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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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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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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17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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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회

DUMMY

시범경기가 시작되기 하루 전날.


오늘은 명훈에게 특별한 인물과의 약속이 예정되어 있는 날이었다. 바로 허영구 해설위원과의 인터뷰였다.


사실 오늘 만남이 있기 전까지 허영구 해설위원에 대한 명훈의 인식은 단순했다. 그저 야구 인프라 확충에 관심이 아주 많은 야구해설가. 그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런 인식은 약속이 정해지고 그에 대한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뒤바뀌었다. 그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하나둘 알게 될 때마다 점차 허영구라는 인물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게 된 명훈이었다.


‘허영구 해설위원님은 말 그대로 한국프로야구의 큰 어른이다.’


허영구 해설위원은 한국프로야구의 대표적인 산 증인 중 한명으로서 그의 야구인생은 선수시절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선수로서 활동을 시작했는데 초, 중, 고, 대학리그를 거쳐 실업야구에 이르는 동안 최고의 기대주 중의 하나로 항상 주목을 받았다. 특히 75년에는 아시아 야구 선수권 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였다.


하지만 다음해 일본 올스타 팀과의 경기 도중 불의의 부상을 당한 뒤 회복에 실패하고 결국 선수생활을 접게 된다. 그렇게 선수 생활을 접은 그는 학업에 열중해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해 교수가 되어 야구계를 잠시 떠나게 된다.


그렇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만큼은 여전했는데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짬짬이 라디오 방송에서 아마야구중계를 했던 것이다. 그것이 방송국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렇게 허영구는 82년 프로리그 원년부터 야구해설가로서 제2의 야구인생을 살게 되었다.


그의 해설가로서 최대 업적은 당시 야구계에 만연했던 일본식 용어를 근절 시킨 것이었다. 기존의 일본식 야구용어에 부정적이었던 그는 언론과 야구계의 반발에도 무릅쓰고 우직하게 일본식 용어를 한국식 또는 미국식 용어로 바꿔나갔다.


그는 방송중계를 할 때마다 시청자들에게 정확한 용어에 대해 설명을 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고 그로인한 언론의 비난을 참고 인내하였다. 그런 그의 과감한 시도는 결국 빛을 발해 야구팬들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이후 그는 선진야구지식인이라는 이미지를 얻게 되고 인기해설가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게 된다.


그런 그의 야구인생 최대 오점은 판치스 구단의 감독에 오른 일이었다. 해설가로서의 인기에 힘없어 이례적으로 34세라는 젊은 나이에 감독의 자리에 오른 그는 뼈아픈 실패를 겪게 된다.


시즌 개막과 동시에 7연패를 시작으로 첫 31경기에서 8승 23패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전기리그 꼴지를 기록하였고, 후반기에도 반전에 실패해 7승 2무 17패라는 성적을 올리면서 결국 시즌 도중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그렇게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 동안 15승 2무 40패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긴 채 그의 감독생활은 끝이 났다.


짧은 감독생활 기간 동안 무척이나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 그는 1년간 미국으로 야구유학을 떠나게 된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골리앗스에서 3년간 코치생활을 하면서 다시 한국프로야구계에 복귀하였다.


한때 몇몇 구단에서 그에게 다시 감독으로서 러브콜을 보내기도 하였지만 그는 더 이상 감독은 하지 않겠다며 모든 러브콜을 거절하고 다시 야구해설가로서 복귀를 한다.


이후 야구해설가로 복귀한 그는 야구에 대해 잘못 알려진 지식들을 시청자들에게 올바르게 전달하는 일에 누구보다 앞장섰다.


대표적인 성과는 투수가 투구를 마치고 난 뒤 온찜질을 하던 잘못된 관행을 고쳐 냉찜질을 하게 바꾼 것이었다.


당시에는 프로에서도 온찜질을 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었기에 그런 주장을 펼친 허영구는 야구계 안팎으로 질타를 받아야했다. 하지만 점차 그런 시각은 긍정적으로 변화하였고, 지금에 와서는 모든 구단이 냉찜질을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그는 여전히 야구해설가로서 야구계의 발전을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인물이었다.


특히 그는 인프라 확충에 대한 열정이 무엇보다 남달랐는데 그 정도가 조금 지나쳐 팬들에게 좋지 않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젠 그런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된다.’


아마도 선수시절 부상을 당하고 관리를 제대로 받지 못했던 기억과 미국야구를 겪으면서 체감한 한국프로야구의 열악한 인프라에 대한 아쉬움이 그가 이처럼 인프라 확충에 열중하게 된 계기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나라면 팬들의 조롱을 감내하면서까지 그렇게 하진 못했을 거야.’


약속장소에 도착한 명훈은 먼저 자리에 앉아있던 허영구 해설위원을 향해 존경심을 담아 정중한 악수를 건넸다.


‘허영구 해설위원 정보 확인’


[성명 : 허영구] [나이 : 64] [키 : 185cm] [체중 : 95kg]

[보직 : 야구해설가] [특성 : 야구전도사, 스타메이커] [컨디션 : 중]

[특이사항 : 돔구장 건설에 열중하고 있다.]


* [야구전도사 : 10분 이상 대화 시 상대에게 야구에 대한 흥미를 대폭 상승시킨다.]

* [스타메이커 : 자신이 관심을 가진 선수에 대한 팬들의 주목도를 상승시킨다.]


“반갑습니다. 박명훈입니다.”

“아이고 증말 반갑씁니다. 졔가 을마나 감동님하고 이런 자리를 가지고 앂었는지 감동님은 아마 모르씰겁니다. 오늘을 증말로 기대하고 있었쓰요!”


허영구 해설위원 특유의 사투리는 여전했다.


“하하. 저도 꼭 한번 이런 자리에서 뵙고 싶었습니다.”

“증말입니까? 허허. 빈말이라도 기분이 아쥬 좋씁니다.”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에게 친근함을 표했다. 이런 개인적인 만남은 처음이었지만 나름대로 성격이 어울리는 두 사람이었다.


“아이고 증말입니까? 역쒸 젊은 싸람이라 확씰히 다르긴 다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나라에도 돔구장이 하나쯤 있쓰야하지 않겠쓰요? 감독님도 그릏게 생각하시지 않씁니까?”

“하하. 물론입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돔구장 하나쯤은 있을만하지요.”

“허허. 아쥬 좋씁니다. 좋아요!”


이야기가 어느새 허영구 해설위원의 트레이드마크인 돔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이쯤에서 명훈은 오늘 안에 무사히 인터뷰를 마치기 위해선 분위기를 바꿔야 함을 깨달았다.


“그럼 슬슬 인터뷰를 시작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끝나고 식사라도 같이하셔야죠.”

“허허. 그름 인타뷰를 시작해 보겠쓰요.”


인터뷰는 그 동안 수석코치부터 시작해 감독대행을 거쳐 정식감독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명훈의 발자취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되었다.


“그름 야구에 대한 지씩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시겠쓰요.”

“하하. 그 정도 까지는 아닙니다. 그저 제 스스로 부끄럽지 않다 정도입니다.”

“그래도 야구계를 오랫동안 떠나 있었던 긋을 생각하믄 증말 대단한 거지요.”


명훈이 고교시절까지 선수로서 활동을 했던 이야기. 그리고 미국에서 스카우터로 활동했던 이야기까지 명훈이 알바트로스 수석코치로 데뷔하기 전까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름 이제 야구이야기로 넘어가보겠쓰요."


그렇게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이번 즌지훈련을 보면 아쥬 파격적인 내용들이 증말 많아쓰요. 감동님은 이번 즌지훈련 결과에 대해 어뜨케 평가하는지 궁금했쓰요.”

“제 개인적으로는 10점 만점에 9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만큼 얻은 게 많았습니다. 저희에게 부족했던 젊은 피를 수혈했고 선수들의 투쟁심을 되찾는데 성공했습니다.”

“그릏씁니까? 증말 알바트로스 팬들이 들으면 기뻐하겠쓰요. 하지만 그른 추상즉인 이야기 말고 실직 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실쑤 있겠쓰요?”

“물론 실질적으로 얻는 것도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조금 곤란하지만 항상 저희 알바트로스의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부분을 대부분 메웠다고만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질문은 새롭게 팀에 합류한 용병과 FA계약 선수에 대한 것이었다.


“그 슨슈들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증말 큽니다. 감동님은 어뜨케 생각하십니까.”

“물론 비싼 돈을 투자한 만큼 팬 분들이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친 부담은 선수들에게 독이 될 수 있습니다. 혹여 시작이 좋지 않더라도 조금만 인내심을 가지도 기다려주시길 바랄뿐입니다. 그들은 프로고 분명 그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줄 거라 믿습니다.”

“감동님께서 슨슈들에게 가진 신뢰가 증말 대단합니다. 혹쒸 구체적으로 기대하는 바가 있다면 어느정도인지 궁금합니다.”

“역시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해드리기 곤란합니다. 물론 제 나름대로 기대하는 수준이 있지만 자칫 제 한마디로 인해 선수들이 괜한 부담을 받는 것은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그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랄뿐입니다.”


마지막 질문은 알바트로스의 올 시즌 목표가 무엇인가였다.


“무조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더 이상 팬들에게 가을야구에 대한 실망감을 안겨드리지 않겠습니다. 저를 비롯한 코치진과 선수단 모두가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굳은 각오를 팬들에게 외치는 것으로 인터뷰가 마무리되었다.


“그럼 식샤를 할까요?”

“저 잠시 드릴말씀이...”


명훈은 인터뷰 시작 전 확인했던 허영구 해설위원의 특성에 대해 떠올렸다.


그 중 스타메이커라는 특성은 어쩌면 알바트로스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채워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바로 스타선수라는 이름값이었다.


알바트로스는 작년 명훈의 트레이드로 그 스타선수를 잃었다. 그리고 명훈은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스타선수의 또 다른 역할을 깨달을 수 있었다.


‘스타선수는 팀의 자존심이다. 팀이 어려울 때 팬들이 버틸 수 있는 최후의 버팀목이다.’


그랬다. 그동안 알바트로스가 저조한 성적으로 끝없는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팬들이 외면하지 않고 응원했던 것은 김박살을 비롯한 스타선수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선수들이 없을 때 겪는 슬럼프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는 작년 뼈저리게 실감할 수 있었다.


이날 명훈은 허영구 해설위원과의 식사자리에서 특정 선수들에 대한 이야기를 지겹도록 늘어놓았다.


그 선수가 얼마나 열심히 야구를 하는지. 얼마나 좋은 재능을 지녔는지. 그리고 얼마나 절실한지.


허영구 해설위원이 그 선수들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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