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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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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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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13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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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다시 엘론드 백작령으로 -1-

DUMMY

23화. 다시 엘론드 백작령으로 -1-



아침에 겨우 일어난 류연은 정복을 차려입고 왕궁으로 갔다.


“루엔 D. 로렌시아 준남작. 그대는 하이킨 왕국에 앞으로도 충성을 다하겠는가?”


“예.”


“무릎을 꿇라.”


현재 하이킨 국왕은 노쇠해 하이킨 왕국의 국정은 부마 피에르 공작이 보고 있었다. 게다가 하이킨 국왕에게는 아들이 없어 피에르 공작은 차기 국왕으로 가장 유력한 인물이었다.


피에르 공작이 국왕에게 위임받은 옥새를 임명장에 찍는 것으로 작위 수여식은 끝이 났다. 식이 끝나고 참석한 귀족들이 귀가하자 피에르 공작은 류연을 따로 불렀다.


“엘론드 백작. 전에 사용하던 로렌시아 성의 유례를 알고 있소?”


“뮬렌 백작이 말해 주었습니다. 그전에는 몰랐습니다.”


“그럴 만도 하지. 자네는 지금껏 오지에서 검만 수련했으니.”


피에르 공작은 류연을 오지에서 검만 수련한 기사 정도로 알고 있었다. 야심가인 그는 류연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속내를 드러내진 않았다.


“그럼 저녁때 연회에서 다시 봅세.”


“알겠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어제의 엘프 시녀들이 페어리 힐즈로 왔다. 그녀들은 셋을 단장해 주었다.


“다녀오십시오. 방을 치워 놓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연회는 성대하게 열렸다. 하지만 류연은 연회의 주연이 아니라 꿔다 놓은 보릿자루였다. 피에르 공작이 참석자 가문들에 보낸 경고의 편지 때문이었다. 그 결과 류연에겐 춤 신청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루엔은 춤 안 춰?”


“여긴 루엔을 위한 자리잖아. 근데 혼자 술만 마시네.”


“뭐. 상관없어. 그럼 우리끼리 출까?”


류연은 춤 신청이 들어오지 않는 이유를 대강 짐작했다. 류연은 셋이서 무도회를 즐기기로 했다.


새로운 곡이 연주되었다. 눈대중으로 춤동작을 익힌 류연은 엘리스의 손을 잡고 무대로 나갔다.


류연은 엘리스를 데리고 정열적으로 춤을 추었다. 슬쩍 보고 따라한 것이었지만 류연은 능숙히 춤동작을 소화해냈다. 엘리스는 처음엔 어색해했지만 나중엔 잘 따라왔다.


“한곡 더 출까?”


“힘들어.”


“그럼 엘리스는 자리에 가서 쉬고 있어. 텐시~.”


텐시가 무대로 올라왔다. 조금 빠른 템포의 다른 곡이 연주되었다. 엘프의 유연한 몸을 가진 텐시인지라 아까보다 어려운 춤이었지만 잘 해냈다. 곡이 끝나자 텐시 또한 기진맥진해졌다. 류연은 무대에서 내려왔다.


‘저렇게 우아한 춤사위가 있을 줄이야.’


‘검술도 대단하던데.’


‘엘론드 백작님의 탄탄한 가슴에 안기고 싶어라.’


“이제 가보겠습니다. 더 즐기십시오.”


귀족 여인들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떠올랐다. 하지만 가주의 당부가 있었는지라 그녀들은 감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연회장을 나온 류연은 숙소로 돌아왔다. 이곳과도 내일이면 작별이었다. 춤을 추느라 지쳤던 엘리스와 텐시는 잠옷으로 갈아입히자마자 잠이 들었다. 류연은 잠시 밖으로 나왔다.



“죄송합니다.”


“그럴 수도 있지. 너무 자책하지 말게나.”


류연은 제르미온에게 마법 통신을 보내 일의 경과를 보고했다. 제르미온은 크게 개의치 않아했다.


“아그수스라는 인간은 어느 쪽으로 갔는가?”


“확실하진 않지만 남동쪽으로 간 것 같습니다.”


“남동쪽이라. 아카디아 제국 소속이겠군.”


“아마 그렇겠지요. 로인은 좀 어떻습니까?”


“막 각성을 마치고 깊은 수면에 들어갔다네. 후, 이제야 한 시름 덜 수 있겠어.”


“축하드립니다.”


“자네도 백작이 된 걸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나중에 방문 할 때 연락하겠네.”


제르미온은 통신을 끊었다. 류연은 다시 방으로 올라갔다.


**


이른 아침, 일행을 태운 마차가 하이네스의 북문을 통과했다. 목적지는 구 로렌시아 왕국의 수도 엘론드였다.


“하이네스에 비해 엄청 작다. 안 들리고 오길 잘했어.”


“진짜 노스우드보다 조금 큰 정도야.”


일행은 정오쯤에 엘론드에 도착했다. 엘론드 시내를 본 엘리스와 텐시는 실망한 듯 말했다.


“뭐. 조용해서 좋네. 조그마한 영지인 만큼 일도 적을 테고.”


영지의 크기 따윈 류연에게 중요하지 않았다. 류연은 원래의 목적이던 ‘적당한 신분’을 얻은 것에 만족했다.


셋은 영주 공관으로 갔다. 엘론드의 영주 공관은 크기가 매우 작은 데다 관리 상태도 엉망이었다. 류연은 그나마 수리된 침실에 짐을 풀고 집무실로 갔다.


“모두 모였습니까?”


백작의 집무실 안에는 엘론드 백작령의 관리들이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루엔이 들어오자 그 중 한 명의 눈이 크게 떠졌다. 바로 노스우드의 코른 준남작이었다.


‘어, 어떻게.’


몇 달 전, 코른 준남작은 무명의 자유기사에게 참가증을 발급해 주었다. 하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그 자유기사가 자신의 직속상관으로 부임해 왔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잘 보여 둘걸.’


“식사들 하셨습니까? 저는 루엔 엘론드 백작이라고 합니다.”


엘론드 백작령은 하이네스에서 파견된 귀족들에 의해 위탁 통치되고 있었다.


류연은 그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들 대부분이 가문의 세력 확장을 위해 고위 귀족이 편법으로 꽂아놓은 낙하산이었다. 류연은 가진 백작의 권한을 발휘해 새로 사람을 뽑기로 했다.


“지금까지 엘론드 백작령을 잘 통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새로 부임한 영주입니다. 여러분들을 알아가기 위해 내일부터 차례대로 짧은 면담을 할까 합니다.”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사실상의 해고 통보였다. 귀족들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일단 오늘은 여기서 해산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먼저 연락드리겠습니다.”


류연은 엘론드로 출발하기 전 이미 뮬렌 백작에게 부탁을 하나 하고 왔다. 그 부탁이란 엘론드 백작령의 채용 공고를 내 달라는 것이었다.


하이네스 시청 앞에는 뮬렌 백작의 직인이 찍힌 공고문이 큼지막하게 붙었다.


[채용 공고]

다음 한 주 동안 엘론드 백작령에서 인재를 모집합니다.


모집 인원 : 문관 4명, 무관 2명

신분 제한 : 없음

급여 : 엘론드 백작과 면접 후 협의

자격 조건

문관 : 고등 교육과정 수료 이상

무관 : 소드 엑스퍼트급 이상


-뮬렌 백작-


하이킨 왕국은 후방에 위치해 있어 다른 연합왕국 국가에 비해 인적 자원의 소모가 적었다.


그러다 보니 하이네스에는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직장을 찾지 못한 청년들이 매우 많았다. 그들은 면접을 보기 위해 엘론드 백작령으로 향했다.


**


“루엔 엘론드 백작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부임 첫 한 주는 백작령을 돌며 주민들을 안정시키는 데 주력했다. 주민들은 부임한 새 영주가 백작령에 신경 쓰는 모습에 크게 감명을 받았다.


어느덧 면접일이 되었다. 류연은 집무실에 앉아 면접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엘리스, 텐시. 의젓하게 있어. 너희들은 내 보좌관이잖아.”


엘리스와 텐시는 책상 옆의 소파에 앉아 장난을 치고 있었다. 류연은 둘을 제지했다. 두 소녀는 자세를 고쳐 반듯하게 앉았다. 조금 있자 첫 번째 면접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이름.”


“알렉스 시몬스입니다. 시몬스 후작가의 삼남으로 하이킨 아카데미를 차석으로 졸업했고···.”


알렉스는 주절주절 자기자랑을 늘어놓았다. 알렉스를 채용하고 싶지 않았던 류연은 알렉스의 말을 끊었다.


“그래서. 특기는?”


“전반적인 행정 업무입니다. 뭐든 잘 해낼 수 있습니다.”


“그래? 그럼 1부터 5천까지 더해봐. 3분 준다.”


탈락 사유는 뭐라도 있어야 했다. 류연은 전에 잡지에서 본 문제를 알렉스에게 냈다.


“3분으론 도저히···.”


알렉스는 류연이 낸 수학 문제에 쩔쩔맸다. 류연은 알렉스를 집무실에서 내보냈다.


점심때까지도 적당한 면접자는 나오지 않았다. 제대로 면접을 하지도 않고 면접자들을 떨어뜨리는 것이 조금 미안했지만 류연은 계속해서 ‘다음’만을 연발했다.


‘후. 프렐리아 대륙도 취업난이구나. 나머진 밥 먹고 해야겠다.’


류연은 주방에 식사를 주문했다. 아직 기다리고 있는 면접자가 제법 있었기에 류연은 그들에게도 식사를 나누어주라고 지시했다.


‘의외인데?’


대부분 귀족 출신인 면접자들은 점심으로 나온 조촐한 가정식 도시락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그런데 류연의 눈에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는 한 명이 들어왔다. 류연은 속으로 그에게 높은 평가를 내렸다. 점심을 다 먹은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를 낮잠 재우고는 면접을 재개했다.


“시드미안 경 아니십니까?”


“엘론드 백작님. 루모스 시드미안이 인사드립니다.”


“시드미안 경은 하이킨 왕국 근위기사단 소속이 아니십니까? 어떻게 여길.”


“어렵게 들어간 자리긴 하지만···. 사임했습니다.”


루모스는 류연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았다. 루모스는 평민 여성과 시드미안 백작 사이에서 태어난 서자였다.


“노력해 하이킨 근위 기사단에 들어가긴 했지만 쉽지 않더군요.”


루모스는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수련을 거듭해 하이킨 근위 기사단에 들어갔다. 하지만 다른 단원들은 서자 출신인 루모스를 동료로 인정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루모스는 근위기사단을 사임했다.


첫인상과 다른 루모스의 내면을 보게 된 류연은 그를 채용하기로 했다.


“루모스 경. 경을 채용하겠습니다. 경은 이제부터 엘론드 백작령의 시드미안 자작입니다. 최후방 노스우드를 맡아주십시오.”


노스우드는 몬스터나 육식 동물의 습격이 빈번했다. 류연에겐 우수한 기사나 용병을 채용해 노스우드의 주민들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리고 주말에는 저를 찾아오십시오. 검술을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주일 내도록 면접자들이 찾아왔다.


루모스 이후 류연은 문관 네 명을 더 채용해 남작의 작위를 주었다. 류연은 채용한 문관들을 엘론드와 남은 세 마을에 적절히 배치했다.


**


“뭐라고? 한 명도 채용되지 못했다고?”

“죄송합니다.”


피에르 공작은 엘론드 백작령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후원하던 아카데미 졸업생 몇 명을 엘론드 영지로 보냈다. 그러나 그들은 한 명도 임무를 완수해내지 못했다.


“알았다. 나가 봐라.”


노발대발하던 피에르 공작은 아카데미 졸업생들을 돌려보냈다.


‘무슨 수로 저들을 골라냈을까.’


아카데미 졸업생들을 내보낸 피에르 공작은 책상에 앉아 머리를 굴렸다. 한참을 생각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피에르 공작은 숨겨둔 비장의 한 수를 쓰기로 했다. 킨드레드 준남작은 이것에 무너졌었다.


“게 있느냐?”


피에르 공작이 박수를 두 번 치자 집무실의 한 여인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붉은 드레스를 입은 여인의 몸짓 하나하나에서는 농염한 색기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절 부르신 이유가?”


그녀의 이름은 린이었다. 린은 하이킨 왕국 정보부 소속 간부였다.


피에르 공작은 린에게 밀명을 내렸다. 피에르 공작의 집무실을 떠난 린은 다음 날 아무도 모르게 엘론드로 향했다.



류연이 정한 채용 기준은 피에르 공작이 생각하는 것처럼 복잡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에 그 많은 사람들을 면접할 수는 없었기에 딱 두 가지 조건만 봤다.


1. 적은 봉급에 불만을 가지지 않는가.


엘론드 백작령의 재정 상황은 좋지 못했다. 식량도 넉넉지 않았고 돈벌이가 될 만한 수단도 백작령 내에 거의 없었다. 인건비라도 줄여야 하는 것이었다.


2. 배경이 없는가.


배경이 되어 줄 귀족가가 있으면 영주의 명령보다 가주의 명령에 우선하는 것이었다.


아직 무관을 한 명 더 뽑지 못했지만 얼추 구색은 갖추어졌다. 류연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영주 일을 하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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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용어 23.08.10 169 3 6쪽
238 여행 -1- +2 23.08.09 112 5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62 4 8쪽
236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까? -1- 23.04.09 137 2 9쪽
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234 고향 -1- 23.03.31 145 4 11쪽
233 네오 로렌시아 -2- 23.03.26 140 4 11쪽
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228 에필로그 : 새벽의 경계 23.02.24 167 2 3쪽
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9 4 8쪽
226 마왕 강림 -1- 23.02.12 182 3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224 운명의 갈림길 -2- 23.01.29 185 3 9쪽
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3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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