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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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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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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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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8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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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DUMMY

데커드와 수경은 좁은 방 안에서 벽 너머로 들리는 폭음과 총성의 울림에 귀를 기울였다. 소리는 점점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처음에 환풍구를 통해 메아리치듯 들려오던 소리가 점점 명확하게 들려오기 시작했다. 벽 너머로 무언가 다급하게 외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어느새 총성은 그들과 밖을 가로막고 있는 문 바로 너머로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때였다. 데커드는 갑자기 문 방향에 앉아있던 수경을 움켜잡고는 재빨리 반대 방향으로 엎드렸다. 놀란 수경이 무언가 말을 꺼내려던 찰나, 바람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귀를 찢는 폭발음과 뜨거운 열기, 그리고 엄청난 충격이 그들을 강타했다. 곧 사방이 매캐한 연기에 휩싸였고, 콘크리트 부스러기와 먼지가 두 사람의 등 위로 떨어져 내렸다.

잠시 후 두 사람은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 벽 너머로 들려오던 총성은 어느새 잦아들어 있었다. 여전히 저 멀리서 단발마의 총성이 울려퍼지고 있었지만, 주변은 고요했다. 문득 고개를 돌린 수경의 눈에 날아가 벽에 처박혀버린 철문이 들어왔다. 사방이 어둠에 휩싸인 가운데, 어딘가에서 새어들어오는 희미한 붉은 빛이 완전히 찌그러진 철문 위로 을씨년스러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데커드와 수경은 조심스럽게 방을 빠져나왔다. 거대한 터널 내부는 곳곳에 타오르는 불길을 제외하면 온통 어둠에 휩싸여있었고, 턱까지 차오르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방을 막 빠져나오는 찰나, 수경의 발에 무언가 닿는 것이 있었다. 아래를 내려다본 그녀는 그 순간 데커드가 그녀의 입을 틀어막지 않았다면 비명을 내지를 뻔 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시커멓게 타버린 시체가 그들의 발밑에 쓰러져 있었다. 팔 다리 할 것 없이 기괴하게 뒤틀려버린 몸, 손과 함께 녹아 바닥에 늘러 붙어버린 소총, 그리고 턱이 빠질 새라 커다랗게 벌린 입과 심연과 같은 어둠만 남은 두 눈구멍의 모습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데커드가 입을 열었다.


“플라즈마 열압력 탄이군요. 이 곳을 완전히 흔적도 없이 쓸어버릴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누가 이렇게 잔혹한 짓을...... 전에 본 정체를 알 수 없는 군인들일까요?”

“누가 되었건 간에 우리를 이 곳에서 구하러 온 것이 아닌 것은 확실합니다.”


두 사람은 어둠과 그림자에 몸을 숨긴 채 조심스럽게 폐허가 된 터널을 따라 걸었다. 그때였다. 자욱한 먼지 사이로 저 멀리 하나의 검은 실루엣이 보였다. 방탄복과 방탄헬멧을 갖춰 입은 군인인 듯 했다. 그는 데커드와 수경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수경이 속삭였다.


“이제 어쩌죠?”

“일단 여기 숨어 계세요. 제가 한 번 가 보겠습니다.”


말을 마치자마자 데커드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든 채 어둠 속에서 빠져나와 앞으로 나아갔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군인은 갑자기 불쑥 튀어나온 사람에 잠시 놀라는가 싶더니 곧 데커드를 향해 총구를 겨누었다.


“나는 보안국 수사부 요원 랜스 데커드다. 연방정부 소속인가?”


데커드의 말에 군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전으로 무언가를 확인하고 있는 듯 했다. 데커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연방정부 보안국 요원이다. 사건 수사 중 이곳의 무장 세력에게 억류되었었다. 작전 책임자를 만나고 싶다. 지금 바로......”


데커드가 말을 채 끝마치기도 전, 군인은 갑자기 데커드를 향해 총을 발사했다. 총소리가 귓전을 때리는 순간 데커드는 몸을 숙인 채 전력으로 군인을 향해 질주했다. 펄스 소총에서 발사된 플라즈마 빔이 달리는 데커드의 얼굴에 닿을 듯 말듯 스쳐지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급작스러운 데커드의 돌진에 당황한 군인이 다시 방아쇠를 당기려는 찰나, 데커드가 그를 덮쳤다. 데커드가 온 힘을 다해 군인의 복부를 가격하자 그가 비틀거렸다. 데커드는 이를 놓치지 않고 다시 그의 팔을 비틀어 소총을 빼앗고는 그가 회복하기 전 재빨리 개머리판으로 머리를 찍어버렸다. 억 소리와 함께 군인은 곧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수경이 달려갔을 때 데커드는 쓰러진 군인의 태그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었다. 갑자기 그의 입에서 외마디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수경이 걱정스레 물었다.


“어떻게 된 거에요? 이 사람은 도대체 누구죠?”

“이 사람...... 연방 보안국 내 대테러 특수작전 부대원입니다.”

“그런데 왜 데커드씨를 죽이려고 한거죠? 데커드씨는 분명 본인이 보안국 요원이라고 밝혔잖아요.”


데커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쓰러진 병사의 펄스 소총을 챙기며 말했다.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게 되었군요. 이제 우리가 어떻게든 자력으로 이곳을 빠져나가야 한다는 거요.”


두 사람은 터널의 끝자락에 도달했다. 터널의 끝자락은 무언가 강한 힘에 짓눌린 듯, 온갖 잔해들로 막혀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방금 그들이 빠져나온 것과 같은 작은 철문이 있었고, 그 너머에는 아래로 통하는 계단이 있었다. 두 사람이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반대편에서 군홧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족히 세 네 명은 되는 사람들이 이쪽으로 오고 있는 듯 했다. 동시에 날카롭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함께 들려오기 시작했다. 데커드는 급히 수경을 끌고 철문 너머로 들어갔다.


“수색조입니다. 드론까지 동원했군요. 일단은 이쪽이 막다른 길이 아니기를 바라는 수밖에요.”


두 사람은 소총에 부착된 전등 불빛에 의존한 채,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내려갔다. 수십 보를 내려가자 곧 두 사람 앞에 길고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통로의 끝에는 작은 문이 하나 있었다. 아직 전력이 끊기지 않았는지, 곳곳에 켜진 붉은빛의 조명이 통로를 밝히고 있었다. 통로에 들어서자 두 사람은 기묘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좁은 통로 전체에 알 수 없는 낮고 무거운 소리가 울려퍼졌고, 거대한 팬이 돌아가는 듯 한 소리가 통로 전체에 맥박 치고 있었다. 조심스러운 발걸음 끝에 데커드와 수경은 통로를 지나 그 끝에 놓인 문을 열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의 눈앞에 현재 자신들이 처한 상황을 잠시 잊어버릴 정도로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들의 눈앞에 나타난 것은 사방이 족히 백여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대한 공간과 그곳에 도열한 거대한 상자들이었다. 높이가 3미터 정도 되는 검은 금속성의 육면체들은 가지런히 열을 맞춘 채 갑자기 나타난 지하의 공간을 채워나가고 있었다.


“지하에 이런 시설이...... 이게 다 뭘까요?”


놀라움이 가득한 목소리로 수경이 물었다. 데커드는 사방을 가득 메우고 있는 금속 상자중 하나에 다가가 희미하게 돌출된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갑자기 상자의 각 모서리에 푸르스름한 불이 켜지는가 싶더니 위잉 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 추측이 맞았습니다. 컴퓨터입니다.”

“그렇다면 전에 저희가 찾아냈던.......”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된 물건이죠. 이제 어느정도 그림이 그려지는 듯합니다. 이 거대한 시설, 사원......”


그러나 데커드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갑작스럽게 문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데커드는 수경의 팔을 급히 잡아끌었다.


“......시간이 없군요. 나머지 이야기는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서 하도록 하지요.”


데커드는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의 눈에 작동을 멈춘 거대한 환기팬과 그 옆에 놓인 작은 접이식 사다리가 들어왔다. 사다리의 높이는 다행이 높지 않았다. 적당한 높이에서 뛴다면 끌어내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저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서요, 시간이 없어요.”


데커드는 서둘러 한 대의 컴퓨터 위로 뛰어 올라 사다리를 향해 몸을 날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데커드의 체중에 힘입어 접혀져있던 사다리가 아래로 끌려 내려갔다. 두 사람은 서둘러 사다리를 타고 환풍구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들의 발밑에서 군홧발소리와 무언가 다급히 말하는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는가 싶더니 곧 군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중 한 군인이 천정을 올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는 다행히 환기팬이 드리운 어둠 속에 몸을 감춘 데커드와 수경을 알아보지는 못했다.

군인들이 시야에서 사라지자 두 사람은 계속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지상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총성과 폭음이 더욱 선명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침내 두 사람에게 지상의 차고 맑은 공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쏟아져 내려오는 강렬한 빛이 데커드의 시야를 가렸다. 찡그린 그의 눈 사이로 불빛의 정체가 점차 선명하게 그 모습을 갖추어나가기 시작했다.

건쉽의 터렛건이 정면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작가의말

이제 이 글도 막바지에 거의 이르렀군요. 지금까지 사랑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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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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