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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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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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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15

작성
18.04.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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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9회

DUMMY

경기는 명훈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예상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알바트로스의 선발투수 이횡종은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하고 도망가는 피칭으로 3타자 연속 볼넷을 허용해 1회부터 노아웃 만루위기를 맞이했다. 마운드 위의 이횡종은 잔뜩 주눅이 든 모습이었다. 이미 한차례 포수 조인상이 마운드에 올라가 진정을 시켜보려고 노력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결국 직접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을 결정하는 명훈이었다.


- 아 1회부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이 마운드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의 시즌 1호 마운드방문이 첫 경기 첫 이닝에서 이뤄집니다.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가는 것은 흔치 않은데요. 설마 벌써부터 투수교체는 아니겠죠?

- 아마도 교체는 아닐 겁니다. 지금 교체를 했다간 위장선발이라는 의혹을 받을 수 있거든요. 감독데뷔전인 만큼 박명훈 감독대행도 그런 의혹을 받고 싶진 않을 겁니다.


마운드에 올라간 명훈이 이횡종과 조인상을 불러 모았다.


“지금부터 머릿속에 한 가지만 기억해라. 이제부터 무조건 한가운데 포심만 던진다. 안타든 홈런이든 맞아도 상관없으니까 무조건 한가운데 포심이다. 알겠나?”


전혀 예측하지 못한 명훈의 지시에 둘은 당황한 표정으로 대답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명훈 또한 대답은 바라지도 않았다는 듯 계속해 말을 이어갔다.


“지금부터 내주는 점수는 모두 내가 책임진다. 100점을 실점해도 너희들 고과에 기록하지 않겠다. 다음 선발등판도 약속하지. 대신! 내 지시를 듣지 않고 볼을 던진다면 적어도 내가 감독으로 있는 이상 두 번의 기회는 없다. 내말을 분명히 기억하도록.”


단호한 명훈의 결정에 둘의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명훈이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뒤돌아 마운드를 내려간 뒤에도 둘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본 채 멍하니 서있었다.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조인상이 이회종의 어깨를 두드렸다.


“이거 감독님께서 단단히 마음먹으신 것 같다. 이왕 이렇게 된 것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마음껏 네 공을 던져봐. 내가 받아보니까 네 공 끝내주더라. 한가운데 던져도 쉽게 치진 못 할 거야. 힘내자.”


조인상 마저 마운드를 내려가고 다시 마운드에 홀로 남은 이회종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안, 안 돼! 여기서도 실패 할 순 없어! 그래. 난 감독님이 지시한대로만 하면 되는 거야. 제길! 이젠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책임과 부담을 내려놓은 이횡종의 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 스트라이크! 배터 아웃! 이닝 종료! -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노아웃 만루위기에 몰렸던 이횡종이 이후 세 타자를 내리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었다. 지시를 내린 명훈조차 1~2점 정도는 각오한 상황이었으니 다른 이들에겐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특히나 이횡종 스스로가 가장 놀라고 있었다.


얼떨떨한 표정으로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던 이횡종을 불러 세우는 명훈이었다.


“잠시 손을 줘보게.”

“예? 예!”


이횡종의 손을 잡은 명훈이 이횡종의 정보를 확인했다.


‘알바트로스 이횡종 정보 확인’


[상태 : 지금 상황에 놀라고 있다.]


역시나 상태에 변화가 있었다.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명훈였다.


“손톱은 괜찮군. 지금 아주 잘하고 있어. 이대로만 하게.”

“예?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명훈의 갑작스런 칭찬에 활짝 웃으며 무척이나 좋아하는 이횡종 이었다. 실제로 그의 정보도 변화했다.


[상태 : 자신의 공에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식의 지도가 필요한 거였나. 역시 선발투수 아니랄까봐 까다로운 놈이로군.’


그 이후로 이횡종의 호투는 계속 되었다.


- 지금 대전 알바트로스 구장에서 대단한 호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알바트로스의 이횡종 선수가 4회까지 무려 9타자를 삼진으로 돌려 세우고 5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경기 초반 3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던 이횡종 선수였는데요. 박명훈 감독대행이 마운드로 다녀간 뒤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그렇습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제가 알던 이횡종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입니다. 구속과 공의 위력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제구가 확실히 잡혔어요. 3타자 볼넷 이후로 던진 공 중에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는 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오로지 직구만으로 타자를 상대하고 있다는 거죠.

- 오로지 직구뿐이라. 이횡종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정말 투구 기록을 보니 공이 종종 가운데로 몰리긴 하지만 존을 벗어나는 공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횡종 선수처럼 직구만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닙니다. 프로에서 직구만으로 통하는 투수는 이제껏 본적이 없어요. 메이저리그에 그 유명한 랜디존슨도 직구와 슬라이더 두 가지를 던지거든요. 지금 이건 이횡종 선수의 공이 뛰어난 것도 있지만 재규어스 타자들에게도 문제가 있는 겁니다. 직구밖에 던지지 않는 투수한테 4이닝동안 노히트는 프로에서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 그래서 일까요? 이번 이닝부터 재규어스의 타자들이 배트를 짧게 쥐기 시작했습니다.

- 그렇죠. 상대가 직구뿐이라면 그에 맞춰서 대처를 해야 합니다. 사실 오히려 대처가 늦은 겁니다. 한 타순 돌았을 때부터 대처를 했어야죠.

- 자, 그럼 이제부터가 이횡종 선수와 재규어스 타자들의 진정한 승부라고 할 수 있겠네요. 과연 이횡종 선수가 놀라운 호투를 계속해서 이어갈 것인가! 모두 야구팬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재규어스의 타자들이 배트를 짧게 쥐기 시작한 탓일까. 알바트로스 배터리의 투구패턴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포심 위주의 볼 배합이었지만 간간히 섞여 나오는 투심과 슬라이더, 포크볼이 타자들을 혼란에 빠트리기 시작했다. 제구가 안 돼 엉뚱한 곳으로 빠지는 공도 있었지만 변화구의 그 날카로운 각도만으로 타자들을 현혹하기에는 충분했다. 거기에 포심의 위력은 꾸준히 유지되고 있었기 때문에 재규어스 타자들의 배트는 여전히 맥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규어스의 5회 공격도 삼자범퇴로 마무리되었다.


‘이래서 이번 이닝부터는 변화구를 던지게 하신건가? 그나저나 횡종이 변화구가 이렇게 좋았었나? 휘는 각이 완전 예술이네. 아까 포크볼은 까딱하면 뒤로 흘릴 번했고.. 다음 이닝부턴 좀 더 포구에 집중해야겠어.’


사실 조인상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할 만큼 이횡종의 변화구가 뛰어난 것은 아니었다. 변화구 자체는 제구가 되지 않는 공이 많았기 때문에 상대가 미리 알고 있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는 공이었다. 하지만 거기에 강력한 포심이 배합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강력한 포심의 잔상이 타자의 뇌리에 남아 제구가 되지 않는 변화구들이 더욱 위력적으로 보일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한편 이런 엄청난 투구를 펼치고 있는 당사자인 이횡종은 오랜만의 호투로 기분 좋은 고양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오늘 나 제대로 긁히는 날인가본데? 경기하는 게 이렇게 즐거운 건 정말 오랜만이야.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만약 이횡종이 자신의 공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된다면 앞으로 더욱 성장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횡종은 그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투수였다.


연이어 펼쳐지는 이형종의 놀라운 호투 속에서 알바트로스 타자들도 힘을 내기 시작했다. 트레이드 된 김박살을 대신에 팀의 4번 타자 자리를 맡은 김태웅이 5회말 2타점 2루타를 작렬시키며 팀의 선취점을 올렸다.


이형종은 6회에 들어 첫 피안타와 연속안타를 맞으며 위기를 맞았지만 수비의 도움으로 후속 타자들을 잘 잡아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그리고 7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와 탈삼진 3개로 이닝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는 괴력을 보여주었다.


이횡종이 7회를 끝으로 마운드를 내려가고 8회에는 트레이드로 팀에 합류한 이동환이 마운드에 올라와 삼자범퇴로 이닝을 깔끔하게 막아주었다. 그리고 9회. 마무리 윤규정이 선두타자에게 홈런을 맞아 재규어스에게 1점차 추격을 허용하면서 한순간 위기에 빠졌지만, 다행히 1사 1루 위기에서 올라온 박정신이 후속 타자를 병살로 잡아내며 경기를 알바트로스의 승리로 마무리 지었다. 알바트로스의 2:1 승리로 끝난 오늘 경기의 MVP는 선발투수로서 7이닝 2피안타 3볼넷 13탈삼진의 놀라운 호투를 펼친 이횡종에게로 돌아갔다.


MVP로 뽑힌 이횡종의 인터뷰이후 감독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명훈의 인터뷰가 이어졌다.


- 안녕하십니까. 오늘 감독으로서 데뷔전을 승리로 이끈 박명훈 감독대행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반갑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님.

- 예. 반갑습니다.

- 오늘 데뷔전을 승리로 이끄셨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이렇게 첫 경기부터 승리를 하게 돼서 매우 기쁩니다. 먼저 좋은 경기를 펼쳐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겠습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찾아 힘을 더해주신 팬들에게도 감사의 말씀드리겠습니다.

- 놀라운 호투를 보여준 이횡종 선수에게 특별히 할 말씀은 없으신가요?

- 저는 이횡종 선수의 투구를 놀랍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이횡종 선수가 언제라도 그 정도 투구를 보여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횡종 선수가 알바트로스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 아, 그렇다면 박명훈 감독대행님은 이횡종 선수가 어느 정도 결과를 보여야 놀라운 호투라고 생각하시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 음. 적어도 완봉정도는 해야 놀라지 않을 까요? 하하.

- 이거 박명훈 감독대행님의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 이횡종 선수는 더욱 노력을 해야 감독대행님을 놀래 킬 수 것 같습니다. 꼭 이횡종 선수가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 그런가요? 저도 그러면 놀라는 연습을 해둬야겠군요.

- 호호. 이거 박명훈 감독대행님이 겉보기와는 다르게 굉장히 재밌는 분이신군요. 그럼 제가 약간 다른 질문을 해봐도 될까요? 지금 알바트로스 팬분들은 새로이 부임한 박명훈 감독대행님이 과연 어떤 분이신가 많이들 궁금해 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는 어떤 사람이다. 라고 말씀 해주실 수 있을까요?

- 제가 어떤 사람이라고는 딱히 말씀 드릴 건 없습니다. 대신 제가 어떤 야구를 할 것인지는 확실히 말씀 드릴 수 있습니다. 일단 제 야구에 포기는 없습니다. 단 한 경기도 허투루 버리지 않겠습니다. 앞으로 매 경기 승리를 목표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팬 분들에게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타 구단 감독님들에게도 이 자리를 빌려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알바트로스는 매 경기 한국시리즈입니다. 이전처럼 손쉽게 승리는 넘겨주는 경기는 절대 없을 겁니다. 단단히 각오하시고 알바트로스전을 준비해주시길 바랍니다.

- 와! 뜻밖에 제가 특종을 잡은 것 같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님의 자신감 넘치는 선전포고 잘 들었습니다. 혹시 이어서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 아뇨. 이상입니다.

- 그럼 박명훈 감독대행님과의 인터뷰는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아나운서 김산신 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경기 후 알바트로스 팬 게시판은 이횡종과 명훈에 대한 이야기로 잔뜩 북적이고 있었다. 명훈의 말을 따라 이횡종이 팀의 새로운 에이스가 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졌고, 몇몇에서는 그와 함께 트레이드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었다.


거기에 더하여 타 팀에 선전포고를 한 명훈의 인터뷰 탓에 타 팀 팬들까지 게시판에 난입해 난장판을 이루고 있었다. 알바트로스 팬들은 대체로 명훈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에 환영하는 모습이었고, 타 팀 팬들은 곧 밑천이 드러날 것이라며 그 이후를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 일요일은 연재를 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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