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518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12.10 08:15
조회
409
추천
6
글자
10쪽

수상한 참가자들 -4-

DUMMY

22화. 수상한 참가자들 -4-



결승전은 2주 뒤였다. 이제 본격적으로 겨울이 찾아왔다.


팔찌가 빛난 뒤로 류연은 틈틈이 아그수스 일행을 감시했었다. 하지만 류연은 아직까지도 아무 소득을 얻지 못했다.


거기에 밋밋한 4강전이 겹쳐지자 류연은 날이 갈수록 텐션이 떨어졌다.



어느덧 2주가 지났다. 오늘은 결승전 날이었다. 떨어진 텐션을 억지로 끌어올린 류연은 경기장에 나섰다.


승리는 어렵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지만 그 이후가 문제였다. 류연은 하이네스를 떠날 아그수스 일행을 추적해 드래곤 로드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했다.


‘나도 사역마를 소환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유리처럼 사역마를 소환할 수 있으면 추적이 쉬워진다. 그러나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자!!! 드디어 결승전입니다. 놀랍게도 결승 진출자는 기존의 유력 후보가 아닌, 초신성처럼 하이킨 왕국에 등장한 뉴 페이스들입니다. 그 이름하야~ 자유기사 루엔, 자유기사 안젤리카 되겠습니다!!!”


류연과 안젤리카는 마주보고 섰다. 안젤리카는 꽤 예쁜 축에 속했다. 다만 눈매가 사나워 기가 매우 쌔 보였다.


‘킥.’


안젤리카 같은 타입은 놀렸을 때의 반응이 좋았다. 류연은 그녀를 놀려주기로 했다. 안젤리카가 공격해 들어오자 류연은 공격을 받아치지 않고 흘려냈다.


‘어?’


안젤리카는 자신의 몸이 휘청하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차분히 다시 균형을 잡고 전투에 임하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


검에 힘을 줘 공격하면 저쪽은 힘을 뺀다. 힘을 빼면 저쪽이 또 힘을 준다. 연계 공격이나 위력이 강한 공격을 하면 피하고 약한 공격은 쉽게 막는다. 꼭두각시 인형처럼 이리저리 휩쓸리던 안젤리카는 화가 나 앙칼지게 소리쳤다.


“넌 대체 뭐야!!?”


“항복을 선언하고 엉덩이로 관중들 앞에서 이름을 쓰면 알려줄 수도 있지.”


“죽여주마!!!”


안젤리카는 식식거리며 달려들었다. 류연은 몸을 비틀어 돌진해오는 안젤리카를 피했다. 그리도 돌아서 검의 옆면으로 그녀의 둔부를 내리쳤다.


“꺅.”


안젤리카의 커다란 살덩이가 출렁거렸다. 전장이 아니라 검술 대회인지라 안젤리카는 딱 달라붙는 가죽 갑옷만 입고 있었기에 그 정도는 더 심했다. 관중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자 안젤리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눈이 뒤집힌 안젤리카는 욱신거리는 엉덩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시 몸을 일으켜 달려들었다.


“이쯤 하지.”


류연은 훤히 드러난 안젤리카의 명치에 정권을 가볍게 집어넣었다. 명치는 단련이 불가능한 급소였다. 무릎을 꿇고 주저앉은 안젤리카는 오늘 먹은 점심 메뉴를 모두에게 알려줘야 했다.


“자유기사 루엔의 승리입니다!!!”


안젤리카는 분한 눈으로 멀어져가는 류연을 노려보았다. 카라스와 델피안은 경기장 위로 올라와 그녀를 부축해 갔다.


**


시상식은 한 시간 후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시녀들은 류연을 데리고 분장실로 갔다.


“목욕 시중을 들어 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혼자 하고 나오겠습니다.”


“부디 저희가 시중을 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 시중을 들지 못하면 저흰 중한 형벌을 받습니다.”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제가 잘 말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마십시오.”


시녀들은 엘프였다. 시중을 거절하자 바들바들 떠는 그녀들의 모습에 류연은 마음 한편이 아려왔다. 혼자 몸을 씻고 나오자 엘리스와 텐시가 분장실에 와 있었다.


“혹시 저 언니들이랑 무슨 일이 있었던 거 아니지?”


“절대 아니야.”


“그럼 언니들은 왜 울고 있어?”


엘프 시녀들은 처벌을 받을까봐 몹시 두려워하고 있었다. 류연은 시녀들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십시오. 저는···.”


엘프의 숲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자 그녀들은 흐느낌을 멈추었다. 텐시는 방긋 웃었다.


“언니들. 루엔을 믿어. 루엔은 강하니까.”


텐시가 시녀들과 대화를 나누는 사이 류연은 혼자 분장을 마쳤다.


“시상식 갔다 올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



시상식은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류연은 초조해졌다. 이딴 금 트로피와 메달을 받기 위해 아그수스 일행의 추적을 지체해야 한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이미 두 시간이나 지났다. 두 시간이면 아그수스 일행이 하이네스를 벗어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작위 수여식은 내일이라는 것이었다. 트로피와 메달을 챙긴 류연은 급히 분장실로 돌아왔다.


“엘리스, 텐시. 여기서 저녁때까지 기다리고 있어. 밥은 언니들이랑 같이 먹고.”


“우리도 같이 갈래.”


“안 돼. 위험해.”


“제발.”


“부탁할게.”


밖은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짙은 남색의 망토를 뒤집어 쓴 류연은 전력 질주했다.


**


“잠깐. 거기 멈춰.”


류연은 하이킨 왕국의 국경선 근처에서 아그수스 일행과 조우했다. 류연은 그들을 멈춰 세웠다.


“웬만해선 추적이 불가했을 텐데. 어떻게 쫓아 온 거지?”


류연은 턱짓으로 안젤리카를 가리켰다. 류연과 눈이 마주치자 안젤리카는 정색하며 자신의 몸을 손으로 훑었다. 안젤리카의 가슴 밑에는 초소형 아티팩트가 붙어 있었다.


“조금만 더 늦었어도 추적에 실패할 뻔했어. 아그수스 너에게 물어볼 게 있다. 내 질문에 답하라.”


“말이 짧군. 나 또한 너에게 궁금한 게 많아. 근데 무슨 수로 내 입을 열 텐가?”


류연은 검을 뽑았다. 아그수스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수스도 검을 뽑았다.


“스승님···.”


“괜찮다. 오늘은 내 기일로 보이지 않는구나. 시간이 촉박하니 먼저 합류지점으로 가거라. 따라가겠다.”


“예.”


카라스, 델피안, 안젤리카 이 셋에게 아그수스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셋은 델피안을 대열의 후미로 해 이곳을 벗어났다.


류연의 선제공격으로 전투가 시작되었다. 아그수스는 소드 마스터의 반열에 올랐음이 확실한 기사였다. 아그수스는 능숙히 류연의 선제공격을 막아냈다.


“챙.”


강기가 부딪히며 충격파가 사방으로 튀었다. 충격파에 나뭇가지 위에 쌓여있던 눈이 아래로 떨어지고 새들이 깜짝 놀라 하늘로 날아올랐다.


같은 소드 마스터라 할지라도 실력 차이는 엄연히 존재한다. 다음 경지를 바라보고 있으리라 짐작되는 아그수스와 막 경지에 오른 류연과의 차이는 매우 컸다. 류연은 한 수, 한 수에 전력을 다해야 했다.


‘헉, 헉.’


류연의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졌다. 검에 맺힌 검강도 눈에 띄게 흐려졌다.


“그 정도 실력으로 내 입을 열 수 있겠나?”


“크르르르.”


“오호. 2차전인가. 계속해봐.”


류연은 변이했다. 마력이 흐르자 몸에 활력이 돌아왔다. 게다가 전과 달리 이성도 잘 유지되었다. 류연은 붉은 강기가 맺힌 손톱을 휘둘러 아그수스를 노렸다.


아그수스는 이마저도 손쉽게 막아냈다. 류연은 아그수스에게 계속해서 맹공을 퍼부었다.


“흠···. 조금 아쉽지만, 여기서 끝내야겠어. 손님들이 찾아와서 말이야. 꼬리가 붙으면 일행이 좀 곤란해지거든.”


“쾅.”


“으윽.”


아그수스는 검을 휘둘러 류연을 밀쳐냈다. 변이한 류연의 거체가 나무둥치에 처박혔다.


“이만 죽어라.”


아그수스는 류연의 숨통을 확실히 끊기 위해 검을 들었다.


“루엔. 괜찮아?”


“잠깐만요. 지금 루엔을 죽이려는 것이에요?”


그때였다. 앳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아그수스는 엘리스와 텐시에게 너무 위험한 상대였다. 류연은 일어나려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그래. 죽이려는 거였다. 어쩔래?”


“그렇게 놔둘 순 없어요.”


“맞아. 루엔은 우리 거란 말이야.”


엘리스와 텐시는 검을 뽑아 아그수스를 겨누었다. 아직 둘은 소드 엑스퍼트의 경지에도 오르지 못했다. 그렇지만 아그수스에게 위축되지 않았다. 아그수스는 코웃음을 쳤다.


“좋아. 그를 그렇게 아낀다면 이걸 이겨내라. 쉽지는 않을 거다. 준비됐나?”


아그수스는 적당히 힘을 끌어냈다. 흐릿한 검기가 허공에 생성되었다. 말이 검기지 아그수스가 시전한 것이다 보니 그 검기는 웬만한 검사보다 강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스팟-.”


검기가 둘을 향해 쏘아졌다. 엘리스와 텐시는 눈을 질끈 감았다.


“쨍강.”


그러나 아그수스의 공격은 둘을 해하지 못했다. 쏘아진 아그수스의 검기는 금속이 긁히는 소리와 함께 소멸되었다.


“다크시안···?”


엘리스는 실눈을 떴다. 잊고 있던 다크시안이 갑옷의 형태로 현신해 검기를 막아준 것이었다.


“깡통···.”


“깡통이라 하지 말라 했지?”


“저 희귀한 리빙아머까지. 아직 세상은 넓구나. 너희들의 운명이 날 이겼다. 그럼 이만.”


아그수스는 밤의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류연은 둘의 부축을 받아 힘겹게 일어났다. 다크시안은 다시 고철이 되어 프로즌 스피릿의 검받이로 돌아갔다.



“괜찮습니까?”


조금 있자 하이킨 왕국의 기병대가 도착했다. 그들의 대장은 류연의 32강전 상대 루모스였다. 루모스는 병사들에게 아그수스 일행의 추적을 명했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드미안 경.”

“그리고 추적을 중단해 주십시오. 저희가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아. 예.”


루모스는 기병대에게 후퇴 명령을 내렸다. 기병대에 속해 있는 병사 한 명이 말을 끌고 왔다.


“타고 가십시오.”


“저는 말을 탈 줄 모릅니다. 그냥 걸어가겠습니다. 아참. 너희들은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말 앞에 타고 왔어.”


승마는 기사의 기본 소양 중 하나였다. 류연이 말을 타지 못한다고 하자 루모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희들은 올 때처럼 시드미안 경 앞에 타고 가. 시드미안 경 둘을 좀 부탁드립니다.”


“예.”


류연은 달리기만으로 기병대를 따라갔다.


“데려다 주셔서 감사합니다. 쉬십시오.”


“루엔 경도 쉬십시오.”


루모스는 페어리 힐즈까지 셋을 호위해 주고는 소속 부대로 돌아갔다.


샤워를 하고 침대에 눕자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쑤셔왔다. 속에서는 깊은 허기가 느껴졌다. 하지만 그 무엇도 쏟아지는 잠을 이길 순 없었다. 류연은 그대로 쓰러져 잠이 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개의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삽화 추가 공지 23.02.24 209 0 -
241 신규 작품 연재 공지 24.02.17 51 1 1쪽
240 작품 후기 23.08.12 123 6 2쪽
239 용어 23.08.10 169 3 6쪽
238 여행 -1- +2 23.08.09 112 5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62 4 8쪽
236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까? -1- 23.04.09 137 2 9쪽
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234 고향 -1- 23.03.31 145 4 11쪽
233 네오 로렌시아 -2- 23.03.26 140 4 11쪽
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228 에필로그 : 새벽의 경계 23.02.24 167 2 3쪽
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9 4 8쪽
226 마왕 강림 -1- 23.02.12 182 3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224 운명의 갈림길 -2- 23.01.29 185 3 9쪽
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3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