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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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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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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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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0

작성
14.06.15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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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DUMMY

수경과 데커드는 나인스 브릿지의 허름한 테이블에서 식사도 거른 채 지난 몇 시간 동안 ‘사원’에 대한 자료들을 검토했다. 수경의 주장이 맞다면 ‘사원’은 다른 곳이 아닌 스프로울 중심부 어딘가에 잠들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두 사람은 홀로패드로 접속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초의 개척자들에 의해 ‘제 3 정착지’라고 불리운 스프로울 중심부의 변천 과정을 추적했다.


“여길 봐요. 2세대 개척자들이 도착했을 당시 스프로울의 모습이에요. 이곳이 E-B-9 모듈의 관리구역, 즉 지금 우리가 앉아있는 나인스 브릿지인 것 같아요. 그리고 이쪽, 초기 개척자들의 임시 행정 관리동을 중심으로한 주변부가 E-B-7 모듈이 있었던 자리 같구요.”

“하지만 두 구역 사이의 간극이 너무 큽니다. 착륙 모듈의 전개 과정에서 구역 확장이 이루어졌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청사진에서 확인한 것과는 너무 큰 차이가 있어요. 게다가 이 혀형태가 맞다 치더라도 E-B-8 모듈을 고려하면 도무지 적절한 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그렇다면 이 데이터에서 중심 좌표 값을 여기, 수질 정화 구역 쪽으로 수정해봐야겠어요. 잠시만요...... 됐어요. 하지만 이렇게 하더라도 만족스러운 결과는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요.”

“어쩌면 우리가 애초부터 잘못된 방식으로 접근을 했는지도 모릅지요. 지금 이 자료만 하더라도 족히 1세기는 지난 후에 만들어진 것일 터인데, 그 사이에 정착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길이 없지 않습니까.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앉아있는 ‘이 곳’이 애초부터 우리가 생각하는 바로 그 곳이었다는 보장도 없지요. 듣기로는 이집트인들도 수 십 세기 동안 피라미드 외벽에서 건설 자재를 뜯어갔다고 합디다......”

“개척자들이 그런 짓을 하지 않았기를 바래야죠. 일단은 다른 각도에서 다시 한 번 모델을 만들어볼게요. 데커드씨는 더 참고할만한 자료가 있는지 알아봐주시고요.”


수경이 겹겹이 쌓인 3차원 데이터들의 순차를 조합하여 수 세기 전 스프로울의 형태를 재구성하려 시도하는 사이, 데커드는 연방 보안국 요원으로서 접근 가능한 모든 지정 자료를 모아 수경에게 던져주었다. 아마 며칠 내로 내사국에서는 데커드에게 업무와는 무관한 자료의 지속적 접근에 대한 소명을 요구할 테고, 그때는 역사 공부에 새로이 취미를 붙였다는 식으로 적당히 둘러대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다.

홀로패드를 붙들고 씨름하는 수경을 놔두고 데커드는 한껏 달아오른 머리를 식힐 겸, 테라스로 향했다. 어느새 붉게 으로 변한 해가 스프로울 시가지 전체에 길다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데커드는 붉은 빛에 휩싸인 채, 조금씩 어둠속으로 몸을 맡기는 낡은 도시를 바라보다 문득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에덴>이 이곳에 도착했을 때 이 곳에는 분명 광활한 황야만이 펼쳐져 있었을테지. 그는 머릿속으로 지금 녹슨 철골 기둥으로 땅에 뿌리를 박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인공의 껍질들을 하나씩 벗겨내기 시작했다. 그는 우선 하늘 높이 솟은 고층 건물들을 시야에서 지워나갔다. 그리고 나서 고층 건물 주위로 몰려들었던 작은 건물들을 황야의 돌덩이로 되돌려보냈다. 그는 다시 주택들과 거미줄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는 도로들을 벗겨냈고, 힘없이 발걸음을 끄는 사람들과 차들을 지워나갔다. 문득 그의 눈앞에 바람을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황야가 드넓게 펼쳐졌다.

데커드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시선은 구의 발에서 출발하여 서서히 도시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없는 황야에 사람들은 자신의 온갖 흔적으로 칠해진 껍질을 덧씌우기 시작했다. 한 겹, 한 겹 껍질이 쌓여가며 사람들이 숨쉬는 지반은 보다 두터워졌고, 드높이 솟아오른 어두운 그림자에 굴복한 하늘은 점점 더 얇아져만 갔다. 도시의 모습은 점점 더 선명해져갔다. 어느새 인간은 그들의 고향에서 수 백조 킬로미터 떨어진 어느 곳에서 땅과 하늘 위로 그들의 흔적을 덧씌운다, 최초로 이 땅에 발자국을 남긴 사람들은 어느새 땅 속으로 묻히고, 그 후손들은 그 흔적 위에 다시 새로운 층을 세운다, 땅 속으로 사라진 과거의 흔적들은 이제는 잊혀진 이름들의 피와 살을 양분삼아 점점 높아져가는 도시의 무게를 간신히 견뎌낸다. 척박한 땅 아래로 뻗어나가는 뿌리처럼.

순간 어떤 생각이 데커드의 머릿속을 강타했다. 그는 석양을 뒤로하고 서둘러 수경이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홀로패드를 몇 차례 만지작거리더니 수경을 불렀다.


“답을 찾은 것 같습니다. 여기, 이걸 봐요.”


데커드의 홀로패드에는 사방으로 촘촘하게 얽인 다양한 색상의 선들이 잔뜩 투영되어 있었다. 수경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뭐죠?”

“스프로울의 지하 인프라를 나타낸 자료입니다. 보안국에서 찾아냈지요. 건설된 세기에 따라 색상을 다르게 표시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보시다시피 여기 중심가 쪽 부분은 지금까지도 탤론 프라임의 개척자들이 최초로 건설한 기본 관개망을 그대로 활용하여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시대에 따라서 일부 구역에서는 변동이 있었지만, 최초의 모 네트워크 형태는 수 세기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수경은 데커드가 가르킨 부분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시가지 중심부의 지하 네트워크는 얼핏 보기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도 촘촘하게 얽혀 있었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자 수경은 그 곳에서 하나의 모양을 읽어낼 수 있었다. 선들은 얽히고설키면서도 하나의 일정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흐름은 스프로울의 중심가에서 모여들어 하나의 거대한 원형을 이루었다. 데커드가 말했다.


“이 곳의 관개 네트워크는 기본적으로 여기 원형 구역에서 출발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개척자들의 시대에는 이곳을 중심으로 물 뿐만 아니라 테라포밍을 위한 조성분이 정착지 외곽까지 공급되었겠지요. 지금에야 이 최초의 네트워크는 기능적으로 거의 버려진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 형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죠.”


수경은 다시 한 번 몸을 숙여 홀로패드의 화상을 들여다보았다.


“보시다시피 이 네트워크는 철저히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원 형태를 이루며 정착지 영역을 감싸도록 설계되었죠. 그런데 여기 이 부분, 지금 저희가 있는 곳에서 약 3km 정도 떨어진 곳 지하에 건설된 부분은 좀 다릅니다. 다른 곳은 모두 일정한 폭과 간격, 각을 이루고 있지만 이 부분은 애초에 다른 사람이 건설한 듯, 전혀 다른 형태를 띄고 있어요. 다른 곳에 비해 그 폭에 있어 불규칙한 영역이 훨씬 많이 나타남은 물론, 깊이와 각도 역시 기복이 심해요. 아니, 더 나아가 네트워크 자체가 다른 곳과 달리 해당 구역을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우회하도록 구축되어 있습니다. 어떠한 이유로 인해 이 부분의 네트워크는 애초의 계획대로 건설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죠.”

“지하 네트워크를 건설하는데는 온갖 장애 요인이 있을 수 있잖아요. 거대하고 단단한 암석층을 만났을 가능성도 있고요......”

“물론 그런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지형의 문제였다면 동일한 불규칙성이 다른 네트워크 영역에서도 일부 확인되어야 할겁니다. 하지만 다른 곳은 전혀 그런 흔적이 없어요.”

“그렇다면 데커드씨께서는 이곳에......”

“그렇습니다. 최초의 개척자들이 지하 네트워크를 건설할 때, 그리고 그 후 한 세기동안 네트워크를 확장할 때 이곳을 파헤칠 수 없도록 만든 무언가가 여기에 잠들어 있을 겁니다. 개척자들은 그 존재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나 당연하게 현재의 이와 같은 형태로 지하 인프라를 구성했던 것일 테고요.”


수경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일리가 있어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아, 정말 바보 같아요. 잠깐, 그곳이라면....... 그 곳에는 오래전에 버려진 광물 정제소가 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지금은?”


급하게 자신의 홀로패드를 만지작거리던 수경이 입을 열었다.


“그 소유주가 조나단 사일러스로 되어있네요.”


저녁 해가 드리우는 마지막 붉은 노을의 흔적마저 완전히 검푸른 어둠에 잠식당할 때 쯤, 데커드는 자신의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여러 가지 생각이 그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 그러나 한가로이 창가에 앉아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었다. 그는 방에 돌아오기 무섭게 자신의 가방에서 그동안 꺼내지 않았던 여분의 펄스 권총용 카트리지를 찾아 책상위에 올려두었다. 그때였다. 고요한 방 안에 홀로패드의 알림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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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5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6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2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6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3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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