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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창 님의 서재입니다.

어느샌가 이능력 사이언티스트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완결

민창
그림/삽화
제이지
작품등록일 :
2021.06.25 09:12
최근연재일 :
2021.10.06 13:05
연재수 :
104 회
조회수 :
51,215
추천수 :
893
글자수 :
532,633

작성
21.08.24 13:05
조회
273
추천
4
글자
11쪽

피라미드 꼭대기의 위

DUMMY

이런 식으로 붙잡힐 줄이야. 주동화는 어쩔 수 없이 경호원을 따라갔다.


환자들이 공장 안에 있기 때문에 보호자들도, 주동화도 저항을 하지 못했다. 보호자들은 그대로 문밖에 남아있고 주동화 혼자서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철문 안으로 들어가서 가까운 곳에 공장 건물이 있었다. 건물로 들어가 병실 문을 열자마자 빽빽하게 놓여 있는 침대들이 보였다.


환자들은 누워서 신음하고 있었다. 큰 병을 앓는 환자들을 100명이나 불러놓고서, 연구원들은 고작 대여섯 명이 전부다. 이런 상황을 보았으니 보호자들이 마음 놓고 기다릴 수 없는 게 당연했다.


그리고 주동화는 노바에볼루션 연구원들이 환자들 주위를 돌아다니며 뭔가를 주사하는 것을 보았다.


"뭐지? 뭘 주사하는 거야?"


벌써 룩시온을 주사하고 있는 것인가. 한발 늦은 건지도 모른다.


"잔말 말고 따라오기나 해."

"지금 주사하고 있는 게 룩시온인가?!"

"아직 룩시온은 도착하지 않았어. 진정제를 놓고 있는 거야."


경호원의 대답에 주동화는 한숨을 놓았다.


양재준은 CCTV를 설치하고 공장 1층을 감시하고 있었다. 공장의 2층을 관리실로 만들고 1층에 병상이 있었다. 100명이나 되는 환자들이 신음하고 있다.


경호원은 1층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갔다. 뒤를 따라 2층에 가 보니 1층의 상황이 그대로 보이는 화면과 방송 설비가 갖추어져 있었다.


그리고 화면 앞에는 양재준이 앉아 있었다. 물론 옆에는 경호원을 다섯 명이나 붙였다.


"양재준! 너 미쳤어?!"


주동화가 소리치자 경호원들이 양재준의 앞을 막아섰다. 그러자 양재준은 손짓을 하며 경호원을 물러서게 했다.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면 환자들 목숨은 보장 못 해. 1층의 연구원들은 모두 치사량의 마취제를 갖고 있거든."

"당장 그만 둬."

"어차피 죽을 사람들이야. 혹시 알아? 룩시온을 주사해서 살아날지?"

"그랬다간 노바 그룹 이미지도 바닥으로 떨어져."

"하하! 이 실험은 노바와 조금도 연관이 없어. 노바가 책임질 일은 아무것도 없지."

"네가 여기 떡하니 앉아 있는데 연관이 없다고?"

"나는 보호자 자격으로 와 있는 거거든."

"보호자?"

"보호자 없는 환자 한 명 구하는 게 어렵지는 않지."


역시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주동화는 1층의 상태를 화면으로 확인했다. 먼저 환자들의 안전이 확보되어야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룩시온이 도착하기 전에 해결을 해야 되는데.


그때 양재준이 입을 열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나."


뜬금없는 소리에 주동화가 되물었다.


"이기적이라니?"

"머지않아 인간은 지구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질 거야. 이상기온과 공기 질 저하, 그리고 식량난이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그래서?"

"하지만 룩시온이 있다면, 극한의 기온과 자연재해를 버텨낼 수 있는 인간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


주동화는 양재준이 룩시온 연구를 슈퍼휴먼 연구라고 칭했던 것이 기억났다. 룩시온으로 인간의 신체 능력을 끌어올려 환경 적응력을 높이려는 의도인 것이다.


"하지만 너희 틸엘은 룩시온을 독점하고 숨기기 급급해. 이기적이기 짝이 없다."


독점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숨긴 것도 아니다. 룩시온에 대해 아는 게 없었을 뿐이지. 주동화는 대답하지 않고 양재준을 노려보았다.


"이제부터는 노바가 새로운 미래를 만들 것이다."


양재준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리고 경호원이 무전을 받았다.


"룩시온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대형 화면으로 1층에 룩시온 혈청을 실은 카트가 우르르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연구원들은 일사불란하게 룩시온이 들어있는 주사기를 하나씩 집어 들었다.


양재준이 마이크 앞으로 걸어가서 말했다.


"여러분, 드디어 만능 치료제가 도착했습니다. 편안히 누워 계십시오."

"당장 멈춰!!"


주동화가 소리치자 양재준은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비웃었다.


"멍청한지 알고는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더 머리가 나쁘군. 여기를 혼자서 오다니."


양재준의 ‘처리해.’ 라는 명령이 떨어지자 경호원들이 주동화의 주위를 에워쌌다. 전부해서 여섯 명.


주동화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조용히 잠입해서 룩시온만 빼낼 계획이었는데, 이렇게 바로 발각되어 끌려오게 될 줄이야.


"그래, 나는 머리가 나빠. 이렇게 될 줄은 예상도 못 했거든."


그러자 양재준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고, 주동화는 고개를 들어 양재준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하지만."


이라고 말하는 동시에, 룩시온 모드로 들어가 옆에 있는 유리창을 전부 깨뜨렸다.


2층에서 유리창이 부서지는 소리에 1층의 연구원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웅성거리는 것이 CCTV 화면으로 보였다.


"상황이 어떻게 되든 내가 이기는 건 변함이 없어."


주동화는 천천히 말을 이어 가면서, 가까운 곳에 떨어진 유리 조각들을 움직여 양재준과 경호원들을 겨누었다.


"손끝 하나라도 움직이면 유리 조각이 몸을 관통할 거야."


날카로운 유리 날이 그들을 구석으로 몰아넣었고, 곧바로 주동화는 손을 뻗어 공장 입구의 철문으로 분자들을 빠르게 이동시켰다.


철문까지 순식간에 날아간 에너지는 강력한 바람을 일으켜 철문을 열어젖혔다.


문이 열리자 보호자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왔다. 주동화는 룩시온 모드를 종료한 뒤 마이크 앞으로 가서 소리쳤다.


"빨리 데리고 나가세요!!"


보호자들은 서둘러 가족들을 부축해서 나가기 시작했다. 연구원들이 저지하려 했지만 수적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다.


주동화가 양재준과 경호원들을 붙잡고 있는 동안, 보호자와 환자들은 모두 밖으로 나갔다.


1층에는 결국 연구원들만 남게 되었다. 하지만 곧 그들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밖으로 도망쳤다.


주동화는 유리 조각들에 포위당해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양재준에게 말했다.


"그러게 내가 그만하라고 몇 번이나 말했잖아."


양재준은 겁에 질린 채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이곳에 그를 도와줄 만한 사람은 없다. 6명이나 경호원들은 모두 그와 다를 바 없는 상황이었으니.


"뭐든지 좀 해 봐!"


양재준이 소리치자 경호원 중 한 명이 유리 조각 사이로 나가보려고 움직였다. 이에 주동화는 바로 유리로 경호원의 다리를 그어버렸다. 경호원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너희는 나를 이길 수 없어."


주동화가 룩시온 모드를 종료한 뒤 싸늘하게 말했다. 룩시온 모드를 종료한 뒤에도 여전히 유리 조각은 양재준을 겨냥하고 있다. 양재준은 주먹을 부들거리며 주동화를 노려보았다.


"인정할 수 없다는 얼굴이네."


주동화는 양재준의 앞으로 걸어갔다. 그러자 양재준은 뒤로 물러서다가 유리 조각에 찔리며 넘어졌다.


"하긴, 너는 너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본 적이 별로 없겠지. 이 세상에는 돈과 권력보다 강한 것이 없으니까."


그리고 주동화는 양재준 옆의 경호원들을 가리켰다.


"저렇게 너보다 힘이 센 사람들도 너한테 머리를 조아리니 말이야."


돈과 권력이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는지, 주동화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단칸방에 살던 때와 재벌 3세가 되고 나서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몸소 체험했으니까.


그러나 피라미드 꼭대기의 돈과 권력조차도,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은 힘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렇게 원하는, 룩시온과 결합한 사람이잖아."


주동화는 밑에 넘어져 있는 양재준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곧 너희가 꿈꾸는 미래다."


이 말을 마지막으로, 주동화는 양재준에게서 돌아섰다. 유리 조각들은 내버려 두었다. 나중에 누군가 와서 발견하든지 할 것이다.


지금은 환자들의 귀가를 돕는 게 우선이었다. 1층으로 내려가려는데, 뒤에서 양재준이 말했다.


"비겁해."


주동화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양재준이 말했다.


"룩시온을 너 혼자만 가졌잖아."


룩시온.


다른 차원에 존재하는 빛의 원소.


아버지는 이것을 어렵게 손에 넣어 지구로 가져왔다.


"인류가 멸망해도 상관없어?"


양재준의 말에 주동화는 아버지가 룩시온을 가져온 이유를 떠올렸다.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지구를 침략해올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


사실 주동화는 아버지의 말을 믿기 힘들었다. 아직까지 지구 밖에서 생명체가 발견되지도 않았고, 외계인의 존재가 실제로 증명된 바도 없다.


그런데 도대체, 언제 누가 어떻게, 지구를 침략해온다는 것인가.


그러나 아버지는 확신하고 있었다. 가까운 미래에 다른 차원의 존재들이 지구를 공격할 것임을.


당연히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다. 양재준이 말하는 인류의 멸망은 다른 측면에서의 이야기였다.


"곧 현생인류가 버티기 어려운 시대가 올 거야. 너만 혼자 살아남겠다는 거야?"


양재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언젠가 닥쳐올 전 인류적 재난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렇지만, 지금으로서는 다른 사람이 룩시온과 결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나라고 혼자만 이렇게 되고 싶었던 건 아니야."


그때 아버지가 분명히 말했다. ‘두 명분의’ 룩시온을 가져왔다고.


그 중에 한 명분은 아버지가 직접 사용했고, 남은 한 명분과 주동화가 결합했다.


그러니 그의 혈액에서 룩시온을 일부 추출해서 주입해 봤자, 그와 동일한 능력을 가진 인간을 만들어 낼 수는 없다는 뜻이다. 물론 그 전에 거부 반응으로 사망하겠지만.


결국 주동화는 룩시온과 결합한 마지막 지구인이 된 셈이다. 룩시온이 또 지구에 나타나기 전까지는.


"하지만 내가 룩시온을 갖게 된 이상,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겠지."


앞으로 그는 룩시온으로 인해 촉발되는 모든 위협을 홀로 막아야 하고, 룩시온을 가진 자에게 기대되는 모든 일을 홀로 수행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어떤 형태로 나타날지는 전혀 예상할 수 없지만.


"그리고 위선 떨지 마. 너는 인류가 아니라 너 자신을 위해서 룩시온을 원하는 거잖아."


양재준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주동화는 돌아서서 계단을 내려갔다.



***



주동화가 1층으로 내려와 보니 환자들은 모두 나가고 없었다.


하지만 여기는 외딴 폐공장. 집으로 돌아가는 교통편을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주동화는 여차하면 틸엘과 같은 계열인 일광물산의 네트워크를 이용할 생각도 했다. 어머니를 통해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청해야 하겠지만.


어쨌든 공장 밖으로 나가 상황을 봐야 할 것 같았다.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는데,


"이야, 이걸 이런 식으로 저지하네?"


주동화는 몇 걸음 가지 못하고 멈춰서야 했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만나고 말았다. 뒤를 돌아보자 하단우가 서 있다.


연구원들이 입는 하얀 가운을 입고 있다. 방금 전까지 노바에볼루션의 연구원으로서 이곳에 있었을 것이다.


"너한테 볼일 없어."


주동화는 하단우에게 말했다. 그냥 지나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하지만 하단우는 그럴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래? 나는 너한테 볼일이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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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탑 마스터 21.09.12 221 4 10쪽
79 제온 21.09.11 237 3 12쪽
78 서부지사 21.09.10 226 4 12쪽
77 비공식 대담 (2) 21.09.09 220 4 11쪽
76 비공식 대담 (1) 21.09.08 241 4 12쪽
75 재회 21.09.07 236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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