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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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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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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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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0

작성
14.08.2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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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DUMMY

지구 상공 600km. 거대한 원통형의 인공 구조물 위로 찬란한 태양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족히 백여 km에 달하는 구조물 주위로는 마치 물가로 모여든 반딧불이처럼 수많은 우주선들이 빛을 내며 선회하고 있었다.

UPX의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는 가히 현대 문명이 이룬 최고의 족적 중 하나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터였다. 약 십여 년에 걸쳐 건설된 이 거대한 우주 구조물은 그야말로 우주로 오르는 인류의 바벨탑과도 같았다. 한 해에 약 백여 척에 달하는 식민지 개척선과 초대형 화물선, 행성 채굴선, 행성 플랜트선 등이 이곳에서 진수되어 우주 저편 곳곳에 인류의 발자취를 남기기 위한 여정을 시작했다. 이곳에는 약 십만에 이르는 인원들이 상주하며 초대형 우주선의 건조와 개조 수리, 그리고 신기술 시험 업무를 수행했다. 오케아노스의 각 구역은 우주선의 핵심 부품을 생산하는 수 십 개의 제조시설로 구분되어 있었으며, 원통형 구조물의 가장 안쪽에는 각각 수십 km에 달하는 16개의 건조 도크가 있었다. 이곳에서 부품들은 뼈대에 맞추어 조립되어 거대한 우주선으로 재탄생했다.

플래니터리 포스트의 기자 제라드 르뷔에르는 깊은 숨을 들이쉬며 그 어느 때 보다도 고조되어있는 주변의 공기를 느끼고 있었다. 그는 마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엄청난 행운을 거머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데스크에서 급작스레 제라드에게 <뉴 에덴> 취역식의 현장 취재를 맡겼을 때 그는 순간 자신의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바야흐로 인류의 우주 진출 역사에 새로운 한 획을 긋는 이벤트가 아닌가. 전 우주 곳곳에서 수십억에 달하는 사람들이 오늘의 이벤트를 관람할 것이었다. 그 현장의 중심에 제라드가 서 있는 것이었다.

그는 홀로패드를 꺼내 다시 한 번 준비된 취재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았다. 얼마 후면 대기중인 기자들에게 촬영 허가 사인이 떨어지고, 그 순간부터 적어도 1억 명의 사람들이 그의 보도를 보게 될 것이었다. 그는 유려한 손짓을 곁들이며 준비된 멘트를 또박또박 읽어보았다. 현장의 흥분된 분위기를 녹여낼 것인가, 아니면 기품있는 모습을 유지하며 차분하게 멘트를 읽을 것인가. 라이언 회장에게 <뉴 에덴>에 관한 질문을 던질 때는 좀 더 당당한 어조로 말을 이어볼까. 단어 하나하나를 되뇔 때만다 그의 머릿속에 수 많은 생각들이 스쳐 지나갔다.


"10분 후 부터 촬영이 허용됩니다. 취재진 여러분들께서는 사전 공지된 촬영 동선을 다시 한 번 확인 부탁드리겠습니다. 5분 후 지정된 스케줄에 따른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취재진 대기실 내에 안내 방송이 울려퍼졌고 주위가 한층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제라드는 창가로 다가가 통유리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넥타이를 고쳐맸다. 문득 그의 눈에 저 아래 비계와 크레인들 사이에 누워있는 거대한 유선형의 우주선이 들어왔다. 우주선은 마치 방금 다듬어 낸 대리석처럼 눈부신 흰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제라드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탄성을 내질렀다. 그는 이미 대기실로 오는 길 <뉴 에덴>의 실제 모습을 몇 번 마주친 바 있었다, 하지만 그 우주선은 제라드로 하여금 다시 또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었다. 인류의 기술과 개척정신, 그리고 놀라운 기술미학의 결정체가 그의 눈앞에 있었다. 인류란 존재는 얼마나 위대한가. 우주라는 무한의 검은 공간을 한 없이 경외와 두려움으로 바라보던 때는 이제 끝났다. 인류는 우주를 정복하고 있고, 그 무한한 정복의 행진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곧 <뉴 에덴>이 향할 머나먼 별들의 바다를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그의 시야에 저 멀리 유달리 반짝이는 별들의 무리가 들어왔다. 그것들은 다른 별들에 비해 유달리 밝고 선명한 빛을 내고 있었다. 제라드는 이 ‘별’들이 내는 빛이 수상할 정도로 점점 밝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이 수상한 빛의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다. 그것은 족히 백여 대에 달하는 소형 우주선들이었다. 거대한 날벌레 떼처럼 무리를 이룬 우주선들은 거대한 우주정거장을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해오고 있었다.

대기실 내의 웅성거림이 커지는가 싶더니 창가는 몰려든 사람들로 인해 발 딛을 틈조차 없을 지경이 되었다. 작은 호기심으로 몰려든 사람들의 마음속이 놀라움으로, 우려로, 채워지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순간, 수백 개의 눈이 지켜보는 가운데 한 대의 우주선이 우주 정거장의 바깥쪽 방호벽에 부딪히며 강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동시에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누군가가 경악이 가득 담긴 비명을 내질렀다. 곧 날카로운 경보음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몇몇 경험 있는 기자들은 재빨리 품 안에서 홀로패드를 꺼내 상황을 기록하려 하고 있었다. 제라드 역시 떨리는 손을 홀로패드로 가져갔다. 그때였다. 아까보다 좀 더 큰 규모의 진동이 방안을 강타했다. 놀란 사람들의 눈에 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일어난 또 하나의 폭발이 들어왔다. 거대한 폭발과 더불어 산산히 부서진 외벽 틈새로 마치 도려내어진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듯 불길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공격의 주범인 소형 우주선들은 어느새 우주정거장의 내측 도크 쪽으로 진입하여 거대한 내벽을 따라 대열을 유지한 채 선회하고 있었다. 테러일까? 하지만 왜? 전 인류의 이목이 <뉴 에덴>에 집중된 상황에서 이런 대담한 계획을 실행할 자는 누구일까? 제라드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그 때 그의 눈에 갑자기 한 척의 우주선이 대열에서 이탈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우주선은 빠르게 가속하며 대열로부터 멀어지는가 싶더니 <뉴 에덴>이 정박되어있는 도크를 향해 급강하하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우주선은 차마 경악할 새도 주지 않고 오케아노스와 <뉴 에덴>을 연결하는 가교를 향해 돌진하여 그대로 폭발해버렸다. 이번에는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쓰러질 만큼의 큰 진동이 전해져왔다.

비명과 탄식이 대기실 안을 가득 메웠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제라드는 고개를 돌려 <뉴 에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곳곳이 뿜어져 나오는 화염으로 가득한 가운데에도 순백색의 아름다운 유선형 동체는 아직 그 중심에 우뚝 서서 기품을 발하고 있었다. 테러리스트들은 분명히 <뉴 에덴>을 노리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전 우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저 기념비적인 함선을 탈취하고 그들의 비뚤어진 이상을 선전하는데 악용할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인 취역식을 거행하기 위해 <뉴 에덴> 내에 대기 중일 수많은 유명인사들은 좋은 트로피가 될 것이었다. 제라드는 이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다시 홀로패드로 손을 가져갔다.

그때였다. 갑자기 귀를 찢는 듯 한 폭발음이 사방을 강타하는가 싶더니 제라드의 눈앞이 온통 깜깜해졌다. 동시에 제라드는 그의 몸에서 격렬한 통증을 느꼈다. 그러나 통증의 근원을 찾기도 전에 그의 몸은 거대한 폭풍 속에 휘말린 갈대 잎처럼 사방으로 휘둘리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단말마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제라드의 몸이 무언가에 부딪히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마치 불에 달군 칼로 다리를 쑤시는 듯한 통증이 전해져왔다. 눈을 채 뜨지도 못한 채 제라드는 고래고래 비명을 내질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사방이 고요해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고막을 갈기갈기 찢을 것 만 같던 폭발음과 비명소리, 울음소리가 그쳤다. 심지어 제라드 자신의 비명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불에 데는 듯한 고통 대신 살을 에는 듯 한 추위가 온 몸을 뒤덮기 시작했고, 숨을 들이쉬어도 목을 옥죄는 듯한 느낌만이 전해져왔다. 점점 희미해지는 의식을 간신히 붙잡으며 제라드는 마지막 힘을 다해 눈을 떴다. 핏물이 가득 고인 눈을 통해 그가 마지막으로 본 것은 화염을 내뿜는 오케아노스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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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8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69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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