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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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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연재수 :
3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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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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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글자수 :
229,460

작성
14.06.30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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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DUMMY

그날따라 도시는 온통 적막에 휩싸여 있었다. 데커드와 수경은 버려진 광물 정제소 건물을 향해 조용히 발걸음을 내딛었다.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오직 희뿌연 가로등 불빛만이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몸을 바짝 낮춘 채, 두 사람은 반쯤 열린 낡은 철문 사이로 들어갔다. 건물은 말 그대로 텅 비어 있었다. 중앙부를 가로지르는 거대한 철제 비계만이 천장의 깨진 유리창으로부터 스며들어오는 희미한 빛을 거울삼아 널찍한 공간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 뿐이었다.


“우리가 잘못 짚은 것이 아닐까 걱정되는군요.”


삼엄한 경비를 예상하던 데커드가 맥이 풀린 목소리로 속삭였다. 두 사람은 손전등을 켜고 건물 중앙부로 나아갔다. 그 때 두 사람의 눈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직경이 십여 미터쯤 되는 거대한 공동이었다. 데커드는 공동을 둘러싸고 있는 철제 난간에 바짝 다가가 손전등을 비추었다. 곧 데커드와 수경이 서 있는 반대편으로 동공의 내벽을 따라 내려가는 나선형의 계단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일까요?”


수경이 속삭였다.


“확실히 어울리지 않는 구조물이군요. 일단 한 번 내려가 보죠.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두 사람은 여남은 단을 가늠할 수조차 없는 계단으로 천천히 내려갔다. 두 사람이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철제 계단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고, 그 소리가 다시 작은 메아리를 이뤄 어둠 속에 채워져 나갔다. 데커드가 한 손에 권총과 손전등을 모두 쥐고, 다른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앞장서서 내려갔고, 수경이 몸을 내벽에 바짝 붙인 어색한 자세로 뒤를 따랐다.


“굴착한지 얼마 안 되는 구멍이군요”


잠시 멈춰서 벽면을 더듬던 데커드가 입을 열었다.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시는 거죠?”

“이건 대형 플라즈마 커터를 이용해서 나선형으로 파고들어간 겁니다. 이런 종류의 대형 플라즈마 커터는 벽면에 세밀한 결을 남기게 되고, 그 하나하나는 아주 날카롭죠. 그래서 플라즈마 커터로 굴착 작업을 한 후에는 일반적으로 이를 다듬는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물론 다듬지 않아도 하나하나의 결이 워낙 미세하기 때문에 자연적으로 무디어지게 됩니다만...... 이 벽면의 결은 잘못하면 손을 벨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기 그지없습니다. 만약 이 구조물이 아주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었다면 자연적으로라도 한층 무디어져 있었겠죠.”

“데커드씨가 토목공학에도 조예가 있으신 줄은 몰랐네요.”

“수사부에서 일하다 보면 온갖 경험을 다 하게 되는 법이죠.”


데커드가 다시 발걸음을 떼며 덧붙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죠.”


한참을 걸어 내려간 끝에 두 사람은 마침내 거대한 구멍의 바닥에 도달했다. 두 사람의 주위는 온통 어둠과 적막에 싸여있었다. 걸어 내려온 쪽의 반대편으로 손전등의 불빛을 비추자 그들의 눈앞에 좁은 터널의 입구가 나타났다. 두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너비의 터널은 암반을 무지막지한 굴착기로 그대로 헤집어 뚫은 듯 투박하기 그지없었다. 터널 저편의 어둠이 손전등의 불빛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네요. 저 터널 끝에 우리가 찾는 것이 있을까요?”


수경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서 긴장감이 묻어났다.


“무언가 꺼림칙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 지난번 하역장에서 봤던 삼엄한 경비를 생각하면 더욱...... 하지만 이 거대한 갱도가 그냥 허투루 생겨났을 리도 없을테죠. 일단은 앞으로 가봅시다.”


데커드는 터널 안으로 몸을 밀어 넣으며 펄스 권총의 잠금을 풀었다. 그 뒤를 놓칠새라 손전등을 꼭 쥔 수경이 그 뒤를 따랐다. 터널을 따라 걷던 중 데커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탐탁치 않은 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죠?”


수경의 목소리에는 긴장감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금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를 봐요. 저희는 지금 기밀 해제된 과거의 문서들을 토대로 ‘사원’, 즉 우리의 추측이 맞다면 <에덴>의 E-B-8 모듈을 향해 가고 있어요. 우여곡절이 조금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사원을 찾는 과정 자체는 너무나 쉬웠죠. 물론 이것이 대단한 자료 수집과 탁월한 추론의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넘어가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수백 년의 시간동안 대부분의 정상적인 사람들은 잊혀진 B-8 모듈의 존재에 대해서는 완전히 잊어버린 채 살았잖아요. 탤론 프라임의 보물 사냥꾼들이나 몽상가들의 방식은 완전히 아마추어적이고 잘못된 것이 대부분이었을 테고요. 그러니 우리는 그들보다 나았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수경의 말에 데커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만약 E-B-8 모듈이 우리가 예상하는 바로 그 곳에 실재한다면 UPX가 그 존재를 모른 채 그대로 방치해두었을 리가 없어요. 단순히 별의 아이들이 믿는 대로 증후군의 실체가 잠들어있는 것이 아니었더라도, 자료 분석이나 기술 유출 방지 등의 목적으로 어떻게든 모듈을 회수하려 했을 겁니다. 개척자들의 도착으로부터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고 하더라도 말이에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어요. 게다가, 마음만 먹으면 UPX의 모든 자료를 열람할 수 있을법한 파벨 이고르비치나 앤드류 케이먼 같은 인물들도 ‘사원’이 어디에 있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었어요. 저는 이 부분이 석연찮은 겁니다.”

“데커드씨의 말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UPX 역시 개척자들이 그러했던 이유로 인해 E-B-8 모듈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던 것일 수도 있잖아요? B-8 모듈은 원래 다른 모듈의 일부였고, 따라서 굳이 이를 수색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이겠죠. 어차피 그 모듈은 누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여기에 있었을 테니까요. 사실 UPX는 아무도 모르게 스프로울 주변부를 수색하며 B-8 모듈에 탑재되어 있던 자신들의 민감한 자산을 회수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나서는 다른 개척자들처럼 B-8 모듈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사건 종료’를 해버렸을테죠.”

“하지만 만약 그렇다면 이 깊은 지하에서 조나단 사일러스는 도대체 무엇을 찾아낸 것일까요? 이렇게 터널까지 뚫어가면서 말이죠.”

“저도 그 부분을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데커드씨의 의심이 틀렸을 수도 있죠. UPX도 개척자들처럼 애초에 B-8 모듈에 대해서는 언급할 가치를 못 느꼈던 것일 수도 있고...... 아니 어쩌면 등잔 밑이 어둡다고 B-8 모듈이 이런 곳에 잠들어있다는 생각을 못했을 수도 있잖아요? 낙하 과정에서 분해되어 불타 없어지거나 저 멀리 탤론 프라임 황무지 어딘가에 처박혀버렸다고 생각 한다면 말이죠. 물론......”


수경은 말을 이으려다 본인 역시 석연치 않았는지 입을 다물었다. 이에 데커드가 짤막하게 덧붙였다.


“어찌되었든 B-8 모듈이 사실이라면 조나단 사일러스는 그야말로 잭팟을 터뜨린 거군요.”


손전등의 한 줄기 불빛에 의지한 채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을 얼마나 헤맸을까, 갑자기 두 사람 앞으로 드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그리고는 두 사람의 눈에 방금 빠져나온 터널의 맞은편에 미끈하게 우뚝 솟은 거대한 벽이 드러났다. 손전등을 살짝 비추었음에도, 그들 눈앞의 벽이 지금까지 보아온 것들과는 사뭇 다른 것임이 확연히 드러났다. 벽의 재질은 콘크리트도, 암석도, 스프로울의 건물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장용 복합재도 아니었다. 곳곳이 녹슬고, 먼지에 덮여 있었지만 벽은 분명히 금속성 재질로 만들어져 있었다.

두 사람은 갑작스레 나타난 광경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손전등을 움직여 그들의 눈 앞에 우뚝 선 벽 곳곳을 비추어보았다. 그때였다. 오른편으로 걸어가 벽을 살피던 수경이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데커드씨! 여길 봐요! 어서요!”


데커드는 수경이 있는 곳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수경이 불빛을 비추자 벽에 흰 색으로 칠해진 부분이 드러났다. 수경이 흰 색으로 도색된 부분을 따라 손전등의 불빛을 천천히 움직였다. 데커드가 그것이 드러내는 의미를 읽어내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벽에는 B-8이라는 글자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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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20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5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5 4 7쪽
»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3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6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40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2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17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6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30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3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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