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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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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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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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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72,531

작성
19.10.22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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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0쪽

엘프의 숲 -1-

DUMMY

8화. 엘프의 숲 -1-

텐시.png

나무를 둘러싼 몬스터의 정체는 오크였다. 인간보다 조금 작은 키에 짙은 녹색 피부를 지닌 오크는 주로 대륙 극동부에 서식하는 몬스터로 북부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고 들었다.


“쿠룩, 쿠쿠루룩.”


엘리스와 류연을 본 오크들은 곧바로 적의를 드러냈다. 오크들은 지금 둘을 한 끼 식사로 생각하고 있었다. 류연은 프로즌 스피릿에 검기를 끌어올렸다.


“키엑!!!”


검에서 발출된 검기가 오크 소대를 단번에 토막 냈다.


“이제 안전합니다. 내려오셔도 됩니다.”


오크 소대를 전멸시킨 류연은 도움을 청했던 이를 불렀다.


“감사합니다.”


엘리스와 비슷한 또래의 소녀가 아래로 내려왔다. 소녀는 마른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안녕. 난 엘리스야.”


엘리스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


“나는 텐시.”


“루엔. 쟤 아무래도 인간이 아닌 것 같아.”


연두색 단발머리 사이로 삐져나온 텐시의 뾰족한 귀를 본 엘리스는 류연에게 속삭였다.


“응. 난 엘프야.”


그러나 텐시와 몇 마디 나누기도 전에 일단의 무리가 도착했다. 그들은 가죽 갑옷에 소검을 착용한 엘프 여전사들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곳을 담당하고 있는 23 경비조장 미네르바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미네르바는 큰 키에 글래머러스한 체형을 한 엘프였다. 그리고 텐시와는 달리 아주 부드러운 인상을 하고 있었다.


류연은 대강 상황을 말해주었다. 미네르바는 고개를 끄덕였다.


“텐시를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답례로 두 분을 엘프의 숲에 초대하고 싶습니다. 승낙하신다면 지금 바로 상부에 기별을 넣겠습니다.”


“방문하고 싶습니다.”


기나긴 여정을 소화한 후라 엘리스와 류연은 제대로 된 휴식이 절실했다. 류연은 엘프의 숲을 방문하기로 결정했다.


‘가면 안 돼.’


텐시는 입술을 달싹였다. 그것을 본 미네르바는 텐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미네르바의 기세에 위축된 텐시는 고개를 푹 숙였다.


**


“그럼 잠시 상부에 보고 드리고 오겠습니다. 자매들은 맡은 구역으로 돌아가세요.”


텐시 수색에 투입된 엘프 전사들은 각자 맡은 구역으로 복귀했다. 미네르바는 숲 깊숙한 곳으로 사라졌다.


“왜 따라왔어요!!!”


“무슨 말이니? 갑자기 왜 그래?”


텐시는 엘프의 숲이 처한 상황을 말해주었다.


반세기 전, 프렐리아 대륙 곳곳에 살던 엘프들은 인간의 침략을 견디다 못해 대륙 서북부의 원시림으로 이주했다. 이주한 엘프들은 그린 드래곤 지크문드의 레어 아래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엘프의 숲은 최근 다시 위협받기 시작했다. 지크문드가 휴식기에 들어간 사이 엘프의 숲 근처 고대 사원에 자리 잡은 불한당들 때문이었다.


그들은 대륙 극동부에서만 살던 오크였다. 정예 전사들을 모아 북부로 온 오크는 정착을 시도했다.


“엘프들은 마법과 정령술에 능통하다고 들었는데.”


텐시는 고개를 저었다.


“고대 사원 근처에서는 마법과 정령을 사용할 수 없어요.”


엘프에게는 궁술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오크 전사를 전부 토벌하기는 어려웠다. 오크들은 엘프들이 고전하는 사이 엄청난 번식력으로 엘프의 숲 주변을 장악했다.


“그랬구나.”


“당신은 뛰어난 검사에요. 미네르바는 그 점을 상부에 보고하러 갔을 거예요.”


자칫 잘못하면 엘프 마을에 발이 묶일 위험도 있었다. 그렇지만 류연은 자신의 실력을 믿고 객기를 한번쯤 부려보기로 했다.


“걱정해줘서 고맙다. 근데 난 그들의 의도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 충분히 강하단다.”


“그래도 조심하세요.”


“알았다. 근데 넌 왜 그 멀리까지 나와 있었어?”


“그게···. 고기가 너무 먹고 싶어서요.”


엘프 사회에서 육류는, 숲을 지키는 전사에게만 허용된 음식이었다. 게다가 채식을 하는 엘프에게 있어 육류는 선호도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텐시는 고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환장했다. 오늘도 몰래 나와 고기를 구워먹다 오크 유격병에게 잡아먹힐 뻔 한 것이었다.


“텐시. 너는 오늘부터 고사모 회원이다.”


“고사모라니요?”


“고기를 사랑하는 모임. 여기 있는 엘리스도 고사모 회원이지.”


엘프의 숲 초입에 위치한 영빈관에서 과일을 집어먹으며 시간을 보내고 있자 미네르바가 안으로 들어왔다.


“따라오시지요. 텐시. 넌 여기 있어.”


“나도 갈래.”


“혼난다.”


미네르바는 다시 한 번 텐시를 무섭게 노려보았다. 텐시에게 고개를 끄덕여준 류연은 검을 챙겼다.


“무기는 두고 가셔야 합니다.”


“그건 거절하겠습니다. 검은 제 일부입니다.”


미네르바는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그것이 미네르바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그녀의 실력으로는 류연의 검을 절대 뺏을 수 없었다. 엘리스와 류연은 미네르바를 따라갔다.



‘진짜 눈이 돌아가게 예쁘네.’


백옥같이 흰 피부, 입체적으로 아름다운 얼굴, 날씬하면서도 부드러운 신체, 숲의 싱그러움을 그대로 담아낸 생기 있는 머리카락까지 엘프들은 정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미모는 엘프들의 긴 수명동안 오래 유지된다고 했다.


“그런데 남자 엘프는 없습니까.”


“원래 엘프의 성비는 1대 7입니다.”


장로들이 있는 곳까지 가며 엘프 마을 몇 개를 통과하는 동안 류연은 한 쪽 눈으로는 주변을 경계하면서도 다른 쪽 눈으론 여자 엘프들을 눈에 담았다.


“루엔.”


“응. 왜? 목마 태워줄까?”


“아니.”


엘리스는 그런 류연이 못마땅한 듯 했다. 엘리스는 계속 한눈을 파는 류연을 손가락으로 찔러댔다.


“도착했습니다.”


엘리스와 류연은 미네르바를 따라 엘프 장로들이 모여 있는 공터로 들어갔다. 둘이 공터에 들어서자 엘프 장로들이 웅성거렸다.


“진짜 마족이 아닌가.”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마족이?”


엘프 장로들은 류연이 마족임을 보고 받은 듯 했다. 천 년 전에 있었던 마족전쟁 때문에 프렐리아 대륙에서 마족에 대한 인식은 최악이었다. 류연은 어디를 가도 마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란스러워졌다.


“자 조용. 조용.”


최고 장로가 다른 장로들을 제지했다. 류연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엘프들도 ‘류연’을 잘 발음하지 못해 여기서도 결국 류연은 ‘루엔’이 되었다.


“일단 텐시를 구해준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겠습니다.”


“당연히 했어야 할 일입니다.”


그래도 최고 장로는 침착하고 예의가 바른 인물이었다.


“혹시 마족이십니까?”


“예. 그렇지만 저는 인간이기도 합니다. 마력은 제 마스터로부터 전수받은 것입니다.”


“거짓말!!!”


장내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최고 장로는 손을 들었다.


“나는 저자와 끝까지 대화를 나눠보고 싶네. 마족이긴 하지만 나쁜 인간으론 보이지 않아서 말일세.”


최고 장로와 류연 사이의 대담은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최고 장로는 류연을 신뢰하기로 했고 류연은 엘프 마을을 도와주기로 했다.


“감사합니다.”


“마족. 대체 무슨 수작이지? 최고 장로님. 검증되지 않은 자를 믿으시려는 겁니까?”


아까 소란을 피웠었던 엘프 장로가 소리를 꽥 질렀다. 화가 난 최고 장로는 그에게 호통 쳤다.


“외부에서 인사를 영입하는 건 이미 결정했었던 사안이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최고 장로의 이름까지 걸고 루엔을 영입했네. 나를 이렇게까지 욕되게 할 건가? 아데스 장로?”


아데스 장로는 미네르바의 직속상관으로 전투 장로였다. 류연도 기분이 썩 좋진 않았지만 불협화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악수를 청했다.


“마족 나부랭이가. 손 저리 치워.”


다른 장로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최고 장로는 장로 회의를 급히 해산했다.


“루엔님. 잠시만.”


다른 장로들이 공터를 떠나자 최고 장로는 류연을 잠시 따로 불렀다.



“후···.”


류연과 대화를 시작하려던 최고 장로 지크레아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검증되지 않은 외지인을, 그것도 마족을 숲에 들이는 게 그로서도 썩 내키지 않은 일이었다.


그의 심경을 눈치챈 류연은 조심스레 지크레아 최고 장로에게 말을 걸었다.


“지크레아님. 혹시 드래곤이십니까?”


“그걸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린 드래곤 지크레아는 성룡이 되고부터는 엘프들과 함께 생활해 왔다. 그린 일족의 연장자 지크문드는 수면에 들며 지크레아에게 엘프의 숲을 맡겼다.


지크레아가 드래곤인 것을 아는 엘프는 정말 몇 없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깜짝 놀라 류연을 바라보았다.


“엘프들 사이에 있으니 확연이 느껴지더군요. 그런데 드래곤은 강력한 생명체인데 직접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그게···. 드래곤은 타 종족간의 일에 관여해선 안 됩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도 죽어 나가는 엘프들이 안타까웠지만 드래곤끼리 정한 율법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저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검. 화이트 드래곤의 뼈로 만들어진 게 아닙니까?”


“맞습니다. 제르미온님이 만들어 주셨습니다.”


‘로드께서?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군.’


잠시 다른 주제로 대화의 물꼬를 튼 류연과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앞으로 전투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 논의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에게 자신의 계획을 대략적으로 말한 류연은 내일 직접 엘프 전사들의 실력을 확인해 보기로 했다.


“알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뒷산에 분지에서 뵙겠습니다.”


“예. 전사들을 소집해 두겠습니다.”

“미네르바.”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미네르바가 공터 안으로 들어왔다.


“손님들을 숙소로 안내하게.”


“예. 두 분. 절 따라오십시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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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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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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