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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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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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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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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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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새로운 시작 -1-

DUMMY

달의 파편 : 후일담 4화.


새로운 시작 -1- (리치골드 외전)



리치골드 공작은 마차를 타고 본가가 된 알바레스로 갔다. 알바레스 영주 공관 앞에는 시드미안 백작과 기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오. 펄롱 남작이 아닌가.”


“여기까지 오시느라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공관 뒤에 숙소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저를 따라오십시오.”


“그래. 그래.”


리치골드 공작은 시드미안 백작을 따라가며 물었다.


“근데 왜 공관으로는 가지 않는가?”


“공관은 아직 공사 중입니다. 빠른 시일 내로 정리해 모시겠습니다.”


“알겠네.”


하지만 리치골드 공작이 숙소로 들어가자 시드미안 백작은 뒤돌아 저택의 문을 잠갔다.


“펄롱 남작. 지금 뭐 하는 건가.”


“공작님을 이곳에 감금하라는 에번스 백작님의 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그분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리치골드 공작은 저택 내부를 한 바퀴 훑었다. 저택의 창문은 전부 창살로 막혀 있었고, 곳곳에는 경비병이 배치되어 있었다.


‘에번스 백작이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러나 계절이 바뀌어도 류연은 오지 않았다. 돌아보면 근 몇 년간의 생활도 이러했었다.


허송세월 하는 것은 리치골드 공작의 주특기였다. 말하면 여자도 불러 주었고, 좋아하는 술과 음식도 무제한으로 나왔기에 리치골드 공작은 류연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그렇게 해가 바뀌었다. 리치골드 공작은 밖의 소식이 궁금하기도 했지만 물어봐도 어차피 알려주지 않으니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러던 중, 가끔 들려 경비병들에게 보고만 받던 린이 찾아왔다.


“오늘은 전하의 말씀을 전해드리기 위해 왔습니다.”


“마린. 전하라니. 무슨 말인가.”


“이제 레헬른 공화국은 없습니다. 작년 가을, 루엔 데마체리스 로렌시아 전하께서는 헬라이드에 로렌시아 왕국의 깃발을 꽂으셨습니다.”


“그럼 에번스 백작이 로렌시아 왕국의 국왕이란 말인가? 그리고 난 로렌시아 왕국에 놀아난 것이고?”


“더 이상 숨길 것도 없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그럼 이제 난 어떻게 되는 건가.”


“국왕 전하의 처분을 기다리십시오. 곧 이쪽으로 오실 겁니다.”


린은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있자 저택 입구가 소란스러워지더니 류연이 들어왔다.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에번스 백작. 이제 무슨 일인가.”


“린이 설명한 대로입니다. 저는 로렌시아 왕국의 국왕입니다. 당신을 속이게 되어 죄송합니다.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형식적인 사과 이상은 아니었다. 류연은 이공간에서 금화 주머니를 꺼냈다.


“금화 5천개입니다. 이 돈을 그냥 쓰셔도 좋고, 사업을 하셔도 좋습니다. 어떻게 쓰던 뭐라 하지 않겠습니다.”


“아, 알바레스 영주 자리는?”


“로렌시아 왕국은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자에게 준남작 이상의 작위를 주지 않습니다. 영주 자리를 원하신다면 그에 걸맞은 능력을 키워 오십시오. 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얼핏 들으면 격려 같았지만 허튼 짓을 하지 말라는 경고였다.


“알바레스 시내에 집을 마련해 두었습니다. 원하신다면 금화는 그곳으로 보내 놓겠습니다.”


류연은 그 말을 하고 떠났다. 이제 로렌시아 왕국의 준남작이 된 리치골드 공작은 쓸쓸히 마차를 타고 새 집으로 갔다.


**


로렌시아 왕국의 공작이 아니었더라도 자신은 레헬른 공화국 귀족들에게 숙청당했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이용당했다는 사실이 좋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복수를 꿈꾸거나 하지는 않았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류연이 준 금화로 무위도식하면서 보냈다.


그렇게 2년이 흘러갔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레마리즈 강 강가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다.


정오가 지나자 당당한 덩치의 기사와 딱 달라붙은 로브를 입은 여자 마법사가 빨래를 잔뜩 들고 강가로 왔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그들과 구면이었다.


“오늘도 빨래가 진짜 많네요.”


“그러니까요. 우린 언제 이 신세에서 벗어 날 수 있을까요.”

“그것들도 웃겨. 자기들이 입은 옷은 자기들이 좀 빨면 어디가 덧나나?”


칼리안은 체념한 듯 빨래를 시작했다. 지젤도 투덜거리면서 빨래를 시작했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그들이 빨래를 마치기를 기다렸다.


빨래는 한참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둘이 빨래를 마치자 리치골드 준남작은 그들에게 다가갔다.


“혹시···. 저 아시겠습니까?”


“아. 리치골드 공작···. 아니 준남작님.”


칼리안과 리치골드 준남작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누구와라도 대화가 하고 싶었던 리치골드 준남작은 어렵게 다음 말을 꺼냈다.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되십니까? 제가 두 분께 저녁을 사고 싶습니다.”


“저는 괜찮습니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지젤에게도 물었다.


“예. 저도 괜찮습니다.”


“그럼 여섯 시에 중심가 식당에서 뵙도록 하겠습니다.”



셋은 중심가의 식당에서 만났다. 분위기를 내기 위해 리치골드 준남작은 술과 음식을 잔뜩 시켰지만 어색함은 오히려 더 심해졌다.


“아니 기껏 오라해서 왔는데 이렇게 앉아만 있을 거예요? 건배라도 해요.”


보다 못한 지젤은 한소리 했다. 셋은 건배를 했다. 그래도 술이 들어가자 분위기가 조금 살아났다. 셋은 시답잖은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술을 마셨다.


“후.”


빈 병이 늘어나자 리치골드 준남작은 갑자기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칼리안과 지젤은 깜짝 놀라 리치골드 준남작을 보았다.


“제 인생은 왜 이렇게 안 풀리는 걸까요.”


리치골드 준남작은 둘 앞에서 류연을 탓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이번 일을 제외하고라도 정말 인생이 안 풀리는 느낌이었다.


노력을 안 해본 것도 아니었다. 리치골드 준남작도 아주 예전에는 변화하기 위해 노력을 해 보았었다. 그러나 둔한 행동 때문에 리치골드 준남작의 노력은 항상 비웃음만 샀다.


털어놓을 곳 없이 속으로 앓고만 있다가 누구에게라도 털어놓자 봇물처럼 설움이 터져 나왔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거의 반시간 동안 설움을 토로하고 나서야 조금 진정되었다.


“즐겁자고 모인 자리인데 제가 괜한 소리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칼리안과 지젤은 화를 내지 않았다. 오히려 리치골드 준남작을 위로해 주었다.


“저도 그렇습니다.”


칼리안은 군단장들만큼은 아니지만 천 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왔다. 그러나 칼리안은 호전성과 전투 센스가 부족해 완전한 전사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저는 전사로 인정받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입니다.”


물론 칼리안은 마계의 일은 적당히 각색해 말했다. 칼리안도 털어놓고 나니 마음이 후련했다. 리치골드 준남작과 지젤은 칼리안을 위로했다.



시간은 늦은 밤이 되었다. 셋은 점점 더 취해갔다.


“후-.”


반쯤 남아있던 잔을 단번에 비운 지젤도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상급 흑마법사의 사생아로 태어난 지젤은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흑마법사들의 사회에서만 평생 살아온 지젤은 마왕 데이모스를 깨우고 7서클에 올랐을 때 정말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다. 그러나 지젤은 엘자에게 손도 못 써보고 패배했다.


“제가 나쁜 짓을 한 것은 맞지만···.”


엘자의 부하가 된 이후, 지젤은 처음으로 양지에서의 생활을 해 보았다. 그리고 지젤은 자신의 행동을 깊게 반성했다.


지젤은 류연이 내린 50년의 노예형이 끝날 때까지 참회하며 살기로 했다. 그러나 몽마들의 괴롭힘은 교묘하고 집요해 견디기 힘든 수준이었다.


결국 최근 지젤은 엘자에게 다시 도전했다 박살이 났다. 그리고 한동안 의기소침하게 지내고 있었다.


“그렇지만 전 마탑을 세우겠다는 꿈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요오···.”


지젤은 혀 꼬부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서로의 설움을 모두 털어놓고 나자 셋은 완전히 울음바다가 되었다. 훌쩍이던 칼리안은 리치골드 준남작에게 말했다.


“리치골드 준남작님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내일부터 저와 운동이라도 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침에 연무장으로 오십시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드는 법입니다.”


“헬라이드의 상경 아카데미를 졸업하셨다면서요. 제가 마법 약초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그거로 잡화점이라도 열어 보세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리치골드 준남작과 칼리안, 지젤은 남은 술과 안주를 마저 비우고 헤어졌다.


**


‘내가 바뀌어야 해.’


평소 같았으면 정오까지 잠을 잤겠지만 리치골드 준남작은 억지로 일어나 연무장으로 갔다. 칼리안은 연무장에서 다른 기사들과 수련을 하고 있었다.


“마스터께서 알려주신 방법입니다. 지칠 때까지 연무장을 계속 돌아 주십시오.”


리치골드 준남작의 비대한 몸으로는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는 것도 힘들었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몇 번이나 발목을 접질려 넘어졌다.


“고생하셨습니다.”


칼리안은 리치골드 준남작에게 차가운 수건을 둘러주고 발목에 포션을 부어 주었다. 겨우 일어난 리치골드 준남작은 칼리안과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오후에는 지젤을 따라 다니며 마법 약초를 캐고 손질하는 법을 배웠다.


늦은 밤 집에 돌아오자 리치골드 준남작은 몸이 지치고 피곤했다. 그렇지만 정신은 맑고 개운했다.


‘공부도 다시 해 볼까.’


헬라이드의 상경 아카데미가 알바레스의 아카데미보다 훨씬 규모가 컸다. 그렇지만 리치골드 준남작은 거기서 제대로 배운 것이 없었다.


리치골드 준남작은 내일 상경 아카데미 야간반이라도 등록하기로 하고 쓰러지듯 잠이 들었다.



“저희는 이제 떠나 보겠습니다.”


“잡화점 내면 연락 주세요.”


“두 분은 제 은인이십니다. 두 분도 원하는 것을 이루시길 기원하겠습니다.”


늦여름이 되자 마족들은 류연의 호출을 받았다. 셋은 나중에 쨍- 하고 해 뜰 날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


이후 리치골드 준남작은 알바레스의 상경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잡화점을 냈다.


처음에는 알바레스에서만 사업을 하던 리치골드 준남작은 점점 사업의 규모를 늘려나갔다.


류연이 프렐리아 대륙을 통일할 때쯤에는 리치골드 준남작의 잡화점은 상회 규모로 성장해 서부 주요 도시마다 점포를 두고 있었다.



“오랜만입니다.”


전쟁이 끝나고 리치골드 준남작은 로다인에서 칼리안과 지젤을 다시 만났다. 칼리안과 지젤은 변화한 리치골드 준남작의 모습을 보고 놀랐다.


“분위기가 많이 바뀌셨군요.”


“인물도 훤칠해지셨어요.”


흐리멍덩하던 리치골드 준남작의 눈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몸도 살집이 있긴 했지만 전처럼 둔해 보이지 않았다.


“덕분입니다. 두 분은 원하는 바를 이루셨습니까.”


칼리안과 지젤 역시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셋은 오늘 적당히 마시고 기분 좋게 헤어졌다. 돌아가며 칼리안은 리치골드 준남작에게 류연의 말을 전했다.


“폐하께서 내일 아침 일찍 공관으로 오라고 전하셨습니다.”


“알겠습니다.”


**


다음 날 아침 리치골드 준남작은 단정하게 입고 류연을 만나러 갔다. 류연 역시 리치골드 준남작의 변화한 모습에 놀랐다.


“많이 변하셨군요.”


“예.”


류연은 리치골드 준남작과 짧게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리치골드 준남작에게 남작의 작위와 알바레스의 영주 자리를 주었다.


“알바레스를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폐하.”


작위를 받은 리치골드 남작은 로다인의 황제 공관을 나왔다. 리치골드 남작은 더 노력해 상회를 키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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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4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5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8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2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5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7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4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8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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