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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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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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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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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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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피에르 공작의 음모 -1-

DUMMY

24화. 피에르 공작의 음모 -1-

린.png

류연은 겨울 내내 몬스터를 토벌하고 기사와 병사들을 훈련시켰다. 봄이 되자 엉망이던 엘론드 영지는 슬슬 구색을 갖추기 시작했다.


재정도 많이 안정되었다. 류연은 남는 재정으로 영주 공관부터 수리하기로 했다.


“드디어 공관을 수리하는 거야?”


“응. 겨울동안 고생했어.”


공관 수리 소식에 가장 좋아한 건 텐시였다. 온도가 유지되는 엘프의 숲에서만 살아온 텐시는 추위를 아주 많이 탔다. 지금도 텐시는 옷을 여러 겹 껴입고 이불 속에서 눈만 밖으로 내놓고 있었다.


다른 귀족들처럼 공관을 화려하게 꾸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수리할 곳이 워낙 많았던 탓에 공사는 한 달이나 걸렸다.


고용인들은 전에 있던 사람들을 계속 고용하기로 했다. 다만 시녀는 나이가 많아 퇴직을 희망했기에 새로운 사람을 고용하기로 했다.


“누구···?”


처음 보는 젊은 시녀가 집무실 화분에 물을 주고 있었다. 류연이 인기척을 내자 시녀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엘론드 백작님. 새로 시녀로 오게 된 린입니다.”


‘아.’


최근 바빴던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에게 시녀 면접을 맡겼었다. 린은 둘에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 시녀로 고용된 것이었다.


린은 유리 과에 속하는 여자였다. 가만히 있어도 린에게선 농염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물론 서큐버스인 유리보다는 그 정도가 덜했지만 말이다.


“시키실 일이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필요하면 부르겠습니다.”


“네.”


손을 모아 조신하게 인사를 한 린은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린이 나가자 류연은 엘리스를 불렀다.


“엘리스. 린을 뽑은 이유 좀 말해줄래?”


“루엔 말대로 뽑았는데. 간식 잘 만들어주고. 차도 잘 타고. 청소도 잘 하고.”


“그래. 알았어.”


린의 정체가 미심쩍긴 했지만 류연은 둘의 결정을 존중해주기로 했다.



“피에르 공작님. 시녀로 뽑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킨드레드 준남작 때처럼 잘 할 수 있겠지?”


“맡겨만 주십시오.”


**


린은 다음날부터 바로 임무에 들어갔다. 린이 보기에 류연은 킨드레드 준남작보다 더 쉬운 상대였다.


“일은 할 만하시죠? 특별히 불편한 건 없고요?”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쓰레기통 좀 비우겠습니다.”


어제 류연은 전임 시녀가 입던 옷이 린에게 조금 작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린의 옷은 더 줄어들어 있었다.


쓰레기통은 집무실 책상 옆에 있었다. 린은 쓰레기통을 비우기 위해 몸을 숙였다. 몸을 숙이자 미리 매듭을 풀어놓은 앞치마가 떨어지며 옷 사이로 풍만한 가슴이 흘러나왔다.


출렁이는 그것에서 시선을 돌린 류연은 헛기침을 했다.


“흠흠.”


“어맛. 죄송합니다.”


린은 급히 앞치마의 끈을 다시 묶고 종종걸음으로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날이 갈수록 린의 옷은 점점 더 줄어들었다. 린은 이제 허벅지가 다 드러나는 짧은 치마에 끈으로 된 속옷만 입고 출근했다. 린이 청소를 하느라 허리를 숙일 때마다 둥그런 엉덩이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러나 류연의 유혹에 대한 내성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그래서 린의 유혹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다.



‘됐어. 넘어왔어.’


하지만 린은 자신의 유혹이 통했다고 믿고 있었다. 린은 류연이 자신을 안게 할 생각이었다. 마침 류연은 공관의 욕실에 있었다.


“백작님. 린입니다. 목욕을 도와드리겠습니다.”


린은 얇은 수건 한 장만 걸치고 간드러지게 류연을 불렀다. 탈의실 안에서 류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퇴근 안하셨습니까? 그럼 잠시 이쪽으로 와 주십시오.”


류연은 기뻐하는 듯 했다. 기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린은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탈의실 안으로 들어갔다.


‘?’


그러나 류연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와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엘리스와 텐시가 흙투성이로 서 있었다.


“엘리스와 텐시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내일 아침까지 처리해야 할 일이 있는지라.”

“너희들도 얼른 씻고 자러 가. 언니 귀찮게 하지 말고.”


류연은 내일까지 수도로 보내야할 보고서가 있다는 핑계를 대고 엘리스와 텐시를 린에게 맡겼다. 린은 두 소녀와 욕실에 남겨지게 되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정보부 간부답게 린은 정신을 다잡았다. 류연을 유혹하지 못했다면 류연에 대한 정보라도 캐내야 했다.


“저기···. 백작님에 대해 물어 볼 게 있어.”


린은 사소한 질문부터 시작했다.


“백작님이 가장 좋아하시는 간식이 뭐야?”


“루엔은 다 잘 먹어. 특히 좋아하는 거라면···. 호두 파이 정도? 참고로 나는 쿠키, 텐시는 생크림 케이크를 가장 좋아해.”


“알았어. 간식을 준비할 때 참고할게. 그리고 백작님은 얼마나 강해?”


“루엔은 엄청 강해.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고, 검으로 바위를 일격에 자를 수도 있어.”


하이킨 정보부는 류연을 상급 블레이드 나이트 정도로 추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중을 붕붕 날아다니고 검으로 바위를 일격에 자르는 건 소드 엑스퍼트만 되도 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것만 듣고는 정확히 류연의 경지를 가늠할 수 없었다.


류연에게 린이 첩자같다는 말을 들은 엘리스와 텐시는 류연이 곤란해질 만한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거나 영리하게 회피했다.


“이제 나가자.”


피로와 패배감이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린을 짓눌렀다. 린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얘들아. 좀 가만히 있어 줄래?”


엘리스와 텐시는 밖으로 나와서도 한시도 가만있지 않았다. 머리를 말려줄 때에도 둘은 계속 돌아다녔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린은 엘리스와 텐시를 침실로 올려 보낼 수 있었다. 둘을 올려 보내고 영주 공관을 나온 린은 꾸벅거리며 숙소로 가 그대로 잠이 들었다.



이른 새벽 린의 아티팩트에 마법 통신이 수신되었다. 발신인은 피에르 공작이었다.


“왜 보고가 없나. 잘 해결됐나?”


“그게···.”


린은 경과 보고를 했다. 피에르 공작이 언짢아하는 게 저편에서도 느껴졌다.


“또 일이 있으면 보고하게.”


보고를 들은 피에르 공작은 일방적으로 통화를 끊었다. 이제 피에르 공작은 절대 먼저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


‘실력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피에르 공작의 인생관이었다. 피에르 공작은 자신의 그물에 걸려주지 않는 류연을 버리는 패 취급하기로 했다.


그리고 피에르 공작은 지금 전쟁을 준비하느라 바빴다.


전쟁의 목표는 근방의 3개 소국을 복속시키는 것이었다. 피에르 공작은 류연을 이 전쟁의 선봉에 내세워 소모시기로 했다.


“귀족 회의를 소집하라.”


귀족들을 소집한 피에르 공작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귀족들은 감히 피에르 공작의 의견에 반하지 못했다.


“찬성 85 반대 3 기권 12로 과반수가 찬성했으므로 의제는 가결되었습니다.”


그리고 피에르 공작의 의견대로 선봉은 류연이 서게 되었다. 귀족 회의 내용은 문서로 작성되어 엘론드 백작령으로 보내졌다.



‘미쳤군. 엘론드 백작령 단독으로 선봉을 서라고?’


현재 류연이 보유한 사병은 다 합쳐서 오십 명이었다. 엘론드 백작령을 지킬 최소 인원을 제외하면 출전 가능한 숫자는 많이 잡아야 삼십 명이었다.


삼십 명으로 선봉을 서라는 터무니없는 내용에 기가 찬 류연은 공문을 구겨 쓰레기통에 집어던졌다.


“본국의 뜻은 잘 알았습니다. 여기 제 답신입니다.”


류연은 공문을 가지고 온 사자에게 답신을 휘갈겨 건넸다. 답신을 챙긴 사자는 하이네스로 돌아갔다.



“무례한 놈.”


피에르 공작은 식식거리며 류연의 답신을 찢었다.


“왜 그러십니까?”


“읽어보라.”


류연은 참전 의사를 밝혔다. 대신 조건을 명시해 두었다. 그 조건이란 하이킨 왕국의 중앙군 3천을 내어달라는 것이었다. 중앙군 3천이면 피에르 공작가의 사병보다 많은 숫자였다.


“후. 어쩔 수 없지. 대신 사령관 자리에 프로도 백작을 앉혀라.”


프로도 백작은 피에르 공작의 심복 중 심복이다. 그는 효율적으로 류연을 견제해줄 것이었다.


**


하이킨 왕국은 안돌루프 왕국, 오리온 왕국 그리고 펜실트 공국에 동시에 선전포고를 했다.


세 국가는 미리 협의된 대로 연합군을 내보내 맞섰다. 병사의 숫자는 하이킨 왕국이 2만, 연합군이 1만 8천으로 하이킨 왕국 쪽이 근소하게 많았다. 류연도 휘하 사병들을 이끌고 출전했다.


“펜하르트 남작님. 엘론드의 수비를 부탁드립니다. 다른 귀족의 도발이 있더라도 절대 응하지 마십시오.”


“예.”


펜하르트는 로렌시아 왕가의 몰락을 받아들이고, 로렌시아의 이름을 가져온 류연의 휘하에 들어왔다. 류연은 펜하르트에게 남작의 작위를 주었다.


영지 수비에는 차분한 성격의 펜하르트 남작이 제격이었다. 류연은 엘론드에 펜하르트 남작과 병사 이십 명을 남겨두었다.


한나절을 진군하자 저 멀리 연합군의 전진기지가 보였다. 하이킨 왕국군은 진군을 중단하고 진지를 구축했다.


“전투가 시작되면 시드미안 자작님은 엘리스, 텐시와 함께 저기 능선에서 대기해주십시오.”


“저긴 전투와 관계없는 곳이 아닙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곳에서 대기하라는 것입니다. 괜히 불필요한 싸움을 해 희생자를 만들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알겠습니다.”


일반 병사 이십 명이 아무리 잘 싸우더라도 전세에 영향을 끼칠 순 없었다. 류연은 시드미안 자작에게 절대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엘론드 백작령 입장에서 이번 전투는 완벽한 남의 싸움이었다. 끼어 들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었다.



날이 밝자 주변이 분주해졌다. 준비를 마친 류연은 말에 올랐다. 승마는 오토바이 운전과 비슷했다. 겨울 동안 시드미안 자작에게 기본을 배운 것만으로도 류연은 말을 능숙히 탈 수 있게 되었다.


‘좀 걱정되네. 뭐. 별 일 없겠지.’


류연이 전장에 나가면 엘리스와 텐시는 둘만 남겨지게 된다. 아직 둘은 난전에서 스스로 몸을 지킬 실력이 되지 않았다. 물론 당장 난전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전장에선 언제나 만일에 대비해야 하는 법이었다.


프로도 백작은 류연을 탐탁지 않게 훑어보고 있었다. 류연을 태운 말이 앞으로 나가자 그는 중앙군을 이끌고 느릿느릿 뒤를 따랐다.


“하압-.”


저 멀리 연합군이 보이기 시작하자 류연은 말의 속도를 최대로 높였다. 순식간에 본대와 거리가 벌린 류연은 프로도 백작이 중앙군에 명령을 내리기 전에 소리쳤다.


“나는 하이킨 왕국의 루엔 엘론드 백작이다. 누가 나의 검을 받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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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3 3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196 3 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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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종전 -3- 22.12.11 206 3 11쪽
215 종전 -2- 22.12.11 199 2 12쪽
214 종전 -1- 22.12.04 203 3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2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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