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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아닙니다. 거짓말일지도.

메칼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마니
작품등록일 :
2016.01.05 01:02
최근연재일 :
2019.03.13 00:57
연재수 :
17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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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491

작성
16.08.21 04:1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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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터럭 한 올의 차이(6)

거짓말이야. 아닐 수도 있고.




DUMMY

“테리아에서 쌍둥이가 태어나면, 성별이 같을 때는 상관없지만 성별이 다르면 먼저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 아들을 첫애로 인정한다. 그런 풍습을 가진 나라가 하나 더 있지? 테리아와 같은 언어를 쓰는 나라다.”

메칼로는 나직이 말했다. 전투의 소음이 소란했으나 로우벤은 그의 말을 똑똑히 알아들었다.

“너와 다피나, 둘 중 누가 동생이지?”

그의 질문은 암살자의 단검과 같이 은밀하고 날카로웠다. 로우벤은 잠시 목이 잘린 사람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눈도 깜박이지 못하고 있다가 문득 숨이 막히자 입을 벌렸다. 자신의 숨 쉬는 소리를 들으며 비로소 뭔가 대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들이쉰 숨을 다시 내뱉기 전까지의 짧은 시간동안, 소년의 머릿속에서 무수한 생각들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러나 막상 말했을 때는 오래전부터 정해진 것처럼 당연한 대답이 나왔다.

“나다.”

“거짓.”

메칼로가 판결했다. 그러고 나서 소년이 움찔 떠는 것을 보며 웃었다.

“내 앞에서 거짓말이라니 용감한 걸. 어쨌든 대답은 마음에 드네.”

놀리는 것도 칭찬하는 것도 같은 그의 말에 로우벤의 표정이 복잡해졌다. 복잡한 것은 머릿속도 마찬가지였다.

이 남자는 달라지지 않았다. 희미한 기억 속에서 떠오르는 10년 전의 메칼로 그대로였다. 그때는 비록 열세 살의 소년이었지만 자신보다 큰 것도, 내심을 알 수 없어 두려운 것도, 자신을 어린애 취급하는 것도 똑같았다.

어린애 취급하는 것이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때 로우벤은 일곱 살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로우벤은 메칼로보다 어렸다.

“너는 다피나에게 빚이 있다.”

과거를 떠올리고 로우벤이 문득 말했다.

“너희 둘 다에게 있지.”

메칼로가 대꾸했다.

“그렇다면 내게 진 빚을 지금 갚아라. 나를 섭정공에게 데려가 다오.”

로우벤이 요구했다. 메칼로는 소년을 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나는 너희 남매를 보호하겠다고 약속했다. 섭정공이 너를 죽이면 곤란해.”

“숙부는······.”

로우벤이 반박할 것처럼 입을 열었다가 망설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소년이 이윽고 말했다.

“포고스 백작은 숙부를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가 왕위를 노리는 야심가라는 주장에는 한결같이 반대했다. 기사도 신사도 눈 먼 자도 아니다······ 라는 것이 숙부에 대한 백작의 평이었다. 나는 포고스 백작을 믿으니 그가 한 말도 믿겠다. 기사도 신사도 아니지만 눈 먼 자 또한 아니라면, 7년 동안 바로 이 자리에서 썩어문드러지고 있는 비밀을 숙부의 손에 맡겨도 무방하지 않은가.”

소년의 목소리는 나직이 시작되었으나 끝에 이르자 치오르는 감정으로 미약하게 떨었다.

“무슨 일이 있었지?”

메칼로가 물었다. 그의 물음이 로우벤을 7년 전으로 끌어당겼다. 소년은 비틀거리며 그날 밤으로 끌려들어갔다. 그날 밤. 아아······ 밤이었어. 로우벤은 어둠 속에서 중얼거렸다.

한밤중이었다. 로우벤은 우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숨을 죽이고 훌쩍거리는 울음소리가 밑에서 들려왔다. 머리만 내밀어 아래를 내려다보자 다피나가 침대 아래 웅크리고 앉아 이불 끄트머리를 붙잡고 있었다.

열한 살이 된 지금 둘의 방은 긴 복도의 양 끝에 나눠졌다. 다피나는 어두운 복도를 혼자서 걸어 여기까지 온 것이다. 로우벤이 내려다보자 그녀는 눈물자국이 선명한 얼굴을 들었다.

- 무서운 꿈 꿨어.

- 무서운 꿈을 꾸면 키가 큰대.

로우벤은 유모에게 들은 말을 따라했다.

- 로우벤이 아바마마랑 어마마마를 땅에 묻었어. 그런데 아바마마는 발이 밖으로 나와서 혼자 걸어가고, 어마마마는 눈이 없는 머리와 손이 나와서 기어 다니다가 나를 물었어.

- 그건 웃기는 꿈이야. 무서운 거 아니야.

- 나는 무서웠어.

로우벤은 쌍둥이 여동생을 침대 위로 끌어올렸다. 이불을 나눠서 덮어주고 유모를 흉내 내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자 다피나는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러나 로우벤은 잠들 수 없었다. 그녀의 웃기는 꿈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빙글빙글 돌았다.

잠들지 못하는 그에게 어디선가 아련한 소리가 울려왔다. 바람소리 같기도 하고 사람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로우벤은 침대에서 내려가 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걸었다.

방을 나가 긴 복도를 걸어가자 걸음을 옮길수록 소리는 점점 크고 선명해졌다. 로우벤은 그것이 바람이나 창문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 화가 나서 싸우는 목소리임을 깨달았다.

- 이미 결정된 일이라고 했잖소!

- 우리를 무시하고 그럴 수는 없어요! 그런 일을 동부 귀족들이 용납할 것 같아요?

- 뭐라고?

- 왕자는 핑계일 뿐이잖아요. 이런 식으로 우리를······.

- 누가 용납하고 말고를 결정한다는 거지? 아르반의 국왕은 나야! 당신이나 망할 귀족들이 아니라!

- 당신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망할 귀족이었어요!

거기까지가 말싸움이었다. 뭔가 우당탕 부딪치는 소리에 이어 나직한 비명이 들렸다. 로우벤은 어머니의 방문 앞에 서서, 두려워하면서도 문을 열지 못한 채로 귀를 기울였다. 문 가까이 귀를 대도 더 이상 소리가 들리지 않자 결국 로우벤은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는 침대 아래에 나뒹구는 아버지와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어머니뿐이었다. 어머니는 입술과 이마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로우벤이 들어가자 그녀는 빨갛게 부어오른 뺨을 손으로 감추고 벌떡 일어섰다.

- 왕자, 여기에서 나가요. 방으로 돌아가요.

로우벤은 나가는 대신 쓰러져 있는 아버지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자신의 죽음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비정상적인 각도로 꺾인 목이 아니면 화가 난 채로 노려보는 중인 것만 같았다.

어머니가 비틀거리며 도로 주저앉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절망적이고 비참해 보였다. 감추는 것을 포기한 뺨이 입술과 함께 흉할 정도로 부어올라서, 로우벤은 저도 모르게 상처로 손을 뻗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울음을 터뜨렸다.

- 왕자, 아아······ 이 어미는 죽게 될 거예요. 왕자를 두고 죽게 될 거예요.

그녀의 절망은 당연했다. 눈앞에 국왕의 시체가 있었다. 국왕의 시해자에게는 어떻게 죽을지를 선택할 권리조차 없다. 왕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 비참했다. 그녀가 죽는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엮여 왕궁을 피로 적실 것인가.

이 어둡고 조용한 방문 밖에는 피할 길 없는 비극만이 남아있었다. 국왕이 도로 살아난다면 모를까······.

“그래서 세다의 힘으로 그를 살렸군.”

메칼로가 중얼거렸다. 로우벤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7년 전의 기억으로부터 다시 메칼로 앞으로 돌아왔으나, 여전히 그곳은 어두운 방안이었다.

“섭정공에게 사실을 밝히면 모후는 선왕을 시해한 죄인이 된다. 그 결과는 알고 있겠지?”

그 말에 로우벤 코스탄딘의 섬세한 얼굴이 일그러졌다.

“두려움이 죄를 부르고 죄는 더 큰 죄를 부르지. 내 두려움이 이미 어머니를 산 채로 묻었고 그리하여 더 큰 죄를 부르고 있다. 메칼로여. 나와 내 누이를 이 죄에서 구하라. 너에게 바라는 바는 그뿐이다.”


작가의말

4시간 10분 지각!인데 글도 짧군요. 챕터가 여기에서 끝나 어떻게 할 길이 없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6

  • 작성자
    Lv.99 크림
    작성일
    16.08.21 06:54
    No. 1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2:40
    No. 2

    범인은?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지드
    작성일
    16.08.21 08:21
    No. 3

    영주의.. 아 이러면 안되죠..
    사고였나요.. 무슨수로 쌍둥이와 모후를 보호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다피나는 예리력이 있나봐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2:47
    No. 4

    진실은 저 너머에......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Rainin
    작성일
    16.08.21 08:34
    No. 5

    범행은 7년 전!?
    이래서야 홈즈, 김전일 코난 등을 데려온들 범인을 찾을 수 있을 리가... 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은 하나 있군요. 다아시 경. 마법이 있는 세계에서 사는 인물을 데려와야.

    그나저나 메칼로는 수사관으로서는 정말 백점 만점에 백이십 점이에요. 타니엘이랑 같이 다니기라도 하면... 아아아 그런 류의 추리/스릴러/피철철물(?)이 보고 싶어지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3:36
    No. 6

    아니 어째서 추리 스릴러에 피철철이 붙어 있는 거예욬ㅋㅋㅋㅋㅋ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58 혼운
    작성일
    16.08.21 09:39
    No. 7

    오늘도재미있게잘보고갑니다^^ 저희집에 pc가없어서. . .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3:39
    No. 8

    혼운님 오늘도 어서오세욥! 전 반대로 문피아 접속할 때 pc만 쓰고 있어요. ]_[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9 오리2213
    작성일
    16.08.21 10:23
    No. 9

    근데 계속 궁금한게 있는데 메칼로하고 로우벤왕자와 다피나 공주가 언제? 무슨 이유로 만난건가요?
    중간에 제가 뭔가를 건너 뛰었는지, 왜 메칼로가 어린 시절 이쪽 왕가에서 있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혹시 그 내용이 몇편에 나와있는지 가르쳐 주실수 있나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3:41
    No. 10

    메칼로와 공주가 만났던 일만 '로망스'편에서 잠시 나왔고,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장면은 아직 나오지 않았어요. 오리2213님의 기억에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ㅎㅎㅎ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연두초록
    작성일
    16.08.21 12:34
    No. 11

    드디어 진실이 밝혀지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3:41
    No. 12

    옙. 하나씩 하나씩.....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2 gjck
    작성일
    16.08.21 22:59
    No. 13

    어렵다어려우ㅗ 천천히 다시 읽러봐야겟어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1 23:43
    No. 14

    독자님 복습 시키는 메칼로..... s( ̄▽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9 사만다
    작성일
    16.08.23 05:23
    No. 15

    앗 잠깐 그러면 세다의 신자는 로우벤인건가요?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게 맞나요? @0@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Personacon 마니
    작성일
    16.08.24 21:10
    No.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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