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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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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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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수 :
229,460

작성
14.10.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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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DUMMY

라이언 회장은 소파 위에 쓰러진 채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가슴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는 그의 흰 정장과 상처를 누르고 있는 데커드의 손을 온통 검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갑자기 라이언 회장의 목에서 쉰 바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데커드는 놀라 자세히 귀를 기울였다. 그는 웃고 있었다. 곧 라이언 회장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허무하군...... 불과 몇 시간 전만 하더라도 나 스스로가 창조주가 된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꼴사나운 모습이라니......”

“상처가 심합니다, 회장님. 말씀을 삼가시죠.”


데커드가 말했다. 그 때 수경이 소파에서 천을 뜯어내 위스키에 적셔 데커드에게 건냈다. 데커드는 라이언 회장의 정장 자켓을 풀어냈다. 거대한 창을 내리 꽂은 후 휘저은 것 마냥 깊게 패이고 흉측한 상처가 드러났다. 데커드가 상처를 소독하려는 순간 피가 분수처럼 솟아져 나왔다. 라이언 회장의 입에서 쥐어 짜낸 듯 한 신음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는 최후까지 품위를 지키려는 듯, 애써 자신의 고통을 억누르고 있었다. 한 동안 신음소리를 내던 라이언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아이러니군. 멍청한 케이먼을 궁지로 모나 싶었더니 내가 이렇게...... 재밌는 얘기 하나 해드릴까? 데커드씨가 떠난 날 케이먼이 내게로 왔소...... B-8 모듈과 프락시스에 대한 진실을 말하라고 윽박지르더군...... 언론과 이사회를 내세워서 말이오...... 멍청한 친구......”

“조나단 사일러스가 자신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버리고, 그 와중에 심복이라고 믿었던 파벨 또한 죽었으니 적잖이 초조했겠죠. 그래서 회장님은 그에게 스프로울의 엉뚱한 곳을 알려주며 이 곳에 B-8 모듈의 잔해가 있다고 말했을 테고요. 한시가 급했던 케이먼은 용병들을 동원해 그 곳으로 향했겠죠.”

“......잘 아시는구려. 용병들이 모두 살해당하고 대외적인 문제로 비화되자 이사회에서 그의 권위도 추락했지...... 케이먼이 뒷수습에 정신이 없는 사이 그룹에서 내 정당한 지위를 다시 손에 넣는건...... 별로 어렵지 않았소...... 그건 어떻게 아셨소?”

“케이먼의 용병들과 별의 아이들이 전투를 벌이는 곳에 제가 있었습니다. 케이먼이 모습을 보이지 않는걸 보고 그렇게 짐작했지요.”


라이언 회장이 갑자기 몇 차례 기침을 내뱉었다. 그가 기침을 할 때 마다 입에서 뿜어져 나온 피가 데커드의 얼굴에 와서 튀었다.


“출혈이 너무 심해요. 데커드씨, 왜 피가 멈추지 않죠?”

“상처가 너무 큽니다. 회장님, 더 이상 기력을 소모하시면 안 됩니다. 일단 지혈을 했으니......”


라이언 회장은 힘없이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제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고맙지만 데커드씨...... 내 몸은 내가 잘 알아요. 어차피 이 곳에서는 할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잖소......”


갑자기 라이언 회장은 힘겹게 떨리는 손을 들어 올리려 했다. 그러나 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피에 젖은 손은 곧 힘없이 떨어져버렸다.


“......이제는 몸의 기운마저 다 빠져나갔군. 데커드씨, 그리고 수경씨. 잘 들어요. 내 옷의 안주머니...... 그 곳을 찾아보면 <뉴 에덴>의 마스터키가 있을 거요. 이걸 이용하면 <뉴 에덴>의 어디든지 갈 수 있어요. 그걸 가지고 함교로...... 함교로 가시오. 시간이 없소...... 저들을 막아야해...... <뉴 에덴>의 이름이 역사에 오명으로 남지 않게......”


라이언 회장은 가쁜 숨을 내쉬고 있었다. 라이언 회장의 손을 잡은 데커드는 본능적으로 삶이 그에게서 빠져나가고 있음을 느꼈다. 한 때 한 마리의 호랑이처럼 날카로운 안광을 빛내던 눈이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별빛이 아름답군. 신이 있다면 부디 내 과오를 용서하시길......”


속삭이듯 내뱉은 마지막 한마디와 함께 라이언 회장의 몸이 축 늘어졌다. 데커드와 수경은 한 동안 아무 말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한 때 라이언 회장은 전 인류 위에 우뚝 선 위대한 거인이었다. 그러나 이제 두 사람의 눈에 비친 그는 한없이 초라하게 보였다. 그 동안 눈치 채지 못했던 깊게 패인 얼굴 주름과 거친 수염, 그리고 생기를 잃은 손목이 눈에 들어왔다. 데커드는 라이언 회장의 채 다 감지 못한 눈을 감겨주었다. 그리고 그의 피투성이 정장 재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곧 그의 손에는 엄지손가락 키카드가 들려있었다.

데커드와 수경은 라이언 회장의 시신을 소파 위에 남겨두고 몸을 일으켜 그들 앞에서 굳게 닫힌 문으로 향했다. 데커드가 조심스럽게 메모리 키카드를 문의 스캐너로 가져가자 곧 둔탁한 기계음과 함께 문이 열렸다.

순간 두 사람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피투성이의 사내가 고개를 떨군 채 의자에 묶여 있었다. 그가 명예와 자긍심을 가지고 갖춰 입었을 우아한 흰 색의 함장 제복은 이제 온통 피로 물들어 섬뜩한 느낌을 주고 있었다.


“<뉴 에덴>의 함장이군요. 이미 숨이 끊어졌습니다. 함의 통제권을 얻기 위해 조나단의 부하들이 고문했나봅니다.”


데커드가 거칠게 잘려나간 그의 손가락과 가죽이 벗겨진 손등을 보며 중얼거렸다. 수경은 결국 고개를 돌렸다.


“왜...... 이런 짓을...... 제가 기억하는 그의 모습은 이런 게 아니었어요. 정말......”

“증오는 사람을 미치게 만들죠. 어서 갑시다. 시간이 없어요. 반드시 조나단이 있는 곳으로 가야합니다. 자, 어서요.”


데커드는 떨고 있는 수경의 손을 잡았다. 곧 두 사람은 함교로 향하는 승강기에 몸을 실었다. 수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데커드씨, 조나단과 라이언 회장이 말하던 그 프락시스라는 물질...... 그 물질이 정말 오네시무스 증후군의 원인일까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라이언 회장은 스스로를 변호했어요. 물론 그가 끝까지 진실을 숨기고 은폐했을 수도 있지만...... 너무 혼란스러워요......”

“그의 죽음과 함께 진실도 함께 묻혀버렸죠. 어쩌면 조나단 사일러스도 이 모든 일들 속에서 그 진실에 대한 해답을 절박하게 찾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데커드는 잠시 수경을 바라보더니 무겁게 말을 이었다.


“......그가 그렇게 하도록 두어서는 안 되겠죠......”


두 사람이 탄 승강기가 함교 층에 멈추었다. 데커드는 수경으로 하여금 승강기 구석에 몸을 숨기게 한 후, 자신은 그 반대편에 섰다. 곧 승강기의 문이 열렸다. 데커드는 언제든지 상대에게 달려들어 제압할 태세를 갖추고 재빨리 몸을 낮춘 채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러나 그 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데커드의 눈앞에 거대한 일직선의 회랑이 펼쳐져 있었다. 회랑의 좌우측에는 우아한 아치로 장식된 채광창들이 일렬로 늘어서있었다. 주위는 어두웠고, 사방은 고요했다. 채광창 사이로 비치는 지구만이 단지 숨 막힐 듯 아름다운 푸른빛을 내뿜으며 주변을 고요하게 비추고 있었다. 회랑의 끝에는 함교로 통하는 마지막 문이 보였다.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수경이 조심스럽게 승강기 밖으로 나왔다. 두 사람은 어두운 회랑을 따라 걸었다. 그녀가 창밖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름답네요. 이전에는 이렇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가끔 우리가 우주에 기생하는 흉측한 괴물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탤론 프라임에서 증후군 보유자들에게 쏟아지던 그 수많은 냉소와 무관심, 그리고 그것이 낳은 자기 파괴를 보며 수많은 밤을 괴로워했어요. 하지만 제이콥이 죽은 후, 어느 순간부터 저도 어쩌면 위선만을 내세우는 또 다른 가해자는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우리 모두가 무관심과 위선 속에서 괴물이 되었고, 그 괴물이 더 흉포한 괴물을 낳도록 방치한 거에요. 만약 신이 있다면 이 모든 것이......”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다시 한 번 지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말을 이었다.


“......드러나기를 바라시지 않을까요......?”


데커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수경의 시선을 따라 창밖을 바라보았다. 문득 데커드의 눈에 저 멀리 검은 괴조와 같은 형상의 한 우주선이 지구가 만들어낸 푸른 바다를 가르며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가끔씩 우주선의 기수에서 뿜어져 나온 희미한 그의 눈 앞에서 빛이 잠깐 반짝이다 사라지고는 했다. 그 광경을 바라보던 데커드는 문득 전율을 느꼈다.

어느새 두 사람은 문 앞에 도착했다. 그때였다. 데커드가 키카드를 스캐너에 가져가려는 그는 어둠 속에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무언가의 존재를 직감했다. 그가 재빨리 몸을 낮추기가 무섭게 눈부신 빛이 순간 번쩍였다. 데커드는 망설이지 않고 총을 쏜 의문의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상대는 돌진해오는 데커드를 난폭하게 떠밀려 했다, 그러나 데커드는 그의 손길을 피한 후 그를 바닥에 자빠뜨렸다. 상대는 온 힘을 다해 데커드를 떨쳐내려 했다. 그 와중에 총에서 발사된 플라즈마 에너지가 길을 잃고 천장과 벽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데커드는 온 몸으로 상대를 누른 채 팔목을 굳게 붙잡았다. 그 때 그는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상대의 저항이 약해지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안간힘을 쓰고 있었지만, 이상하게 몸이 말을 듣지 않는 듯 했다. 그의 몸은 뻣뻣이 굳어가고 있었고, 힘도 빠져나가고 있었다. 데커드는 몸부림치듯 경련하는 상대에게서 총을 빼앗아 던져버렸다. 문득 희미한 빛 아래 한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의 얼굴은 알 수 없는 고통으로 온통 얼룩져 있었다. 데커드가 몸의 힘을 풀자 그는 한 차례 경련을 일으키며 외마디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었다. 그의 몸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고, 거친 숨소리조차 배어 나오지 않았다. 어느새 데커드의 옆으로 다가온 수경이 슬픈 어조로 말했다.


“오네시무스 증후군이 그의 목숨을 앗아갔네요. 이미 충분히 고통스러웠을텐데...... 이 곳에 끝까지 남아있었군요.”


데커드는 수경의 어깨를 한 차례 토닥이고는 바닥에 떨어진 플라즈마 권총을 집어 들었다. 곧 두 사람의 눈 앞에서 함교로 통하는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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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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