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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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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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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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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수 :
229,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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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09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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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DUMMY

이른 아침, 사옥 로비에서 만난 데커드와 웨이 린은 함께 UPX 사옥 내의 중앙 통제소로 향하고 있었다. 데커드는 어젯밤에 있었던 케이먼의 방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웨이 린에게 데커드의 파견에 관한 보안국의 행정 처리 결과를 이야기했다.


“라슈 부장이 툴툴대면서 마지못해 파견을 승인해주더군요. 인사 행정 담당 쪽에서도 그다지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요. 보안국 입장에서야 그다지 환영할 일이 아니겠지만 이렇게 대놓고 싫어하는 티를 내는 것은 의외더군요.”

“좋게 생각해서 부러움의 표현이라고 받아들이세요, 데커드씨. 보안국 인사가 UPX와의, 그것도 회장님 쪽과의 끈을 만든다는 것은 결코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요.”

“영광이군요.”

“그런 셈이죠.”


로비에서 저층 구역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늘상 그렇듯이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중층 이상의 보안 구역으로 들어가자 인원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마침내 승강기에 단 둘만 남았을 때, 웨이 린이 입을 열었다.


“데커드씨께서 괜찮으시다면 파벨 사건에 대한 대략적인 견해를 듣고 싶군요. 물론 아직 수사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는 단계입니다만, 데커드씨와 같이 경험이 풍부하신 분께는 뭐랄까, 직감적으로 느껴지는 촉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요?”

“단순한 자살이나 사고사는 아니라는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 웨이 린씨께서 더 잘 아시겠습니다만, 파벨 이고르비치는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만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의 빌라에서 본 캘린더에는 이미 몇 주 뒤의 세세한 업무 계획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더군요. 세세한 기록 중에서도 남몰래 숨겨온 어두운 성격적 면모의 흔적을 보여주는 내용은 없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웨이 린씨가 아닌 그 누가 보더라도 파벨이 자살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할 겁니다.

“데커드씨의 말이 맞습니다. 그렇다면 사고사일 가능성은요? 그 점을 염두에 두지는 않으셨나요?”

“그 가능성은 물론 배제할 수 없습니다. 다만 사고사라면 몇 가지 해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장서관은 사고가 쉽게 일어날 만한 환경이 아닙니다. 시뮬레이션 결과대로 약 25미터 정도의 높이에서 파벨이 추락한 것이라면, 그는 그 정도 높이 층의 플랫폼에서 떨어졌다는 것 이외에는 다른 가능성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제가 살펴보기로 각 층에 설치된 플랫폼의 폭은 약 3미터 정도로 좁기는 하지만 결코 정상적인 사람이 실수로 떨어질 정도는 아니더군요. 안전 바가 손상된 흔적도 전혀 없었고요.”


웨이 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데커드가 말을 이어갔다.


“또한 애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파벨이 굳이 상층부의 콘솔을 이용하지 않고, 아래쪽 플랫폼으로 내려간 후, 그 곳에서 추락한 것도 의문입니다.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파벨이 그 곳에 비치된 메모리 패널 중 하나를 보안 점검 시간을 틈타 빼내려 했다는 것이죠.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파벨이 직접 개입하여 그 물리적인 원본 자체를 빼내려 시도했다는 점을 볼 때는 분명히 그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것이었겠죠. 여기에 좀 더 상상력을 더해볼까요? 파벨이 빼내려 했던 패널에 담긴 데이터가 그 정도로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이었다면, 파벨이 그 메모리 패널을 가져가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거나, 파벨에 앞서 그 데이터를 입수하려 했던 누군가가 존재했을 수 있습니다. 그가 장서관에 숨어들어 있었고, 사고사로 위장하여 파벨을 제거했을 수 있죠.”

“급진적인 추론이시군요, 데커드씨.”

“또한 거친 추론이기도 합니다. 이 추론에는 전제조건이 필요하지요. 우선, 장서관 내에 파벨이나 그의 후견인이 눈독 들일만한 무언가 중요한 정보가 보관되어 있어야 하겠죠. 또한 그 정보의 유출을 막거나, 중간에서 빼돌리기 위해서라면 살인도 불사할 제 2의 인물의 존재가 상정되어야 합니다. 사실 첫 번째 전제는 사건의 무대가 이 곳 UPX 본사 사옥의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라는 점에서 쉽게 충족됩니다. 기업 최고 경영에 관한 문서들, 독점적인 기술 정보 등, 헤아릴 수 없지요. 문제는 역시 두 번째 전제입니다.”

“제가 데커드씨의 추론을 급진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그것입니다.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생각합니다만, 산업스파이가 내부에 침투했다고 할지언정, 저희는 살인이라는 과격한 방법을 쓰지 않아도, 정보의 외부 유출을 막고 책임자를 가려낼 수 있는 완벽한 수단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벨 이고르비치가 개입했다면 어떨까요? 그가 바로 그 완벽한 수단들을 설계하고 창조한 사람이 아니던가요? 아니, 오히려 그 점이 하나의 의문점에 대한 해답을 제공해 줄 수 있습니다. 그라면 -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설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군요 - 자신이 만들어낸 시스템이 지니는 일종의, 뭐랄까 제가 이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지만, 소프트웨어적인 정보 보안의 무결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따라서 직접 정보의 물리적 매개체 즉, 메모리 패널을 직접 확보함으로써 정보를 빼돌리려 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론적으로 볼 때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추론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저희의 모니터링 시스템은 장서관의 패널이 어떤 이유에서건 물리적으로 제거되었을 경우에 대해서도 대응 알고리즘을 갖추고 있습니다. 물론, 시스템상의 오류나 점검으로 인해 작동이 보류되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별도로 조사를 해봐야 하겠지만요.”

“계속 해볼까요? 만약 파벨이 메모리 패널을 빼돌리려 했을 때, 이를 저지하려는 누군가의 습격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그렇다면 그 자는 누구일까요? 그 역시 파벨에 못지 않게 회사의 보안 시스템과 장서관의 구조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였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마침 적절한 시각에 그 곳에서 파벨을 습격할 수 없었겠지요. 그렇다면 UPX 내에서 그것이 가능한 사람은...... 아마 몇 되지 않을 겁니다.”


데커드의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챈 웨이 린의 얼굴에는 순간적으로 굳은 표정이 스쳐지나갔다. 그러나 그녀는 바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표정을 고치며 말했다.


“혹은 파벨과 함께 장서관으로 들어온 공범이 존재했을 수도 있죠. 파벨의 안내를 받아 유유히 장서관으로 들어온 누군가가 범죄자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갈등 혹은 단순한 입막음을 위해 사고사로 위장하여 파벨을 처리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잠시 뜸을 들인 후 웨이 린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데커드씨의 추론은 결국 몇 가지 이유로 인해 가설의 범위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첫째,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파벨이 추락했다고 추정되는 높이에는 산업 스파이들이나 기술 정보 거래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해당 높이 층은 모두 수 세기 전 과거의 기록을 보관하는데 할당되어 있으니까요. 둘째,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장서관의 메모리 패널에 대한 전수 검사가 어제 오후 완료되었고, 없어지거나 손상된 데이터는 단 한 건도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셋째, 데커드씨의 추론에서 존재하는 ‘용의자’로 지목 가능한 사람은 여기 데커드씨와 함께 있는 저, 웨이 린과 라이언 회장님 정도인데 회장님과 저 모두 사건 발생 시각을 전후해서 명확한 알리바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만약 공범이 존재한다면 - 전후 사정을 고려했을 때 누구를 염두에 두는지는 감이 잡히실 테지만 - 그 존재를 함께 입증해야 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군요. 자, 이제 데커드씨가 답하실 차례 같습니다.”

“그렇군요. 웨이 린씨 역시 보안국의 베테랑 수사관들 못지않게 날카로우십니다. 그저 몇 가지 의문점에 기초하여 가설을 던져본 것이니 괘념치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너무 가볍게 입을 놀린 것은 아닌지 후회가 되는군요.”


데커드의 겸연쩍어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웨이 린은 미소지었다. 두 사람은 몇 중의 보안 문을 거쳐 중앙 통제 구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데커드가 물었다.


“그런데 라이언 회장님과 케이먼씨 사이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 겁니까? 단순히 기업 회장과 이사회 사이에서 있을 수 있는 흔한 정치적 문제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만......”

“말하자면 깁니다. 라이언 회장님께서는 UPX의 경영권을 승계하신 이후 줄곧 회사가 지향해야 할 비전에 대해 설파하시고는 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UPX가 인류의 번영과 발전을 위한 우주 개척의 선구자적 기업의 지위를 유지하기를 바라셨습니다. 따라서 회장님께서는 테라포밍, 콜로니 건설과 같은 분야에 대해 대규모 투자를 마다하지 않으셨죠. 회장님께서는 기술적 진보를 통해 인류가 우리 은하계의 더 많은 행성에 깃발을 꽂고, 운명을 개척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오는 부와 풍요를 공유하는 미래를 꿈꾸셨습니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분이군요.”

“하지만 라이언 회장님의 노선을 이상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초기에는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지만, 연구 개발에 쏟아 붓는 천문학적인 단위의 자금을 쏟아 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저희는 곧 혁신의 벽에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그 사이 저희가 독자적으로 개발해낸 행성 개척 기술들을 유로 스페이스나 벡센과 같은 경쟁 회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모방해냈죠. 게다가 경영적인 측면에서 문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데커드는 머릿속으로 지난 몇 년간 미디어를 통해 꾸준히 들어왔던 UPX 위기설을 떠올렸다. 당시 언론들은 늙은 공룡 UPX가 밑 빠진 독과 같은 행성 개척 연구에 천문학적인 돈을 낭비하는 사이, 무서운 속도로 성장해온 활력 넘치는 경쟁사들이 무서운 속도로 UPX의 영역을 잠식하고 있음을 상기시켰다.


“행성 개척은 애초부터 그 전체적인 비용에 비해 수익 효율이 좋은 사업은 아니었습니다. 투자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할 위험 요인이 너무 많았던데다, 꽤나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거든요. 게다가 연방 정부 차원에서 꽤 오래 전부터 UPX의 독점적 지위를 견제하기 위해 신생 행성 개척 기업들을 지원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죠. 물론 처음에 이들 회사들은 UPX의 상대가 되지 못했지만, 점차 우리의 기술과 방법론을 모방하면서 우리의 턱 밑을 위협하기 시작했죠. 결국 이사회 내에서 UPX가 보다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는 고효율의 사업 분야를 찾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갔죠. 그들은 소행성 채굴이나 광산 운영, 행성 간 유통과 같은 분야에 UPX가 진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선두에 앤드류 케이먼이 있었던 것이군요?”

“아니요, 앤드류 케이먼은 이사회가 라이언 회장측에 제시한 일종의 극약 처방이나 다름 없었어요. UPX의 이사회 회장이 되어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기 전, 그는 이쪽 업계에서는 꽤나 명성이 높은 - 사실 대부분은 악명이었지만 - 인물이었습니다. 케이먼은 자신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어떤 짓이든 할 사람이에요. 그는 행성 자치 정부와의 유착으로 행성 개발권을 저렴하게 획득하고 나서는, 알짜배기 구역은 본인의 회사에서 운영하고, 다른 구역의 운영권을 온갖 감언이설로 비싼 가격에 행성의 토박이 업자들에게 다시 팔아 넘겼어요. 물론 선심쓰는 척 하며 부족한 자금을 융자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죠. 물론 얼마 안가 케이먼에게 속아 넘어간 토착 사업자들은 줄줄히 파산했고, 케이먼은 그들의 자산을 압류한 후 매각하여 다시 막대한 이익을 챙겼어요. 그 과정에서 본인이 깊숙이 관여한 민간군사기업을 동원하여 협박과 테러도 서슴지 않았고요.”

“UPX에서 그런 사람을 영입했다는 말입니까?”

“물론 라이언 회장님은 극구 반대하셨지요. 하지만 당시 회사의 사정은 그만큼 심각했고, 이사회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지요. 게다가 인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기는 하더라도 케이먼은 경영 방면에서는 대단히 유능한 것이 사실이었습니다. 그는 UPX의 경영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인수합병 전략을 펼쳤고, 회사의 놀라운 성장을 이끌어냈죠. 그가 손을 대기 시작한지 수 년 만에 회사의 실적은 까다로운 이사회를 충분히 만족시킬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엄청난 희생과 함께 수많은 비도덕적 행위가 일어났지만, 이사회는 괘념치 않았어요.”

“그래서 케이먼씨가 라이언 회장님 앞에서도 기세등등했던 것이군요.”

“사실 케이먼씨를 영입했던 이사회에서조차 그를 임시 구원투수 정도로 생각했어요. 하지만 케이먼씨는 이미 UPX에 발을 디딘 순간부터 이 회사를 집어삼킬 작정이었던 듯 합니다. 그는 수 년 만에 협박, 회유, 외부 인재 영입의 허울을 쓴 낙하산 인사를 통해 알게 모르게 회사 내에서 자신의 세력을 엄청나게 확장해 놓았어요.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어버렸던 거죠. 당장 파벨씨만 보더라도 알 수 있듯이 말이에요.”


부드러운 기계음과 함께 두 사람은 중앙 통제소로 들어섰다. 데커드는 그의 눈앞에 가득 펼쳐진 거대한 3차원 스크린과 벽면을 온통 채운 다기능 패널들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그 때 데커드의 귀로 웨이 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까지 사건에 대해 수집된 정보들과 관련 자료들을 데이터베이스에 업로드시켜 두었습니다. 데커드씨가 원하신다면 언제든지 이쪽 콘솔을 통해 확인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면 우선 지난번 파벨씨의 멘션에서 수집했던 암호화 전문들부터 살펴볼까요?”


데커드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그의 눈앞에 수많은 문서들의 모음이 3차원 영상으로 펼쳐졌다. 데커드는 가벼운 손짓으로 자료들을 하나하나 흩어보기 시작했다.


“컨퍼런스 참석 안내, 이건 아닌 듯 싶습니다. 하우스 모듈 구매 계약서, 이것도 아니군요. 웨이 린 양, 실례가 안 된다면 사건 추정 날짜의 열흘 전 데이터부터 따로 뽑아 분류해주시겠습니까?”


웨이 린이 콘솔을 가볍게 누르자 수많은 문서들이 약 십 여 개의 항목으로 압축되어 나타났다. 그 중 유독 데커드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하나 있었다. 어딘가로 발송되었던 짧은 전문이었다. 그러나 수신자에 대한 정보는 어디에도 없었다. 단지 다음의 짧은 문구만이 적혀있을 뿐이었다.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뉴 웰링턴. ATU st. 107.


“주소지군요. 탤론 프라임의 어딘가...... 전문 발송일은 사건 일주일 전이고요. 파벨씨는 탤론 프라임과 연고가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입니다만...... 데커드씨께서는 이 전문에 어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웨이 린이 물었다. 데커드는 이미지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했다.


“무언가 최근에 UPX를 둘러싸고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과의 연관성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이콥 사일러스는 아시다시피 탤론 프라임 출신입니다. 제이콥 사건이 발생한 그 시각을 전후하여 며칠간 파벨 이고르비치는 병가를 냈다고는 하지만, 사실 그의 행적은 베일에 쌓여 있습니다. 그런데 마침 여기 이 전문은 탤론 프라임의 어딘가를 가리키고 있죠,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일까요?”


웨이 린의 물음에 답하며 데커드는 웨이 린에게 말하지 않은 킹 크랩에서의 기억을 떠올렸다. 탤론 프라임. 시신으로 발견되기 며칠 전, 파벨은 모종의 이유로 그곳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가 케이먼을 위해 탤론 프라임에서 찾으려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이 UPX 장서관에서 그의 행적과도 연관이 있는 것일까? 그 때 웨이 린이 한 동안의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조사가 필요할 것 같군요. 확실히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이기는 합니다. 저 주소지에 대해서는 제가 좀 더 알아볼까요?”

“감사합니다, 웨이 린 양. 이제부터 의문점에 대해 조사하며 조금씩 윤곽을 잡아나가야겠지요.”

“그럼 우선 저는 저쪽에서 제게 할당된 업무를 하고 있겠습니다. 상황이 상황이지만, 저도 통상적인 업무는 해야 하니까요. 필요한 게 있으시면 바로 말씀해주세요.”


그 때, 데커드의 머릿속에 무언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는 말을 마치고 돌아서는 웨이 린을 향해 말했다.


“괜찮으시다면 장서관에 PE-3587164라는 일렬번호를 가진 메모리 패널이 존재하는지 확인해주시겠습니까?”


웨이 린은 다소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콘솔의 스크린을 두들겼다. 곧 화면 가득 일련의 데이터 필드가 펼쳐졌고, 그녀가 입을 열었다.


“데커드씨, 어떻게 이 일렬번호를 알게 되셨는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데커드는 무언가를 직감했다. 데커드가 되물었다.


“일단 그 일렬번호의 메모리 패널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주시죠.”

“그것이...... 무언가 이상하네요. 시스템의 오류 같기도 하고...... 분명히 데이터베이스상에는 존재하는 일렬번호입니다만, 검수 시스템에는 잡히지 않아요. 해당하는 데이터가 시스템상에 동기화되어있지 않지만 분명히 필드 자체는 존재하거든요. 그런데 메모리 패널의 현황을 체크하는 검수 시스템 상에서는 아예 존재 자체가 잡혀있지 않아요. 마치 유령처럼. 데커드씨, 이 일렬번호를 어떻게 알게 되신 거죠?”

“파벨의 빌라에서 쪽지에 적혀 있는 것을 우연히 본 겁니다. 저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몰랐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조회를 부탁드려 본거죠. 소가 뒷걸음질치다 쥐를 잡은 격이 따로 없군요.”


웨이 린의 물음에 적당히 둘러대며 데커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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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8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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