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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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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54
추천수 :
262
글자수 :
229,460

작성
14.07.07 23:25
조회
114
추천
4
글자
7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DUMMY

두 사람은 한 동안 눈앞에 생생하게 서 있는 거대한 벽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윽고 수경이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보유자들이 전설처럼 믿고 있는 ‘사원’앞에 서 있는 거에요. 데커드씨, 놀랍지 않나요? 저 사람들은 수백 년의 시간 속에 잊혀진 채 방치되어 있던 에덴의 마지막 조각을 찾아낸 거라고요......”


수경의 목소리는 놀라움으로 가늘게 떨리고 있었다. 데커드 역시 잠시 넋을 잃은 채 눈 앞의 이 놀라운 유물에서 시선을 돌리지 못했다.


“......저 벽 뒤에서 조나단 사일러스는 무엇을 발견한걸까요? 정말 저곳에 증후군의 기원에 대한 비밀이 있는 걸까요? 어쩌면 그는 저곳에서 최초의 개척자들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을지도 몰라요. 어쩌면 그것이 제이콥이 제게 마지막으로 말했던 ‘희망’일지도 몰라요......”


수경의 흥분한 목소리가 텅 빈 공간을 울리며 메아리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는 대조적으로 데커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눈앞의 B-8이라는 글자를 응시하고 있었다. 처음의 놀라움과 흥분이 사라지자 그의 마음속에서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솟아나고 있었다. 데커드는 ‘사원’ 앞에 서는 순간 그동안 그를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의문들에 비춰진 한 줄기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오히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저 거대한 금속성 벽은 그에게 해답을 던져주기 보다는 그의 머릿속을 온갖 새로운 의문들로 채우고 있었다.

데커드는 고개를 돌려 수경을 바라보았다. 수경은 어느새 손으로 벽으로 바짝 다가가 손으로 곳곳을 더듬어보고 있었다. 이윽고 그녀가 데커드 앞에 돌아와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요. 샅샅이 뒤졌지만 안쪽으로 향하는 통로가 없어요. 분명히 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요.”

수경의 말에 데커드도 손전등을 들어 벽을 비춰보았다. B-8 모듈의 외벽 곳곳에는 녹이 슬어있었고, 간혹 거대한 발톱으로 뜯기어진 듯 큼지막한 상처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그 많은 흠들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들어갈 수 있을 만한 공간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 눈앞의 벽은 마치 고대의 비밀을 지키는 수호자처럼 그 누구의 침입도 허용하지 않을 기세로 굳건히 서 있었다. 그때, 데커드가 비추는 불빛을 따라 벽을 바라보던 수경이 갑자기 외쳤다.


“저기! 저기 봐요!”


수경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에는 자그마한 원형의 구멍이 하나 있었다. 구멍은 지면으로부터 약 3미터 정도 높이에 뚫려 있었고, 그 크기는 한 사람이 겨우 기어들어갈 수 있을만한 정도였다. 데커드가 말했다.


“환풍구 같군요. 아니, 착륙 모듈이니 역추진 가스를 배출하는 노즐 같은 것일 수도 있겠군요. 하지만 저렇게 높은 곳에 있어서야...... 사람들이 쉽게 드나들 만한 통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데커드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느새 수경은 구멍이 있는 곳 바로 앞에 서 있었다. 그녀가 데커드를 돌아보며 말했다.


“데커드씨, 뭐하는거에요? 어서 와서 저 좀 올려주세요.”


데커드는 너털웃음을 짓고는 벽쪽으로 다가가 한 쪽 무릎을 꿇고 양손을 무릎 위에 받쳤다. 입에 손전등을 문 채 수경이 그 위로 발을 올렸다. 그녀는 조금 비틀거렸지만 별다른 어려움 없이 데커드를 밟고 올라섰다.


“미안해요, 너무 무겁죠? 잠깐만요. 조금 더 왼쪽으로...... 됐어요! 잡았어요. 이제 바로 끌어올려줘요.”


수경이 구멍에 양손을 걸친 것을 확인한 데커드는 있는 힘껏 그녀를 밀어 올렸다. 데커드의 도움을 받아 그녀는 구멍으로 자신의 상반신을 밀어 넣었다.


“잠시만요. 좀 좁은데. 하지만 괜찮아요. 이제 안쪽으로 빛을 비춰볼게요.”


채 1분도 되지 않아 그녀는 데커드의 도움을 받아 내려왔다. 땀에 젖은 그녀의 얼굴에 실망스러운 표정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아무것도 없어요. 저 구멍은 막혀있어요.”

“확실합니까?”

“확실해요. 손전등을 비춰봤는데 돌무더기만 잔뜩 보였어요. 사람은커녕 쥐새끼 한 마리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네요. 아무래도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어쩌면 입구는 애초부터 이쪽에 있는 것이 아닐 수도 있지요. 우리가 모르는 다른 통로를 파 놓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설마 동화책에 나오는 마법의 동굴처럼 숨겨진 장치 같은 것이 있을 거라 생각 하시는 건 아니시겠죠?”


데커드의 말에 수경이 어깨를 으쓱했다.


“왜 아니겠어요. 그러니 데커드씨도 멀뚱히 서 있지만 말고 어서 와서 같이 찾아봐요.”


두 사람은 벽의 곳곳을 손바닥으로 쓸어보고, 두드려보며 한참동안 숨겨진 입구를 찾으려 애썼지만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수경이 맥없이 입을 열었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되겠어요. 홀로패드로 B-8 모듈의 구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해보죠. 입구가 대충 어느쪽에 있을지 가늠해 볼 수 있을거에요.”


데커드는 품에서 홀로패드를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지하라서 신호가 잡히지 않습니다. 극초장파 통신으로 전환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자료를 전송받는데 몇 시간은 좋이 걸리겠군요.”


수경이 한숨을 내쉬었다.


“좋아요. 사실 탁한 공기를 너무 오래 마셨는지 머리가 아픈 참이었거든요. 신선한 공기도 보충할 겸 잠깐 위로 올라가 봐요.”


터널을 지나고 다시 까마득한 계단을 올라, 두 사람은 베일에 싸인 지하 세계로부터 벗어났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며 수경은 마치 가슴 속에 들어찬 탁한 공기들을 다 걷어낼 듯 양껏 숨을 들이쉬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알 수 없는 둔탁한 소리가 건물 전체에 울려퍼지나 싶더니 주변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너무나도 강렬한 불빛에 수경은 채 놀랄 새도 없이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오르던 데커드도 갑자기 쏟아져 들어오는 빛의 홍수 속에 넋을 잃고 말았다. 시야를 온통 뒤덮고 있던 시린 빛이 서서히 약해지고, 주위의 사물이 조금씩 제 형상을 찾아갈 무렵 두 사람의 귓가에 낯익은 목소리가 들렸다.


“데커드씨, 그리고 김수경씨.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인연이 이렇게 다시 닿게 되는군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한 무리의 사람들이 총을 겨눈 채 두 사람을 둘러쌌다. 황망한 와중에도 그러나 데커드는 자신들을 둘러싼 한 무리의 수많은 사람들 중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조나단 사일러스가 그 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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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5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2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6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3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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