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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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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조회수 :
39,680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4.25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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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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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글자
12쪽

18회

DUMMY

두 선수의 정보에서 능력치에 큰 변화가 없음을 확인한 명훈이 마음의 결정을 내렸다.


‘좋아. 예정대로 진행하자.’


하지만 이내 곧 명훈은 고민에 빠졌다.


‘그나저나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까. 참, 갑자기 대놓고 이름을 바꾸라고 말할 수도 없고.’


문득 명훈의 머릿속에 자칫 이야기가 잘못되면 두 선수에게 상처가 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훈은 먼저 가벼운 이야기들로 분위기를 만들기로 했다.


‘이런 갑갑한 분위기에선 무슨 말을 해도 제대로 될 리가 없지.’


명훈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두 선수를 바라보았다. 둘은 잔뜩 긴장한 자세로 의자에 앉아 명훈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하하. 그렇게 긴장할 것 없는데 말이야. 편하게 앉아. 편하게. 오늘은 그냥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부른 것뿐이야.”

“예? 어떤 이야기 말씀이신지..”


선배인 추상우가 대표로 대답했다.


“말 그대로 이런저런 얘기. 요새 선수단 분위기라던가. 자네들 개인사라던가. 뭐 그런 거지. 아, 혹시 얘기하는데 불편한 부분이 있다면 굳이 억지로 할 필요는 없어. 편하게 꺼낼 수 있는 이야기들로 충분하니까.”


이런 명훈의 말에도 둘은 아직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조금 더 풀어줘야겠군. 일단 말부터 편하게 해야겠어.’


명훈이 친근함의 표시 정도로 추상우의 어깨를 툭 건드렸다.


“거참, 감독이라고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그냥 인생선배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라고. 실제로도 추선수와는 1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걸로 아는데? 나도 추 선수도 이곳 충청도 토박이이니 사실 고향 선후배나 마찬가지잖아. 너무 딱딱하게 대하면 섭섭하지.”

“그, 그런가요. 하, 하하.”


당연히 그런 명훈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리 없는 두 선수였다. 하지만 명훈의 노력 덕분인지 점차 둘의 긴장이 조금씩 풀리고 있었다. 그 증거로 잔뜩 각이 잡혀있던 둘의 자세가 조금은 부드럽게 풀려있었다. 명훈과 두 선수는 한동안 이런저런 신변잡기를 주고받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두 선수가 명훈의 농담을 적당히 받아 칠 정도의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슬슬 본론을 꺼 내봐도 되겠어.’


명훈은 이야기를 꺼내기에 앞에 한차례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흠흠, 오랜만에 즐겁게 대화를 나눴더니 목이 칼칼하군. 아, 앉아있어. 차를 내리는 게 내 개인적인 취미거든.”


명훈이 차를 내리는 동안 자연스럽게 방안의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자, 들게. 전문가 수준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마실 만 할 거야.”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명훈이 이야기를 꺼낼 적절한 타이밍을 재고 있을 때.


“사실 예전부터 감독님께 조언을 받고 싶은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뜸 추상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들어보지.”


추상우의 자세와 표정에서 배어 나오는 진중함에 명훈이 자세를 가다듬었다.


“실은..”


추상우의 이야기는 이러했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더 이상 선수로서 힘들 것 같다는 것. 그러니 선수를 은퇴하고 후일을 준비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하긴 이제 추상우의 나이도 서른 중반이니 그럴 만도 하지.’


실제로 추상우의 입장에서 선택지가 몇 가지 없기는 했다. 이대로 선수생활을 한두 해 지속하고 은퇴하던가. 아니면 조금이라도 빨리 은퇴해서 구단에 좋은 이미지를 주고 코치 자리를 노리던가.


사실 구단프런트 입장에서는 나이 들고 기량이 떨어진 선수들이 빨리빨리 은퇴를 결정해 주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었다. 더구나 추상우처럼 팀에 오랜 기간 헌신한 선수라면 더욱이. 추상우가 비록 스타는 아니지만 지역연고선수로 팬들의 지지가 꽤나 탄탄했기 때문이다. 그런 추상우를 상대로 구단프런트 마음대로 은퇴를 종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에라도 그런 이야기가 팬들에게 노출되기라도 한다면 구단프런트는 팬들의 폭격을 맞을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추상우가 스스로 은퇴를 결정해 구단프런트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면 그가 바라는 대로 코치직을 얻을 확률이 높았다.


‘분명 추상우도 그런 생각을 했겠지. 그 정도 성의라면 프런트도 충분히 만족 할 테고. 아마 3군(육성군) 주루코치정도는 충분히 자리를 만들어 줄 거야.’


추상우가 물은 것은 은퇴 후 자신이 알바트로스의 코치가 될 수 있을 지였다. 아니 정확히는 자신이 코치로서 가능성이 있는지 묻고 있었다.


‘추상우 정도의 성실함이라면 코치로서 부족할건 없지. 생각보다 나쁘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건 명훈이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만약 그렇다고 명훈이 코치로서 가능성이 없다고 말한다면?


‘아마 쿨하게 코치자리를 포기하고 야인이 될지도.’


평소 추상우의 알바트로스에 대한 애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예상 가능한 행동패턴이었다.

하지만 그 것 또한 명훈이 바라는 일이 아니었다.


‘알바트로스에는 아직 야구선수 추상우가 필요해.’


사실 명훈에게 이런 추상우의 행동은 야구마스터의 정보를 통해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나름대로 대처방안을 준비해 둔 명훈이었다. 명훈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잘만하면..’


덥석.


대뜸 명훈이 추상우의 손을 양손으로 감싸 쥐곤 추상우의 눈을 맞췄다.


“안 돼! 난 무조건 반대야. 자네는 아직 선수로서 할일이 많이 남아있네. 다시는 그런 소리 꺼내지 말게! 이미 내년 시즌 구상에도 자네를 포함시켜 놨으니 그런 줄 알아!”

“하지만..”


명훈은 추상우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고 말을 계속해서 이어 나갔다.


“알아. 인정하네. 올 시즌은 자네를 거의 쓰지 않았지. 하지만 내년엔 달라! 그래, 내가 이 자리에서 약속하지. 자네를 내년 스타팅엔트리에 무조건 포함시키겠네. 그리고 개막전 선발출전도 약속하지.”

“정, 정말 이십니까?”


너무나 파격적인 명훈의 제안에 추상우는 무척이나 당황한듯했다. 감독이 시즌 시작이 몇 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특정선수에게 엔트리나 출전을 보장하는 것은 무척이나 드믄 일이었다.


“나도 겨우 3개월 된 초짜감독일 뿐이야.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모든 걸 할 수 없었지. 하지만 내년 시즌부턴 달라질 거야. 추상우 자네는 팀에 꼭 필요한 선수야. 이런 약속으로 자네가 흔들리지 않는다면 언제라도 해줄 수 있어. 이건 진심이네.”

“가, 감사합니다. 감독님!”


추상우 역시 프로야구선수. 감독의 이 정도 제안에 혹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추상우는 환한 미소로 명훈의 제안에 답했다.


‘조금 오글거리긴 하지만 역시 이럴 땐 정면승부가 직방이지.’

‘그럼 본론을 꺼내볼까.’


명훈은 은근슬쩍 이야기를 꺼내기에 적절한 분위기라고 판단했다.


“아, 그리고 말이야. 이참에 자네 이름을 바꿔보는 게 어떻겠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추상우.


“예?”


명훈은 짐짓 별일 아니라는 듯 말을 이었다.


“어찌 보면 자네에겐 새로운 시작이 아닌가. 은퇴하려고 했던 마음에서 다시 선수로서 재시작하는 것인데. 그에 걸맞은 무언가가 필요하지 않겠어?

“아, 그렇습니까? 과연..”


다소 억지스러운 명훈의 주장이었지만 다행히 추상우는 개명에 대해 별다른 거부감이 없는 듯 보였다.


“그래. 손우솝의 사례도 있고 은근히 야구선수에게 이름이 중요한 것 같더란 말이지.”

“아! 손우솝..”


골리앗스의 손우솝은 개명으로 반전에 성공한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이전에는 그저 그런 후보 선수였던 그는 이름을 개명하고 절치부심해 1군 주전선수로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지금은 누구나 인정하는 리그 정상급외야수였다.


명훈이 시선에 손우솝의 이름을 거론한 것만으로 행복한 상상에 빠진 추상우의 모습이 보였다. 추상우에게 손우솝은 그야말로 꿈이었다. 같은 외야수로서 손우솝처럼 될 수 있다면 추상우는 어떤 시련도 마다하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후후, 꿈이 아니야. 추상우 자네도 충분히 제2의 손우솝이 될 수 있다네. 바로 이 개명찬스가 있다면 말이지.’


이내 마음의 결정을 내린 추상우가 명훈에게 조언을 구했다.


“그럼 어떤 이름으로 바꾸는 것이 좋을까요?”

“그건 내가 잘 아는 작명가가 있으니 소개해주겠네. 아주 유명한 분이야.”


물론 명훈의 인맥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 그저 추상우에게 조금이라도 더 믿음을 주기 위한 거짓말이었다. 어차피 아무 작명가나 소개시켜준다 한들 달라질 건 없었다.


‘어차피 진짜는 야구마스터의 능력이니까.’


명훈은 일단 추상우 한명 뿐이지만 단번에 일이 원하는 대로 풀린 것에 만족했다.


‘원래부터 여러 번 공을 들일 생각이었으니까.’


명훈은 이항준에 대해서는 따로 자리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거네만 오늘 우리가 나눈 이야기는 둘만의 비밀일세. 아, 둘이 아니었군. 이항준 자네도 비밀을 꼭 지켜주길 바라네. 말로만 하긴 그렇고 언제 따로 자리를 한번 갖지.”

“알겠습니다. 절대 발설하지 않겠습니다!”


이항준은 무슨 국가정보원이라도 되는 냥 결의에 찬 표정을 지어보였다. 그런 이항준의 모습에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명훈이었다.


‘다행이야. 저 정도면 당분간은 믿을 수 있겠어. 어차피 이항준도 결국 한배를 타게 될 테니 그때까지만 조심하자.’


사실 이번 일이 밖으로 알려지게 되면 여러모로 곤란하게 될 명훈이었다. 만약 추상우에게 한 약속이 선수단에 알려지면 여러 선수들이 명훈에게 실망감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코치진의 귀에라도 들어가게 되면 그들의 서운함과 원망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렇게 명훈이 슬슬 자리를 파하려는 순간이었다.


“저, 감독님. 저도 드릴말씀이 있습니다.”


명훈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도 상우선배처럼 새롭게 시작하고 싶습니다!”


당차게 외친 이항준의 말에 멍한 표정을 짓는 명훈. 잠시 후 상황을 이해한 명훈의 입가에 짓은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니까 자네도 개명을 하고 싶다 이거지?”

“예! 저도 이참에 이름을 바꾸고 새로운 마음으로 야구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명훈은 언뜻 이항준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아마도 나와 추상우의 대화에서 뭔가 자극을 받은 모양이지? 후후, 아직까지 그런 열정이 남아있었다는 건가. 아주 좋아. 정말 좋아.’


그런 이항준의 결심은 명훈으로서는 무조건 찬성이었다.


“애초에 자네의 이름을 바꾸는 걸 나에게 허락받을 이유도 없지. 자네의 각오가 그렇다면 나 역시 응원해 주겠네.”

“감사합니다!”


명훈으로서는 추상우 한명을 설득하는 것도 조심스러웠는데 이항준이 알아서 제 발로 미끼를 물어주니 무거운 마음이 한 꺼풀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두 선수와의 일을 원하는 대로 마무리 지은 명훈이 홀로 생각에 잠겼다.


‘두 선수 다 잠재력이 만개였지. 그건 두 선수가 그동안 그 누구 못지않게 열심히 노력을 해왔다는 증거야.’


알바트로스의 감독이기에 앞서 알바트로스의 25년 열성팬인 명훈이었기에 누구보다 두 선수의 노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은 두 선수다 그 노력만큼의 그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렇기에 명훈은 항상 속으로 안타까워했다.


‘제발 이번만큼은 두 선수에게 행운이 따라주길.’


두 손을 모은 명훈이 마음속으로 간절히 기도했다.


[외야수 추상우, 내야수 이항준에게 개명찬스를 사용하였습니다.]

[능력치 재분배 결과는 1개월의 적응기간이 지난 후 확인 가능합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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