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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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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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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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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2.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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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DUMMY

2548년의 어느 날. UPX(United Planetary eXpedition) 사옥의 로비는 항상 그렇듯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는 120층 높이의 원추형 공간을 둘러싼 거대한 유리 구조물이 솟아 있었다. 공간의 중심부에서 뻗어져 나온 방사형의 인공조명과 건물 옥상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이 어우러져 1층의 거대한 홀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2053년 설립된 UPX는 수 세기에 걸쳐 명실공이 우주개척 분야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행성 테라포밍과 콜로니 건설, 행성 채굴 및 식민화 플랜트 등의 분야에서 UPX는 지난 두 세기 동안 그 어느 경쟁 기업도 따라올 수 없는 확고한 지위를 유지해 왔다. 전 세계의 야심만만한 젊은이들은 UPX에 입사하기 위해 수 만대 일에 이르는 치열한 경쟁을 기꺼이 감수했고, 수 십 만개의 기업, 공공기관, 학교에서 사람들은 인류의 우주 진출과 함께 하는 UPX의 역사를 정기적으로 배웠다. UPX는 지구에서만 연간 수십만의 직원을 고용했고, 거의 모든 식민 행성에 막강한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물론 최근 수십 년간 UPX는 수 많은 기업들로부터의 도전에 직면해왔다. 싱저우(XingZou)와 벡센(Vexxen)은 행성 채굴과 플랜트 분야에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으며, 유로스페이스와 같은 거대 신디케이트들은 행성 개척과 식민지 건설 분야에서 UPX가 누려온 독점에 대항하여 나날이 시장 지배력을 넓히고 있었다. 성급한 회의주의자들은 수 세기동안 지속되어온 UPX의 독점적 지위가 조만간 끝장날 것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 몇 달새 UPX 사옥의 분위기는 그 모든 전망과 예측을 비웃기라도 하듯 어느 때보다도 고양되어 있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 보시는 것은 22세기 외행성 개척시대를 연 최초의 개척선들입니다. 2127년 8월 16일, 여기 보시는 이 에덴급 개척선 에덴 I과 함께 인류는 태양계 밖의 행성들로 그 위대한 도약을 시작했습니다. 2151년 11월 3일 샹그릴라 IV 행성에 인류의 영광스러운 첫 발자국이 찍힌 이후로 우리 UPX와 영웅적인 개척자들은 지금까지 65개의 거주 가능 행성과 수 천 개의 소행성을 인류의 터전으로 만들었습니다."


말을 마치고 가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는 홀로패드의 3차원 영상으로부터 눈을 떼지 못하는 수십 개의 반짝이는 눈을 보았다. 벅차오르는 자긍심을 애써 누르며 그는 말을 이었다.


"에덴급 개척선과 그 후계자인 1세대 개척선들은 2337년 에덴 IV호가 수행한 탤론 프라임의 식민화 임무 종료를 마지막으로 새로운 프론티어급 개척선에 그 지위를 넘겨주게 됩니다. 1세대 개척선에는 알큐비에르 매트릭스 엔진이 없었기 때문에 목표 행성까지의 항해에 짧게는 10년, 길게는 50~60년이 소요되었습니다. 당시의 개척자들은 수십 년간 냉동 수면 상태로 항해를 해야 했지요. 항해가 끝나고 나면 개척선은 수십 개의 착륙 모듈로 분리되어 행성 표면에서 인류가 거주하기 가장 적합한 지점들에 착륙하였습니다. 수면에서 깨어난 개척자들은 여기서 다시 수십 년간 테라포밍 장치를 가동하고 식민지를 개척하는 일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면 저 사람들은 친구나 가족을 영영 못 만나게 된 건가요?"


열 살 남짓 해 보이는 한 아이의 질문에 가이드는 미소를 지었다.


"그렇습니다. 개척자중 몇몇은 가족과 함께 함에 올랐지만 많은 사람들이 지구의 가족, 친구들과 영원히 이별해야만 했죠. 낯선 행성에서 깨어났을 때 그들은 얼마나 외로웠을까요? 그건 분명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인류의 발전을 위해 용기있게 자원했습니다. 그리고 가혹한 외행성의 환경을 이겨내고 묵묵히 인류를 위해 헌신했죠. 인류의 진보는 그들의 영웅적 노력과 희생에 의해 이루어진 것입니다."


아이의 눈에 경외심이 가득 차올랐다. 가이드가 홀로패드의 버튼을 누르자 다른 모습의 우주선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여기 여러분께서 보시는 것은 2328년 건조된 저희의 2세대 개척선 프론티어의 모습입니다. 지금 저희 UPX나 다른 회사들의 개척선들은 넓게 보면 모두 이 프론티어급 개척선의 배리에이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이 옆쪽의 우주선을 보시죠. 동일한 프론티어급 개척선이지만 후방의 엔진 부분이 다르죠? 역사에 대해 관심 있으신 분은 들어보셨겠지만 익스플로러호는 프론티어급 개척선의 파생 모델로 알큐비에르 매트릭스 엔진을 최초로 상용화한 기념비적인 함입니다. 이전의 개척선들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목표 지점까지의 항해에 수십 년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죠. 하지만 저희 UPX에서 개발한 알큐비에르 매트릭스 드라이브를 적용함으로써 익스플로러는 목표였던 안타락스 III까지 약 3개월만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방식이었다면 30년이 걸렸겠죠. 여러분 중 혹시 외행성에서 오신 분이 있으신가요? 네, 저기 저 분. 어디서 오셨나요? 글리스요. 얼마나 걸리셨죠? 나흘이요. 불과 250년 전이었다면 지금 이 자리에는 이 분 대신 그 아들이나 손자가 서 있었을 겁니다.“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는 과장된 손짓으로 다시금 사람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제 막 그는 사람들에게 쇼의 클라이막스를 보여주려 하고 있었다.


"여러분들께서 지금까지 보신 우주선들은 인류의 진보와 함께 해온 UPX의 역사 그 자체입니다. 저희는 인류의 우주개척이 시작된 후부터, 감히 말씀드리건대, 이 분야에 있어서는 줄곧 최고의 위치를 지켜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 간혹 누군가는, 이런 말씀 드리기는 우습지만, 가령 유로스페이스같은 회사들이 앞으로는 최고가 될 것이라 생각하더군요.“


좀 더 큰 웃음 소리가 터져나왔고 그 역시 이번에는 웃음을 굳이 억누르지 않았다.


“혹시 여기 그 회사 관계자분이 계시는건 아니죠? 만약 계시다면 표정 관리를 잘 해주셔야겠군요. 저희는 항상 남들이 감히 꿈도 꾸지 못하던 새로운 혁신을 묵묵히 만들어내 왔습니다. 그들이 허황된 마케팅과 증권가에서의 뜬소문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을 때 말이죠. 그 증거를 이제 보여드리겠습니다.”


그는 얼굴 가득 미소를 띠우며 과장된 손짓을 했다. 그러자 매끈한 유선형의 우주선의 형상이 마치 사람들의 감탄사를 엔진 소리 삼은 양 홀로패드 위에 나타났다. 함의 앞쪽에는 여섯 개의 돌출부가 마치 연체동물의 촉수처럼 전방으로 길게 뻗어 있었다. 동체 중심에 솟아오른 유선형의 함교 뒤에는 네 개의 거대한 엔진이 두 개씩 짝을 지어 붙어 있었다. 아름다운 곡선을 이룬 흰 동체에는 뉴 에덴(New Eden)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지금 여러분께서 보시는 것은 저희 UPX의 차세대 우주 개척선인 뉴 에덴입니다. 외행성으로 인류를 이끌었던 첫 개척선의 이름을 딴 기념비적인 함이죠.“


감탄과 웅성임이 잦아들고 짧은 침묵의 순간이 이어졌다. 맨 앞줄에 선 어린 아이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순백색 우주선의 구석구석을 관찰하고 있었다. 뒷줄에 선 어른들 역시 부드럽게 회전하는 3차원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큐레이터는 호기심 어린 눈들이 충분한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숨을 고른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이미 뉴스나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접하신 분들도 있으시겠지만, 뉴 에덴은 지금까지 인류의 우주 개척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입니다. 뉴 에덴을 통해 우리는 지금까지 짧게는 수 십년, 길게는 백년 가까이 걸리던 행성 테라포밍을 이 단 한 대의 개척선으로 아무리 오래 걸려도 십 년 내에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한거죠?”


한 소년이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물었다.


“1세대 테라포밍은 착륙선에서 다수의 사람들이 행성 곳곳에 핵융합 플랜트로 작동하는 테라포밍 장치를 건설하고 가동시키는 것이었죠. 테라포밍 장치가 행성의 대기 조성을 서서히 변화시켜야 했기 때문에 전 행성에 테라포밍 장치를 건설하고 가동시키는데 필요한 수많은 인력이 배치되어야 했습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3차원 영상 속의 우주선은 전방의 촉수를 들어올렸다. 동시에 동체의 전면부가 좌우로 크게 벌려지면서 마치 거대한 크리스털 덩어리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구조물이 드러났다. 순간 크리스털 모양의 구조물이 환하게 밝아지더니 긴 빛의 기둥이 그 끝에서 솟아나왔다.


“저희는 이것을 카탈리스트 생성기라고 부릅니다. 뉴 에덴의 심장과도 같은 장치이죠. 테라포밍이 시작되면 우주선은 행성 대기권에 카탈리스트를 포함한 목표 대기 조성의 화학적 구름을 입자 빔의 형태로 방출합니다. 가능한 쉽게 말씀드리자면 카탈리스트는 기본적으로 행성에 형성되어 있는 자기장대를 이용합니다. 물론 핵이 비활성화되어 자기장이 극도로 약한 행성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기장 발생기가 대동되어야 하겠죠. 아, 제가 설명을 건너뛰었군요. 카탈리스트는 쉽게 말씀드리자면 나노화된 테라포밍 장치입니다. 카탈리스트는 행성의 자기장대로부터 에너지를 얻고, 에덴에서 발사된 이온화 대기 입자를 자체적으로 복제, 확산하게 됩니다. 네, 맞습니다. 한 마디로 카탈리스크는 고성능 복제기라고 할 수 있죠. 즉, 우리 기술자들은 복제기와 복제할 물건으로 이루어진 구름을 행성에 투하하는 겁니다. 그러면 그 복제기들은 행성 자기장으로부터 끊임없이 에너지를 얻어 행성을 우리가 필요한 물건 즉, 우리가 숨쉴 수 있는 공기와 수분으로 행성의 대기를 채워나가게 되는 겁니다. 물론 단순히 대기와 수분이 존재한다고 해서 테라포밍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 많은 사후 작업이 뒤따르겠지만 테라포밍의 가장 핵심적인 과정에 있어서 놀라운 혁신이라는 점은 변함이 없죠.”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아직까지 이해가 잘 되지 않는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나 가이드는 확신할 수 있었다. 복잡한 기술적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들 모두는 최소한 지금 인류 역사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기술을 목격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확실히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앞으로 약 4주 후 뉴 에덴은 앞서 입구 쪽에서 보셨던 UPX의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에서 영광스러운 취역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첫 목표인 GJ 1412d, 판게아 행성으로 향해 그 곳에서 약 7년간 임무를 수행하게 되지요.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이벤트이니만큼 여러분께서도 그 행사를 꼭 보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제 다음으로 초기 개척자들의 콜로니 건설에 대해 알아보...”


그때였다. 가이드가 홀로패드의 버튼을 누름과 거의 동시에 사람들의 머리 위로 크고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리고 바로 끔찍한 비명과 더불어 귀를 찢는 듯 날카로운 소리가 로비 전체를 강타했다. 서둘러 사람들을 헤치고 홀의 중앙 쪽으로 나아간 가이드의 눈에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에 넘어져 있는 사람들과 그들의 앞에 무수하게 흩뿌려진 작고 검은 파편들이 들어왔다. 넘어진 사람들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 거친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는 울음을 터뜨렸다. 순식간에 모여든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홀을 가득 채울 때 쯤, 하늘을 올려다 본 가이드의 눈에 원추의 한 모서리에서 중심을 향해 떨어지는 한 물체가 들어왔다.


사람이었다.


작가의말

조심스럽게 올려보는 첫 연재 작품입니다. 가감없는 비판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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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8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7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8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5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2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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