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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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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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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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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1.22 0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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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1쪽

엘론드 백작령 -2-

DUMMY

17화. 엘론드 백작령 -2-



아침을 먹은 셋은 외출 준비를 했다.


“그냥 나가면 안 돼? 답답한데.”


“조금 있으면 춥다 할 거잖아. 그냥 입어 텐시.”


비가 온 뒤라 날씨는 많이 쌀쌀해져 있었다. 류연은 겉옷을 꺼내 엘리스와 텐시에게 입혔다.


둘을 데리고 밖으로 나온 류연은 산책 중인 노인에게 로렌시아 왕국에 대해 물었다.


“실례합니다. 로렌시아 왕국에 대해 말씀 좀 묻겠습니다.”


“어제 온 자유기사 양반이군. 방금 이야긴 못 들은 거로 하겠네. 더 이상 마을 주민들에게 로렌시아 왕국에 대해 묻지 말게.”


“예?”


노인은 떠나가 버렸다. 류연은 다른 주민을 붙잡고 몇 번 더 물어보았으나 주민들은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노스우드 주민들은 로렌시아라는 이름 자체를 금기시하고 있었다.


“뭐야. 진짜. 수상해.”


“로렌시아 왕국엔 숨겨진 비밀이 있는 거 같아. 안 그래 루엔?”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저기 한 번 가보자.”


인구 200명의 노스우드를 전부 돌아보는 데에는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노스우드를 한 바퀴 돈 류연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잡화점이었다. 류연은 잡화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와.”


“이거 사도 돼?”


‘역시 애들이란···.’


잡화점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둘의 관심은 로렌시아 왕국에서 진열대의 잡동사니로 가 버렸다. 엘리스와 텐시는 정신없이 잡동사니를 구경했다. 류연은 손님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루엔. 이거 하나 먹어.”


엘리스는 받은 용돈으로 구매한 사탕 조각을 류연의 입에 넣어 주었다.


“맛있네.”


달콤한 향이 입 안에서 맴돌았다. 류연은 잡화점 안이 한산해질 때까지 사탕을 먹으며 시간을 때웠다. 잡화점 안이 한산해지자 류연은 잡화점 주인에게 갔다.


“말씀 좀 묻겠습니다.”


류연이 로렌시아 왕국에 대해 묻자 잡화점 주인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잡화점 안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그는 답을 했다.


“로렌시아 왕국에 대한 언급을 금하라는 하이킨 국왕의 칙령이 떨어졌어.”

“나보다는 뒷산 중턱에 기거 중인 펜하르트 경이 더 잘 대답해줄 걸세. 그를 찾아가 보게나.”


펜하르트는 로렌시아 왕국의 기사단장이었다. 류연은 펜하르트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쟤들이 사탕을 많이 사서 특별히 알려준 거야.”


“그럼 루엔. 이것도 사도 돼?” “우린 용돈이 다 떨어졌거든.”


때 맞춰 엘리스와 텐시는 봉제 인형을 하나씩 들고 왔다. 류연은 어쩔 수 없이 둘에게 봉제 인형을 사 줘야 했다.


“다음에는 안 사줄 거야. 정해진 예산 안에서 사고 싶은걸 사라고 용돈 주는 거잖아.”


“에이.” “지크레아 최고 장로님이 루엔한테 돈 많이 줬잖아.”


“그래도 안 돼. 너희들은 가진 돈을 규모 있게 쓰는 법을 배워야 해.”


하지만 둘은 류연이 애교에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둘은 다음에도 필요한 것이 있으면 애교를 부릴 생각이었다.


**


기사단장 펜하르트의 오두막은 멀리서 보기에도 초라했다. 허술하게 쌓여진 담벼락 뒤에서 장작 패는 소리가 들려왔다. 도끼질의 간격이 일정한 것으로 보아 펜하르트는 수준에 오른 기사였다.


“계십니까?”


“돌아가라.”


류연은 무슨 일이 있어도 펜하르트를 만나야 했다. 무례한 행동인걸 알면서도 류연은 문을 박차고 안으로 들어갔다.


“쉬익-.”


날카로운 찌르기가 류연을 노리고 들어왔다. 류연은 손을 들어 검지와 중지 손가락만으로 검을 잡아냈다. 류연이 손가락에 힘을 주자 펜하르트의 검에 서린 검기가 부서져 나갔다.


“하이킨 왕국에서 보낸 자객인가?”


“아닙니다. 저는···.”


펜하르트는 류연의 대답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는 하이킨 왕국에 쌓인 것이 많은 모양이었다. 류연은 약간의 무력을 동원해 일단 펜하르트를 진정시키기로 했다.


“끄윽-.”


류연은 팔꿈치로 펜하르트의 명치를 가격했다. 중년의 기사 펜하르트는 강인한 생김새에 걸맞은 의지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가슴팍의 통증을 아주 짧은 신음소리만으로 인내했다.


그렇지만 펜하르트는 더 이상 덤벼들지는 못했다. 류연은 아까 못 꺼낸 말을 했다.


“저는 하이킨 왕국과 일절 관련이 없습니다. 로렌시아 왕국에 대해 묻고 싶은 게 있어 찾아온 것입니다. 엘리스. 저분에게 일기장을 보여줘도 되겠지?”


“응.”


류연은 엘리스의 아버지가 쓴 일기를 펜하르트에게 보여주었다.


“그럼 네가 엘리스니?”


“네.”


“아버지는?”


“2년 전에 돌아가셨어요.”


펜하르트는 겨우 몸을 추슬러 일어났다. 그리고 류연에게 사과했다.


“망국의 기사 프리드리히 펜하르트입니다. 하이킨 왕국의 불청객들이 하도 많다 보니 초면에 실례가 많았습니다.”


“괜찮습니다. 루엔 데마체리스입니다. 대륙의 정세와 엘론드 백작령의 현황에 대해 여쭙고 싶습니다.”


교양 있는 기사인 펜하르트는 간결하게 류연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대륙의 정세는 100년 전과 크게 차이가 없었다.


대륙 중부와 남동부의 비옥한 평원지대에는 아카디아 제국이, 남서부에는 레헬른 공화국이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었다.


북부에는 군소 왕국들의 공동체인 연합왕국이 있었다. 하이킨 왕국 역시 연합왕국 소속이었다.


“이제 엘론드 백작령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왕의 자리를 포기한 로렌시아 2세는 하이킨 왕국의 가신으로 들어갔다. 하이킨 국왕은 로렌시아 2세에게 백작의 작위를 내렸다.


“하지만 신하들이 우려했던 대로 하이킨 왕국은 약속을 뒤집었습니다.”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 속 빈 강정이 되어버린 엘론드 백작은 실의에 빠졌다. 그런 엘론드 백작에게 하이킨 왕국은 향락을 제공했다.


술과 여자와 도박에 빠진 엘론드 백작은 가산을 탕진하고 거액의 빚을 지게 되었다. 결국 그는 빚을 갚기 위해 백작의 작위를 하이킨 왕국에 반납해야 했다.


“지금 시드 폐하는 준남작으로 강등당해 하이킨 왕국의 수도 하이네스에서 힘들게 지내고 계십니다.”


준남작은 작위를 후대에 물려줄 수 없는 최하급 귀족이었다. 그렇지만 펜하르트는 아직까지 그를 존대하고 있었다.


하이킨 국왕은 엘론드 백작 작위를 검술대회의 우승 상품으로 내 놓았다고 했다. 우수한 기사를 영입해 전력을 강화하려는 의도였다.


“루엔님은 앞으로 어쩌실 생각입니까?”


“생각을 정리해봐야 할 듯합니다. 오늘은 늦었으니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 식사를 대접해드리고 싶은데 같이 마을로 가시지요.”


펜하르트는 쓴웃음을 지으며 거절의 의사를 밝혔다.


“죄송합니다. 저는 마을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럼 제가 요리를 해 드리겠습니다. 장을 봐 올 테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류연은 흙장난 중인 엘리스와 텐시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왔다.


**


“완전 흙투성이가 됐네. 기껏 새 옷 입혀놨는데.”


류연은 마을로 돌아가며 둘의 옷에 묻은 흙을 털어주었다. 하지만 먼지는 털어도 계속 나왔다. 흩날리는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류연은 터는 것을 멈추었다.


“안되겠다. 여관 가서 씻고 가자. 먹고 싶은 거나 생각해 놔.”


샤워를 마친 두 소녀는 다시 말끔해졌다.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던 류연은 둘에게 물었다.


“뭐 먹을지 정했어?”


“샤브샤브 먹자.”


오랜만에 엘리스와 텐시의 의견이 일치했다. 날이 갑자기 추워져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어진 듯 했다. 류연은 잡화점에서 샤브샤브 재료를 골라 펜하르트의 집으로 갔다.


“저희들 왔습니다.”


펜하르트는 불을 지피고 있었다. 셋이 재료를 사서 돌아오자 펜하르트는 땀에 흥건히 젖은 얼굴을 소매로 훔쳤다.


“잠시 쉬고 계십시오.”


류연은 요리를 시작했다. 류연은 육수를 낸 다음 재료를 적당히 손질해 냄비 안에 집어넣었다. 물이 끓자 고소한 냄새가 입맛을 돋우었다.


“펜하르트 경. 한 잔 하시겠습니까?”


“좋습니다.”


남자끼리는 역시 술 한 잔이었다. 펜하르트는 류연이 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나도 마셔보면 안 돼?”


“안 돼. 어린애가 무슨 술이야. 술은 어른이 되고나서 마셔.”


“난 이미 어른인데?”


“웬 어른? 텐시는 아기 엘프라며.”


“이씨. 저게.”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키던 펜하르트는 그만 취해버렸다. 차분하던 그의 목소리가 점점 커져갔다.


“루엔님. 부탁이 있습니다.”


“말씀하십시오.”


“검술 대회에 출전하시면 안 되겠습니까?”


낮에 류연의 실력을 본 펜하르트는 로렌시아 왕국의 부흥을 기대하고 있었다. 류연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펜하르트 경은 로렌시아 왕국의 부흥을 바라고 계신 듯한데, 저는 설사 엘론드 백작이 되더라도 로렌시아 2세를 주군으로 모실 생각이 없습니다.”

“차라리 펜하르트 경이 직접 출전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우승하실 수 있도록 최대한 도와드리겠습니다.”


검술대회 참가자들의 수준은 그리 높지 않을 것이었다. 검기를 능숙히 다루는 펜하르트라면 충분히 우승을 노려볼 만했다.


“저는 이미 엘론드 백작 자리를 몇 차례 거절했습니다. 화가 난 하이킨 국왕은 연합왕국에서의 제 신분을 말소시켰습니다.”


신분증이 없으면 검술 대회에 참가하지 못한다. 그런데 그건 류연도 마찬가지였다.


“신분이라면 저도 딱히···.”


류연은 가진 쟈이힌 왕국의 신분증을 펜하르트에게 보여주었다.


“이 신분증을 어디서 발급받으셨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쟈이힌 왕국은 수십 년 전에 멸망한 곳입니다. 연합왕국에서 생활하시려면 신분증을 새로 하나 발급 받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실종된 전 드래곤 로드의 행방을 추적하고 엘프들을 구해내기 위해선 그럴싸한 신분이 필요하긴 했다.


그러나 엘론드 백작이 된다면 동시에 하이킨 왕국의 가신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족쇄로 작용할 것이었다.


“만약 제가 출전한다면 어디서 새 신분증을 발급받아야 합니까?”


“노스우드의 코른 준남작을 찾아가십시오. 하이킨 왕국은 지금 자유기사 영입에 혈안이 되어 있어 신분증을 잘 내어줄 것입니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잘 좀 부탁드립니다.”


류연은 무릎을 꿇으려는 펜하르트를 만류했다.


“그렇게까지 안하셔도 됩니다. 최대한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 보겠습니다. 쉬십시오. 많이 취하셨습니다.”


식기를 대충 정리한 류연은 펜하르트를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펜하르트는 침대에 눕자마자 곯아떨어졌다.


‘역시 망국의 충신이란···.’


류연은 머리를 긁적이며 펜하르트의 집을 나왔다. 엘리스와 텐시는 그 뒤를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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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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