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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님의 서재입니다.

별의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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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빅샌드
작품등록일 :
2013.12.30 22:07
최근연재일 :
2014.10.27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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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9,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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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3.16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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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UPX 사옥. 회장 집무실.

DUMMY

“탤론 프라임? 탤론 프라임에는 어쩐 일로 말이오?”


라이언 회장은 데커드의 말에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방금 전 데커드는 파벨 이고르비치 사건 수사를 위해 탤론 프라임으로 가겠다는 말을 한 참이었다.


“사건을 검토한 결과 파벨 이고르비치 건이 여러 측면에서 탤론 프라임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이 들었기에 이렇게 요청을 드리는 겁니다.”

“데커드씨께서 어떻게 그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궁금하군요.”

“우선 파벨의 개인적인 전문 기록을 분석하던 중, 탤론 프라임의 한 주소지가 적힌 것을 발견했습니다. 회장님께서도 아시겠지만 파벨 이고르비치는 탤론 프라임과는 아무런 연고를 가지고 있지 않지요. 그런데 본인이 특정한 주소를 암호화된 전문으로 남겼습니다.”

“그 전문에 적혀있던 주소지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웨이 린씨와 제가 함께 알아본 바로는 평범한 아파트가 있더군요.”

“그렇다면 이상할 것이 없지 않소? 파벨의 친구나 먼 친척이 그 곳에 살고 있을 수도 있지 않겠소?”

“혹은 만약 파벨씨의 업무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인물이나 단체, 시설이 있었다면 오히려 별다른 문제가 없었겠지요. 하지만 해당 주소지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인적 정보를 조회해 본 결과 파벨씨와 모종의 연관이 있을만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더군요. 게다가 파벨씨는 탤론 프라임에 친인척이나 친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 라이언 회장은 잠시 손가락을 턱에 대고 무언가를 고민하는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얼마 후 침묵을 깨고 그가 입을 열었다.


“탤론 프라임에 아무 연고가 없는 사람이 그 곳의 특정 주소지, 그것도 아무 특이점이 없는 곳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 이유만으로 데커드씨께서 탤론 프라임에 가겠다는 말을 했을 리는 없을 것 같군요.”

“물론 그렇습니다, 회장님. 이번 사건에는 단순히 우연의 일치로만 보기 힘든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데커드가 홀로패드를 작동시키자 무언가가 빼곡이 적힌 캘린더의 영상이 펼쳐졌다.


“회장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여기 이 날은 제이콥 사일러스 사건이 발생한 날입니다. 파벨씨는 ‘우연찮게도’ 그 사건이 있기 바로 전 날에 병가를 냈지요. 다른 사정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여기까지는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다른데 있습니다. 저는 어제 오후에 사내 보안팀의 협조를 얻어 사내 보안 관련 부서의 근무 규정과 관련 시스템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지극히 당연하겠지만, 사내에서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의 비상 연락 체계가 꽤나 잘 짜여져 있더군요. 여기서 저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것은 바로 회사의 1급 보안 구역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외부인이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을 당시, 왜 파벨씨는 바로 회사로 돌아오지 않았던 것일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웨이 린 양에게 이에 대한 설명을 요청했죠. 그녀의 말로는 몇 차례 파벨씨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아, 병으로 인해 연락을 받기 어려울 것이라 판단하였고, 또한 사건 자체가 그렇게 중대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별도의 추가적인 접촉 시도는 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그 점은 나도 유감스럽게 생각하는 바입니다, 데커드씨. 제이콥 사건이 마무리된 이후 제가 두 사람을 개인적으로 불러 가볍게 질책하기도 했지요. 파벨의 말로는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느라 연락을 확인하지 못했다고 합디다만......”

“이에 저는 보안국의 협조를 얻어서 근처의 병원 진료 기록을 모조리 뒤졌습니다. 혹시 몰라 파벨의 자택에 대한 원격 의료 신청 기록까지 조회했지요. 그 결과 제가 내린 결론은 파벨은 병가 기간 동안 어떠한 종류의 의료 행위도 받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부분에 대해서는 회장님께서도 짐작가시는 바가 있으시겠지요......”


데커드는 투영된 화상을 향해 손을 움직였다. 그러자 감시 드론에 찍힌 케이먼과 파벨의 모습이 나타났다.


“회장님께서도 이 영상은 익히 알고 계시겠지요. 회장님께서 의심하고 계신 바대로, 케이먼 씨가 관여된 모종의 불법적인 행위에 파벨씨도 관여하고 있었다는 증거지요. 지나치게 노이즈가 많고, 소리도 제대로 녹음되지 않았지만 최소한 이 영상이 찍힌 시점만은 명확합니다. 바로 파벨이 병가에서 복귀하기 바로 전날 밤에 찍힌 것이죠. 따라서 파벨씨의 병가는 그저 다른 핑계였을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됩니다.”

”나 역시 애초에 파벨의 해명을 믿지 않았소. 사실 데커드씨께서도 이제 알 만큼 아실테니 말씀드리는 것이네만, 얼마 전부터 우리 쪽에서는 케이먼에 대한 감사를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었소. 따라서 파벨에 대해서 굳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간 것이오.“

“문제는 병가를 낸 후, 회사로 복귀하는 시점 사이 파벨의 행적이 베일에 싸여 있다는 것입니다. 웨이 린 양의 도움을 받아 해당 기간 저택과 주변에 기록된 모든 로그 자료 - 출입 기록, 가전제품의 작동 기록 등 자질구레한 것 까지 모두요 - 를 분석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볼 때 제이콥 사일러스 사건이 발생한 날 오후부터, 회사에 복귀하기 전날 밤까지, 약 일주일 동안 파벨씨의 행적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그는 그 기간 동안 집에도, 병원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의문의 일주일이 지난 후, 케이먼씨와 함께 이렇게 모습을 드러내게 되지요.”


라이언 회장이 손을 턱에 괸 채 데커드를 응시하며 물었다.


“그렇다면 데커드 씨께서는 그 일주일간 파벨이 탤론 프라임에 있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어쩌먼 데커드씨께서는 이 주소지와 제이콥 사일러스 사건 모두가 파벨 사건과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 것 같군요. 이 늙은이의 생각이 틀리다면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정곡을 찌르는 말에 데커드는 순간 놀라고 말았다. 그에게는 아직 라이언 회장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었다. 바로 킹 크랩에서 그가 보고, 들었던 것 모두였다. 밀수업자들에게 붙들린 채, 끌려오던 파벨의 모습, ‘사원’. ‘프락시스’와 같은 이상한 단어들. 의문에 쌓인 조나단 사일러스와 ‘칸’이라는 인물. 문득 데커드는 어쩌면 라이언 회장도 이 모든 것에 대해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데커드는 과감하게 주사위를 던져보기로 했다.


“그렇습니다. 저는 이 모든 사건들이 연관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데커드씨, 우연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이 가능한 법입니다. 데커드씨의 추론은 각 사건에 얽힌 공통 인자들을 들여다보았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그 인자들을 이어주는 논리적인 연결 고리가 부족한 것 같군요.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 하시겠습니까?”


라이언 회장의 물음에 데커드는 의미심장한 어조로 답했다.


“바로 그 연결 고리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탤론 프라임으로 가겠다는 것입니다, 회장님. 탤론 프라임의 한 곳을 지목하는 의문의 전문, 파벨의 불가사의한 행적, 그리고 때맞춰 일어난 한 탤론 프라임 출신 젊은이의 죽음. 이 모든 것들이 연관이 있던, 없던 명백하게 해명될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회장님께서 제게 바라시던 바가 아닌가요?”


라이언 회장은 탁자 위의 잔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데커드가 라이언 회장의 집무실로 들어오자 회장의 비서가 내온 커피였다.


“데커드씨의 견해는 잘 들었습니다. 그러나 단순한 ‘심증’을 확인하기 위해 데커드씨께서 직접 탤론 프라임에 갈 필요가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탤론 프라임에도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얼마든지 있습니다. 원한다면 이곳에 앉아 그쪽에 있는 우리 쪽 자산과 더불어 가능하다면 탤론 프라임 보안국의 협조도 받아 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편하지 않겠소?”

“아닙니다. 회장님의 말씀은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지만, 저는 아무래도 다른 사람을 통하기 보다는 제가 직접 발로 뛰며 조사하는 것이 편합니다. 그리고 궁금한 것은 직접 대면하며 해결하는 것이 제 성미에 맞기도 합니다.”


데커드의 단호한 대답에 라이언 회장은 뜻밖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저의 사람 보는 눈은 틀리지 않군요, 데커드씨. 그 열정, 높이 삽니다. 이 늙은이도 데커드씨의 직관을 믿어보지요. 데커드씨께서 요 며칠 UPX를 둘러싼 사건의 의문점들을 명백하게 밝혀주시기를 고대하겠습니다. 다만, 그 곳에서 너무 지체하면 안 됩니다. 데커드씨도 아시겠지만, 뉴 에덴의 취역식이 이제 일주일 남았습니다. 가능하면 그 전에 이 모든 잡음들을 명백하게 해결하고 싶은 것이 이 늙은이의 마음이니 헤아려주시길 바라오. 셔틀 편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시오. 저의 개인 비서 편을 통해 일정을 알려주시면 셔틀을 바로 준비해 드리지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예상치 못했던 라이언 회장의 호의적인 반응에 데커드는 놀랐다. 그의 마음 한 구석에 무언가 석연치 않은 감이 생기고 있었다. 그 때 라이언 회장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말이오, 데커드씨......”

“말씀하십시오, 회장님.”

“웨이 린 양이 말하길 데커드씨가 장서관에 보관된 메모리 패널들 중 이상한 것을 찾아냈다고 해서 말이오......”


뜻밖의 질문. 데커드는 애써 침착하게 라이언 회장의 질문에 답했다.


“저도 우연찮게 찾아낸 것입니다. 웨이 린 양이 메모리 패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하기에 파벨의 집을 조사하던 중 메모지에서 보게 된 일렬번호를 알려주었을 뿐입니다. 메모리 패널을 구분하는 체계에 대해서 저는 아무것도 아는 바가 없기에, 그야말로 운이 좋았던 것이죠.”

“일렬번호가 적혀있는 메모를 파벨의 집에서 발견했다는 말입니까? 혹시 웨이 린 양이 그 메모리 패널에 대해서 무언가를 말해주던가요?”


어느새 라이언 회장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사라져 있었고, 데커드를 바라보는 그의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데커드는 그의 안광을 애써 피하며 대답했다.


“데이터베이스 상에는 존재하는 일렬번호입니다만, 검수 시스템에서는 아무런 흔적도 남아있지 않다고 하더군요. 그녀는 마치 유령 같다고 하더군요. 실체가 존재하지 않으니 물론 내용도 알 수 없구요.”

“그렇군요...... 어쩌면 파벨이 최근에 발견한 오류의 일종일지도 모르겠군요. 데커드씨도 아시다시피 수 세기 동안의 온갖 기록들이 쌓이다보면 아무리 완벽한 시스템도 오류를 발생시킬 수 있지요. 웨이 린 양의 일이 좀 더 늘어나겠군요. 아차 이거, 커피가 많이 식었군요. 데커드씨, 더 식기 전에 한 모금이라도 드시지요. 흥미롭고 열정적인 대화도 좋지만 커피가 마냥 식게 두어서는 안 되지요......”


라이언 회장의 얼굴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그러나 식어버린 커피를 들이키며 데커드는 방금 전 라이언 회장의 날카로운 눈빛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틀 전 밤, 라이언 회장을 조심하라던 케이먼의 말이 떠올랐다. 자신이 라이언 회장 앞에서 고양이 앞의 쥐 놀이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 때였다. 집무실의 문이 열리고 웨이 린이 다급한 걸음으로 들어왔다.


“라이언 회장님, 방해해서 죄송합니다만, 지금 잠시 장서관으로 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데커드씨, 함께 가시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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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3) +2 14.10.27 319 5 12쪽
38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2) +1 14.10.05 259 5 11쪽
37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뉴 에덴. +1 14.09.21 261 5 24쪽
36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2) +2 14.09.08 262 5 9쪽
35 지구 궤도. UPX 스페이스 도크 오케아노스. +1 14.08.25 270 5 9쪽
3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3) 14.08.11 142 5 13쪽
3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2) +1 14.07.28 229 4 9쪽
3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모처. 14.07.20 314 5 12쪽
3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2) 14.07.07 114 4 7쪽
3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버려진 정제소. 14.06.30 312 5 9쪽
2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2) +1 14.06.22 219 5 8쪽
28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6.15 285 6 9쪽
27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2) 14.06.08 378 10 13쪽
26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데커드의 호텔 방. 14.06.01 148 5 17쪽
25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4) +1 14.05.25 1,333 17 12쪽
24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3) +1 14.05.11 272 6 9쪽
23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하역장. 14.05.04 315 4 12쪽
22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빈민가. +1 14.04.27 158 3 10쪽
21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2) +1 14.04.20 419 6 13쪽
20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나인스 브릿지. +3 14.04.13 239 4 15쪽
19 탤론 프라임. 스프로울. 14.04.06 331 5 12쪽
18 UPX 사옥. 장서관. +1 14.03.23 1,173 3 13쪽
» UPX 사옥. 회장 집무실. 14.03.16 1,516 27 12쪽
16 UPX 사옥. 중앙 보안 통제소. 14.03.09 770 3 18쪽
15 시내 중심가. 데커드의 아파트. 14.03.02 729 3 15쪽
14 도시 외곽. 주택 단지. +1 14.02.23 373 3 17쪽
13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2) 14.02.16 369 3 16쪽
12 UPX 사옥. 최고 경영 기록 보관소. 14.02.09 347 5 10쪽
11 UPX 사옥. 펜트하우스. 14.01.30 418 7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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