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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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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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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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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수 :
229,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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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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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DUMMY

어둠에 휩싸인 도로 위로 한 대의 차가 질주하고 있었다. 진녹색으로 칠해진 마쓰다 밴은 어느새 적막한 스프로울 중심부를 지나 도시 외곽으로 향하고 있었다.

차의 뒷좌석에는 데커드와 수경이 수갑으로 결박된 채 앉아 있었다. 그들의 옆에는 복면을 쓴 한 남자가 권총을 겨눈 채 눈을 부릅뜨고 있었고, 조수석에 앉은 한 여자는 그녀의 무릎 위에 올려놓은 소총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차내는 무거운 침묵에 싸여 있었다. 그 누구도 먼저 입을 열려 하지 않았다. 수경도, 데커드도 입을 굳게 다문 채 그저 창 밖으로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가로등 불빛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조나단 사일러스의 급작스러운 등장이 가져온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두 사람은 총을 겨눈 부하들에 의해 무장해제 당한 채 결박되어 차에 태워지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강제로 끌려가며 수경은 격렬한 어조로 질문과 항의의 말을 던졌다. 데커드는 보다 침착한 어조로 조나단에게 사원의 정체와 별의 아이들, 그리고 지금까지 그들이 보아왔던 온갖 수상쩍은 일들에 대해 물었다. 그러나 조나단 사일러스는 그 어떤 말에도 그저 무거운 침묵을 지킬 뿐이었다. 데커드가 기억하는 것은 다만 그녀가 제이콥의 이름을 입에 올렸을 때, 조나단의 표정에 잠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쳐지나갔다는 것뿐이었다.

갑자기 도로의 폭이 좁아짐과 동시에 차도 속도를 낮추었다. 두 사람의 눈에 낯익은 풍경이 들어왔다. 지저분한 도로와 어디서부터 피어나오는지 모를 자욱한 연기, 그리고 눈을 아프게 하는 붉은 색의 싸구려 불빛. 얼마 전 그들도 지나갔던 도시 외곽의 빈민가가 틀림없었다. 그러나 며칠 전과는 달리 거리는 온통 이상한 침묵에 휩싸여 있었다. 몸을 팔던 어린 소녀도, 술과 약에 취해 거리에 널브러져 있던 부랑자도 보이지 않았다.


“거리가 왜 이렇게 조용하죠? 사람들도 보이지 않네요. 다들 어디로......”


창밖을 바라보던 수경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녀는 옆자리의 남자가 권총을 치켜들고 눈을 부릅뜬 채 그녀를 노려보자 채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나 데커드 역시 거리에 흐르는 무언가 이상한 기류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이 탄 차는 미로처럼 얽힌 좁은 골목길을 지나 하역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대낮처럼 밝은 흰 불빛이 점차 다가오자 두 사람의 머릿속에 추격자들을 피해 간신히 도망쳤던 그날의 기억이 스쳐 지나갔다. 이전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하역장의 공터를 바삐 오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날과는 사뭇 다른 무거움이 감돌고 있었다. 문득 데커드는 입구의 검문소를 지나며 운전사와 경비 모두 한 마디 말없이 무거운 침묵만으로 서로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차가 하역장의 중심부를 향해 나아가면서 두 사람의 눈에 주기되어있는 수많은 소형 우주선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제각기 다른 크기와 형태를 가진 우주선들은 마치 사열을 받는 병사들처럼 일렬로 열을 맞추어 서 있었다. 그 사이로 수많은 사람들이 처음 보는 형태의 원통형 용기를 든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은 램프 도어가 개방되어있는 몇몇 우주선으로 용기를 나르고 있었다. 데커드는 재빨리 주기되어있는 우주선의 수를 어림짐작 해보았다. 우주선의 수는 서른에서 마흔 척에 달하는 듯 했다.

주변이 갑자기 어두워지는가 싶더니 두 사람을 태운 차는 지하 터널을 향해 내려가기 시작했다. 지하 터널의 폭은 동시에 8대 이상의 차가 지나갈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콘크리트 벽에 설치된 어둑한 조명이 터널의 거대한 규모를 드러내고 있었다. 터널 곳곳에는 온갖 화기로 무장한 사람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이전에 보아왔던 것 보다 훨씬 많은 무장 인원들이 이곳에 있는 듯 했다. 무장한 사람들은 모두 침묵을 지킨 채 자신의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었다. 단지 그들 중 일부가 차를 향해 곁눈질을 했을 뿐이었다. 바깥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사이에서 역시 알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감도는 듯 했다.

갑자기 차가 멈추더니 뒷좌석의 문이 열렸다. 열린 문 사이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남자 둘이 총을 겨누고 있었다.


“내려!”


옆 좌석에 타고 있던 남자가 권총을 들이대며 소리쳤다. 데커드와 수경은 차에서 내려 걷기 시작했다. 권총을 든 남자와 앞좌석에 타고 있던 소총을 든 여자가 앞장섰고, 마스크를 쓴 두 남자가 총을 겨눈 채 데커드와 수경의 뒤를 따랐다, 그들은 터널 벽에 있는 한 철문으로 들어갔다. 곧 아래로 내려가는 철제 계단이 나타났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사방이 파이프로 둘러싸인 좁은 통로가 나타났다. 전력 등을 관리하는 일종의 지하 기반시설인 듯 했다. 파이프의 곳곳에는 녹이 슬어 있었고, 간간히 보이는 콘솔들에는 먼지가 잔뜩 끼어있었지만 낡았지만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 듯 했다.


“들어가!”


권총을 든 남자가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두 사람은 뒤로부터 강하게 떠밀려 들어갔다. 두 사람이 들어온 곳은 좁은 콘크리트 방이었다. 천장에 매달린 조명을 제외하면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때 그들의 등 뒤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혔다.


“일단 칸께서 목숨은 살려두라고 하셨어. 허튼 짓 못하게 잘 감시하라고.”


문 너머로 자물쇠를 채우는 소리와 함께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경은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이게 결론인가요? 이곳에 갇힌 채 옴짝달싹 못하는 포로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 그러면서도 제이콥의 죽음에 얽힌 사연이 무엇인지, 조나단은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는건지, 사원에 무엇이 숨겨져 있었는지 결국 아무것도 알아내지 못했고요. 데커드씨, 뭐라고 말 좀 해봐요. 우주선에 무언가 수상한 물건들을 잔뜩 싣는거, 데커드씨도 아까 봤잖아요. 무서워요. 모든게 다 잘못됐어요. 제이콥 사일러스는 죽고, 그 아버지는 칸이라는 이름으로 위험한 무언가를 꾸미고 있어요. 내가 알던 그 좋은 사람들, 가혹한 운명에서도 꿋꿋이 희망을 얘기하던 그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가버린 건지 모르겠어요. 다 착한 사람들이었는데....... 데커드씨, 제발 뭐라도 좋으니 말 좀 해봐요......”


수경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데커드는 수경을 천천히 다독여주며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으로 막힌 작은 방. 천장에 뚫린 한 뼘 크기의 환풍구, 그리고 밖에서 걸어잠근 문 이외에 바깥으로 통하는 통로는 없었다. 이따금 환풍구를 통해 발자국 소리와 알아듣기 힘든 말소리가 새어나왔다.


“완전히 갇혔군요. 탈출한다면 오직 저자들이 틈을 보일 때나 가능할 것 같습니다......”


데커드는 한숨을 내쉰 후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괜히 이런 일에 휘말리게 만들어서......”

“아니에요. 제가 자원한 일인걸요. 저는 단지 제이콥 사일러스가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라는 점을 입증하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알아요, 어리석었다는 것을요. 지난 몇 년동안 저는 보유자들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이해하고, 또 그들을 도울 수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조나단 사일러스는, 저 사람들은...... 어쩌면 제가 한때 저 스스로에게 느끼던 자부심은 그저 저 혼자만의 착각이었던 것 같아요. 너무나 어리석고 순진한 자기 연민이었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저는 그저 주제넘게 그들 사이를 들쑤시고 다니는 이방인이었을 뿐인걸요.”


수경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갑자기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이 환풍구를 넘어 방안 가득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소리는 몇 분 동안 간헐적으로 반복되었고, 소리가 울릴 때마다 그들이 있는 곳까지 미세한 진동이 전해져왔다. 잠시 후 소리가 멎고 사방이 침묵에 휩싸이자 데커드가 말했다.


“드디어 시작된 것 같군요.”

“시작되다니요?”

“이곳으로 끌려오면서 본 우주선들 말입니다. 방금 전 소리는 그 우주선들이 일제히 이륙하는 소리일겁니다. 소리가 들려오는 간격과 저 진동...... 그것 이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지요.”

“왜 그렇게 많은 우주선들이 일제히 움직이는 걸까요? 군사행동이라도 하려는걸까요? 아니면 대규모 테러?”

“조나단 사일러스가 말했던 마지막 날...... 그것과 무관하지 않을 겁니다.”


데커드는 짤막하게 대답하고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에 다시 무거운 침묵이 감돌았다.


“지금 와서 이런 이야기를 꺼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만......”


데커드가 수경을 돌아보며 갑자기 말했다.


“파벨 이고르비치...... 그를 만난적이 있지요?”


데커드는 급작스러운 질문을 받고 당황한 수경의 모습을 예상했다. 그러나 의외로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했다.


“네. 데커드씨가 오기 몇 주 전 저를 찾아왔어요. 저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더군요. 제가 이곳에서 하는 일, 제이콥 사일러스와의 관계, 심지어 저의 가족사 까지도요. 그러면서 보유자들 사이에서 전해져오는 전설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죠.”

“그래서 그에게 협조했습니까?”

“처음에는 거부했죠. 그 사람을 믿을 수 없었으니까요. 그러자 그는 제이콥을 언급하더군요. 협조하지 않으면 제이콥이 위험해 질 수 있다고 저를 협박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는 것을 털어놓았죠. 조나단 사일러스와 최근 보유자들의 변화, 보유자들의 믿음.......”

“그리고 사원에 관해서도요.”

“네. 맞아요. 제가 아는걸 모두 이야기했어요.”

“수경씨는 이미...... 알고 있었죠? 사원에 대해서. 오늘 낮에 제게 해준 이야기들, 사실은 수경씨가 전부터 알고 있었던 내용이죠?”


잠깐의 침묵이 지난 후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그래요. 확신은 전혀 없었어요. 논문을 준비하면서 모아놓은 자료들에 바탕 한 개인적인 추측의 결과였죠. 결국 정보를 넘긴 뒤 탤론 프라임 어디에서도 파벨이라는 사람을 다시 볼 수 없었어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이콥의 소식을 들었구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죠. 내가 큰 실수를 했구나, 결국 나 때문에 제이콥이 화를 당했구나 라는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그래서 데커드씨가 찾아왔을 때 많이 의심했고, 많이 망설였어요. 보유자들, 조나단과 제이콥 사일러스, 사원...... 이 모든 것에 대해서 입에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것조차 싫었거든요.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진실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이 제이콥을 구하는 유일한 길일테니까요. 죄송해요. 처음부터 속일 마음은 없었어요. 데커드씨를 따라다니는 순간에도 많은 고민을 했어요. 하지만 점점 이 무너져가는 세계를 보면서, 결국은 끝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한번은 맞딱뜨려 보아야겠다는 마음을 굳혔어요. 그래서 오늘 데커드씨에게 제가 사원에 대해 알고있던 것을 모두 털어놓은 거에요.”


말을 마치고 그녀는 고개를 떨구었다. 데커드는 조용히 그녀의 떨리는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다시 방안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두 사람은 가만히 벽에 기대어 앉은 채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데커드는 갑자기 피로가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얼마가 지났을까. 귀청을 때리는 소리에 데커드는 잠에서 깨어났다. 갑자기 온갖 커다란 소음이 환풍구를 거쳐 방안을 가득 채웠다. 다급히 무언가를 부르짖는 소리, 타닥이는 군홧발 소리, 정체를 알 수 없는 둔탁하고 묵직한 소리들이 뒤섞여 공명하고 있었다. 그 소리 덩어리들의 사이사이에 단발마로 울려퍼지는 한 소리가 데커드의 귀를 자극했다. 데커드에게는 꽤나 익숙한 소리였다.

총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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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5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5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6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2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6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3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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