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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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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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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4.21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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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5회

DUMMY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이른 시간부터 구장에 출근한 명훈은 선수단의 바뀐 공기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게으르기로 유명한 선수들이 아침 일찍부터 출근해 코치들에게 특타를 요청하는가 하면 그렇게 러닝을 싫어하던 선수들이 자진해서 구장을 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환골탈태.


벤치클리어링을 계기로 알바트로스는 이전과 전혀 다른 팀이 된 것이 분명했다. 선수들은 의욕이 넘치고 있었고, 투지를 불태우며 우리 한번 해보자는 말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었다. 코칭스태프들 또한 내년 시즌 당장 팀을 떠날지도 모르는 명훈을 위해 유종의 미를 거두자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었다. 그야말로 명훈이 바라마지않던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경기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기세를 이어 가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이었다. 명훈은 취임초기 자신이 원했던 알바트로스의 모습을 떠올렸다. 지금이라면 명훈이 추구하는 명훈의 야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명훈의 두 주먹이 꽉 쥐어졌다.


‘좋아. 지금이라면 보여줄 수 있겠어. 나 박명훈의 야구를!’


그리고 명훈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선발라인업을 꺼내들었다.


[선발라인업]

선발투수 : P 이횡종

1번타자 : CF 이용구

2번타자 : SS 오주환

3번타자 : LF 뿌에

4번타자 : 3B 이형순

5번타자 : DH 김혜자

6번타자 : 1B 이항준

7번타자 : RF 추상우

8번타자 : C 장정우

9번타자 : 2B 정근수


- 안녕하십니까. 야구팬 여러분. 어제 경기 초유의 벤치클리어링 사태를 겪었던 양 팀입니다. 그런 만큼 오늘 경기가 양 팀 모두에게 굉장히 중요한 경기가 될 텐데요. 먼저 양 팀의 선발라인업을 보겠습니다. 일단 눈에 띄는 것은 알바트로스의 선발라인업인데요. 굉장히 의외의 라인업입니다. 아마도 올 시즌 처음으로 선보이는 구성인 것 같습니다. 허영구 해설위원님께서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저는 알바트로스의 선발라인업을 보자마자 박명훈 감독대행에게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건 박명훈 감독대행이 오늘 경기에 승부수를 던진 거예요. 일단 타선을 보시면 8번 장정우, 9번 정근수를 빼면 1번부터 7번까지 모조리 좌타자지 않습니까? 이건 좌타자에 약한 데빌스의 선발투수 노광은 선수를 제대로 겨냥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아, 그렇군요. 그럼 박명훈 감독대행이 굉장한 승부사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맞습니다. 그것도 보통 승부사가 아닙니다. 일단 4번 자리가 눈에 띄지 않습니까? 김박살이 트레이드 된 이후 팀의 새로운 4번 타자로 주목받던 김태웅이 빠져있어요. 4번에서만 빠진 것이 아니라 아예 선발라인업 자체에서 빠져있다는 것은 보통의 결단으로는 할 수 없는 겁니다. 그리고 김태웅을 대신해 누가 4번 자리 들어왔느냐. 바로 이형순이에요.

- 야구팬 분들께서도 아시다시피 이형순 선수는 원래 투수였지만 후반기 박명훈 감독대행의 취임이후 타자로 전향한 선수입니다.

- 맞아요. 타자로 전향한지 이제 채 두 달이 되지 않은 선수란 말이에요. 어제 경기에서 이형순 선수가 놀라운 타격재능을 보여주긴 했지만 수비에서는 아직 의문이거든요. 고등학교 이후로 무려 6년간 야수로서 수비경험이 전혀 없던 선수에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해도 두 달 만에 1군수준의 수비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 그렇다면 데빌스에서도 그 점을 사전에 염두 해두고 경기에 임해야겠군요?

- 맞습니다. 안 그래도 발이 빠른 타자가 많은 데빌스이지 않습니까? 분명히 그 점을 노려 이형순 선수가 있는 3루 쪽을 집중적으로 공략할 것입니다.

- 야구팬 분들께서는 특히나 이 점에 집중해서 경기를 시청하시면 더욱 재미있는 시청이 되실 것 같습니다.

- 그리고 주목할 점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정근수선수를 9번으로 내리고 오주환선수를 2번으로 올렸어요. 객관적으로 보면 분명 정근수선수가 2번 자리에서 더 뛰어난 선수거든요? 그런데도 둘의 자리를 바꿨단 말이에요. 이건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겁니다.

- 단순히 좌타 라인을 만들기 위해서 바꾼 것이 아니란 말씀이시군요.

- 예. 그렇습니다. 원래 정근수 선수는 좌우투수를 가리는 선수가 아니거든요. 아무리 상대 선발이 우완이라고 해도 굳이 타순을 내릴 필요까진 없어요. 그렇다면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바로 더 이상 선수의 이름값에 따라 타순을 짜지 않겠다는 거예요. 타순을 보세요. 어디에도 송광우 선수가 보이지 않지 않습니까? 알바트로스 타선에서 김태웅 선수와 더불어 유일하게 거포라고 할 수 있는 송광우 선수를 빼고 좌타자 이항준선수와 추상우선수를 넣었어요. 이건 누구라도 팀의 작전에 따라 선발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감독의 의지를 보여준 겁니다.

- 그렇다면 오늘 선발라인업의 변화가 단순히 일회성이라 아니라 앞으로 남은 시즌동안에도 지속될 수 있는 변화란 말씀이시군요.

- 맞습니다. 이건 박명훈 감독대행이 칼을 빼든 거예요. 알바트로스의 기존선수들은 앞으로 더욱 긴장해야 할 겁니다.


경기가 시작되었다. 알바트로스의 타자들은 1회부터 데빌스의 선발투수 노광은을 끈질지게 괴롭혔고, 노광은은 알바트로스의 7연속 좌타 라인을 상대로 매우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알바트로스 타자들은 5구 이내에 아웃되는 경우가 거의 없었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노광은에게 최대한 많은 공을 던지게 했다. 그나마 뛰어난 수비진의 도움을 받아 겨우겨우 버텨가고 있었다. 그와 반대로 이횡종은 빠른 구속을 바탕으로 데빌스 타선을 그야말로 압살했다.


그리고 4회 초 아슬아슬하게 버텨오던 노광은을 알바트로스 타선이 끝내 무너뜨리는데 성공했다. 4번 타자 이형순의 2루타를 시작으로 무려 5타자 연속안타가 터져 나왔고, 노경은은 4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3실점을 한 뒤 강판되었다. 뒤이어 올라온 불펜진의 활약으로 더 이상의 추가 실점은 없었지만, 알바트로스의 선발투수 이횡종의 뛰어난 호투에 데빌스 타선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기에 점수를 따라잡기는 요원해 보였다.


8회 초 이횡종이 생애 최초의 완봉에 가까워질 무렵. 다시 한 번 알바트로스의 타자들이 이횡종의 어깨를 가볍게 도와주었다. 이형순의 볼넷과 김혜자의 기습번트안타로 1사1,2루의 위기상황에서 데빌스의 손일주 감독은 좌 투수 이한승을 마운드에 올렸다. 이를 상대로 명훈은 기다렸다는 듯이 곧바로 김태웅을 대타로 내보냈다. 그리고 터진 김태웅의 싹쓸이 2타점 2루타. 이한승과 손일주감독이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동안 명훈은 또다시 송광우를 대타카드로 꺼내들었고 송광우는 이에 부응해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이한승은 그렇게 아웃카운트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강판되었고 뒤이어 올라온 데빌스의 불펜을 상대로 알바트로스의 타선은 2점의 추가점을 더 뽑아대는데 성공했다.


타자들의 지원으로 어깨가 가벼워진 탓일까. 이횡종은 8회와 9회에만 5탈삼진을 기록하며 생애 최초의 완봉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횡종의 오늘 경기 성적은 9이닝 2볼넷 2피안타 11탈삼진 무실점. 경기 결과는 알바트로스의 8:0 완승이었다.


- 오늘 알바트로스는 정말 대단한 경기력이었습니다.

- 그렇습니다. 박명훈 감독대행의 승부수가 통했어요.

- 오늘 알바트로스의 경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그야말로 완승. 완벽한 승리였습니다. 결과뿐만 아니라 내용까지 좋았거든요.

- 그렇습니다. 거기에 감독끼리의 지략대결에서도 박명훈 감독대행이 완벽히 승리한 경기였습니다. 오늘 경기의 승부처는 8회였거든요. 3:0의 안심할 수 없는 리드. 조금 더 달아날 수 있는 1사 1,2루의 찬스상황에서 상대 손일주 감독이 좌 투수 카드를 꺼내자마자 박명훈 감독대행은 기다렸다는 듯이 우타 대타카드를 꺼내들었어요. 그리고 터진 싹쓸이 2루타와 홈런. 사실상 거기서 경기는 끝이 난겁니다.

- 정말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우타 거포들을 선발라인업에 넣지 않고 벤치에 둔 것도 박명훈 감독대행이 어느 정도 이런 상황을 예상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충분히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저는 오늘 경기를 보면서 박명훈 감독대행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오늘 승리는 이전처럼 이기고도 뭔가 찜찜한 그런 승리가 아니었어요. 마치 강팀다운 승리, 강팀다운 경기력 이었거든요. 앞으로 알바트로스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그렇습니다. 야구팬 여러분께서도 앞으로 남은 시즌 알바트로스가 이 기세를 이어 갈수 있을 것인지 관심 있게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이 경기를 이후로 알바트로스는 무섭게 기세를 타기 시작했다. 초반에 선발이 흔들린 경기에도 타자들의 활약으로 무섭게 쫒아가 역전하는가 하면 타자들이 침묵하면 투수들이 힘을 내 무실점으로 경기를 이끌어 나갔다. 도저히 질 것 같지 않은 기세. 그 기세가 어느 정도 누그러졌을 무렵에는 알바트로스는 이미 10연승을 기록한 이후였다.


그리고 명훈의 야구마스터 등급이 4등급으로 올라섰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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