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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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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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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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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수 :
229,460

작성
14.05.11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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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9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DUMMY

데커드와 수경은 서둘러 두건으로 얼굴을 가린 후 건물을 나섰다. 건물을 나서기 무섭게 방금 전의 총을 든 사내가 그들을 막아섰다. 그는 총구를 앞으로 돌려, 데커드와 수경을 겨누고 있었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눈치 챈 데커드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이봐, 무슨 일이야? 왜 갑자기 경보가 울리는거지?”

“침입자야. 입구 쪽 순찰조 두 명이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더군. 옷은 벗겨지고 총은 사라진채 말이야.”

“그렇다면 큰일이군. 빨리 침입자를 찾아야 하는 것 아냐?”


데커드가 애써 태연한 목소리로 대꾸하자 남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총구를 그들에게 겨눈 채 꼼짝도 하지 않고 있었다. 미묘한 긴장이 잠깐 흐른 후 남자가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래서 말인데 오늘 밤 암구호를 말해봐.”


데커드는 순간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고개를 돌려 수경을 바라보았다. 복면 뒤로 비치는 그녀의 눈이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


“뭐하는 거야? 어서 암구호를 말해!”


사내가 큰 소리로 재촉했다. 데커드는 곁눈질을 통해 그가 말함과 동시에 방금 전 자신의 손가락을 총의 방아쇠에 집어넣었음을 알 수 있었다. 총의 안전장치는 이미 풀려 있었다. 선택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사내가 다시 무엇인가를 말하려는 순간 데커드는 재빨리 몸을 돌려 그에게로 돌진했다. 사내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막 터져 나오려는 순간 데커드는 팔꿈치로 총을 치워버리고, 한 쪽 손으로는 그의 입을 막았다. 사내가 버둥거리며 애써 총구를 다시 돌리려 애쓰는 사이 데커드는 번개 같은 동작으로 품속의 펄스 권총을 꺼내 사내의 몸에 두 발을 발사했다. 데커드의 손에 막힌 입 사이로 ‘헉’하는 소리가 배어 나오기 무섭게 사내의 몸이 축 늘어졌다.

그때였다. 정신을 잃은 사내의 몸을 행여나 소리가 날까 조심스럽게 바닥에 뉘이던 데커드의 귀에 멀리서 누군가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데커드의 눈에 통제탑과 그 위에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가 들어왔다.


“빌어먹을, 뛰어요!”


데커드는 재빨리 수경의 팔을 잡아끌며 외쳤다. 두 사람은 불빛이 미치지 않는 저편의 어둠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들의 등 뒤로 남자들의 고함소리와 발소리가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데커드씨, 그쪽으로 가면 뭐가 나오는지는 알고는 계신가요?”


달리는 와중에 수경이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건 빨리 저자들의 시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 뿐입니다.”

“만약 저쪽에도 저들 패거리가 있으면 어떻게 하죠?”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고,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죠. 뛰기나 하세요.”


데커드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총소리가 허공에 울려퍼졌다. 쌩 하는 소리와 함께 총알이 공기를 가르며 그들을 스쳐갔다. 그 때 금속이 땅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와 동시에 수경이 메고 있던 총이 바닥에 떨어졌다.


“데커드씨, 제 총이......”


당황한 수경이 멈춰선 순간 다시 총소리와 함께 총알이 그들이 서있는 곳 바로 근처에 내리꽂혔다. 이번에는 꽤 가까운 거리였다. 데커드는 수경을 잡아끌며 소리쳤다.


“그건 이제 필요 없어요. 빨리 뛰어요! 뛰어!”


얼마가 지났을까. 두 사람의 주위는 어느새 다시 칠흑 같은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총소리는 그쳤지만 사람들의 발소리가 여전히 두 사람의 저 먼 등 뒤에 울려 펴지고 있었다. 발소리가 조금씩 느려지고 잦아드는 것을 볼 때, 어둠 속에 숨은 두 사람을 찾기 위해 저들은 천천히 조를 이루어 움직이는 듯 했다.

두 사람은 발소리를 죽인 채 천천히 움직이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눈이 어둠에 익숙해지자 그동안 들어오지 않았던 풍경이 눈에 띄었다. 그들의 주변을 온통 버려진 건물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간혹 거대한 동물의 갈비뼈처럼 솟아오른 강철 구조물들이 건물 사이사이 버티고 있었다. 수경이 목소리를 잔뜩 낮춘 채 속삭였다.


“버려진 시가지네요. 스프로울의 전성기 시절 만들어졌지만 제대로 완성되기도 전에 증후군이 발견되어 그대로 폐허로 남겨졌죠. 좀 멀기는 하지만 방향을 제대로 잡아 간다면 시내 중심부로 나갈 수 있을거에요.”


두 사람을 쫓던 소리는 어느새 잦아들어 있었다. 대신 기묘한 긴장감이 주위를 온통 감싸고 있었다. 데커드는 고개를 돌려 저 멀리 검은 하늘을 물들이고 있는 하역장의 불빛을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저쪽이 하역장이고, 저희가 저 왼쪽 방향에서 들어왔으니 시내 중심부로 가려면 이쪽으로 가야겠군요. 부디 가는 길에 아무도 마주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두 사람은 아무도 살지 않는 을씨년스러운 폐허 속을 걷고 또 걸었다. 그때였다. 두 사람의 눈앞에 저 멀리 신기루처럼 붉은 빛의 무리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불빛을 향해 몸을 옮겼다. 그들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감과 동시에 처음에는 희뿌연 빛의 덩어리처럼 보이던 불빛은 점차 그 형태를 갖추어가더니, 그 수가 늘어가고 있었다. 붉은 빛들은 어느새 무리를 이루더니, 물결처럼 화해 두 사람 앞을 흐르고 있었다. 곧 그들의 눈앞에서 폐허가 된 건물들 사이로 불빛의 정체가 드러났다.

사람들이었다. 버려진 시가지에서 족히 천여 명은 되어 보이는 온갖 사람들이 무리를 이루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저 멀리서 보이던 붉은 빛의 무리는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횃불이었다. 그들은 거대한 빛과 사람의 물결을 이룬 채, 어딘가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었다. 두 사람은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동안 그 광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던 수경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이 시각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어디로 가는 걸까요? 연구자로서 부끄럽지만...... 저는 이곳에 머물면서 이런 광경은 처음 봐요.”


어둠 속에서 한동안 침묵의 행렬을 지켜보던 데커드가 나지막하게 입을 열었다.


“저들의 목적이 무엇이건, 어디로 향하는 것이건 간에, 일단은 저들 사이에 숨어들어 몸을 숨기는게 좋을 듯합니다. 시가지로 가는 길에 이미 검문조가 깔렸을 수도 있고, 추격자들이 이 어둠 속 어디에서 움직이고 있는지도 알 수 없으니까요.”


데커드는 조용히 어깨에 걸고 있던 소총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사람들의 무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수경이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두 사람은 어둠 속에서 나와 자연스럽게 군중 속으로 섞여 들어갔다. 사람들은 새로이 끼어든 복면 차림의 두 합류자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다. 수많은 젊은 남녀와 간간히 섞여있는 어린이들로 구성된 행렬은 어딘가를 향해 끝도 없이 이어져 있었다.

폐허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던 중 갑자기 널찍한 공터가 펼쳐졌다. 공터 한 가운데에는 옛 사진 자료에서나 볼법한 고전적인 형태로 지어진 낡은 예배당이 서 있었다. 예배당의 창문 사이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었다. 선두가 예배당의 입구를 향하나 싶더니, 어느새 사람들의 물결이 낡은 예배당의 문 사이로 흘러들고 있었다.

예배당의 내부는 겉에서 보기와 달리 아주 널찍했다. 천장 사이사이에 걸려있는 낡고 어둑한 전기 조명들이 예배당을 비추는 가운데, 곳곳이 갈라진 가짜 대리석 바닥 위를 수많은 사람들이 가득 메우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열을 맞춘 채 가만히 서 있었고, 그들의 앞에는 자그마한 연단이 있었다. 연단의 좌우에는 복면을 쓰고 허리춤에 권총을 찬 남자들이 뒷짐을 진 채 일렬로 서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직 자신의 자리를 아직 잡지 못한 사람들의 발소리를 제외하면 실내는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수경이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이 사람들이 왜 여기에 모인 걸까요? 예감이 좋지 않......”


그 순간 그들의 등 뒤에서 철문이 큰 소리를 내며 닫혔다. 그 소리를 묻어버리려는 듯, 거의 동시에 앞줄의 누군가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무언가를 반복하며 외치기 시작했다.


“칸! 칸! 칸!”


외침은 순식간에 예배당 전체로 퍼져나갔고, 어느새 그들이 서있는 공간은 천 여 명의 무거운 목소리를 통해 반복되는 한 단어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그 순간 하나같이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의 시선이 연단을 향했다. 데커드 역시 연단 위에 선 한 남자를 바라보았다. 날카롭게 빛나는 회색빛 눈과 얼굴의 커다란 흉터. 데커드는 한 번에 그를 알아보았다.

조나단 사일러스가 그 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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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0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69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8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8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2 17 12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2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69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8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6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7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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