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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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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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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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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1.30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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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UPX 사옥. 펜트하우스.

DUMMY

늦은 저녁, 데커드는 UPX 사옥 펜트하우스의 응접실에 놓여진 소파에 몸을 기댔다. 웨이 린이 동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라이언 회장과의 저녁 식사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최고의 솜씨가 발휘된 요리들이 미각은 물론, 후각과 시각까지 완벽하게 만족시켰고, 식탁을 비추는 고풍스러운 조명이 멋스러움을 더했다. 그러나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의심이 섞인 호기심과 긴장으로 얼음장같이 굳어있던 데커드의 마음을 녹인 것은 이 모든 산해진미가 아닌 노위스 라이언 회장이었다.

라이언 회장은 그간 데커드가 접해본 중 가장 경이로운 사람이었다. 식사 중의 짧은 대화에서도 그는 자신의 박학다식함과 생각의 깊이를 유감없이 표출했다. 그러나 데커드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그 와중에도 상대의 거부감이나 소외감을 없애고 편안하게 대화를 이끌어나가는 그의 능력이었다. 라이언 회장은 시종일관 세련되면서도 겸손한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때로는 핵심을 관통하는 한 마디로 자신이 결코 상대와 형식적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었다. 가끔 라이언 회장이 눈을 마주친 채 데커드를 바라볼 때, 그는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상대를 꿰뚫어 보는 듯이 빛나고 있는 깊은 갈색의 눈... 은은한 음악 속에서 연방 보안국 수사부 요원 데커드는 UPX의 회장, 노위스 라이언과의 대화에 푹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보르도에서 저를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와인입니다. 한스 요젠버그와 그의 승무원들이 아벨리호로 알파 센타우리까지 항성 간 항행 최단 기록을 세웠을 때 제가 선물했던 와인이지요.”


라이언 회장이 잔에 와인을 따르며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라는 것이 참 재미있어요, 데커드씨. 평소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는지도 모르는 작은 사건들이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겹쳐져 결국 이 세계라는 거대한 직물을 만들어내니 말이오. 이번에 밝혀진 문제도 - 그 젊은 친구를 애도합시다 - 결국은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서 시작 되었겠지요.”

“그렇습니다. 그런 복잡하고 정교한 모델을 구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너무나도 대단한 일인데, 그 곳에서 일어나는 사건의 사슬들까지 들여다보는 것은 이미 제 이해를 아득히 뛰어넘는 일 같습니다.”


웨이 린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놀랍게도 라이언 회장님께서는 저희가 사옥의 보안 시스템을 설계할 때, 이미 그 가능성을 예견하시고 언질을 주신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가요, 회장님? 회장님께서는 저희의 시스템이 내포하는 구조적 특성이 통제 가능성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해주셨지요. 그리고 결과적으로 회장님의 예견이 들어맞았고요.”

“늙은이의 노파심에 대해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요. 찬사를 받아야 마땅한 사람은 제가 아니라 이론적으로만 존재하던 시스템의 개념을 현실에서 설계하고 만들어낸 두 젊은이겠지요. 오히려 제가 제기한 문제야말로 대단한 것이 아닌, 저의 빈한한 지식에 기초한 것에 지나지 않아요. 이거, 손님을 앞에 두고 괜한 소리를 하는군요.”

“아닙니다, 회장님. 오히려 한참 흥미를 느끼던 차에 궁금증이 더욱 커지는군요.”


데커드가 말했다. 라이언은 이러한 데커드의 반응이 흥미로운 듯 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제가 이 문제에 대해서 좀 더 말씀드리고 싶군요. 데커드씨, 괜찮겠지요?”

“물론입니다.”


라이언이 홀로패드를 누르자 부드러운 소리와 함께 데커드 뒤의 응접실 벽이 열렸다. 고개를 돌린 데커드의 눈 앞에는 벽면 가득 책장이 펼쳐져 있었다. 데커드는 살면서 이렇게 많은 양의 종이 책이 모여있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라이언 회장은 책장으로 다가가 한 권의 책을 꺼냈다. 붉은색으로 양장된 책에는 <비선형적 계에 대한 선형 접촉 효과의 예측 모델에 대하여>이라는 딱딱한 제목이 붙어있었다. 오랜 세월 많은 손을 탔는지, 책의 귀퉁이는 날강날강해져 있었다.


“4세기 전에 출판된 책입니다. UPX 연구 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론 수학자인 미셸 그래직이 쓴 책이지요. 이 책은 불안정성을 내포하는 순환계에 외부의 기계적인 자극이 주어졌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예측하는 것에 대해 다루고 있지요. 그의 논의는 기본적으로 20세기 말에 제기된 이른바 혼돈 이론에 기초하되, 계 자체가 내포하는 파동성을 주요한 고려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웨이 린 양께서 제게 말씀해주신 적이 있습니다. 마치 생명체처럼 설계된 시스템에 기계적인 자극이 주어졌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논의지요.”

“그렇습니다. 비단 생명체뿐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라는 행성도 크게 보면 끊임없이 순환하고 자체의 파동을 생성해내는 하나의 순환계입니다. 그래직의 논점은 이러한 순환계에 특정한 외부 자극이 가해질 경우, 어떤 경우에 있어서는 그 진동이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도 충분한 상호 반응을 일으켜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빚어낼 수 있고, 때에 따라서는 계 전체를 붕괴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프랙탈 이론의 코흐 곡선에서 이름을 따와 이 효과를 코흐 효과라고 불렀지요. 얼핏 겸손하게 보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순적인 작명이었죠.”

“흥미롭군요. 회장님께서 이런 것까지 다 알고 계실줄은 몰랐습니다.”


라이언 회장이 손을 내저었다.


“과분한 칭찬이에요, 데커드씨. 4세기 전에 저희 연구 재단이 미셸 그래직의 연구를 지원한 것은 이 코흐 효과라는 것 자체가 저희와 대단히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밀접한 연관이라면... 행성 개척 사업에 관련된 것입니까?”

“그래요.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테라포밍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요. 사람들은 테라포밍이 단순히 한 행성의 대기 조성을 바꾸고 사람이 살기에 충분한 물과 인공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다 심도있는 관점에서 보자면 테라포밍은 그 자체로 이미 항상성을 유지하고 있는 완결된 순환계를 외부의 힘을 이용해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당시 UPX 연구 재단은 미셀 그래직에게 그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컴퓨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만들어달라고 주문했고,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인 것입니다.”

“꽤나 대단한 작업이었겠군요.”

“대단한 작업이었겠지요. 그러나 결과는 그렇게 썩 만족스럽지는 않았던 것 같습디다. 이 책에서 그래직은 코흐 효과가 지니는 이론적인 가능성을 밝혀냈고, 그것이 어떤 경우에는 계의 궁국적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하고 있어요.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의 주장은 당시 UPX 최고 경영진에 의해 무시되었습니다.”

“어째서죠?”

“그는 코흐 효과에 대해 이를 잘 하나의 정립된 모델로 만들어내는데 실패했습니다. 다만 그 가능성만을 제시했을 뿐이었죠. 물론 그가 멋드러진 모델을 제시했다고 해도, 그 역시 한 사람의 이론가에 불과했다는 점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겠지요. 더욱이 행성이라는 살아있는 계가 지니는 안정적인 공명의 폭은 우리의 테라포밍 작업을 광활한 백사장에 어린아이가 만드는 작은 모래성처럼 보이게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수 십년간 난장이들이 자그마한 손으로 흙 장난 하듯 서서히 진행되는 테라포밍 작업이 전체적인 거인들의 세계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죠.”

“그렇군요. 하지만 회장님께서는 코흐 효과에 기초하여 회사의 보안 시스템이 지니는 문제를 파악하지 않으셨습니까?”

“왜냐하면 지금 우리는 UPX의 보안 시스템이라는, 아주 작은 세계에 대하여 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벨과 린이 처음 제게 가져온 시스템의 모형은 전혀 성숙하지 않은, 막 태어난 병아리 같은 존재였습니다. 저는 서서히 성장 중인 시스템에 기계적인 조성을 삽입할 경우, 그것이 미치는 영향력이 시스템의 발달 과정에서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할 것에 대해 우려했던 것이지요. 사실 코흐 효과를 적용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작고, 단순한 계를 다루고 있기는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늙은이의 예측이 틀리지는 않았으니 아이러니하게도 기분이 과히 나쁘지는 않군요.”


와인 잔을 계속 새로 채우며 세 사람은 대화를 이어갔다. 데커드가 자신의 말을 흥미있게 듣고 있다는 사실이 라이언 회장을 즐겁게 하는 듯 했다. 그 때 적당히 취기어린 데커드의 눈에 응접실 한켠에 놓여진 체스 테이블이 들어왔다. 라이언 회장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체스를 좋아하시나요, 데커드씨?“

“어릴적 아버님이 두시는 것을 어깨 너머로 배웠죠. 어느 정도 흉내는 낼 줄 압니다.”

“그렇다면 저와 한 게임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오랫동안 체스를 두지 않았더니 안 그래도 초심자 수준이었던 실력이 이제는 완전히 녹슬어버린 것 같아 말입니다.”


고급스러운 푸른빛이 감도는 크리스털 체스 테이블 앞에 두 사람이 앉았다. 백을 잡은 라이언 회장은 정석적인 킹즈 갬비트(The King's Gambit)로 게임을 시작했다. 그는 데커드의 정석적인 대응을 본 후, 비숍을 전진시켜 데커드를 압박했다. 이에 데커드는 과감히 퀸을 내세웠다. 서로의 차례가 돌아가며 중앙의 필드는 조금씩 전진하는 폰과 그 사이를 교란하는 나이트에 의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데커드는 이에 과감히 자신의 폰을 전진시켜, 필드의 한 쪽을 차지하고 있던 라이언의 비숍을 압박했다.


“과감한 수군요, 데커드씨.”

“체스를 둘 때 자신의 잠재된 성향이 잘 드러난다고들 하지요. 저는 아무래도 지루한 교착 상태를 좋아하는 성격은 아닌 듯 합니다.”

“그렇다면 데커드씨를 상대하는 저로서는 이제부터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데커드는 라이언이 당연히 비숍을 뒤로 물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라이언은 그 대신 자신의 룩을 데커드의 퀸을 향해 조준했다. 안전을 확인한 데커드가 폰으로 비숍을 치우자 라이언이 입을 열었다.


“때로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희생도 필요한 법이지요.”


라이언은 자신의 폰을 전진시켜 견고한 위치를 고수하고 있던 데커드의 퀸을 압박했다. 데커드는 자신의 퀸을 한 칸 뒤로 물렸다.


“하지만 모든 희생이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그렇지요, 데커드씨. 하지만 대국적인 견지에서 보면 한 번의 변칙적인 수로 상대를 흔들고 상대의 견고한 진영을 와해시키는 것은 그 자체로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신의 견고한 진영이 오히려 퀸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데커드가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나이트를 물려 퀸에게 도망갈 길을 터주었다. 라이언은 미소지었다. 다시 몇 차례가 지났다. 과감한 한 수로 기회를 잡은 데커드는, 자신의 퀸을 라이언 진영 안쪽으로 깊숙이 진격시켜 상대의 룩을 쳐냈다. 그러나 라이언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는 침착하게 퀸과 나이트를 데커드의 진영쪽으로 전진시켰다. 그 순간 데커드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그의 눈에 화이트 퀸이 블랙 나이트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광경이 들어왔다. 데커드는 라이언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생각했다. 데커드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화이트 퀸을 쳐냈다. 승리는 자신의 것이라 확신한 그는 미소를 지으며 라이언 회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라이언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는 여유있는 몸짓으로 자신의 하나 남은 비숍을 데커드의 킹 앞으로 움직였다.


“체크메이트!”


순식간에 결정된 게임의 결과에 데커드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옆에 서서 게임을 지켜보던 웨이 린도 미소를 지었다.


“놀라운 운용이군요. 마치 꿈을 꾼 것 같습니다.”

“과찬입니다, 데커드씨. 그저 잔재주에 불과한걸요.”

“방금 전까지 저는 제가 승기를 잡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회장님께서 퀸을 희생시켰을 때는 이것이 회장님의 실수라고 판단하고 깊이 생각하지 않은 채 움직였지요. 그것이 제게 독이 된 것 같습니다.”

“나의 허점을 일부러 노출하면서 상대를 끌어들인 후, 방심한 상대를 결정적인 한 수로 제압하는 것은 모든 게임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전략이지요. 보다 높은 곳에서 대국을 조망하면서 때로는 과감히 자신의 패를 희생시키고 상대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변칙적인 한 번의 공격을 준비하는 것이지요. 이번 게임에서는 이 비숍이 중요한 역할을 해 주었군요.”


라이언 회장의 목소리는 사뭇 진지했다.


“나이트와 룩, 퀸이 휘젓는 전장에서 비숍이 결정적인 한 타를 날릴 것이라 예상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지요...”


데커드는 취기가 싹 가심을 느꼈다. 그는 라이언 회장의 이 말이 단지 방금의 체스 게임만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데커드를 바라보는 라이언 회장의 눈이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데커드는 무의식적으로 그 시선을 피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데커드가 이제 돌아가 봐야겠다는 말을 하려는 찰나, 라이언 회장이 사뭇 무거운 어조로 먼저 입을 열었다.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잠시 데커드씨를 어떤 연유로 이 자리에 모시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그러면 그렇지. 데커드는 생각했다. UPX의 최고 경영자가 단지 자신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서 일개 연방 보안국 요원과 친히 저녁 만찬을 함께 할 리는 없었다.


“데커드씨도 아시겠지만, 요즘은 한창 민감한 시기입니다. 뉴 에덴의 취역이라는 역사적 전환점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요. 따라서 저희는 만에 하나 있을 주변의 소요에 안팎으로 철저히 대비하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이 시기에 회사를 둘러싼 사소한 문제라도 생기는 것을 원치 않을 겁니다.”

“그렇겠지요. 제이콥 사건도 그렇고...”


데커드는 자신이 제이콥 사일러스 건을 라이언 회장 앞에서 다시 언급했다는 사실에 자뭇 놀랐다. 그러나 라이언은 의외로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이콥 사건에 대해서는 데커드씨에게도 다시 한 번 감사드리는 바입니다. 저희는 주위에서 쓸데없는 말이 생기는 것에 대해 우려했고, 다행히 이는 무사히 처리되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편히 취역식을 준비하기에 우려되는 부분이 좀 있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이라 하시면...”


웨이 린이 말했다.


“얼마 전, 사내에서 모종의 ‘사건’이 있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혹여나 그 사건이 더 큰 결과의 전조가 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계십니다.”

“물론 이 늙은이의 걱정이 지나친 것이라면 좋겠지만, 워낙 사안이 민감해서 말이지요.”


데커드는 정색하며 물었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이것을 제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데커드씨, 회장님께서는 데커드씨께서 혹시라도 주변에 쓸데없는 잡음이 없도록 이 ‘사건’을 개인적으로 조사해주시기를 원하십니다.”

“그렇소, 데커드씨. 정확히 말하자면 데커드씨께서 일종의 ‘안전 보증’을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뉴 에덴의 취역식까지 사건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지 않도록,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럴 리야 없겠지만 더 큰 사고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증을 주셨으면 하는 것이지요.”

“회장님, 죄송하지만 저는 말씀하시는 사건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도 모릅니다. 모르는 사건에 대한 안전 보증을 설 수는 없지요. 게다가 아무리 회장님의 요청이라도 저는 연방 보안국 수사관으로서의 제 직책에 어긋나는 행위는 할 수 없습니다.”

“역시, 데커드씨,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있군요. 그런 자세, 마음에 듭니다. 데커드씨께서 이번 제이콥 사일러스 건에 많은 노력과 열정을 들였다는 것을 잘 압니다. 어찌 보면 이번 ‘사건’은 제이콥 건과도 무관하지 않아요... 회사의 보안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측면에서요. 또한 저는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데커드씨의 능력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좀 있지요. 그래서 제가 다른 사람도 아닌 데커드 씨께 이런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웨이 린이 말했다.


“지금에야 말씀드리게 되어 죄송합니다만, 회장님께서는 제이콥 사일러스 건으로 인해 노출된 사옥의 보안 문제에 대하여 그 자문역으로 보안국 측에 데커드씨를 추천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데커드씨. 만약 데커드씨께서 승낙만 해 주신다면, 데커드씨는 자문 위원의 자격으로 UPX 사옥 내에 자유롭게 머무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원하신다면, 수사에 필요한 모든 인적, 물적 자원을 저희 보안팀에서 지원할 것입니다. 데커드씨께서는 수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해 쓸데없는 잡음이 없을 것이라는, 그리고 취역 행사가 안전하게 치러질 것이라는 보증만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그 댓가는 저희가 섭섭지 않게 제공해 드릴 것입니다.”


웨이 린이 덧붙였다. 그러나 그녀의 마지막 말은 어느새 데커드의 마음 속에서 일어난 강렬한 호기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한 동안의 침묵이 이어졌다. 그 사이 데커드는 킹 크랩에서의 밤과 제이콥 사일러스 사건의 급작스러운 종결이 남긴 씁쓸함을 되새겼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회장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일단 사건에 대해 먼저 알아야겠군요. 도대체 어떤 사건입니까?”


라이언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데커드씨. 지금 바로 같이 아래로 내려갑시다. 모든 것은 장서관에 도착하면 알게 되실 겁니다.”


작가의말

설 연휴를 맞아 한 회를 미리 올립니다. 모두 즐거운 설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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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69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8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69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8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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