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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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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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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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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1.1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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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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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엘프 숲의 수호자 -2-

DUMMY

15화. 엘프 숲의 수호자 -2-



하지만 검술 대결은 성사되지 않았다. 검술로는 류연을 도저히 이길 수 없다 생각한 아데스 장로가 기권을 선언한 것이었다.


“쨍그랑.”


검술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아데스 장로의 검이 바닥에 던져졌다.


“기권입니까?”


“예.”


“검술 대결은 루엔님의 승리입니다.”


“우우우우.” “우우우.”


세실리아가 류연의 승리를 선언하자 텐시를 필두로 엘프들 사이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아데스 장로. 혹시 내시입니까? 검이 불쌍합니다.”


류연도 거기에 동참해 아데스 장로를 조롱했다. 아데스 장로의 얼굴이 또다시 시뻘게졌다.


‘두고 보자.’


체계적인 검술이 늦게 보급되었기에 엘프들은 대체적으로 높은 체술 숙련도를 보유하고 있었다. 아데스 장로가 믿는 것은 이 체술이었다.


“체술 대결을 시작하십시오.”


아데스 장로의 체술은 제법 괜찮은 편이었다. 그러나 류연 또한 검술보다 체술을 먼저 익혔었다.


아데스 장로의 실력으론 류연의 털끝 하나도 건드릴 수 없었다. 류연은 공격을 피하거나 흘려내며 시간을 끌었다.


“헉. 헉.”


아데스 장로의 체력은 금세 바닥이 났다. 거친 숨소리는 그의 몸 상태를 대변해주었다. 반면 류연은 평온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슬슬 마무리 지어야겠군.’


류연은 체술 대결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달려드는 아데스 장로를 붙잡은 류연은 그대로 땅에 메쳤다. 바닥에 처박힌 아데스 장로는 기절했다.


“루엔님의 승리를 선언합니다.”


“힐링.”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진 아데스 장로에게 손수 힐링 마법을 걸어주었다. 기절했던 아데스 장로는 고개를 양 옆으로 돌리며 일어났다.


‘술 대결에서는 절대 패배하지 않겠다.’


아데스 장로는 주당이었다. 그는 봉급의 절반 이상을 술을 구매하는데 쓸 정도로 술을 잘 마시고 좋아했다. 그런 아데스 장로에게 술 대결은 가장 자신 있는 종목이었다. 진행을 맡은 엘프들이 과일주가 담긴 술통을 가지고 왔다.


“술 대결을 시작하십시오.”


술 대결은 제한시간 한 시간 안에 상대보다 많은 술을 마셔야 했다. 내리 두 판을 패배해 마음이 급해진 아데스 장로는 빠른 속도로 술을 들이켰다.


‘술은 즐겨야 하는 법.’


열매를 발효시켜 만든 과일주는 달콤하지만 도수가 매우 높은 술이었다. 아데스 장로처럼 심적, 신체적으로 쫓겨 가며 마시면 많이 마시지 못하는 것이었다. 류연은 안주를 곁들여가며 천천히 과일주를 음미했다.


페이스를 잃어버린 아데스 장로는 결국 술에 취해 의자에서 고꾸라졌다. 류연은 남은 술통을 마저 비웠다.


“마지막 술 대결도 루엔님의 승리입니다.”


“아데스 장로를 감옥에 투옥하라. 형의 집행은 사흘 후로 하겠다.”


엘리시움 의식에서 3전 전패한 아데스 장로에게는 추방형이 선고되었다. 엘프 전사들은 기절한 아데스 장로를 감옥에 투옥시켰다.



“폐회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축사만큼이나 지루한 폐회사가 시작되었다. 류연은 취한 척 조용히 식장을 빠져나갔다. 엘리스와 텐시가 그 뒤를 따랐다.


**


류연은 술기운을 몸에서 내보내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걸어가던 류연은 이제 진짜 취해 바닥을 기고 있었다.


“루엔~ 똑바로 좀 걸어 봐.”


“우리 힘으론 숙소까지 못 데리고 가.”


엘리스와 텐시는 류연을 부축해보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지쳐버린 둘은 잠시 나무에 기대 쉬기로 했다.


“웃차.”


“어. 미네르바.”


“따라와 봤더니 역시나. 내가 도와줄게.”


혹시 몰라 가져온 수건을 엘리스와 텐시에게 건넨 미네르바는 류연을 일으켜 세웠다. 류연은 미네르바에 기대 걸었다.


“온천에 들렸다 가자. 술을 좀 깨워서 데리고 가는 게 나을 듯 해.”


미네르바는 류연을 데리고 산 중턱에 있는 조그마한 온천으로 갔다. 온천에는 아무도 없었다.


“풍덩.”


미네르바는 류연의 하반신을 수건으로 감아 온천물에 담갔다. 엘리스와 텐시도 몸에 수건을 감고 온천으로 들어갔다.



조금 지나자 류연은 눈을 반쯤 떴다. 미네르바는 옆에 앉아 있었고 엘리스와 텐시는 정신없이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미안···.”


“가끔은 취할 수도 있지. 나. 루엔이 흐트러진 모습 처음 봐.”


류연은 급히 세수를 했다. 물 밖으로 드러난 류연의 날렵하고 탄탄한 상체 근육이 달빛을 받아 번들거렸다. 그것을 본 미네르바의 눈빛이 몽롱해졌다.


미네르바의 류연에 대한 첫 감정은 호기심이었다. 엘프 사회에서만 살아온 미네르바는 다른 종족을 본 적이 거의 없었다.


몇 달을 함께 지내며 미네르바의 호기심은 사랑이 되었다. 하지만 미네르바는 애정 표현을 하는 방법을 잘 알지 못했고, 소심한 성격이라 혼자 앓고만 있었다.


‘지금뿐이야.’


미네르바는 류연이 취한 지금 용기를 내기로 했다.


“우리 밖에 없으니 그냥 편히 있어. 요 몇 달간 고생했잖아.”


미네르바는 류연의 옆에 바짝 당겨 앉았다. 류연의 팔에 매끈한 살결과 풍만한 가슴의 말캉한 감촉이 전해져 왔다. 성인 남성이라면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류연의 심장이 요동쳤다.


“미안 미네르바.”


미네르바는 아름답고 매력적인 엘프였다. 하지만 류연은 미네르바의 구애를 거절했다. 엘리스와의 약속 때문이었다.


그리고 소용돌이 같은 자신의 운명 속에 미네르바까지 말려들게 할 수는 없었다. 류연은 미네르바에게 자신의 과거를 이야기해주었다.


“역시. 사연이 있을 거라 생각은 했는데. 엘리스나 텐시에게도 이 이야기 해 줬어?”


“해 줬지.”


그러나 미네르바의 마음은 바뀌지 않았다.


“루엔. 난 상관없어.”


“미네르바. 잠깐만.”


어느새 물장난을 하던 엘리스와 텐시가 곁에 와 있었다. 둘을 어린애로만 생각했던 미네르바는 당황해 얼굴이 새빨개졌다.


“미네르바도 루엔을 좋아해?”


“응···.”


“그렇다고 나 몰래 구애를 해? 확 엘프엘프귀로 만들어 버릴까보다.”


“아, 아파. 미안. 엘리스. 놔 줘.”


엘리스는 잡아당기던 미네르바의 귀를 놓았다. 미네르바는 축 내려간 귀 끝을 문질렀다. 엘리스는 누그러진 말투로 말했다.


“미네르바라면 괜찮아.”

“그런데 내가 첫 번째, 텐시가 두 번째라 미네르바는 세 번째가 될 텐데. 그래도 괜찮아?”


“그래도 괜찮아.”


엘리스는 텐시한테는 매우 깐깐했다. 반면 미네르바는 의외로 쉽게 허락했다.


미네르바는 완전 류연에게 푹 빠진 듯 했다. 시선을 교환한 엘리스와 텐시, 미네르바는 류연을 끌어안았다.


“다들 뭐하는 거야?”


류연의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루엔이 좋아서.” “계속 이러고 있자.” “너무 좋다.”


“···.”


**


“끼익-.”


독방의 문이 열리며 눈부신 햇살이 안으로 들어왔다. 사흘 만에 보는 빛에 아데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나오시지요.”


아데스는 일어나 밖으로 나왔다. 밖에는 엘프 전사들이 차가운 표정으로 대기하고 있었다.


“이봐···.”


아데스는 타고난 언변을 발휘해 돌파구를 찾으려 했다. 하지만 엘프 전사들은 아데스가 말을 꺼내기 전에 강력한 조치를 취해버렸다.


아데스의 입에는 재갈이 채워졌고 몸에는 오랏줄이 둘둘 감겼다. 아데스는 저항해보려 했으나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질질 끌려가는 신세를 면치 못했다.



“촤아아-.”


레마리즈 강은 프렐리아 대륙의 서북부 끝에서 시작해 남부까지 흐르는 거대한 강이다. 엘프 전사들은 아데스를 레마리즈 강까지 끌고 갔다.


강의 상류와 엘프의 숲이 동시에 끝나는 지점인 이곳에는 엘프 장로들이 모여 있었다.


“아데스 전 장로는 오크 토벌전에서의 공적을 부풀려 같이 싸운 동료들을 기만했고, 죄가 드러난 후에도 반성하지 않았습니다.”

“엘프의 율법과 엘리시움 의식의 벌칙에 따라 아데스를 숲에서 영구 추방하겠습니다.”


원래 엘프 사회의 형벌은 이렇게까지 가혹하지 않았다. 율법을 심하게 어기더라도 동족을 해한 게 아니라면 보통 자숙 또는 공공 봉사 정도의 처벌만 내려졌다.


그러나 아데스처럼 반성하지 않는 엘프에게는 지금처럼 가혹한 처벌이 내려졌다.


“풍덩-.”


꽁꽁 묶인 아데스가 레마리즈 강에 밀려 떨어지며 거품이 일어났다. 아데스는 두어 번 세찬 물살 위로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의 운명은 떠내려가 운 좋게 살거나 익사하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었다.


“메롱.”


아데스가 사라져 기분이 좋아진 텐시는 혀를 쏙 내밀었다.


“그렇게 좋아?”


“응. 너무너무 좋아.”


**


“근데 전투 장로의 공석은 누가 채우게 되는 겁니까?”


“차차 논의를 해 봐야겠지요.”


장로회는 숲을 지킬 전투 장로를 새로 선발해야 했다. 레마리즈 강에서 돌아온 장로들은 회의를 열었다.


“장로님들. 여기 미네르바는 어떻겠습니까? 미네르바는 이번 오크 토벌전에서 혁혁한 전공을 세웠습니다.”


“루엔···.”


회의에 참석한 류연은 미네르바를 적극 추천했다. 미네르바는 실력도 많이 향상되었고 인품도 뛰어났다. 다만 숫기가 조금 부족할 뿐이었다.


지금도 류연의 발언에 미네르바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 정도라면 괜찮지.”


많은 장로들이 류연의 의견에 동의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즉시 임명장에 서명을 했다.


“미네르바 장로님. 잘 부탁드립니다.”



미네르바의 장로 임명이 일사천리로 진행된 데에는 류연의 영향이 컸다. 어제 류연은 지크레아 최고 장로가 한 어려운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었다.


“엘프들의 이주를 도와달란 말씀이십니까?”


“그렇습니다. 지크문드님의 노력으로 일부는 이곳까지 이주해올 수 있었지만 아직 많은 엘프들이 고통 받고 있습니다.”


잠시 고민하던 류연은 대륙의 엘프들을 도와주기로 했다. 텐시나 미네르바를 생각하니 고통 받고 있는 엘프들을 외면할 수가 없었다.


“힘닿는 곳까지 노력하겠습니다.”


**


엘리스와 텐시를 재운 류연은 조용히 숙소를 빠져나가 미네르바의 집으로 갔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미네르바는 잠을 자지 않고 류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내일 떠나는 거야?”


“미네르바도 같이 갈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어쩔 수 없지. 그래도 통화는 매일 할 수 있잖아.”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미네르바의 집에 마법 통신 장치를 설치해 주었다. 이 마법 통신 장치로 미네르바와 류연은 떨어져 있어도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루엔. 키스하자.”


최근 들어 미네르바는 제법 적극적인 애정 표현을 하게 되었다. 아직은 키스 정도였지만 사실 이마저도 엘프치고는 굉장히 많이 나간, 최소 약혼자 이상에게만 하는 애정 표현이었다.


“바스락-.”


“나뭇잎 소리 아냐?”


“그래도···.”


밖에서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류연과 입술을 포개려던 미네르바는 급히 주변을 살폈다. 혹시라도 엘리스나 텐시가 근처에 있을까 해서였다.


둘은 숙맥인 미네르바를 매번 놀려댔다. 그때마다 미네르바의 얼굴은 홍당무가 되었다.


다행이 집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긴장을 푼 미네르바는 류연에게 안겼다. 상쾌한 박하향 사이에서 그녀 모르게 한 가닥의 야릇한 채취가 흘러나왔다. 류연은 그 내음을 맡으며 동이 틀 때까지 미네르바를 안고 있었다.


“해 뜰 시간 됐어. 출발하기 전에 한숨 붙이고 가야지.”


“벌써?”


류연은 흐트러진 옷매무새를 가다듬었다. 류연은 미네르바와 한 번 더 진하게 입을 맞추고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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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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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6 마왕 강림 -1- 23.02.12 182 3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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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3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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