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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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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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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1.19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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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2
추천
6
글자
10쪽

엘론드 백작령 -1-

DUMMY

16화. 엘론드 백작령 -1-

3. 지도 (연합왕국).jpg

류연의 송별식에는 많은 엘프들이 참석했다. 엘프들은 고대 사원까지 나와 대륙으로 나가는 셋을 배웅했다.


“엘리스. 건강하게 잘 지내.”

“텐시. 절대 루엔 힘들게 하면 안 된다.”


미네르바는 엘리스와 텐시를 꼭 안아주었다. 둘도 미네르바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그리고 텐시. 이거 가지고 가.”


미네르바는 텐시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단검을 주었다. 단검은 텐시가 예전부터 가지고 싶어 했던 물건이었다. 텐시는 고마워하며 단검을 허리춤에 찼다.


“루엔. 잘 다녀와. 사랑해.”


“나도 사랑해 미네르바.”


미네르바도 류연을 따라 대륙으로 나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자신이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셋의 실루엣이 산등성이를 넘어 사라지자 미네르바의 눈에서는 한 줄기 눈물이 떨어졌다.



“야. 너 그만해.”


“뭘?”


텐시는 숲길을 걸어가며 앞에 가고 있는 엘리스에게 땅에서 주은 솔방울을 계속 던져댔다. 참던 엘리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솔방울 던졌잖아.”


“내가 안 했는데? 나무에서 떨어진 거겠지.”


“그만해. 텐시.”


류연은 텐시가 뒷주머니에 넣어 놓은 솔방울을 뺏어 땅에 버렸다. 셋은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텐시는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아야.”


류연이 잠시 딴생각을 하고 있는 사이 텐시는 재빨리 도토리를 주워 엘리스에게 던졌다. 도토리에 뒤통수를 얻어맞은 엘리스는 이번에는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왜 그래?”


텐시는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어깨를 으쓱했다. 그 얄미운 모습에 엘리스는 결국 폭발했다. 엘리스는 프로즌 스피릿을 뽑았다.


“아이구 무서워라. 장난도 못 치냐?”


“장난도 정도껏이지.”


텐시도 무기를 들었다. 텐시의 무기는 미네르바에게 받은 단검과 류연에게 받은 소검 쉐도우 리프였다.


“챙.”


둘의 병장기가 부딪히며 불꽃이 튀었다. 엘리스와 텐시는 가진 밑천을 전부 털어 치열하게 맞붙었다.


“이씨.”


“에이씨.”


서로 실력이 비슷했기에 검술로는 승부가 나지 않았다. 검을 집어넣은 엘리스와 텐시는 육탄전에 돌입했다.


텐시는 천부적인 전투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엘리스에게는 노력의 산물인 숙련도가 있었다. 발을 걸어 텐시를 넘어뜨린 엘리스는 그 위에 올라탔다. 옴짝달싹 할 수 없게 된 텐시는 엘리스를 뗠쳐내기 위해 용을 썼다.


“또 뒤에서 도토리 던져 봐.”


“계속 던질 건데?”


텐시가 고개를 젖히자 텐시의 머리카락 속에서 단검이 튀어나왔다. 엘리스는 그것을 피하느라 몸을 옆으로 날려야 했다. 그 틈을 타 텐시는 누르기에서 벗어났다. 승부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만. 오늘은 무승부.”


맑았던 하늘이 흐려지고 있었다. 비가 내리기 전에 최대한 많은 거리를 가야 했다. 싸움을 중단시킨 류연은 둘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었다.


“아 따거. 루엔. 내가 이긴 거 맞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한 판 더 할까?”


“그러던지.”


“시끄러. 시끄러. 오늘은 어쨌든 무승부야. 한 판 더 할 거면 둘 다 여기 놔두고 나 혼자 갈 거야.”


둘 다 그건 원치 않았다. 엘리스와 텐시는 말싸움을 하며 류연을 따라갔다.



“더 이상 못 가겠어.” “나도.”


‘어휴.’


조금 더 가자 전력승부를 한 엘리스와 텐시는 지쳐 버렸다. 둘은 자리에 멈춰 섰다. 류연은 엘리스를 안고 텐시를 업었다. 그리고 아이스 트롤 가죽 망토를 이공간에서 꺼내 몸에 걸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후드를 뒤집어 쓴 류연은 멀리서 아른거리는 민가 불빛을 향해 걸어갔다.


**


산을 내려가자 민가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났다.


[엘론드 백작령 - 노스우드]


마을 주변을 따라 삐죽삐죽 세워진 방책 사이에 이정표가 꽂혀 있었다.


이정표에 음각되어 있는 엘론드 백작령이란 이름은 전혀 생소한 것이 아니었다. 엘론드 백작령은 엘리스가 태어난 로렌시아 왕국의 다른 이름이었다.


류연은 마을 입구를 찾아 안쪽으로 들어갔다.


“드르렁-.”


불침번을 맡은 사내는 경비 초소 의자에 기대 앉아 코를 골고 있었다. 그는 류연이 마을 입구를 완전히 통과할 때까지도 깨지 않았다.


류연은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이층집의 문을 가볍게 두드렸다.


“계십니까?”


“이 늦은 밤에 뉘시오.”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파가 졸린 눈을 한 채 밖으로 나왔다.


“북부에서 수행 중인 자유기사입니다. 셋이서 며칠 묵을 곳을 찾고 있습니다.”


류연의 뒤에 다른 일행이 더 없었기에 노파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류연은 망토를 살짝 걷어 잠들어 있는 두 소녀를 노파에게 보여주었다. 그제야 노파는 경계를 풀었다.


“들어오시지요. 2층 오른쪽 방에서 묵으시면 됩니다.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지금은 괜찮습니다. 아침에 주문하겠습니다.”


여관의 1층은 식당 겸 술집이었다. 어제 밤 술자리가 있었는지 식탁과 바닥은 아주 지저분했다. 류연은 오물을 피해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럼 편히 쉬십시오.”


“예.”


객실 안은 1층과 달리 잘 정돈되어 있었다. 막 집어넣은 장작이 벽난로 안에서 타닥거리며 타오르기 시작했다. 류연은 가을비에 젖은 망토를 벗어 벽난로 앞의 옷걸이에 걸었다.


‘자고 있으면 정말 아기 천사들 같다니까.’


엘리스와 텐시는 류연의 목에 매달려 곤히 잠들어 있었다. 목에 감겨있는 가느다란 팔을 하나씩 푼 류연은 둘을 따뜻한 벽난로 쪽 침대에 뉘였다. 그리고 창문 쪽 침대로 가 잠을 청했다.


**


아침이 되자 여관 앞이 소란스러워졌다. 정복으로 갈아입은 류연은 검을 차고 아래로 내려갔다.


“저 사람인가 봐.” “진짜 머리가 검은색이야.”


노스우드 주민들은 어제 왔다는 검은 머리의 자유기사를 보기 위해 온 것이었다.


‘검은 머리가 그렇게 신기한가?’


류연은 여기 오기 전 제르미온의 인간 모습과 엘리스를 통해 프렐리아 대륙인들의 외모를 대충 짐작했었다. 그들은 류연의 예상대로 흰 피부에, 색깔 있는 눈동자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시선이 집중되자 무안해진 류연은 헛기침을 했다. 그러자 인파 속에서 건장한 체구의 사내가 앞으로 나왔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노스우드의 경비대원 톰슨입니다. 절차이오니 신분증 제시를 부탁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류연은 톰슨에게 신분증을 건넸다. 현재 류연의 신분은 쟈이힌 왕국에서 서임을 받은 자유기사였다. 톰슨은 신분증을 확인하고는 류연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휴.’


사실 이 신분증은 제르미온이 인간 사회에서 사용하던 신분증에 인적사항만 류연에 맞게 바꾼 임시방편에 불과했다.


다행이 톰슨은 미숙한 경비대원이었다. 인적사항과 류연의 얼굴이 일치하자 그는 바로 신분 확인을 마쳤다.


톰슨이 떠나자 마을 주민들도 삼삼오오 여관을 떠났다. 한숨 돌린 류연은 주방에 식사를 주문했다.


“죄송합니다. 식재료가 떨어져 당장은 식사를 준비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방금 아내가 시장을 보러 나갔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배가 고팠지만 어쩔 수 없었다. 류연은 일단 엘리스와 텐시를 깨우기로 했다.



“텐시 빨리 나와. 나도 급해.”


“잠시만···. 기다려···.”


잠시 류연이 자리를 비운 사이 위층에는 사단이 나 있었다. 화장실 안에서는 텐시의 힘 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고 엘리스는 그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텐시. 이거 먹어. 엘리스 데리고 1층 화장실 갔다 올게.”


“응···.”


류연은 엘프의 숲에서 챙겨온 약초를 꺼내 화장실 문틈으로 넣어주었다. 그리고 엘리스를 안고 1층으로 내려갔다.


엘리스는 간발의 차로 바지에 실례를 하는 것을 피할 수 있었다. 새하얘졌던 엘리스의 얼굴에 다시 혈색이 돌아왔다.


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텐시는 아직 화장실에 있었다. 류연은 텐시를 불렀다.


“텐시. 밖으로 잠깐 나와 볼래?”


밖으로 나온 텐시의 귀는 축 늘어져 있었다. 류연은 텐시를 무릎 위에 앉히고 배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니까 고기 너무 많이 먹지 말라니까.”


“맛있는 걸 어떡해.”


류연이 엘프의 숲에 온 뒤로 텐시는 매일 고기를 먹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거의 매 끼니마다 고기를 먹었다. 그러다 결국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좀 편해졌지?”


“응.”


“우리 텐시는 아직 아기 엘프구나.”


속이 편해진 텐시는 배시시 웃었다. 엘리스는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류연에게 어리광부리는 텐시를 바라보았다. 텐시는 조금 있다 다시 화장실로 갔다. 엘리스는 텐시를 따라갔다.


“우리 아기 엘프 화장실 다 썼어요?”


엘리스는 문을 살짝 열고 텐시를 놀렸다. 텐시는 꽥하고 소리 질렀다.


“당장 문 닫고 나가!!!”


“싫은데? 싫은데? 장난 좀 칠 수도 있지 안 그래?”


“아. 나가라고!!!”


텐시는 배가 많이 아팠는지 평소처럼 달려들지는 않았다. 엘리스는 계속해서 텐시를 놀렸다.


“우리 아기 엘프 혼자 화장실 쓸 수 있어요?”


“으앙.”


결국 분통이 터진 텐시는 서러운 울음을 터뜨렸다. 보다 못한 류연은 엘리스를 불렀다.


**


식사가 시작되고 나서도 텐시는 축 처져 있었다. 게다가 오늘은 환장하던 고기에 손도 대지 않았다. 대신 찐 감자와 팬케이크만 꼭꼭 씹어 먹었다.


“오늘은 고기 안 먹네?”


“먹고는 싶은데···. 아까처럼 될까봐.”


“아까처럼 아기 엘프가 될까봐?”


“야!!!”


“식탁에서는 조용. 텐시. 먹고 싶으면 고기를 먹어도 돼. 대신 야채도 좀 같이 먹고.”


그제야 텐시는 햄을 그릇에 덜어가 깨작거렸다. 식사를 마칠 때쯤에는 기분도 약간 나아진 듯 했다.


“올라가서는 둘 다 외출할 준비해. 양치하고.”


“알았어.”


“텐시도 대답해야지.”


“알았다니까.”


달달한 후식까지 해치운 일행은 객실로 올라갔다. 계단을 올라가면서도 엘리스는 쉴 새 없이 재잘거렸다.


‘복수할거야.’


엘리스를 향한 텐시의 눈빛은 복수심에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엘리스는 재잘거리느라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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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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