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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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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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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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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4.1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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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0회

DUMMY

명훈이 꿈같았던 데뷔전을 치룬지 근 한 달. 후반기 명훈의 부임이후 알바트로스의 성적은 11승 13패로 5할에 조금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알바트로스의 시즌 전체성적은 39승 1무 61패로 아직도 4할을 밑돌고 있었고 순위는 여전히 꼴찌였다.

분명 전반기보다는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애초에 공언했던 후반기 5할 승률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결코 만족할만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성적을 떠나서 최근 경기내용이 전반기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을 정도로 엉망이었기에 명훈은 며칠째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거기에 외적으로도 썩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 명훈은 구단에서 무언의 압력을 받고 있었다. 성적과 별개로 경기내용이 워낙 좋지 않은 탓에 타 팀 팬들에게 알바트로스가 한국프로야구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전국적인 조롱을 받게 되면서 구단이미지에 악영향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거기에는 몇몇 사건의 임팩트가 컸다. 2루수와 유격수가 흔한 내야플라이를 잡으려다가 자기들끼리 머리를 부딪친 데칼코마니사건, 그리고 1루수가 흔한 2루 땅볼을 잡으려고 다이빙캐치를 해서 1루를 비우고 내야안타를 내어준 1익수사건 등이 대표적이었다.

명훈의 입장에서는 거둔 성적에 비해 과도한 비난이라고도 불평할 수 있겠지만, 애초에 데뷔전부터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던 명훈의 언행이 그 시발점이 된 것이었으니 누구에게 하소연 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덕분에 데뷔전부터 설레발을 쳤다는 의미로 ‘설레박’ 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된 명훈이었다.


그런 여론의 영향으로 명훈의 감독대행으로서 입지는 나날이 흔들렸다. 그것이 들어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얼마 전 있었던 신인지명에서였다.

최근 좋지 못한 경기력 탓에 다른 곳에 미처 신경을 쓸 여유가 없던 명훈은 신인지명에 관련한 의견조율에서 프런트에게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주도권을 내어주고 만 것이었다.

그렇게 수장인 명훈이 백기를 든 상황에서 그 밑에 코치들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결국 코치진은 신인지명 과정에서 프런트가 자기들 입맛대로 결정 하는 것을 손가락 빨면서 구경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이니 코치진들이 명훈에게 불만을 가지는 것은 당연지사. 이 일로 그렇지 않아도 입지가 불안했던 명훈은 코치진들에게 마저 신뢰를 잃고 말았다.

그 이후로 명훈은 더 이상 감독대행으로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저 한경기 한경기가 치러질 때마다 지옥 같은 기분을 느끼며 지켜볼 뿐이었다.


‘흔히들 프로는 결과로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하지.’


결국 이 모든 것이 명훈이 제대로 된 결과를 내지 못한 탓이었다. 취임초기 스스로 장담했던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지 못한 명훈은 그 누구에게도 말을 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을 뿐이었다.


‘처음엔 그래도 나름 괜찮았는데..’


사실 처음의 분위기는 꽤 좋았다. 데뷔전 승리 이후 내리 3연승을 달리면서 기세를 타는가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초심자의 행운에 불과했다. 이후 알바트로스는 내리 5연패에 빠졌고, 간신히 연패에서 벗어 낫을 즘에는 초반의 기세를 모두 잃은 뒤였다. 그 뒤로는 어렵게 1승을 하면 손쉽게 다시 1패를 하는 시리즈를 반복하고 있었는데 언제라도 다시 연패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다. 때문에 지금 당장은 겨우겨우 5할에 근접한 승률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이대로는 누가 보더라도 더욱 떨어질 일만 남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후반기 5할 승률이란 목표는 불가능해 보였다.


애초에 명훈이 부임 시 자신 있게 후반기 5할 승률을 공언했던 대에는 트레이드 선수들에 대한 믿음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긴 한 달을 겪으면서 명훈은 야구는 데이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야만 했다.


‘이론은 이론일 뿐이었지.’


먼저 타자 쪽에서는 유격수 오주환이 공수에서 제 역할을 해주고 있었지만, 활약을 기대했던 포수 장정우는 1군 적응에 애를 먹으며 1할대 타율로 타격부진에 빠져있었다. 그나마 안정적인 수비로 밥값을 해주고 있었기에 겨우 욕을 먹지 않은 수준이었다.


투수 쪽은 더 심각했는데, 데뷔전에서 센세이션한 호투를 펼쳤던 이횡종은 아직 경험이 부족한 탓인지 한경기 걸러 호투와 부진을 반복하며 퐁당퐁당 투구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때문에 벌써부터 팬들에게 반쪽짜리 에이스라는 오명을 듣고 있었다. 거기에 조장훈은 트레이드 직후 불펜피칭 중에 손가락부상을 당하면서 아직까지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었다. 그나마 심수장이 베테랑다운 투구를 보여주며 선발진을 이끌어가고 있었지만 지독한 불운으로 아직까지 첫 승도 올리지 못한 상황이었다. 모두 명훈이 기대했던 것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거기에 명훈의 예상을 벗어난 것은 트레이드 선수뿐만이 아니었다. 충분히 메울 수 생각했던 김박살과 차진행의 공백이 예상보다 컸다. 김태웅이 나름대로 활약하고 있었지만 김박살의 그것에는 모자랐고, 차진행이 빠진 자리는 그 누구로도 매울 수 없었다. 그렇게 무게감이 확 떨어진 타선은 매 경기 3점을 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었다.


‘너무 안일했어.’


악재는 이것뿐만이 아니었다. 사실 명훈이 데뷔전부터 무리한 선전포고를 했던 것에는 나름의 계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동안 알바트로스는 손쉬운 먹잇감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타 팀들이 확실한 승리를 가져가기 위해 각 팀의 에이스급투수들을 표적 등판시키는 경우가 잦았다. 때문에 안 그래도 전력이 약한 알바트로스는 더욱 힘든 시즌을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명훈이 이러한 이미지를 바꿔보자는 의도에서 다소 무리한 선전포고를 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명훈의 의도는 빗나갔고, 역으로 더욱 큰 부담이 되어 돌아왔다. 명훈의 선전포고에 분노한 타 팀들이 더욱 집요하게 에이스급투수들을 표적 등판시킨 것이었다. 덕분에 후반기 24경기 중에서 무려 16경기를 상대 에이스급투수와 상대한 알바트로스였다. 이런 상황에서 알바트로스가 운 좋게도 5할에 가까운 승률을 거둔 것은 정말로 초심자의 행운이 아니고서는 달리 설명할 수 없었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명훈은 최근 이어지는 엉망진창인 경기력의 이유를 찾아보려 했지만, 도저히 그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명훈의 야구마스터 능력으로 살펴 본 바로는 선수들의 능력치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딱히 심각한 슬럼프에 빠진 것도 아니고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당연히 훈련에서도 딱히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기장에만 들어서면 쉬운 타구를 어이없이 놓치는가하면, 상대 투수의 실투에도 힘없이 헛방망이질을 하기 일쑤였다.


‘역시 정신적인 문제라는 건가.’


야구마스터로 대체적인 선수들의 심리상태를 파악 할 수 있었지만, 좀 더 심층적인 심리상태를 파악하기에는 그 정보가 단편적이었다. 좀 더 다각적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이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어쩔 수 없지. 이젠 도움을 좀 받아야겠어. 그래, 김덕만 수석코치님이라면 믿을 수 있지.’


명훈은 그 날 저녁 김덕만 수석코치와 저녁약속을 잡았다. 약소장소는 이전에 명훈과 박광수 전감독대행이 식사를 했던 도가니전문식당. 하지만 상황은 명훈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갔다.


“이거 감독대행님의 얼굴을 보는 게 굉장히 오랜만인거 같습니다.”


명훈이 무슨 말을 꺼내기도 전. 김덕만 수석코치가 입을 열었다.


“예? 매일 경기장에서 만나지 않습니까? 아, 농담이신가요?”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명훈의 대답에 김덕만 수석코치가 입가를 비틀었다


“농담이라면 농담이지요. 그 안에 가시가 좀 들어있습니다만..”


그제야 평소와 다름을 눈치 챈 명훈이었다.


“음, 말씀에 뼈가 있군요. 아마도 수석코치님께서 제게 뭔가 하실 말씀이 있으셨던 모양이군요.”

“그럼 제가 먼저 얘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김덕만 수석코치의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명훈이 자세를 고쳐 앉았다.


“물론입니다. 경청하겠습니다.”


김덕만 수석코치는 그런 명훈의 태도에 고개를 한차례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음, 오늘 저와 이런 자리를 만드신 것은 이제 어느 정도 마음에 변화가 생기셨다는 것이겠지요? 그렇게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김덕만 수석코치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감독대행님께서도 아시다시피 현재 알바트로스는 정상적인 팀이 아닙니다. 어찌어찌 승리를 하고 있기는 합니다만, 솔직히 그동안은 운이 따랐지요. 지금 같아서는 당장 내일부터 연패에 빠져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자, 그럼 감독대행님은 팀이 이렇게 개판이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개판인가.’


짧은 기간을 함께했지만 이제껏 김덕만 수석코치의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오는 것을 거의 보지 못했던 명훈이었다. 김덕만 수석코치가 확실히 무언가 단단히 마음을 먹고 이 자리에 나온 것이 분명했다.


“글쎄요. 역시 근본적인 기량부족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아직까지 알바트로스는 약팀이니까요.”


원론적인 명훈의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고개를 저은 김덕만 수석코치가 상을 거칠게 내려쳤다.


“그게 아닙니다! 감독대행님은 진정 우리 선수들의 기량이 지금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 그건..”

“마치 고교선수처럼 실수를 연발하는 이 모습이 진정 우리 선수들의 본 모습이라고 생각하시냐는 말입니다!”


김덕만 수석코치의 기세에 압도당한 명훈이 뒤 늦게 정신을 차리고 부정했다.


“그, 그건 절대 아닙니다! 단지 제 말은 타 팀 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부족한건 사실이라는 말이었습니다. 결코 지금의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저도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김덕만 수석코치가 언성을 높이는 모습을 처음 봐서일까. 그 위압감에 주눅이 든 명훈은 자기도 모르게 변명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었다. 김덕만 수석코치는 그런 명훈을 더욱 몰아세웠다.


“그럼 감독대행님도 문제가 단순히 선수들의 기량 때문이 아니라는 걸 인정하시는 거군요? 그럼 다시 묻지요. 팀이 도대체 왜! 이 모양이 된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


고개를 숙인 명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김덕만 수석코치는 그런 명훈의 침묵을 잠자코 지켜보았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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