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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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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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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20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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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피에르 공작의 음모 -2-

DUMMY

25화. 피에르 공작의 음모 -2-



류연의 선택은 일기토였다. 일기토 중에는 프로도 백작이 꼼수를 부리지 못한다. 게다가 일기토에 승리한 후에는 후방으로 빠져도 무방하다.


“펜실트 공국의 실롯 백작이오.”


중년의 기사가 상대방 진영에서 나왔다. 양 측 진영의 중앙에서 만난 류연과 실롯 백작은 말에서 내려 가볍게 묵례를 했다.


류연에겐 한 합 만에 일기토를 끝낼 실력이 있었다. 하지만 류연은 적당히 실롯 백작의 검을 받아주었다.


“여기까지만 하겠습니다.”


실롯 백작의 검에 서린 검사가 흐릿해지고 나서야 류연은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류연의 검 옆면에 관자놀이를 맞은 실롯 백작은 쓰러졌다. 연합군 진영 쪽에서 실롯 백작의 수습기사들이 나와 실롯 백작을 업고 갔다.


“엘론드 백작 만세!!!”


하이킨 왕국 진영 쪽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손을 들어 답례를 한 류연은 말 머리를 돌려 사병들이 대기하고 있는 곳으로 갔다. 전투에 더 이상 참가하지 않겠다는 의미였다.



‘저 새끼가 오고 난 이후부터는 되는 일이 없어.’


피에르 공작과 사령부는 아군이 일기토에 승리했음에도 침묵을 지켰다. 이윽고 선발대간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오늘 수고했네.”


“과찬이십니다.”


“안에 저녁을 마련해 두었으니 같이 들세. 자네의 사병들에게도 좋은 음식을 가져다주라 지시했어.”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류연은 피에르 공작의 위선에 속이 거북해졌다. 피에르 공작은 류연을 막사 안으로 잡아끌었다. 안에는 고급스러운 요리가 준비되어 있었다.


“자. 하이킨 왕국의 번영을 위하여. 건배!!!”


“건배!!!”


다른 귀족들과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던 류연은 딴 생각을 하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식사는 늦은 밤이 되어서야 끝이 났다.


“먼저 가보겠습니다.”


“그래. 내일도 잘 부탁하네.”


“그냥은 싫습니다.”


공짜로 재주를 넘는 곰이 되어줄 생각은 없었다. 류연은 하이네스의 귀족 가문들 간에 전리품 배분에 관한 협약이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 그냥은 싫다는 뜻입니다.”


류연은 자신의 전공에 걸맞은 전리품을 요구했다. 피에르 공작은 류연에게 호통 쳤다.


“자네는 하이킨 왕국 소속이 아닌가? 허, 경우가 없군. 지금은 왕국을 위해 모두가 힘을 합쳐야···.”


“절 속이려 들지 마십시오.”


류연은 후안무치한 피에르 공작을 노려보았다.


“나 원 참. 그래 원하는 게 뭔가?”


“땅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밀과 보리를 합쳐 2천 포대만 받겠습니다.”


“약속하지.”


류연이 빠지면 전력 손실이 커진다. 피에르 공작은 결국 또다시 한발 물러나야 했다.


“그럼 가 보게.”


“공작님의 직인이 찍힌 문서로 작성해 주십시오.”


“나를 못 믿는 겐가?”


“확실히 하기 위해서입니다. 너무 기분 나빠하지 마십시오.”


피에르 공작은 문서에 직인을 찍었다. 문서를 겉옷 속에 집어넣은 류연은 식탁에 놓인 디저트 몇 개를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


“좀 늦었지? 간식거리 챙겨왔어. 먹자.”


“와 맛있겠다.”


텐시는 바로 호두 파이를 한 조각 집어갔다. 반면 엘리스는 입맛이 없는지 가만히 앉아만 있었다.


“우리 엘리스는 오늘 왜 이리 기운이 없을까?”


“루엔은 사람 죽여 봤어?”


“아. 그만 좀 하라니까. 하루 종일 저러네. 내숭도 정도껏이어야지. 피도 마시는 애가.”


“그치만.”


엘리스와 텐시는 오늘 전쟁을 처음 경험했다. 아데스 장로의 수염에 불을 지를 정도로 신경이 굵은 텐시는 아무렇지도 않아 했다. 그러나 엘리스는 충격을 받았다.


“괜찮아질 거야. 크게 심호흡 한 번 해. 그리고 난 죽여 봤어. 그것도 꽤 많이.”


“진짜?”


“진짜. 변명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남기 위해, 또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달에 갇힌 세계에서의 삶은 매일이 투쟁의 연속이었다.


“죄책감을 느끼거나 망설이지는 않았어?”


“매번 그럴 겨를조차 없었거든.”


류연은 엘리스를 안아주었다. 엘리스는 복잡한 얼굴로 호두 파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여기 잠시 주목.”


호두 파이를 먹던 엘리스와 텐시는 류연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류연은 주의사항을 둘에게 전달했다.


“이제부터는 타 영지 소속 병사나 기사들도 조심해야 해. 같은 하이킨 왕국 소속이더라도 함부로 경계를 풀어선 안 돼.”


둘은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스와 텐시는 영리한 편이니 잘 할 것이었다. 류연은 마지막 남은 호두 파이를 집어 먹고 불을 껐다.


**


류연은 하이킨 왕국에 세 번의 일기토 승리를 더 안겨 주었다. 하이킨 왕국군은 그 승리에 힘입어 빠른 속도로 남하했다. 반면 사기가 꺾인 연합군은 연전연패했다.


“허. 어쩌지.”


“그러게 말입니다. 엘론드 백작 한 명 때문에 이게 무슨 꼴인지.”


연합군 지휘관들은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그들도 하이킨 왕국의 침공에 대비해 자유기사를 영입하고 병사를 훈련시켰었다. 하지만 하이킨 왕국이 저런 최고급 기사를 영입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다.


“그만들 하십시오. 지휘관들까지 이렇게 처져 있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더 떨어집니다. 우리에겐 티베론 요새가 있습니다.”


티베론 요새는 오래전부터 운명 공동체였던 3국의 선왕들이 하이킨 왕국의 남하를 차단하기 위해 축성한 요새였다.


티베론 요새는 규모가 큰 편은 아니었지만 하이킨 왕국이 대륙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길목을 막고 있어 하이킨 왕국은 매번 이곳을 넘지 못하고 좌절해야 했다.


이미 요새 이북의 영토는 대부분 빼앗긴 상태였다. 연합군의 지휘관들은 남은 영토를 포기하고 티베론 요새에서 농성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도 또.”


티베론 요새는 피에르 공작이 가장 우려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다. 연합군에 제법 많은 피해를 입히고 땅을 빼앗았지만 티베론 요새를 함락시키지 못한다면 반쪽뿐인 승리나 다름없었다.


공성전 또한 무의미했다. 마지막 원정 때, 하이킨 왕국은 열 배 많은 병력으로도 티베론 요새를 함락시키지 못했었다.


“퇴각한다.”


피에르 공작은 미련 없이 퇴각을 결정했다. 이번 원정에서는 손실이 적어 점령지를 충분히 지킬 수 있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아쉬운 점이라면 류연을 소모시키거나 우리 안에 가두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생각을 정리한 피에르 공작은 귀족들을 소집했다.


“3국과 휴전에 들어간다. 내일부터 준비하도록.”


예전 같았으면 하이킨 왕국의 요구에 응하지 않았을 3국이었겠지만 이번엔 그러지 못했다. 하이킨 왕국은 유리한 조건에서 평화 협정을 이끌어냈다.


3국과의 협정을 맺은 하이킨 왕국군은 하이네스로 복귀했다.


**


“국왕 전하께서 승하하셨습니다.”


하이킨 국왕은 노환으로 그해 가을 세상을 떠났다. 나름 성군으로 불리던 왕인지라 하이킨 왕국은 슬픔에 빠졌다.


그와 별개로 원래 로렌시아 왕국이었던 엘론드 백작령은 국왕의 죽음에 크게 슬퍼하지 않았다.


그건 류연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하이킨 국왕을 위해 눈물을 흘리기도 어색했고 엘론드 백작령에 터진 문제 때문에 다른 곳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백작님. 마을의 곳간이 전부 비었습니다.”


그 문제란 식량 부족이었다. 엘론드 백작령은 예전부터 항상 식량 부족에 시달렸었다.


게다가 전쟁으로 하이네스의 식량 가격이 많이 올랐다. 남은 예산을 모두 털어 식량을 구매해 왔음에도 엘론드 백작령의 곳간은 금세 비어버렸다.


“피에르 공작에게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류연은 약속받은 곡물 포대를 받으러 피에르 공작을 찾아갔다.


“장례식 준비가 바빠서 아직 정산을 못했어. 장례식이 끝난 후 바로 지급해 주겠네.”


국왕의 장례식이 끝나면 피에르 공작은 하이네스 왕국의 국왕 자리에 오를 것이었다. 그래서 지금 피에르 공작의 얼굴은 싱글벙글이었다.


“그럼 기다리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처리해 주십시오.”


류연은 장례식에 참석해 꽃 한 송이를 헌화하고는 엘론드 백작령으로 돌아왔다.



“피에르 공작가에선 아직 아무 연락 없습니까?”


“마법 통신을 넣어 보았습니다만 묵묵부답입니다.”


‘하. 급해 죽겠는데.’


하지만 장례식이 끝난 후에도 곡물 포대는 도착하지 않았다. 이제 버티는 것도 한계가 오고 있었다.


“지금 있는 걸론 얼마나 더 버틸 수 있겠습니까.”


“길어야 일주일입니다.”


류연의 인내심이 한계에 달할 때 쯤, 마차 몇 대가 엘론드 백작령에 도착했다.


“왕실에서 보낸 긴급 구호물자입니다.”


‘킥. 대공가도 아니고 왕실이라.’


이제 피에르 대공이 된 피에르 공작은 왕 놀이에 심취해 있는 게 틀림없었다. 류연은 속으로 그 유치함을 비웃었다.


“엘론드 백작이 감사히 받았다고 피에르 대공님께 전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운송 책임자 마론 남작은 하이네스로 돌아갔다. 류연은 각 마을에 식량을 나누어 주기 위해 짐칸을 덮고 있는 천을 걷었다.


“우욱.”


천을 걷자 짐칸에서 눅눅한 냄새가 올라왔다. 곡물 포대를 뜯어보니 역시나 성한 게 하나도 없었다. 류연은 주먹을 꽉 쥐었다.


“먹을 수 있는 것을 최대한 추려 각 마을에 나눠주도록 하십시오. 저는 잠시 운송 책임자를 만나고 오겠습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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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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