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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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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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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0.25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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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엘프의 숲 -2-

DUMMY

9화. 엘프의 숲 -2-

미네르바.png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상황이 상황이니 이번에는 넘어가겠습니다. 다음에는 그냥 사실대로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예.”


미네르바는 엘리스와 류연을 숲의 외곽에 위치한 숙소로 안내해 주었다. 숙소에 도착하자 따라오던 작은 발자국 소리가 멈추었다. 미네르바는 뒤돌아서서 나지막이 말했다.


“텐시. 집으로 돌아가.”


“싫어. 오늘은 여기 있을 거야.”


“너 진짜 혼난다.”


“혼나도 가기 싫어.”


“루엔님. 잠시만.”


미네르바는 류연을 데리고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텐시가 따라 들어오려 했지만 미네르바는 재빨리 의자를 문 밑에 비스듬히 세웠다. 밖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몇 번 나더니 곧 잠잠해졌다.


“혹시 루엔이라고 불러도 괜찮겠습니까?”


류연은 처음 보는 사람도 대하기 편한 인상이었다. 미네르바는 얼굴에 살짝 홍조를 띄며 물었다.


“그래 그렇게 해. 나도 널 미네르바라고 부를게.”


“응.”


미네르바는 52세로 굉장히 젊은 축에 속하는 엘프였다. 둘은 서로 편하게 부르기로 했다.


“나에게 할 말이 뭐야?”


“텐시 때문에. 텐시를 최대한 멀리 하는 게 좋을 거야. 안 그러면 나중에 무척 피곤해질 거거든. 루엔보다는 엘리스가.”


“왜?”



오크의 준동으로 엘프 마을에는 부모를 잃은 어린 엘프들의 수가 급증했다. 텐시도 그 중 하나였다.


엘프 사회의 규율대로 고아가 된 텐시는 보육원에 위탁되었다.


당시 미네르바는 보육원을 지키는 일을 맡고 있었다. 미네르바는 위탁 가정에서 여러 번 보육원으로 돌려보내진 텐시를 안쓰럽게 여겼다.


“와아아앙.”


미네르바는 최대한 텐시를 챙겨주려 했다. 하지만 텐시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부모를 잃은 슬픔이 너무 큰 것이었다.


결국 텐시는 비뚤어졌다. 텐시의 슬픔은 집착과 질투가 되어 미네르바를 옭아맸다.


“미네르바. 어디 갔다 온 거야?”


“경계 근무 서고 왔지.”


“근데 왜 이렇게 늦게 와?”


“교대하자마자 왔는데?”


“나도 따라갈래.”


“안 돼. 위험해.”


게다가 오크들이 점점 세력을 늘려 미네르바는 경계 근무까지 병행해야 했다. 양면으로 지쳐버린 미네르바는 상부에 보직 변경 신청을 내었다.


상부에서는 미네르바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른 엘프 전사를 보육원에 배치했다.


“나는 오늘부로 보육원 경비 보직을 그만뒀어. 이제는 같이 못 있어 줄 것 같아. 미안.”


“안 돼. 나랑 같이 있자.”


“후···. 모르겠다. 너 알아서 해라.”


텐시는 미네르바에게 매달렸다. 그렇지만 미네르바는 텐시를 떼어놓고 근무지로 향했다.


종일 경계 근무를 하는 것은 보육원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 미네르바는 허벅지를 꼬집어가며 졸지 않으려 애썼다.


“미네르바. 본부에서 널 찾는다고 연락이 왔어.”


그런데 오후가 되자마자 일이 터졌다. 미네르바는 교대 시간이 되자마자 급히 본부로 돌아갔다. 본부에는 화가 잔뜩 난 아데스 장로가 텐시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미안.”


아데스 장로의 수염은 시커멓게 그을려 있었다. 텐시가 한 짓이었다. 텐시는 아데스 장로가 자신으로부터 미네르바를 떼어 놓는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죄송합니다.”


아데스 장로는 말썽만 일으키는 텐시를 이참에 엘프의 숲에서 추방하려 했다. 숲 밖은 아주 위험했기에 이는 말이 추방이지 사실상의 사형 선고였다.


“그것만은 제가 용납할 수 없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가혹한 징벌에 미네르바는 강하게 반발했다. 아데스 장로로서도 조장인 미네르바를 완전히 묵살할 수는 없었다.


결국 사건은 텐시가 보육원에서 퇴소하고, 미네르바의 직위가 한 단계 강등되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


마을로 돌아오는 동안 미네르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텐시가 울며불며 따라왔지만 텐시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었던 미네르바는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텐시. 이제 여기서 혼자 살아야 돼. 음식은 마을 사람들이 챙겨 줄 거야. 집안일은 전에 내가 가르쳐 줬었지?”


미성년 엘프의 보육원 강제 퇴소는 이래적인 일이었다. 그래서 장로회에서는 토론을 거쳐 텐시에 대한 처분을 내렸다.


그 처분이란 리텐시아 그린텔, 즉 텐시를 성인으로 취급해주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엘프 사회는 텐시에게 위탁 가정을 찾아 주어야할 의무에서 벗어난다.


장로회에서는 텐시에게 조그마한 집을 하나 내 주었다. 미네르바는 그곳까지 텐시를 데려다 주고는 조용히 떠났다.


하지만 텐시는 엘프 마을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텐시는 외톨이가 되었다. 그런 텐시가 안쓰러웠던 미네르바는 텐시를 받아들일까도 생각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텐시가 혹시라도 루엔을 보호자로 인식하게 된다면 엘리스를 심하게 질투할 거야.”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미네르바보다 좀 더 여유로우니까 잘 대처할 수 있겠지.”


“그래. 그럼 난 이만 가 볼게. 곧 교대 시간이라.”


미네르바는 의자를 치우고 밖으로 나갔다.


**


나무에 공간 확장 마법을 걸어 나무 한 그루를 통째로 사용하는 엘프식 주거지는 굉장히 아늑했다. 텐시는 미네르바에게 붙잡혀 집으로 돌아갔고, 엘리스와 류연은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저녁이 되자 숙소 관리를 맡은 엘프가 식사를 가지고 왔다. 뒤에는 텐시가 있었다. 류연은 텐시를 들어오게 했다.


엘프식 요리는 인간이 먹기에 좀 싱거웠다. 류연은 육포를 꺼내 거기에 곁들였다. 저녁을 먹자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싶은 욕구가 샘솟았다.


“루엔. 온천 안 갈래?”


그 마음을 아는지 텐시가 먼저 온천에 가자는 제안을 했다. 여행의 피로에 지쳐있던 엘리스와 류연은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고는 텐시를 따라 온천으로 갔다.


밤이었지만 나무에 걸어 둔 등이 주변을 은은히 밝히고 있었다. 온천에는 엘프들이 삼삼오오 모여 목욕을 즐기고 있었다.


류연은 나무 뒤로 가 하반신에 수건을 감고 물 안으로 들어갔다.


“음.”


엘프의 숲에서 엘리스와 류연은 완전한 기피 대상이었다. 특히 류연을 본 엘프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했다.


먼저 와 있던 엘프들을 쫓아낸 것 같아 미안했지만 류연은 온천욕을 즐기기로 했다. 따뜻한 물속에 앉아 하늘을 보니 기분이 더없이 개운했다.



“루엔 나 졸려.”


“나도.”


“잠시만. 나 먼저 옷 갈아입고.”


엘프의 숲은 겨울이라도 숲의 힘에 의해 적당한 온도가 유지된다. 그렇지만 물기를 말리지 않고 돌아다니면 감기에 걸리기 딱 좋은 날씨였다.


류연은 먼저 물 밖으로 나와 물기를 닦고 옷을 입었다. 손짓을 하자 엘리스가 온천에서 나왔다. 류연은 새 수건을 꺼내 엘리스의 머리를 말려 주었다.


“텐시는 혼자 할 수 있지?”


“아니. 난 혼자 못하는데?”


텐시는 챙겨주는 사람이 있는 엘리스가 부러운 듯 했다.


‘어이구.’


“그럼 밖으로 나와서 수건 들고 이리 와.”


텐시는 류연에게 자신의 수건을 건넸다. 류연은 텐시의 머리도 말려 주었다. 온천을 마친 셋은 숙소로 돌아왔다.


“나는 내일 다시 올게.”


“집까지 데려다 줄까?”


“아니. 괜찮아. 혼자 갈 수 있어.”


텐시는 울창한 숲 사이로 쪼르르 사라졌다.



“루엔.”


“왜?”


엘프 장로들을 만나느라 피곤했던 류연은 숙소에 들어오자마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창밖을 보던 엘리스가 류연을 불렀다.


“텐시 데려다주고 오자. 센 척하느라 혼자 가겠다고 했지만 내심 그래줬으면 하는 것 같더라.”


“그럴까?”


류연은 일어나 무릎을 굽혔다. 엘리스는 류연의 등에 폴짝 올라탔다. 류연은 엘리스를 업고 아까 텐시가 간 방향으로 갔다.


“저기 있다. 텐시.”


“어. 엘리스, 루엔. 진짜 안 데려다줘도 되는데. 우리 집 다 왔어. 저기야.”


텐시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작은 규모의 엘프 마을이 있었다. 그리고 텐시는 당황한 듯 했다. 원래도 날카로운 편인 눈매가 살짝 올라간 것이 약간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나 혼자 갈게. 내일 봐.”


“그래. 텐시. 잘 자.”


둘과 헤어진 텐시는 다시 마을 쪽으로 갔다. 하지만 엘리스는 다시 숙소로 돌아갈 생각이 없었다.


“루엔. 그래도 따라가 보자.”


류연은 기척을 감추었다. 류연은 멀리 빙 돌아 엘프 마을 쪽으로 갔다. 텐시의 집은 마을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었다. 엘리스와 류연은 근처 나무 위로 올라갔다. 곧 텐시의 집에 불이 켜졌다.


‘헉.’


둘은 놀라 손으로 입을 가렸다. 텐시의 집은 엉망이었다. 전에는 미네르바가 텐시가 집을 비울 때 몰래 와 집을 정리해 주었었다. 그러나 미네르바는 최근 일이 바빠 텐시에게 신경을 써 주지 못했다.


바닥에는 꼬질꼬질한 옷이 널브러져 있었고, 식탁 위에는 치우지 않은 식기가 쌓여 있었다. 집 안을 둘러보며 조용히 한숨을 내쉰 텐시는 불을 끄고 침대로 가 잠을 청했다.


“가서 좀 정리해줄까?”


“아냐. 그냥 모르는 척 해주자. 자존심 상해할 거야.”


엘리스와 류연은 숙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돌아가며 엘리스는 류연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파. 왜 그래.”


“아까 낮에 말인데···. 한 눈으로 여자 엘프들 힐끔힐끔 보는 거 다 봤어. 감히 한눈을 팔아?”


“미안해. 미안해. 놔 줘.”


“앞으로도 마찬가지야. 내 허락 없이 다른 여자한테 마음을 줬다간 귀를 엘프 귀로 만들어버릴 거야.”


“알았어.”


그제야 엘리스는 귀를 놓아주었다. 숙소에 도착한 류연은 아직도 얼얼한 귀를 문지르며 침대에 누웠다. 엘리스는 류연의 팔을 베고 누웠다. 피곤했던 둘은 금세 곯아떨어졌다.


**


‘아우. 쟤들은 아침잠도 없냐.’


이른 새벽, 어제 저녁을 가지고 왔었던 엘프가 아침 식사를 가지고 왔다. 류연과 마주친 당번 엘프는 식사만 재빨리 내려주고 줄행랑쳤다. 아마 어제 하룻밤 사이 류연이 마족이라는 이야기가 퍼진 듯 했다.


“루엔. 쟤한테 뭐 했어? 왜 저리 기겁을 하고 도망가? 엘리스는 아직 안 일어났네.”


“지금 일어났어.”


아침잠이 없는 건 텐시도 마찬가지였다. 당번 엘프를 따라온 텐시는 숙소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스는 졸린 눈을 부비며 침대에서 나왔다.


“밥이야? 에이. 또 풀밖에 없네. 내가 소도 아니고.”


“그런 말 하면 못써. 우릴 위해 챙겨준 건데 맛있게 먹어야지.”


류연은 육포와 소금을 이공간에서 꺼냈다.


‘불을 써도 되는지 미네르바에게 물어봐야겠다.’


사실 류연도 육포 말고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었다. 그러려면 불을 피워야 한다. 류연은 미네르바가 오면 물어보기로 했다.



“루엔. 나 명상 할래.”


“그래라.”


자연의 기운이 충만한 엘프의 숲은 내공 수련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엘리스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명상을 했다. 텐시는 명상을 하는 엘리스의 모습을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기운이 엘리스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있어.”


“텐시도 명상 할 줄 알아?”


“아니. 난 몰라. 미네르바는 할 줄 알 걸?”


미네르바는 검기를 다룰 수 있는 엘프 전사였다. 명상을 통해 기운의 순환을 끝마친 엘리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우 개운해. 루엔도 해. 내가 지켜줄게.”


“응.”


류연이 명상을 마칠 때 쯤, 미네르바가 도착했다. 류연의 머리 위에 피어나는 연꽃의 형상에 미네르바의 입이 딱 벌어졌다.


“미네르바. 침 떨어지겠다.”


“조용히 해 텐시. 이제 갈 시간이야 루엔.”


“어. 왔어? 가자 엘리스. 검 챙겨서 나와.”


“알았어.”


엘리스는 프로즌 스피릿을 허리춤에 차고 왔다. 그리고 제르미온이 운석을 가공해 만들어준 코멧 브레이커를 류연에게 건넸다.


“왜 이걸 줘.”


“내가 이거 쓰면 안 돼? 프로즌 스피릿이 손에 더 잘 맞는 것 같아서.”


“생각 좀 해보자.”


류연은 엘리스와 검을 바꾸기로 했다. 검을 만들어준 제르미온에게는 조금 미안한 일이었지만 류연도 코멧 브레이커가 전에 쓰던 만영검과 비슷해 손에 더 잘 맞았다.


“자. 이번에 바꾸면 다시는 안 바꿔줄 거야. 약속해.”


“약속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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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용어 23.08.10 169 3 6쪽
238 여행 -1- +2 23.08.09 112 5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62 4 8쪽
236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까? -1- 23.04.09 137 2 9쪽
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234 고향 -1- 23.03.31 145 4 11쪽
233 네오 로렌시아 -2- 23.03.26 140 4 11쪽
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228 에필로그 : 새벽의 경계 23.02.24 167 2 3쪽
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9 4 8쪽
226 마왕 강림 -1- 23.02.12 182 3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224 운명의 갈림길 -2- 23.01.29 185 3 9쪽
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3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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