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웹소설 > 일반연재 > SF, 추리

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6,140
추천수 :
262
글자수 :
229,460

작성
14.06.22 23:16
조회
218
추천
5
글자
8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DUMMY

데커드는 홀로패드를 집어 들었다. 곧 홀로패드 위에 익숙한 노인의 형상이 나타났다. 라이언 회장이었다. 재구성된 형상 속에서도 그의 온후한 얼굴에 감춰진 날카로운 눈매는 데커드를 꿰뚫어보는 듯이 빛나고 있었다.


“회장님. 바쁘신 와중에 이렇게 친히 전화를 거실 줄은 몰랐습니다.”


데커드가 살짝 고개를 숙이며 먼저 입을 열었다.


“데커드씨, 참으로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웨이 린 양은 데커드씨가 탤론 프라임으로 간 이후 도통 연락을 할 수 없다고 불평하더군요. 나야 데커드씨가 스스로 잘 해줄거라 믿는지라 전혀 괘념치 않았습니다만....... 그래, 그쪽 생활은 좀 어떻습니까? 듣자하니 근래에 험한 일도 좀 겪으셨다고 하시던데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멀쩡합니다. 오히려 배려해주신 덕분에 아주 잘 지내고 있지요. 마땅히 정기적으로 상황을 보고 드렸어야 하는데 제가 그동안 너무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데커드의 말에 라이언 회장은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수사 결과 보고는 데커드씨가 지구로 돌아온 다음 천천히 듣도록 하지요. 웨이 린 양에게 전해 들었을지 모르지만 나는 이제 내일 있을 <뉴 에덴>의 취역식을 위해 오케아노스 도크로 떠납니다. 기념비적인 행사가 되겠지요. 전 인류의 이목이 내일 이 곳으로 쏠릴 것입니다. 게다가 그 동안 있었던 일련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관한 호사가들의 관심도 이제 어느 정도 수그러든 것 같고, 주변의 부적절한 요소들도 어느 정도 정리된 듯 하니, 데커드씨께서도 이제 그 궁핍한 변방 행성을 떠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데커드는 ‘부적절한 요소’라는 단어의 의미에 대해 질문하고 싶은 마음을 감추고는, 자연스럽게 회장의 말에 응대했다.


“그렇습니다. 무엇보다도 큰 이벤트를 앞두고 만사가 태평한 것이야말로 회장님께 축하드릴 일이지요. 그렇다손 치더라도, 최초에 제가 맡게 된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서는 분명히 짚고 넘어갈 부분은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바도 있고요.”


데커드의 말에 라이언 회장은 뜻 모를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물론 그렇겠지요. 분명 데커드씨께 <뉴 에덴>의 취역 전, 우리 회사를 둘러싸고 더 이상 잡음이 생기지 않도록 수사를 요청 드린 것은 우리 쪽이니 말이지요. 데커드씨께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나는 데커드씨가 이번 사건에 관한 사실들을 수면위로 끄집어내는 것을 기대하지는 않았어요. 그보다는 보안국 요원의 눈으로, 혹여나 회사를 둘러싸고 잠재되어 있을 위험요인들을 찾아내 주기를 기대했지요. 결과적으로만 보면 데커드씨께서는 맡은 바 일을 꽤 잘 해주셨고요.”


라이언 회장의 말은 그저 공허한 수사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데커드는 UPX 본사가 있는 지구에서 수 십 광년은 족히 떨어진 탤론 프라임에 머무르고 있지 않은가.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데커드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아직 밝혀내야 하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제이콥 사일러스와 파벨 이고르비치의 죽음, 그리고 앤드류 케이먼 이사회 회장의 수상쩍은 행동, 이 모든 것은 단순히 삐뚤어진 우연의 일치가 빚어낸 단편적인 파편들이 아닙니다. 이상하게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이 사건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라이언 회장이 놀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것이 무슨 뜻입니까? 케이먼이 여러모로 문제가 많은 인물이라는 것은 제가 더 잘 압니다. 데커드씨께서도 조만간 알게 되시겠지만...... 아니, 이 문제는 논외로 칩시다. 파벨 이고르비치가 케이먼과 얽혀지면서 마뜩치 않은 일들을 많이 하고 다닌 것도 알겠습디다. 데커드씨께서 탤론 프라임에 있는 동안 웨이 린 양과 내사팀이 많은 것을 새로이 밝혀냈지요. 하지만 이것들과 제이콥 사일러스, 그 불행한 청년의 투신이 무슨 관계가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데커드는 침묵했다. 라이언 회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물론 저 어딘가에서 알 수 없는 일들은 항상 일어나지요. 하지만 이 늙은이로서는 데커드씨의 생각이 도무지 와 닿지 않는군요. 데커드씨께서 이 부분에 대해 소상히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데커드는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저간의 많은 일들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릴 시간이 따로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 아직까지 밝혀내야 할 연결고리가 남아있기도 하고요. 이에 대해 라이언 회장님께서도 아실법한 중요한 열쇠가 하나 있습니다. ‘프락시스’ 말입니다.”


데커드는 라이언 회장이 다소나마 놀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라이언 회장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프락시스라...... 저 케이먼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군요. 그 때 장서관에 데커드씨도 함께 있으셨지요. 뜬금없이 그가 수하들을 데리고 장서관으로 쳐들어와 프락시스에 관한 이상한 소문 운운하던 때 말입니다. 그 때 우리에게 비밀은 없다는 것을 데커드씨도 확인하지 않으셨습니까? 물론 데커드씨가 프락시스를 언급하는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테지요. 하지만 제가 보아온 바로는 데커드씨처럼 영민하고 생각이 많은 사람들도 실수를 합디다. 작은 단서에서 너무 깊이 나아가 결국 길을 잃는 것이지요. 매우 조심스러운 말입니다만, 데커드씨께서 케이먼이 그랬듯이 기묘한 우연의 장난에 당하신 것은 아닌지 하는 우려가 듭니다.”


데커드는 다시 침묵했다. 라이언 회장이 다시 말을 이어갔다.


“그 자세한 내용은 차차 듣기로 합시다, 데커드씨께는 죄송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닙니다. <뉴 에덴>의 취역이 이제 코앞입니다. 인류의 우주 진출에 있어서 완전히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 것이지요. 새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과거의 어두은 잔재를 밟고 일어서야 하는 법입니다. 지난 몇 주간 있었던 그런 불미스러운 사건들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데커드씨, 그런 점에서 데커드씨는 훌륭하게 잘 해주었습니다. 이제 지구로 돌아오세요. 탤론 프라임 시각으로 오늘 밤에 출발하신다면 때맞춰 <뉴 에덴> 취역식에 참석하실 수도 있을 겁니다.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는 차원에서 원하신다면 통제탑 위의 VIP 참관석을 한 석 마련해드릴 수도 있어요.”

“회장님의 호의는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아직 하나 남았습니다. <뉴 에덴>의 취역은 이곳에서 생방송으로 꼭 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든 것이 확실해지고 나면, 회장님께 제가 아는 것, 제가 생각한 것 전부를 말씀드리지요.”

“정말 오늘 밤 출발할 생각은 없는겁니까?”


라이언 회장이 부드러운 어조로 물었다. 그러나 그 목소리에는 이상하리만치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렇습니다.”


데커드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라이언 회장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군요. 데커드씨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군요. 큰 행사를 앞두고는 항상 정신없이 바쁜 법이지. 데커드씨, 그러면 행운을 빌겠소.”


홀로패드에 투영되었던 화상이 사라졌다. 낡은 호텔 방 벽에 걸린 시계바늘은 어느새 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데커드는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권총 카트리지들을 모두 탄창 케이스에 집어넣고는 창가를 바라보았다. 창 너머로 스프로울 시가지 곳곳에 흩뿌려진 불빛들이 눈에 들어왔다. 십여 분 후, 그는 호텔을 빠져나와 어둠 속에 잠긴 스프로울 시가지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별의 아이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7월 13일 연재 지연에 대한 사과의 말씀 올립니다. +2 14.07.14 117 0 -
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69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8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2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69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8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7 7 18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