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LMYoun 님의 서재입니다.

세 개의 달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LMYoun
작품등록일 :
2018.10.02 03:21
최근연재일 :
2024.02.17 00:10
연재수 :
241 회
조회수 :
114,516
추천수 :
1,462
글자수 :
1,072,531

작성
19.10.29 08:39
조회
462
추천
6
글자
10쪽

엘프의 숲 -3-

DUMMY

10화. 엘프의 숲 -3-



미네르바를 따라 산을 넘어가자 넓은 분지가 나왔다. 분지의 중앙에는 엘프 전사들이 도열해 있었다. 류연에게 묵례를 한 미네르바는 23 경비조장 자리로 갔다.


임시로 마련된 단상 위에는 지크레아 최고 장로와 아데스 장로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족은 가장 기본적인 약속시간조차 지키지 않는군.”


“저는 약속한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저 꼬마들은 뭔가.”


“엘리스와 텐시는 제 부관입니다.”


“허···. 참.”


아데스 장로는 끝까지 트집을 잡아댔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가 중재하고 나서야 둘 사이의 신경전은 끝이 났다.


류연이 단상에 올라서자 아데스 장로는 엘프 전사들의 앞으로 가 섰다. 엘리스와 텐시를 뒤에 세운 류연은 짧은 취임사를 시작했다.


“식사들 하셨습니까? 저는 루엔 데마체리스라고 합니다. 엘프의 숲에 손님 신분으로 방문한 제가 오늘 여러분들 앞에 선 이유는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여기 계신 모두가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류연은 검을 꺼내 단상 위에 소리 나게 올렸다.


“장로회로부터 지휘 권한을 위임받은 저는, 오크의 준동을 막아내고 엘프들이 확실히 자리를 잡는 그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류연에서 느껴지는 비장함에 엘프들은 마지못해 박수를 쳐 주었다. 그래도 그만하면 류연이 원래 예상했던 반응보다 훨씬 괜찮은 편이었다.


“박수를 친 너희들은 엘프의 긍지를 땅바닥에 버린 것이다. 부끄러운 줄 알거라.”


역시나 이번에도 아데스 장로는 시비를 걸어왔다. 류연도 슬슬 짜증이 났다.


전투가 시작되면 지크레아 최고 장로의 중재를 받을 수도 없었다. 여기서 지휘 권한을 확실히 해 놓지 않으면 아데스 장로는 앞으로도 사사건건 방해를 해 올 것이었다.


“아데스 장로님. 같이 일을 도모해야 할 아군에게 말이 심하시군요. 일단 지휘 권한은 저에게 있으니 제 방식대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자. 지휘관 루엔으로서의 첫 명령입니다. 양 팔을 벌려 옆의 엘프와 떨어져 주십시오.”


엘프 전사들은 서로간의 공간을 충분히 벌렸다. 류연은 손을 들어 다 됐다는 신호를 보냈다.


“좋습니다. 지크레아 최고 장로님은 엘리스와 텐시를 데리고 저로부터 잠시만 멀리 떨어져 계십시오.”


지크레아 최고 장로가 둘을 데리고 뒤로 한참 물러난 것을 확인한 류연은 데몬하츠의 마력을 개방했다. 곧 사악하고 광포한 기운이 분지 안을 잠식해 들어갔다.


“아악.”


의지력은 대체적으로 가진 힘에 비례한다. 수련의 깊이가 깊지 않은 전사들부터 하나둘씩 기운에 위압되어 쓰러졌다.


류연은 기운의 농도를 점점 더 올렸다. 이제 조장급을 제외한 엘프 전사들은 전부 기절해 땅에 쓰러졌다. 서 있는 조장들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끌까지 류연의 기운에 저항하고 있었다.


‘조장급들은 꽤나 쓸 만하군.’


이제 류연도 약간 긴장해야 했다. 류시드의 마력까지 아낌없이 끌어내야 남은 조장들을 단번에 압도할 수 있었다. 신체가 폭주할 위험까지 감수해가며 류연은 힘을 개방했다.


‘대단해.’


다른 조장들은 그 힘을 견뎌내지 못했다. 하지만 미네르바와 아데스 장로는 쓰러지지 않았다.


‘후.’


류연도 점점 한계에 달해가고 있었다. 그렇지만 류연은 마력의 농도를 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눈앞이 붉게 물들고 나서야 아데스 장로가 무너졌다. 곧이어 미네르바가 무릎을 꿇었다. 그제야 류연은 기운을 거두었다.


류연이 기운을 거두자 지크레아 최고 장로는 다시 단상위로 올라왔다.


“루엔님이 인간이라는 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하하. 드래곤들이 저보다 훨씬 강할 텐데요. 어쨌든 이제 엘프들은 제 지휘에 불만을 표출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오가 되어서야 쓰러진 엘프들은 정신을 차렸다. 류연은 미네르바를 대장으로, 아데스 장로를 부장으로 새로이 임명했다. 아데스 장로는 불만을 표출하려 했으나 류연과 눈이 마주치자 귀를 축 내렸다.


“지크레아 장로님은 돌아가셔도 됩니다. 제군들도 해산하도록.”


“예.”


류연은 엘프 전사들을 마을로 돌려보내고는 그대로 풀밭 위에 드러누웠다. 따스한 햇살이 분지 안으로 들어왔다. 엘리스와 텐시는 옆으로 와 류연의 팔을 베고 누웠다.


류연은 경계 근무를 나갔던 엘프들이 교대해 분지로 올 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


마법과 정령술만 사용하던 엘프들은 대이동 이후 대마법 갑옷을 입은 인간 기사들을 상대하기 위해 전사의 육성을 시작했다.


엘프 전사들의 실력은 수련 기간에 비해 좋은 편이었지만 지도해줄 고수가 없어 어느 수준 이상으로는 올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저녁이 되자 숙소 앞은 한 수 가르침을 청하는 엘프 전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류연은 그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다.


하지만 오늘은 아니었다. 저 많은 엘프들의 질문을 받아주기에 류연은 지금 너무 지쳐있었다.


“배움에 대한 여러분들의 열의는 잘 알겠습니다. 저도 여기 모인 모두들 지도해주고 싶지만, 저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니 잠깐만 시간을 주십시오. 최대한 많은 인원을 효율적으로 지도할 방안을 생각해 오겠습니다.”


개개인이 필요한 가르침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모든 학문은, 상급자가 하급자를 가르치기 쉽게 되어 있다. 무공도 마찬가지였다. 조장급 엘프들에게 가르침을 주면, 그들이 조원들을 올바르게 지도할 것이었다.


엘프들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돌아갔다. 류연을 신뢰한다는 뜻이었다.


‘좀 쉬어야지.’


대충 생각을 정리한 류연은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텐시. 이제 집으로 돌아가.”


“싫어. 오늘부터는 여기 있을 거야.”


텐시는 자신에게 잘 대해주고, 매일 고기도 구워주는 류연이 좋아졌다. 하지만 류연 옆에는 엘리스가 있었다. 텐시는 엘리스의 자리를 빼앗기로 했다.


“그럼 저쪽 침대에서 자던지. 루엔 옆은 내 자리야.”


하지만 엘리스는 만만치 않았다. 낮에 좋던 분위기가 무색하게 엘리스와 텐시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왜 싸워. 잘 지내다가.”


류연은 급히 둘을 말렸다.


“텐시가.”


“엘리스가.”


“둘 다 그만해. 텐시. 미안하지만 나한테 1번은 엘리스야.”


류연은 순번을 확실히 했다. 엘리스는 텐시를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해진 텐시는 뛰쳐나가 집으로 돌아갔다.


“어제는 텐시한테 잘해주겠다며.”


“루엔한테 꼬리치는 건 용서 못해.”


고개를 돌린 엘리스는 이불을 덮었다. 텐시도 보통 성격이 아니었지만 엘리스도 단호했다. 류연은 엘리스가 잠들 때까지 엘리스의 등을 쓸어 주었다.


**


텐시는 류연을 독차지할 수 없다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류연의 반응이 너무 완고해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나기로 했다.


마음을 정리한 텐시는 다시 엘리스와 류연을 찾아갔다. 류연은 엘리스의 명상을 지도하고 있었다.


“나도 저거 배울래.”


“이유는?”


텐시는 명상을 배우길 원했다. 이유는 뭐 뻔해보였다. 엘리스가 하니까.


“열심히 할 자신 있어?”


“당연하지.”


“진짜?”


“나 못 믿어?”


“음···. 믿지.”


류연은 속는 셈 치고 텐시를 한 번 믿어주기로 했다. 엘리스가 명상을 마치자 류연은 텐시를 앞에 앉혔다.


“텐시한테도 명상을 가르쳐 주게?”


“배우고 싶데. 다른 엘프들처럼.”


‘힘들 텐데.’


“너 지금 내가 못할 거라 생각했지?”


텐시는 엘리스를 째려보았다. 엘리스는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아니야. 텐시가 왜. 잘 하겠지.”


류연의 생각도 사실 엘리스와 같았다.


올해 여섯 살인 엘리스보다 한 살 많은 텐시는 그 나이에 걸맞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텐시의 호기심은 하나의 대상에 집중하지 못하고 금세 다른 대상으로 옮겨 가버린다. 그런데 무공은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만이 대성한다.


‘뭐. 잘 하겠지.’


류연은 텐시에게 주의 사항을 숙지시켰다. 주의 사항을 끝까지 들은 텐시는 등을 곧게 펴고 앉았다.


“일단 몸 안을 잠시 살펴볼게. 인간과 엘프의 인체 구조가 동일하지 않을지도 모르니까.”


다행이 인간과 엘프의 인체 구조는 동일했다. 그러나 텐시는 대법을 받을 수 없었다.


‘어쩌지?’


“나는 못 배워?”


심각해진 류연의 얼굴을 본 텐시는 고개를 푹 숙였다.


“아냐. 배울 수 있어. 근데 약간의 문제가 생겼을 뿐이야.”


“무슨 문제인데?”


“텐시 몸 안에는 이미 기운의 덩어리가 있어. 내가 기운을 불어준다면 그 기운의 덩어리가 반발할 거야.”


생소한 개념이었지만 텐시는 어렵게 알아들었다.


“일단 방법을 생각해 볼게. 그렇게 우울해 하지 않아도 돼.”


“알았어. 기다릴게.”



대법을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의 차이는 웬만해선 좁혀지지 않는다. 류연은 한동안 그 해결책에 대해 고민했다.


류연은 명상법을 약간 변형해 텐시에게는 내공만 전수해주기로 했다.


“여기 앉아 봐. 전에 말해줬었던 주의사항 기억하지?”


“응.”


텐시의 등에 오른손을 가져다 댄 류연은 내공만을 주입했다.


내공이 되지 못한 기운의 덩어리도 주인의 성격을 닮는다. 기운의 덩어리는 류연의 내공과 만나자마자 날뛰기 시작했다. 류연은 오랜 시간 그것을 다독였다. 마침내 기운의 덩어리는 힘을 뺐다. 류연은 기운의 덩어리를 데리고 텐시의 체내를 순환하는 데 성공했다.


‘한 번 더 했다간 죽겠네. 진짜.’


텐시와 류연 모두 기진맥진해 쓰러졌다. 엘리스는 텐시를 들어 숙소 거실에 있는 소파에 던져놓았다. 그리고 류연은, 침대로 질질 끌고 가 곱게 눕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 개의 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삽화 추가 공지 23.02.24 209 0 -
241 신규 작품 연재 공지 24.02.17 51 1 1쪽
240 작품 후기 23.08.12 123 6 2쪽
239 용어 23.08.10 169 3 6쪽
238 여행 -1- +2 23.08.09 112 5 4쪽
237 천년 제국을 위한 대계 -1- 23.04.16 162 4 8쪽
236 도망친 곳에 낙원은 있을까? -1- 23.04.09 137 2 9쪽
235 새로운 시작 -1- 23.04.05 141 3 12쪽
234 고향 -1- 23.03.31 145 4 11쪽
233 네오 로렌시아 -2- 23.03.26 140 4 11쪽
232 네오 로렌시아 -1- 23.03.19 147 4 11쪽
231 유리를 소개합니다 -1- 23.03.12 176 3 9쪽
230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2- 23.03.05 164 5 11쪽
229 달의 이면 : 또 다른 결말 -1- 23.02.26 180 3 10쪽
228 에필로그 : 새벽의 경계 23.02.24 167 2 3쪽
227 밤의 끝자락 -1- 23.02.19 188 4 8쪽
226 마왕 강림 -1- 23.02.12 182 3 8쪽
225 마지막 한 걸음 -1- 23.02.05 174 3 9쪽
224 운명의 갈림길 -2- 23.01.29 185 3 9쪽
223 운명의 갈림길 -1- 23.01.22 189 4 9쪽
222 조금 이른 출발 -1- 23.01.17 213 3 9쪽
221 영혼을 베는 낫 -1- 23.01.11 204 4 9쪽
220 이차원으로부터의 귀환 -1- 23.01.06 197 4 9쪽
219 프롤로그 : 새벽의 경계 22.12.31 201 4 2쪽
218 로인 외전 : 로인은 못말려 22.12.20 204 4 7쪽
217 에필로그 : 로렌시아 제국전기 22.12.20 226 3 3쪽
216 종전 -3- 22.12.11 213 4 11쪽
215 종전 -2- 22.12.11 207 3 12쪽
214 종전 -1- 22.12.04 211 4 12쪽
213 로렌 탈환전 -3- 22.12.04 208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