피하자, 답답하다는 듯 지은이 티셔츠를 벗어던졌다.


“왜 이렇게 더워?”


스포츠브라를 한 지은의 가슴이 크게 출렁였다.


“그러네. 니네 집 왜 이리 더워?”


인덕도 질세라 겉옷을 벗었다.

셔츠 차림의 인덕은 지은에 비해 키도 작고 어깨도 작았지만,

그래서 가슴은 더 도드라지는 자신의 몸매를 드러냈다.


그때였다.


거진의 귓속으로,


[‘노예 신의 축복’이 발동됩니다.]


란 안내 멘트와 함께 지은의 머리 위에 ‘노예근성지수 : 3.3’이란 글씨가 떴다.

그리고 곧이어 인덕의 머리위에도 ‘노예근성지수 : 7.8’이란 숫자가 떴다.


오!


저 숫자가 사실이라면,

자신의 말을 더 잘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은 인덕이란 뜻인가?


고민하던 거진은 일단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를 했다.


“제가 22년을 살면서 한 번도 이런 경우를 맞아본 적이 없어서······. 어쨌거나, 제가 감히 두 분 누님 중 한 분을 선택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드는 의문은, 왜 제가 두 분 중 한 분을 선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는 거예요.”

“지금, 왜 선택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몰라서 선택을 못하겠다는 거냐? 이 새끼가 이거 보자보자 하니까······.”


성질 급한 지은이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인덕이 지은을 잡아당겼다.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자.”

“뭔 설명을 해?”


금방이라도 물어뜯어버릴 듯 지은이 사납게 으르렁거렸다.


“거진 씨.”


거진을 바라보는 인덕의 표정에는 다정함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네.”

“우리가 지금 왜 거진씨한테 선택을 하라고 하냐면요.”

“야, 이 쌉새끼야! 죽고 싶냐? 기냥 선택하라면 해. 뭔 말이 많아? 너 같은 새낀 이 세상에 쌔고 쌨어!”


버럭 화를 내는 순간, 지은은 이미 자신이 선택받을 기회는 물 건너갔다고 생각했다.

이놈의 분노조절장애······.!


반면에 송인덕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이미 거진이 99%는 내 거란 생각이 들었다.


“씨발, 어차피 말난 김에 하는 말인데, 만약 니가 송인덕이 택하면 넌 언젠가 내 손에 죽어.”

“야!”


철썩!


헉!


거진이 깜짝 놀라는 것도 무리가 아닌 것이,

그 작고 귀여운 인덕이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지은의 뺨을 날린 것이었다.


“비겁한 년! 사람을 왜 겁을 줘?”


인덕에게 맞은 지은은 나동그라지며 벽에 처박혔다.

거의 동물적인 반사신경으로 벽에 붙어 있던 손도끼를 집어든 지은이 휙 몸을 날렸지만,

인덕의 몸은 어느새 보호막으로 둘러싸여 지은의 도끼질을 다 튕겨내고 있었다.


“도끼 안 버려? 정녕 죽고 싶은 거냐, 소지은?”


사제라고 해도 인덕은 S랭크였다.

힐링이 필요없을 때의 사제는 그 무진장한 마나를 이용해 매우 강력한 일격필살의 공격을 펼칠 수가 있었다.

더구나 송인덕은 4대 길드에서도 가장 길드원이 많은 광화문 길드의 장이었다.

소녀스러운 외모와 달리 길드원들에 대해 엄격하기로 유명했다. 그 어떤 위반도 봐주는 법이 없었다.

그런 인덕에게 B랭크 따위를 죽이는 일은 새발의 피였다.

비록 그가 길드장이라 해도, 감히 서열을 무시한 짓거린 용서받지 못할 일이었다.


지은은 잠시 숨을 고른 뒤 도끼를 다시 벽에 걸었다.

승산없는 싸움에 목숨을 걸만큼 무모하지도, 친구인 인덕을 잃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었다.

지은은 씩 웃으며, 싸울 의사가 없다는 듯 두 손을 들었다.


“미안! 내가 좀 흥분했지?”


그러자 인덕도 오른손에 모아놓은 일격필살 마나를 호흡으로 흡수했다.


인덕의 보호막도 사라지고······.


번갯불에 콩 볶듯 일어났던 전투는 간데없이 다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다.


저들이 왜 ‘광마’로 불리는지 거진은 비로소 알았다.


인덕은 겁에 질려 새하얗게 얼굴이 뜬 거진에게 후- 입바람을 날렸다.


‘모성의 바람’


모든 근심 걱정 피로를 다 날려버리고, 원기가 급속히 충전되는 힐링이었다.


“자, 내가 차근차근 설명을 해줄게요. 나랑 지은이는 지금 거진씨가 필요해요. 거진씨는 나나 지은이 꼭 가졌으면 하는 기연을 얻을 수 있는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기연이 혹시라도 나쁜 사람들 쪽으로 들어가면 엄청난 파국이 올 거예요. 이렇게 만난 것도 보통 인연은 아닌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나나 지은처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을 하는 사람들 쪽으로 기연이 가는 게 좋지 않겠어요?”

“전 사실, 이 모든 게 하나도 믿기지가 않아서······. 전 그저 그런 애였고, 나중에도 그저 그런 사람으로 죽을 보통의 남자······.”


거진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갔다.


“야, 막말로 우리가 개 양아치가 아니니까 너한테 선택권을 준 거야. 아까 그 양아치 새끼들 같았어봐. ”

“좀!”


인덕이 지은의 입을 막았다.


“우린 적어도 거진씨가 믿어도 될 만한 사람들이고, 무엇보다 거진씨가 원하는 걸 들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에요. 우리만 좋은 게 아니라, 거진씨한테도 좋은 거라는 걸 말씀드리는 거예요.”

“네. 잘 이해했습니다.”

“했으면 이제 빨리 찍어라. 누나가 기다림에 지쳐 지금 현기증 날라고 한다..”

“네. 그러면······.”


꿀꺽! 지은은 침을 삼켰고,

인덕은 숨까지 참으며 거진의 눈을 응시했다.


“저······. 두 분 다 선택하면 안 될까요?”


지은도 인덕도 갑자기 표정이 싹 달라졌다.

지은의 얼굴은 열이 올라 벌개졌고,

인덕의 얼굴은 싸늘하게 식어 차가워졌다.


“이 쌉쌔끼야!!! 니가 살 방법은 지금 당장 우리 둘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거야! 그 외엔 지금까지 우릴 모독한 죄만으로도 팔다리를 모두 잘려도 시원찮아!”


지은이 당장이라도 목을 뽑아버릴 듯 거진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인덕은 그런 지은의 손목을 지그시 잡았다.


“함부로 스킨십하지 말고······.”

“야! 얜 원래 내 거야!”

“소지은! 사람이 니 거 내 거가 어딨어? 민주적으로 하자며? 거진씨, 우리 둘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없는 이유가 뭐죠?


인덕이 차분히 물었지만, 사실은 화를 내는 지은보다 더 무서웠다.


자발적 노예 연퀘를 말하고


‘사실은, 나를 주인님으로 모실 노예가 필요하다.’


고 해야 하나?


하지만 만약 거절할 경우, 거진은 죽는다.


그러니 한 사람만 선택하는 것보단 두 사람 다 선택해서 노예계약 여부를 한 명씩 물어보고 싶은 게 거진의 마음이었다.

한 명만 찍어서 노예계약 하자고 물어봤다가, 거부당하면 그 길로 끝이기에.


고민으로 입을 열지 못하는 거진을 보며 지은은 화가 뻗쳤다.


“그러니까 이런 새끼들은 그냥 말로 하면 안 된다니까! 호의를 베풀면 호구된다고!”


인덕도 이제 인내심에 한계가 온 듯했다.


“왜 그러는데요? 설마 우리가 맘에 안 들어요?”


드디어 거진이 크게 호흡을 하곤 말문을 열었다.


“감히 어떻게 제가 맘에 든다 안 든다 할 수 있겠습니까? 다만, 저도 제 나름대로 원칙이 있는데, 그거 하난 지키고 싶고. 만약 제가 두 분 중에 한 분을 택하면 절 어떻게 하실 건지, 각자 말씀해 주시면 그걸 들어보고 결정해도 될까요?”

“지금 우릴 간 보겠다는 거네? 어?”

“네. 그렇게 보셔도 할 수 없구요. 제 목숨이 달린 일이라······.”


인덕이 먼저 말했다.


“좋아욧. 그럼 만약 날 선택한다면, 거진씨를 책임지고 지켜줄 게요.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한, 거진씬 죽을 일 없을 거예요.”


자신에 찬, 사제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제안이었다.

그러나 ‘노예계약’에 가까운 대답은 아닌 듯했다.

노예근성지수는 높은데······.


지은은 이미 졌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더니 그렇게 말했다.


“난 그럼, 무조건 니 말 들어준다. 집 밖에서는 말고. 맹세!”


거짓말인 걸 뻔히 알면서도,

인덕보다 노예근성지수는 훨씬 낮음에도

거진은 지은의 말이 더 신뢰가 갔다.


그러나 마음 한켠에선 이 새로운 세상에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데,

노예근성 지수도 높고 목숨 하난 반드시 지켜주겠다는 사람이 훨씬 나은 거 아니냐고 계속 메아리쳤다.


미모도 훨씬 낫고, 여성적이고, 랭크도 S등급에 4대 광마중 서열1위.


거기에 비하면 지은은 한마디로 천방지축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분노조절장애자.


과연 지은이 순순히 ‘노예계약’에 응해 줄지,

아니면 비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미지수였다.


그럼에도 거진은 결국,


“제가 선택한 분은······, 소지은님이세요.”


라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어쩐지 지은의 맹세보단 그 이상의 무의식적인 무언가가 선택의 판단에 작용을 한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키스 때문이었을까?’


그런 거진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지은은 보란 듯이 인덕 앞에서 거진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리고 입술을 맞췄다.


작가의말

오늘도 재밌는 하루가 되시길...


선작, 추천, 댓글은 무엇보다 큰 용기와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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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4. 과연 도덕관이나 윤리관이 있기나 한 건지 +31 20.06.03 421 3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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