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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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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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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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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23.02.05 01:29
조회
1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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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9쪽

마지막 한 걸음 -1-

DUMMY

7화. 마지막 한 걸음 -1-



류연이 공간에 들어온 이후 모래는 더 이상 가라앉지 않았다. 그러나 마땅한 해결책 역시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정말 어떻게 나가야 하나.’


언젠가 자신의 정신력이 고갈되면 모래가 다시 가라앉을 것이었다. 류연은 뜨거운 태양이 내려쬐는 하늘을 보며 고민했다.


“우물우물-.”


조금 있자 옆에서 뭔가를 씹는 소리가 났다. 류연은 그 소리를 약간 거슬려하며 옆을 돌아보았다.


“응? 루엔도 하나 줄까?”


지금 일행은 엘리스부터 평소에는 머리를 쓰기 싫어하는 마족들까지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러나 텐시는 이런 상황에서도 유유자적하게 껌을 씹고 있었다. 텐시는 손바닥에 새 껌을 얹어 류연에게 건넸다.


“아니. 됐어.”


그 모습이 얄미웠던 류연은 고개를 돌리고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뭔가가 생각난 듯 다시 텐시를 돌아보았다.


“역시 루엔도 먹고 싶은 거지?”


“아니. 그게 아니라. 그 껌 어디서 났어?”


“딴 생각하다 보니 주머니에 들어 있던데?”


“텐시!!! 그래. 그거야!!!”


“아. 뭔데 그래.”


류연은 외치며 텐시를 붙잡았다. 텐시는 류연이 갑자기 자신을 붙잡고 흔들자 눈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텐시. 데이모스랑 그림 리퍼한테 식사 대접을 해 주자.”


“뭐?”


텐시도 좋은 생각이라 말하려 했다. 그러나 텐시는 웃으려다 정색을 했다.


“근데 루엔. 내 요리가 얼마나 맛있는데 그걸 무슨 개밥 주듯이 데이모스한테 주자고 해?”


“아냐. 텐시 요리가 맛있는 건 나도 알지. 그래서 둘에게도 대접하자는 거야.”


하지만 류연도 텐시의 요리에 트라우마가 있었다. 류연은 텐시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그으래? 그럼 루엔한테도 만들어 줘야겠네. 그리고 엘리스랑 미네르바한테도.”


그 말을 들은 엘리스와 미네르바는 사색이 되어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텐시는 씩 웃으며 말했다.


“둘도 엄청 먹고 싶나 보네.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잖아. 그럼 오랜만에 실력 발휘 좀 해 볼까?”


텐시는 데이모스와 그림 리퍼에게 대접할 메뉴를 생각하며 사막 중앙으로 갔다.



“흠흠흠~ 무슨 요리를 만들까?”


메뉴 구상을 마친 텐시는 콧노래를 부르며 요리를 준비했다. 요리는 공격을 전개하는 것보다 확실히 정신력 소모가 덜했다.


‘그래. 여긴 루엔의 고향이니까 한식을 대접해 주자.’


텐시가 구상한 메뉴는 된장찌개였다. 텐시는 류연이 된장찌개를 끓이는 것을 옆에서 보았었다. 그것을 참고해 텐시는 된장찌개를 끓이기 시작했다.


“오. 까리한데.”


텐시는 곰탕 냄비 뚜껑을 열었다. 된장찌개는 류연이 끓인 것과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텐시는 자신이 끓인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 먹었다.


‘-.’


된장찌개에서는 폐공장 화장실을 청소할 때 사용했던 락스 맛이 났다. 그리고 안에 넣은 두부에서는 시큼한 맛이 났다.


하지만 텐시는 일행에게 그것을 먹이기 위해 억지로 괜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일행해게 손짓을 했다.


“루엔~. 엘리스~. 미네르바~. 와서 한 입 해.”


“루엔. 혹시 텐시 요리 실력이 는 게 아닐까?”


“설마. 근데 자기가 먹고도 안 까무러치는 거 보니 그럴 수도 있겠네.”


셋은 손을 덜덜 떨며 텐시의 된장찌개를 한 숟가락씩 떴다. 그리고 서로 눈을 마주보고는 동시에 그것을 먹었다.


“툭.” “툭.” “툭.”


엘리스와 미네르바, 류연은 잠깐 정신을 잃고 사막에 쓰러졌다. 콧방귀를 낀 텐시는 냄비를 들고 사막 중앙으로 가 내용물을 부었다.


“드드드-.”


된장찌개가 사막에 스며들자 곧바로 반응이 왔다. 일행의 일제 공격에도 흔들리지 않던 공간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자. 텐시 세트 대령입니다.”


텐시는 연속해 사포 같은 식감의 미역볶음과 썩은 냄새가 나는 불고기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들 또한 사막 중앙에 던졌다.


“드드드드드-”


진동은 아까보다 더 심해졌다. 텐시는 프렐리아 대륙의 요리들까지 만들어 계속 사막 중앙에 던졌다.


“쿵.”


곧 사막을 감싸고 있던 모래시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일어난 류연은 일행에게 보호막을 씌워 주었다.


“콰직-.”


텐시가 마지막 요리를 던지자 그림 리퍼가 만든 공간은 완전히 무너졌다. 일행이 다시 눈을 떴을 때, 풍경은 사막에서 다시 현대의 세련된 건물 내부로 돌아왔다.



“커헉.”


텐시의 요리는 데이모스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마수도 생으로 뜯어먹는 데이모스였지만 연속해서 맛이 전해지자 데이모스는 피를 토했다.


일행의 정신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던 그림 리퍼는 거품을 물고 바닥에 쓰러져 바들거렸다.


“으음.”


다시 바뀐 풍경에 적응한 류연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류연은 공간의 중앙에서 유리가 잠들어있는 알을 발견했다.


데이모스는 자신의 마력을 채취해 알의 봉인을 해제하고 있었다. 부서진 껍질 사이로 드러난 유리의 몸은 많이 야위어 있었다.


‘유리···.’


류연은 다시 유리에게 검은 사슬을 연결하려는 데이모스를 떼어내기 위해 그쪽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사슬은 류연의 예상보다 빨리 연결되었다.


류연은 유리가 전혀 저항하지 않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류연은 다급히 외쳤다.


“유리야!!! 나 왔어!!!”


**


‘기다리자. 그날이 올 때까지.’


유리는 류연이 구하러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리고 유리는 아리엔이 떠난 후에도 애써 그 다짐을 유지했다.


아리엔이 떠난 슬픔을 겨우 억누른 유리는 다시 예전처럼 마법 수련을 하고 육체를 단련했다.


그렇게 1년이 흘렀다. 1년까지는 혼자여도 괜찮았다.


또 그렇게 5년이 흘렀다. 5년까지도 아직 견딜 만 했다.


그러나 10년이 넘어가자 유리는 점점 무너지기 시작했다. 억지로 마음을 붙잡으려 했지만 유리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혼자 우는 날이 많아졌다.


‘블러드 골렘이라도 있었으면.’


유리는 블러드 골렘이 말을 거는 것을 귀찮아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간절했다. 유리는 투명해진 인피니티 블러드 링의 보석을 문지르다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류연 오빠.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섬에서 생활한지 20년이 되던 해, 유리는 이제 완전히 모든 것을 놓아버렸다.


유리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는 혼탁해졌다. 찰랑거리던 붉은 머리는 생기를 잃고 푸석푸석해졌다. 건강하던 신체도 비쩍 말라 앙상해졌다. 그렇지만 시간은 영원처럼 계속 흘러갔다.


‘이대로 이 세상이 끝나 버렸으면.’


유리는 이 영겁 같은 시간을 저주하며 10년을 더 보냈다. 오늘은 섬의 계절이 바뀌는 날이었다. 하늘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유리는 밖으로 나와 떨어지는 눈을 맞았다. 몸에 눈이 쌓이기 시작했지만 유리는 그것을 털어내지 않았다.


‘?’


아름다운 이곳의 하늘은 30년간 평온을 유지했었다. 그러나 고요하게 눈이 내리던 하늘에는 균열이 생겨났다. 그러더니 섬의 곳곳을 향해 검은 사슬이 내려왔다.


‘류연 오빠. 그동안 고마웠어.’


섬을 파괴하기 시작한 검은 사슬에서는 데이모스의 마력이 느껴졌다. 그 뜻은 류연의 패배를 의미했다. 유리는 마지막 한줄기 희망마저 놓아버렸다.


‘미안해요 아리엔. 저도 여기까진가 봐요. 저도 아리엔과 엄마 곁으로 갈게요.’


체념한 유리는 눈을 감았다. 유리를 찾아낸 검은 사슬은 유리의 몸을 결박했다.


“푹.”


검은 사슬이 결박을 마치자 하늘에서 검붉은 색깔의 사슬이 내려와 유리의 데몬하츠를 관통했다.


하지만 유리는 저항하지 않았다. 유리는 그냥 여기서 모든 것이 끝나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아. 내 바람대로 이 세계가 무너지고 있어. 그래. 이게 올바른 결말이지.’



‘언제 끝나려나.’


마력을 빼앗아가던 사슬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잠시 끊어졌다.


유리는 사슬이 다시 몸을 관통했을 때에도 저항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리는 아득해져 가는 정신 속에서 류연의 외침을 들었다.


“류···. 연 오···. 빠?”


그 목소리를 들은 유리는 손을 힘겹게 들어 사슬을 붙잡았다. 유리가 저항하지 사슬은 검붉은 스파크를 튀기며 유리의 손을 떨쳐내려 했다.


**


데이모스의 회복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유리의 마력을 흡수해 그로기 상태에서 벗어난 데이모스는 쇄도하는 류연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쿵.”


류연은 힘을 실어 데이모스의 도끼를 받아쳤다. 류연의 검에 실린 힘에 데이모스는 휘청이며 밀려났다.


“툭.”


데이모스가 밀려나며 사슬은 팽팽하게 당겨졌다. 류연은 검을 휘둘러 사슬을 끊었다. 사슬은 검은 먼지가 되어 사라졌다.


‘이제 정말 한 걸음 남았다.’


류연은 이 기나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 데이모스를 더 거세게 밀어붙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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