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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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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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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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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2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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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전신강림 -1-

DUMMY

26화. 전신강림 -1-



가신들에게 지시를 내린 류연은 튕기듯이 집무실을 뛰쳐나갔다. 류연은 전속력으로 달려 말을 재촉하는 마론 남작을 따라잡았다.


“뭘 그렇게 빨리 말을 모시오?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소?”


류연이 옆에서 말을 걸자 마론 남작은 말의 속도를 더 올렸다. 그렇지만 류연을 따돌리는 건 불가능했다. 류연은 마론 남작의 뒷목을 잡아 말에서 끌어내렸다.


“무, 무슨 일이십니까?”


“왜 이리 놀라? 너. 마차 짐칸에 뭐가 들었는지 아는구나?”


류연은 이번 일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 있었다. 이는 마론 남작에게 최대의 불행으로 다가왔다.



“후. 개운해.”


피에르 대공가의 호위병까지 모조리 두들겨 패고 나서야 류연은 화를 가라앉힐 수 있었다. 류연은 엉망진창이 되어 쓰러진 마론 남작의 멱살을 잡고 경고했다.


“피에르 대공에게 전해. 삼 일 내로 온전한 곡물 포대가 도착하지 않는다면 내가 직접 찾아가서 받아오겠다고. 난 기사대전이건 영지전이건 어떤 것도 두렵지 않아.”


기사대전은 귀족 가문 간에 사소한 문제가 생겼을 때, 세 명의 기사를 서로 출전시켜 시시비비를 가르는 문제 해결법이다.


영지전은 협상이나 기사대전으로 해결되지 않는 큰 문제가 생겼을 때 주로 치러진다.


영지전에선 양측 가문의 영지를 전부 걸어야 하는 만큼 리스크가 크지만 승자는 모든 것을 가져간다. 류연은 그 어느 것에도 자신이 있었다.


“예, 예···.”


마론 남작은 정신없이 고개를 조아렸다. 류연이 떠나자 마론 남작은 그대로 기절했다. 겨우 몸을 추스른 호위병들은 기절한 마론 남작을 데리고 하이네스로 돌아갔다.


**


“뭣이? 마론 남작이 곤죽이 되어 돌아왔다고?”


마론 남작은 피에르 대공이 아끼는 가신 중 한명이었다. 보고를 들은 피에르 대공은 급히 달려 나갔다.


“내 이놈을.”


마론 남작은 응급 처치를 받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격분한 피에르 대공은 엘론드 백작령에 항의를 준비했다.


중복 출전이 불가한 기사대전을 제안한다면, 중급의 블레이드 나이트 셋을 보유한 피에르 대공은 완벽히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사 대전에 승리하더라도 피에르 대공이 받을 수 있는 건 이번 일에 대한 사과와 소정의 보상이 전부였다. 그것만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다.


‘총 전력 또한 우리 쪽이 압도적이다.’


류연의 실력을 상급 블레이드 나이트 정도로 판단한 피에르 대공은 엘론드 백작령에 영지전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여봐라.”


“예. 전하.”


“짐은 엘론드 백작령에 영지전을 신청할 생각이다. 그리고 엘론드 백작에게 반역 혐의를 씌워라.”


반역 혐의는 하이킨 근위기사단과 중앙군을 영지전에 투입하기 위한 형식상의 절차였다.


류연에게 반역 혐의가 씌워지자 피에르 대공가와 타 귀족가의 응원군을 선두로, 하이킨 근위기사단과 중앙군을 후미로 한 대규모 인원이 엘론드 영지로 출전했다.


**


“쌔게 나오네. 이렇게 될 줄은 알았지만.”


류연은 욕심 많은 피에르 대공이 영지전으로 나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괜찮겠습니까? 피에르 대공은 백작님께 반역 혐의까지 씌웠습니다. 그렇게 되면 근위기사단과 중앙군까지 상대하셔야 합니다.”


“상관없다. 겁이 나면 지금이라도 엘론드 백작령을 떠나도록. 말리지 않겠다.”


이탈자는 나오지 않았다. 류연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전 병력을 무장시켜 엘론드에 모아라.”


“예.”



검은 검사의 마음과 같다. 류연은 자신의 검 코멧 브레이커를 천으로 깔끔히 닦았다. 코멧 브레이커에 감도는 맑고 싸늘한 예기를 보자 류연은 마음이 차분해졌다.


날이 밝았다. 류연은 공관에서 나와 말에 올라탔다. 밖에는 엘론드 백작령의 전 병력이 완전무장을 한 채 대기하고 있었다.


“나를 믿는가?”


“예!!!”


류연은 병사들을 성벽 위로 올려 보냈다. 신호를 하자 성문이 열렸다. 단신으로 대군을 향해 나아가는 류연의 뒷모습에서는 비장미가 느껴져 왔다.


“루엔 엘론드 백작. 네가 네 죄를 알렸다.”


“내 죄가 뭔데?”


“너는 하이킨 왕실을 모독하고 피에르 대공의 가신인 마론 남작을 폭행해 전치 8주의 부상을 입혔다. 게다가 그런 중죄를 저질렀음에도 반성하는 태도를 전혀 보이지 않았다.”


“어쩌라고. 곡물 포대부터 주고 나서 이야기 해.”


“너는 방금 용서받을 마지막 기회를 스스로 저버렸다. 기사단은 돌격을 준비하라. 지금부터 반역자의 처단에 들어간다.”


“쳇. 주지도 않을 거면서 이런 건 왜 써줬데?”


류연은 품속에서 피에르 대공의 직인이 찍힌 문서를 꺼냈다. 류연이 종이에 내공을 불어넣자 종이는 바싹 마르더니 그대로 재가 되었다.


군마가 먼지를 피우며 돌격해왔다. 류연은 말에서 내려 말을 쓰다듬어 주었다. 말은 주인의 의중을 알겠다는 듯 엘론드로 혼자 돌아갔다. 곧이어 뿌연 먼지구름이 류연을 덮쳤다.


**


‘나는 검이오. 검이 곧 나이다. 내 의지는 시공을 꿰뚫고 내 몸은 적을 베어낸다.’


류시드의 마력을 사용하기 전 마음을 가라앉히는 일종의 주문이었다. 마력을 끌어올리자 활화산 같은 기운이 몸 안에서 용솟음쳤다. 류연의 검에서 붉은 검강이 솟아올랐다.


“다 죽어!!!”


붉은 강기가 류연을 중심으로 방출되었다. 그것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강기는 사람이건 말이건, 갑옷이건 병장기건 다 한칼에 조각냈다. 피에르 대공이 굳게 믿고 있던 기사단은 순식간에 궤멸되었다.


블레이드 나이트 세 명은 류연에게 협공을 가했다. 하지만 무의미한 발버둥이었다. 류연이 검으로 땅을 찍자 강기의 가시가 밑에서 솟아올랐다. 가시에 관통당한 블레이드 나이트들은 한줌의 핏줄기가 되어 사라졌다.


사망한 기사의 말을 하나 잡아탄 류연은 피에르 대공이 있는 본진을 향해 돌격했다.


“마, 막아라.”


“비켜!!! 걸리적거린다.”


병사들은 한 대 뭉쳐 류연을 막으려 했다. 그러나 류연이 다가오자 그들은 류연이 내뿜는 기운에 질려 뿔뿔이 흩어졌다. 류연은 순식간에 피에르 대공이 있는 곳까지 갔다.


“피에르 대공. 뭘 믿고 영지전을 신청하셨소?”


피를 잔뜩 머금은 흑색 갑주, 쏘아지는 광포한 기운. 류연은 지금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와 흡사한 형상을 하고 있었다.


피에르 대공은 지금 맨 뒤에 숨어 벌벌 떨고 있었다. 기사단이 궤멸되는 동안 도망이라도 갔으면 그나마 살아남을 확률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피에르 대공은 겁에 질려 그러지 못했다.


‘이참에.’


류연은 남 눈치를 끊임없이 봐야 하는 봉건 귀족의 삶을 그만두기로 했다. 대신 류연은 왕이 되기로 했다. 왕이 되면 주어진 거대한 숙제를 풀어나가기도 훨씬 수월해질 것이었다.


“여기 모였다는 건 다른 가문들도 엘론드 백작령을 적대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여도 되겠습니까?”


권세 높던 하이네스의 귀족들은 호위기사들 뒤로 몸을 숨겼다. 호위기사들은 대부분이 솜털이 보송보송한 애송이들이었다.


“젊은이들 뒤로 숨는 꼴이 참 구차하네. 어이 너희들, 모습을 보아하니 2군 무명인 듯한데. 내 밑으로 와라. 섭섭지 않게 대우해 주겠다.”


수습기사 신분인 이들은 영지전에 투입된 정규 기사들 대신 후방 호위 임무를 맡고 있었다.


연줄도 없고 가문의 배경도 없는 대부분의 수습기사들은 평생을 수습기사 신분에 머무르다 전쟁에 소모되거나 늙어 퇴출되는 말로를 맞이한다.


류연은 그런 수습기사들의 설움을 긁어주었다. 망설이던 수습기사들은 하나 둘 검을 땅에 버렸다.


“이런 배은망덕한 놈들.”


귀족 중 한 명이 땅에 떨어진 검을 들어 항복한 수습기사를 찌르려 했다.


“내가 영입한 소중한 인재들한테 그러면 안 되지.”


류연은 손바닥을 펼쳐 검을 막았다. 그리고 날을 그대로 감싸 쥐어 귀족의 검을 빼앗았다.


“너희들은 밖으로 나가서 대기하고 있어라.”


수습기사들은 주춤거리며 막사 밖으로 나갔다. 류연은 빼앗은 검을 붓으로 삼아 붉은 유화를 그려 나갔다.


**


하이킨 근위기사단의 절반은 아까 류연에 의해 사망했고, 나머지 절반은 중앙군과 함께 후방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엘론드 백작령의 문양이 그려진 깃발이 언덕 위에 나타나자 근위기사단 부단장 알카인 자작은 소리쳤다.


“정지. 누구냐.”


류연은 안장에 묶어 둔 피에르 대공의 수급을 꺼내들었다. 정통성 있는 왕은 아니었지만 섬기던 왕이 죽었다는 소식에 근위기사단과 중앙군은 술렁였다.


“피에르 대공은 영지전에서 패배했다. 나 루엔 엘론드는 피에르 대공가의 영지와 재물을 받으러 이 자리에 왔다.”


피에르 대공은 하이킨 왕국의 왕이었으므로, 류연의 말은 왕이 되겠다는 말과 동일한 의미였다.


“하이킨 왕국의 근위기사단과 중앙군은 소속을 정하라. 그대들은 나를 따르지 않아도 좋다. 대신 가족과 함께 하이킨 왕국을 떠나라.”


“잠시 시간을 주십시오.”


“한 시간 주겠다.”


토론 끝에 근위기사단과 중앙군은 잔류를 선택했다. 류연은 그들을 반갑게 맞아들였다.



“나는 로렌시아 왕국의 1대 국왕 루엔 D. 로렌시아다.”


류연은 그날 바로 하이네스로 가 왕궁에 입성했다. 가주와 기사 전력을 잃은 귀족 가문들은 저항하지 못했다.


대륙력 1479년, 류연은 왕관을 스스로 머리에 얹고 왕좌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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