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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님의 서재입니다.

야구 감독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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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소유자
작품등록일 :
2018.04.09 10:04
최근연재일 :
2018.05.18 19:28
연재수 :
3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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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684
추천수 :
350
글자수 :
150,715

작성
18.04.19 16:47
조회
1,138
추천
9
글자
8쪽

13회

DUMMY

2군 방문 이후 명훈은 잃어버린 자신감을 어느 정도 되찾았다. 그만큼 얻은 것이 많았다.

먼저 애초에 걱정했던 것보다 2군 선수들의 훈련 상태가 굉장히 양호했다. 특히 몇몇은 컨디션이 떨어진 주전 선수들을 대체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 선수들이 몇 경기만 잘 버텨준다면 주전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을 벌 수 있다. 한동안 그 문제로 골머리를 앓던 명훈으로서는 이제야 겨우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된 것이다.


명훈이 얻은 것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수확은 이형순의 빠른 성장이었다. 이형순의 성장세는 명훈도 깜짝 놀랄 만큼 정말 대단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 봐왔던 명훈이었기에 어느새 코앞으로 다가온 이형순의 1군 진입은 뜻밖의 깜짝 선물을 받은 것과 같았다. 명훈의 머릿속에서는 후반기 5할 승률이라는 팬들과의 약속이 좀 더 눈앞으로 현실화 되어 가고 있었다.


드디어 손에 쥐어진 이형순이라는 비장의 카드. 그 때문일까. 경기를 준비하는 명훈의 눈은 여느 때보다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자신감을 갖을지언정 결코 자만해서는 안 된다. 아직 명훈의 앞에는 아직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가 존재했다. 바로 선수단 내부의 파벌다툼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이대로 방치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물밑으로 착실히 준비해온 만큼 남은 것은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것뿐이었다.


바로 오늘이 그 결전의 날. 그 상대로는 데빌스가 정해졌다. 데빌스는 이전 경기에서 알바트로스에게 굴욕적인 한경기 10피도루를 앉긴 팀이기도 했기에 선수단 전반적으로 적대감을 가지고 있는 팀이었다. 현재로선 이번 벤치클리어링 계획의 상대로 누구보다 적합했다.


명훈은 심판에게 제출할 선발 라인업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선발라인업]

선발투수 : P 유창석

1번타자 : CF 이용구

2번타자 : 2B 정근수

3번타자 : LF 뿌에

4번타자 : 1B 김태웅

5번타자 : RF 김혜자

6번타자 : 3B 송광우

7번타자 : DH 김화성

8번타자 : C 장정우

9번타자 : SS 오주환


‘창석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지. 더 이상 이 문제를 질질 끌다간 팀 분위기가 엉망이 될 거야. 오늘 경기에서 분위기를 뒤엎고 이번 시리즈를 최소한 위닝으로 가져간다!’


이미 명훈은 코칭스태프와의 회의에서 이번 시리즈에서 적어도 2승이 목표라는 것을 밝혔다. 명훈은 이번 계획을 세우면서 단순히 선수단 파벌다툼을 해결하는 것에서 만족하기에는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 기회를 팀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계기로 삼아야 했다. 물론 그런 판단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드디어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비장의 카드 이형순이 1군으로 콜업되었고, 부상으로 빠져있던 베테랑 선발투수 조장훈도 1군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용구 또한 수비포지션에 나설 만큼 부상이 회복되어 타선을 더욱 강화시킬 수 있게 되었다. 거기에 포수 장정우 또한 최근 타격감이 되살아나서 이제는 주전포수로 기용해도 문제없다는 코치진의 판단이 내려졌다. 이렇게 여러 가지 호재가 동시에 발생해주고 있었다. 시즌을 보내면서 이런 반전의 기회는 분명 흔치 않았다.


명훈의 시야에 몇몇 베테랑 선수들이 오늘 경기의 선발투수 유창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 저 중에 이번 계획을 세웠다는 녀석이 있겠지. 누군지 알면 고맙다는 인사라도 하고 싶지만 본인이 숨기고 싶다고 하니 어쩔 수 없지.’


사실 이번 계획에서 명훈의 역할을 크지 않았다. 몇몇 선수들이 상황을 봐서 벤치클리어링을 일으킬 테니 이에 대해 묵인해주는 것. 이것이 명훈의 역할이었다. 물론 명훈은 거기에 새로운 역할을 추가할 계획이었지만 그것은 아직 명훈 스스로만 알고 있는 것이었다.



****



경기는 초반부터 다소 거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알바트로스의 타자들은 데빌스의 투수 니밧드의 공이 몸 쪽으로 향할 때마다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데빌스의 배터리 또한 알바트로스 타자들의 그런 기싸움에 지지 않겠다는 듯 볼 배합을 더욱 몸 쪽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일이 없었지만 만에 하나 몸에 맞는 볼이 나오기라도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분위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니밧드는 재규어스의 에이스답게 이닝을 3자 범퇴로 마무리 지었다.


알바트로스의 1회초 공격이 그렇게 끝이 나고 사고는 오히려 반대쪽에서 발생했다. 알바트로스의 선발투수 유창석의 초구가 데빌스의 2번 타자 오재웅의 몸을 맞춘 것이었다. 구종이 커브였기에 고의라고는 보기 힘들었지만, 오재웅이 이전 알바트로스와의 경기에서 무려 4번의 도루를 성공했던 것을 감안하면 데빌스의 입장에서는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들 만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오재웅은 한차례 마운드를 슥 쳐다보고는 조용히 1루로 걸어 나갔다. 그렇게 1루에 진출한 오재웅은 역시 다음 타자의 초구에 도루를 시도했고 2루를 훔치는데 성공했다. 그와 동시에 알바트로스의 더그아웃에서 거친 음성이 흘러 나왔다.


“아, 저 새끼 또 뛰네. 야! 저 새끼가 우리를 존나 만만하게 보는 거 아니냐?”

“그렇지? 나도 예전부터 그렇게 느꼈다니까. 저 새끼 표정 봐라. 진짜 한번 걸리기만 하면 아우!”

“저 새끼뿐만이 아니라 데빌스 새끼들은 다 저런 표정이라니까. 성적 좀 잘나온다고 우릴 밥으로 본다니까? 진짜 열 받는다니까!”


말을 하는 것은 소수의 베테랑뿐이었지만 대다수 알바트로스 선수들의 뜨거운 눈빛은 그들 역시 그에 동조하고 있음을 짐작하게 했다. 그렇게 알바트로스 더그아웃의 분위기가 점차 오재웅과 데빌스에 대한 적대감으로 차오르고 있을 때. 선발투수 유창석이 후속 타자들을 깔끔히 처리하고 마운드를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창석을 향해 직접 마중을 나간 주장 고옹진이 유창석에게 무언가를 조용히 지시했다. 고옹진의 지시에 잠시 놀란 표정을 짓던 유창석은 이내 결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더그아웃으로 들어갔다.


경기는 유창석의 뜻밖의 호투로 3회까지 팽팽하게 0대0의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유창석은 제구가 불안한 것이 항상 문제였는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제구가 잘 이루어져 초반이지만 데빌스의 타선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4회말 1회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를 했던 오재웅의 타순이 돌아왔다.


유창석의 초구 슬라이더가 오재웅의 몸 쪽 깊은 곳으로 향했다. 깜짝 놀라 허리를 뺀 오재웅은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마운드를 노려보았다. 심판의 재빠른 제지에 다시 타격 자세를 취하는 오재웅이었지만, 건방진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마주보던 유창석의 얼굴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또 다시 몸 쪽 깊은 곳으로 날아오는 공을 이번에는 피하지 못한 오재웅이었다. 등에 공을 맞고 잠시 쓰러졌던 오재웅은 재빨리 일어나 유창석을 노려보았다. 유창석은 여전히 예의 그 눈빛으로 오재웅을 똑바로 마주보고 있었다.


오재웅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방금 몸에 맞은 공의 구질은 포심. 그리고 지금 유창석의 저 눈빛. ‘이건 고의가 분명하다’ 분노에 휩싸인 오재웅이 식빵을 외치며 마운드를 향해 뛰쳐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알바트로스와 데빌스의 더그아웃에서도 선수들이 그라운드를 향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맞춤법, 오류, 오타 등의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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