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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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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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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87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5.12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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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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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28회

DUMMY

알바트로스의 전지훈련 일정은 어느새 중반을 향해 접어들고 있었다. 캠프 전반부가 단체훈련과 체력훈련으로 구성되었다면 후반부에는 개인훈련과 홍백전, 그리고 해외 팀과의 연습경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오늘은 이번 전지훈련의 첫 번째 연습경기가 있는 날이었다.


상대는 일본 프로야구팀인 요코하마 썬더스로 주전이 대부분 제외된 2군 위주의 스타팅멤버였지만 선수들의 기량을 체크하기에는 충분한 상대였다.


이를 상대하는 알바트로스의 배터리는 이횡종과 조인상이었다. 이횡종은 오늘 3이닝 또는 50구까지 투구하기로 예정되어있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명훈의 시선이 투구에 한창인 이횡종에게로 고정되었다. 명훈은 한시도 눈을 때지 않은 채 이횡종과 그의 투구를 관찰했다.


사실 명훈이 이번 전지훈련에서 가장 걱정했던 선수중의 하나가 이횡종이었다. 전 시즌 데뷔이후 최고의 활약을 보여준 이횡종에게 무슨 걱정이 있겠냐고 하겠지만 거기엔 명훈만이 아는 한 가지 비밀이 있었다. 바로 명훈의 야구마스터 능력이었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이횡종은 여전히 불안한 제구력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과연 지금의 이횡종은 그것을 극복했을까?’


시즌이 종료되고 회수 된 포인트를 아직 이횡종에게 다시 부여하지 않고 있던 명훈이었다. 그것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가능성은 충분해.’


실제로 가진 능력 외의 정신적인 문제로 자신의 재능을 실전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선수들이 단 한 번의 계기로 알을 깨트리고 각성하는 스토리는 스포츠의 세계에서 의외로 자주 일어나곤 했다.


명훈은 야구마스터 능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제구력이 상승한 경험이 이횡종에게 그런 계기가 되었길 기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 이횡종은 그런 명훈의 기대를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분명 명훈의 눈으로 보기에도 이전에 비해 확실히 제구가 불안한 부분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횡종은 타자와의 승부에서는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빠른 템포로 자신 있게 던져대는 이횡종의 패스트볼에 상대타자들은 제대로 반응조차 하지 못하고 헛스윙을 하기 일쑤였고 그럴 때마다 이회종은 공격적으로 공을 뿌려댔다.


그렇게 이횡종의 힘에 눌려 카운트에 몰린 타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잔뜩 움츠려들었고, 그럴 때마다 등장하는 각도 큰 슬라이더와 포크는 상대타자에게 무력감을 선사했다.


‘완전히 자신감을 되찾았군.’


이횡종은 더 이상 제구 불안으로 자신을 공을 던지지 못하던 투수가 아니었다. 어쩌면 이횡종에게 가장 부족했던 건 제구가 아니라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었을지도 몰랐다.


‘이대로라면 포인트를 아낄 수 있겠는데?’


만약 이횡종이 지금의 분위기를 유지하고, 남은 포인트를 다른 쪽으로 돌릴 수 있다면 명훈의 입장에서 그야말로 최고의 상황이 되는 것이다.


뿌에의 재계약 실패로 예상치 못하게 10포인트를 타자에게 쓰기로 결정한 명훈이었기에 그렇게만 될 수 있다면 명훈의 시즌구상에 큰 여유가 생길 수 있었다.


스트라이크! 삼진! 쓰리 아웃! 이닝 종료!


예정된 3이닝 투구를 마친 이횡종이 마운드를 내려오자 투구코치가 환한 웃음으로 그를 반겨주었다.


“좋아. 아주 좋았어. 이대로만 가자. 이대로만 가면 네가 우리 팀 에이스야!”

“하하. 그런가요?”

“그래. 내가 보기에 공이 작년보다 더 좋아진 거 같다. 날리는 공이 몇 개 있긴 했는데 그건 천천히 조정하면 되는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괜히 무리하지 말고 딱 지금처럼만 천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 충분할 것 같다.”

“네. 아직 시즌 시작까지 시간은 충분히 많으니까요. 제 생각에도 올 시즌은 느낌이 진짜 좋아요. 기대하셔도 됩니다.”


투수코치의 칭찬을 자신감 있는 대답으로 받아치는 이횡종의 모습을 보며 명훈도 큰 짐을 덜은 듯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좋아. 이제 한숨 돌려도 되겠어.’


그렇게 이횡종이 3이닝 동안 10타자를 상대하며 무려 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압도적인 투구를 보여주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피안타는 없었고 볼넷 한 개만을 내주었을 뿐이었다.


그런 이횡종의 다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5선발 후보 중에 하나인 고졸신인 김민욱이었다. 그와 함께 포수 또한 엄태웅으로 교체되었다.


바뀐 투수. 김민욱의 투구를 지켜보던 명훈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인상을 찌푸렸다.


‘애매하군.’


김민욱의 투구는 다소 아쉬웠다. 분명 구위는 굉장히 뛰어났다. 구속도 빨랐고 커브의 각도 컸다. 포심만 본다면 앞서 등판한 이횡종에게도 크게 뒤지지 않을 정도니 5선발 후보로서는 충분했다.


다만 문제는 역시 제구였다. 제구가 되지 않으니 2스트라이크까지 카운트를 잘 잡고도 자신 있게 승부를 하지 못하고 승부가 길어졌다. 그러다보니 볼넷을 내주거나 공이 가운데로 몰려 안타를 맞는 일이 잦았다. 부족한 제구 탓에 승부처에서 타자를 유인하는 공이 너무 눈에 띄게 벗어나서 타자들이 속지 않았던 것이다.


‘너무 겁을 먹었어.’


구위가 뛰어나니 승부처에서 한번쯤 과감하게 정면승부를 해볼 법도 했는데 아직 김민욱 스스로 공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그런 김민욱의 투구를 지켜보던 명훈의 머릿속에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잠깐! 공은 좋은데 제구가 불안하고 자신감이 없다라... 이거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긴데? 그래! 마치 작년 이횡종의 상황과 똑같잖아!’


지금의 김민욱의 대한 평가가 작년 이횡종의 상태와 거의 흡사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음, 그럼 김민욱에게 포인트를 사용하면?’


자신도 모르게 행복한 상상을 떠올린 명훈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가능성은 충분하다.’


분명히 이미 작년에 비슷한 케이스로 성공한 이횡종의 사례가 있었으니 충분히 기대 해볼 만한 시도였다. 어차피 이횡종의 발전으로 아끼게 된 포인트는 이전의 계획대로 선발투수에게 사용 할 생각이었던 명훈이었다.


‘좋아. 이횡종이 이대로 감을 잡는다면 남는 포인트는 김민욱에게 쓰는 걸로 하자.’


그렇게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린 명훈이었다. 작년 이횡종의 성공을 경험했던 명훈이 비슷한 케이스인 김민욱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였다.


김민욱은 예정된 2이닝 째를 어렵게 마무리하고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스스로 투구에 만족라지 못한 듯 다소 우울한 표정의 김민욱이었다. 그리고 그런 김민욱을 웃으며 달래는 엄태웅의 모습이었다.


‘그런데 엄태웅이 생각보다 훨씬 좋은데?’


제구가 불안한 김민욱을 공을 받다보니 아이러니하게도 엄태웅의 포구와 블로킹 능력이 빛이 났다.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었지만 이리저리 거칠게 바운드되는 김민욱의 공을 민첩하게 받아내는 엄태웅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정감을 가지게 하기에 충분했다.


‘타격이야 어찌될지 까봐야 아는 거고. 저 정도 안정적인 수비력이라면 조인상의 백업으로 충분히 쓸 만하겠어.’


일반적으로 포수는 무엇보다 저런 안정적인 수비력이 가장 우선되는 포지션이었다.


‘작년 우리 팀 수비가 불안했던 것에는 포수진의 탓도 한몫했지.’


분명 작년 알바트로스의 수비불안에는 정봉모를 비롯한 백업포수진의 영향이 컸다. 포수의 포구가 불안하자 투수들은 마음먹은 대로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했고, 야수들은 모든 상황에서 긴장을 하다 보니 오히려 경기후반부에 일찍 집중력이 떨어지곤 했다.


‘실제로 그 문제로 나에게 상담을 요청한 선수들도 있었지.’


일부 베테랑급 야수들은 경기 내내 집중력을 유지하는데 체력적인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떤 용병투수는 아예 정봉모가 포수마스크를 쓰면 공을 던지지 않겠다고 대놓고 선언해서 명훈과 코치진이 잔뜩 골머리를 앓게 한 적도 있었다.


입맛이 썼다. 안 좋은 기억이 떠오르자 애써 고개를 저어 지우는 명훈이었다.


‘그래 올해는 다른 거 필요 없이 수비만 보고 결정하자.’


야구는 팀 스포츠였다. 어딘가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선수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당연했다. 작년의 실패로 그 간단한 이치를 깨달은 명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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