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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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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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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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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1.26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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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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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엘론드 백작령 -3-

DUMMY

18화. 엘론드 백작령 -3-



“난 어른이 되더라도 절대 술 안 마실래.”


“나도. 멀쩡한 사람도 술 마시고 나면 바보가 되잖아. 루엔도 그렇고, 펜하르트 경도 그렇고.”


“적당히 마시면 괜찮아.”


여관으로 돌아오며 엘리스와 텐시는 앞으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강하게 다짐했다.


“맞다. 텐시. 약초 먹자. 아까 고기 많이 먹었잖아.”


류연은 약초를 꺼내 손바닥 위에 올렸다. 텐시는 약초를 집어갔다.


“아차.”


“왜?”


“약초를 떨어뜨렸어.”


류연은 텐시에게 약초를 하나 더 주었다. 텐시는 그것을 삼켰다.


“여기 물 마셔.”


“응.”



여관으로 돌아오자 엘리스와 텐시는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벽난로에 불을 지핀 류연은 둘을 침대에 뉘였다. 그러고 나서 미네르바와의 통화를 위해 조용히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안 자?”


“루엔이 전화하길 기다리느라. 언제 도착했어?”


“어제 새벽에.”


“애들은?”


“자고 있어. 낮에 하루 종일 뛰어 다녔거든.”


“늘 그렇지 뭐. 인간 마을은 어때?”


“사람 사는 데가 사람 사는 데지. 시골이라 그런지 그냥 조용해.”


미네르바와 류연은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투 장로에 취임한 미네르바는 오늘 바쁜 하루를 보냈다.


“피곤하겠네.”


“익숙해지겠지. 류연도 오늘 피곤하겠다. 얼른 들어가 자.”


“미네르바. 잘 자. 사랑해.”


“나도 사랑해.”


미네르바는 매우 수줍어하며 전화를 끊었다. 류연은 그녀의 풋풋함에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


‘엘리스. 넌 오늘 죽었어.’


류연이 방을 나가자마자 텐시의 눈이 반짝하고 떠졌다. 텐시는 잠이 든 게 아니었다. 자는 척을 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침대에서 나온 텐시는 조용히 옷걸이로 갔다.


‘킥.’


옷걸이에 걸려있는 외출복의 바지 주머니 안에서 아까 류연이 준 약초가 나왔다. 사악한 미소를 지은 텐시는 침대로 다가갔다.


‘맛 좀 봐라.’


텐시는 세상모르고 자고 있는 엘리스에게 약초를 먹였다. 엘리스는 잠결에 그것을 삼켰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텐시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끅끅거리며 참았다.



“으앙.”


약초는 증상이 없는 사람이 먹으면 심한 복통을 유발한다. 류연이 올라왔을 때, 배가 아파 잠에서 깬 엘리스는 침대에 앉아 울고 있었다.


“텐시. 벽보고 반성하고 있어.”


류연은 엘리스를 데리고 1층으로 내려갔다. 둘은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 올라왔다. 엘리스는 류연에게 안겨 훌쩍이고 있었다.


“엘리스한테 사과해. 그리고 이제 나 보는 앞에서 약초 먹어.”


“왜 또 나만? 엘리스도 아침에 나 놀렸잖아.”


“그래 그럼. 엘리스 너도 텐시한테 사과해.”


“텐시가 어제 나한테 먼저 솔방울이랑 도토리 던졌잖아. 내가 왜 해야 돼?”


양쪽 누구도 먼저 사과하지 않았다. 류연이 샤워를 마치고 올 때까지도 둘은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다.


“친구끼리 그런 심한 장난치는 거 아니야. 얼른 화해해.”


“나 쟤랑 친구 안할래.”


“눈 깜짝이라도 할 줄 아나봐? 나도 너랑 친구 안 해.”


냉랭한 분위기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자 류연은 두 소녀를 무릎 위에 앉혀 서로 마주보게 했다.


“함께 하기로 한 이상 우린 가족이나 다름없어. 가족끼리 이렇게 싸우는 걸 보니 속상해. 이만 화해하고 자자.”


류연이 다정하게 타이르자 텐시는 마지못해 사과를 했다. 엘리스 역시 텐시의 사과를 마지못해 받아 주었다.


“옳지. 잘했어.”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봉제 인형까지 안겨주자 둘은 금세 잠이 들었다.


**


오늘 아침의 분위기도 별로 좋지 못했다. 엘리스는 아침 식사 내내 짜증 모드였다. 텐시 또한 입맛이 없는 듯 했다.


“자 이거 먹어. 둘 다 힘 좀 내고.”


류연은 둘의 접시에 계란 후라이를 올려주었다. 평소였다면 바로 집어먹고 “하나 더.”를 외쳤을 엘리스와 텐시는 겨우 숟가락을 들어 깨작일 뿐이었다.


“조금 더 먹는 게 좋을 걸? 오전에는 같이 빨래 할 거거든.”


그제야 둘은 계란 후라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둘이 아침을 마저 먹는 동안 류연은 빨래를 가지고 내려왔다.


류연은 대야에 물을 받고 비누를 풀었다. 그리고 안에 빨래를 넓고 발로 밟았다. 빨래를 밟을 때마다 새하얀 거품이 일어났다.


“밥 다 먹었으면 너희들도 들어와서 밟아.”


엘리스와 텐시도 대야에 들어와 빨래를 밟았다. 빨래를 마치고 빨랫감을 널고 있자 땅딸막한 초중년이 거만한 걸음거리로 여관 안으로 들어왔다.


“당신이 자유기사 루엔이요?”


류연은 그의 화려한 복장을 보고 그가 코른 준남작임을 바로 알아차렸다.


코른 준남작은 류연이 찾아가기도 전에 먼저 류연을 찾아왔다. 류연은 그의 힘을 좀 빼놓기로 했다.


“그렇소만. 누구시오?”


“노스우드의 코른 준남작이오. 할 말이 있어 찾아왔소.”


“의복을 세탁중입니다. 세탁을 마치고 제가 찾아뵙겠습니다.”


성질대로라면 코른 준남작은 이 젊은 자유기사에게 역정을 냈을 것이었다. 하지만 코른 준남작은 지금 몇 년간 누적된 낮은 평가점수로 영주 자리에서 경질될 위기에 놓여있었다.


“으음···.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소.”


엘프의 숲에서부터 밀린 빨래는 점심때가 돼서야 끝났다. 류연은 점심 식사를 주문했다. 점심식사를 하는 셋을 본 코른 준남작은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이게 무슨···.”


“배가 고파서 말이오. 용무가 있는 것은 그쪽이잖소.”


코른 준남작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렇지만 겨우 얻은 영주 자릴 잃지 않으려면 이런 무례도 인내해야 했다.


“낮잠이나 자러 가자. 졸리다.”


“흐-암. 루엔은 잠꾸러기라니까.”


“난 별로 안 졸려.”


“많이 자야 쑥쑥 크지. 엘리스가 좋아하는 동화 읽어 줄게. 올라가자.”


‘저것들이···.’


결국 코른 준남작은 저녁때가 되어서야 류연과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종일 기다리느라 그의 체력은 완전히 방전되어 버렸다.


“무슨 일로 날 찾아온 게요?”


씹고 있던 육포를 급히 입에서 꺼내 옆에 올려놓은 코른 준남작은 바로 하이킨 검술대회에 대해 설명했다.


“예? 그럼 제가 엘론드 백작의 자리를 노려 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오늘 실례가 많았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코른 준남작님.”


류연은 갑자기 저자세로 태도를 바꾸었다. 물론 이는 연기였다.


‘멍청한 놈. 걸려들었구나.’


지금 류연의 모습은 영락없는 초보 기사였다. 코른 준남작은 류연을 기사놀이 중인 얼간이 정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럼 나를 따라 공관으로 오게. 참가증과 하이킨 왕국에서의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 주겠네.”


코른 준남작을 따라간 류연은 인적사항을 말했다. 코른 준남작은 류연의 인적사항에 맞춰 임시 신분증을 만들어 주었다.


‘나머진 본국에서 알아서 하겠지.’


코른 준남작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공적이었다. 혹시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류연에게 죄를 몽땅 뒤집어씌우면 되었다. 코른 준남작은 문서에 직인을 찍었다.


“코른 준남작님. 하나 더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저를 따르는 수습기사들에게도 임시 신분증을 발급해 주십시오.”


“그러지 뭐. 잠깐. 저 소녀는 엘프인데 정식으로 맞아들인 것인가?”


“예. 검술에 재능이 있어 수습기사로 삼았습니다.”


엘프가 인간을 자발적으로 따르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러나 더 물어볼 체력이 남아있지 않았던 코른 준남작은 텐시의 신분증도 발급해 주고는 류연을 내보냈다.


“가 보게.”


“예.”



‘허술한 놈이라 다행이었어.’


“자. 신분증이야. 잘 가지고 있어.”


류연은 엘리스와 텐시에게 발급받은 임시 신분증을 주었다. 적어도 하이킨 왕국 내에서는 이 신분증이 통할 것이었다.


**


“감사합니다.”


“펜하르트 경이 감사할 것은 없습니다. 그럴싸한 신분이 필요해 제가 결정한 일이니까요. 펜하르트 경도 기회를 잘 잡으시길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류연은 로렌시아 2세와의 일에 엮일 생각이 없었다. 충직한 펜하르트는 영입하다면 훌륭한 전력이 되겠지만 로렌시아 2세와 류연 사이에서 방황할 것이었다. 펜하르트를 깔끔히 포기한 류연은 그의 오두막을 떠났다.


하이킨 왕국의 수도 하이네스까지는 노스우드에서 약 나흘 거리였다. 류연은 잡화점에서 지도와 여행에 필요한 물품을 구입했다.


“강을 따라 여기까지 가서, 이 산을 넘어 가자. 그럼 하루 반나절 만에 갈 수 있을 듯 해.”


“다른 마을은 안 들리고 바로 수도로 가게?”


“응. 다른 마을도 노스우드랑 별 차이 없을 것 같아서. 그리고 어떤 나라를 방문할 땐 수도부터 가는 거야.”


이탈리아에 가면 로마를, 영국에 가면 런던을, 프랑스에 가면 파리를 가장 먼저 방문한다. 그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산기슭에 다다르자 해가 저물기 시작했다. 산이라 그런지 밤이 더 빨리 찾아왔다. 류연은 야영을 준비했다.


“여기는 엘프의 숲이 아니야. 지켜줄 다른 전사들도 없고 숲 속에서 뭐가 나올지 몰라.”

“밥 먹었다고 잘 준비부터 하지 말고, 누가 먼저 불침번 설래? 내가 중간에 설게.”


“내가 먼저 설게.”


엘리스가 먼저 불침번을 서겠다고 했다. 류연도 그게 나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엘리스는 텐시에 비해 아침잠이 많은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잘 부탁해 엘리스.”


텐시와 류연은 침낭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스는 모닥불 옆에서 불침번을 서기 시작했다.



‘숲에는 아무것도 없어. 괜찮을 거야.’


멀리서 짐승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엘리스는 모닥불에 의지해 주변을 경계하며 속으로 계속 되뇌였다.


“바스락-.”


바람에 나뭇가지가 흔들리자 엘리스는 화들짝 놀라 검을 꽉 쥐었다. 손잡이의 익숙함이 느껴지자 무서움이 약간 가셨다. 엘리스는 덜덜 떨며 할당량인 두 시간을 채웠다.


“루엔. 이제 루엔 차례야.”


“잘했어.”


류연은 엘리스를 꼭 안아주었다. 엘리스는 침낭으로 들어가 몸을 둥글게 말고 잠이 들었다.


류연도 자신의 할당량인 네 시간을 채웠다. 동이 틀 무렵, 류연은 텐시를 깨웠다.


“텐시. 일어나.”


“우웅.”


“엘리스는 씩씩하게 잘 했어. 텐시도 잘 할 수 있지?”


“내가 엘리스보다 더 잘해.”


“부탁해.”


텐시도 씩씩하게 불침번 임무를 완수해냈다.


“텐시도 잘 했어.”


따뜻한 아침을 먹은 일행은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같이 하는 산행은 혼자인 불침번보다 훨씬 즐거웠다. 둘은 재잘거리며 류연을 따라갔다.


“루엔. 좀 졸려 보여.”


“그런가? 푹 잤는데.”


둘에게 불침번을 맡기긴 했지만 걱정이 됐던 류연은 잠을 자지 않고 눈을 감고만 있었다. 조금 피곤했던 류연은 늘어지게 하품을 했다.


산행은 오후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저 멀리 넓게 펼쳐진 성곽이 보였다.


“와···. 엄청 크다.”


“그러니까. 웬만한 나무보다 벽이 높아.”


처음 도시와 성벽을 본 엘리스와 텐시는 눈이 동그래졌다. 류연은 성 안으로 들어가려는 행렬 뒤에 줄을 섰다.



“신분증을 제시하십시오.”


성문 가까이 가자 건장한 병사가 신분증 제시를 요구했다. 셋은 노스우드에서 발급받은 임시 신분증을 병사에게 보여주었다.


“아, 기사님이셨군요. 다음부터는 저쪽 줄을 이용해 주십시오. 기다리지 않고 바로 성문을 통과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알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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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8 여행 -1- +2 23.08.09 112 5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62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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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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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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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9 4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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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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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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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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